-텟테레~
-텟테레이~
늦은 저녁. 인적이 끊긴 공원의 한 화장실서 이제는 익숙한 실장석의 탄생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변기에 고인 물속엔 옅은 녹색 점막에 쌓인 새끼들이 7마리나 있었다. 친실장은 서둘러 한마리씩 혀로 햝아주지만 4마리째 햝자 거기엔 자실장이 아닌 엄지실장이 웃으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반가운 레치! 마마도 오네챠들도 반가운 레치! 와타찌 마마의 자로써 우지챠 확실하게 돌보는 레치!”
친실장의 표정이 썩어들어가는걸 인지하지 못한 엄지실장은 땅에 발이 닿기 무섭게 튀어나가 자신보다 큰 자실장들에게 다가갔다. 자실장들은 이미 나름대로 말을 나누며 일종의 무리를 형성하고 처음보는 세상인 화장실 내부를 신기한듯 구경하고 있었다.
“오네챠! 와타찌 막내인 레치!”
하지만 자실장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막 태어났다고 하지만 본능적으로 자신과 다르다는걸 알기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였다.
“저건 뭐인 테치?“
”신기한 테치...“
”반짝이는 테치“
엄지는 아무리 말을 걸고 눈 앞에서 껑충껑충 뛰어도 관심하나 주지 않자 슬슬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엄지실장 특유의 좀더 본능에 충실한 무의식이 보호, 즉 무리에 끼지 못하면 죽는다는걸 알기에 자실장 무리에 인정을 받지 못하면 큰일 난다는걸 감지한 것이다.
친실장은 덤덤한 눈으로 엄지실장을 보고선 물 위에서 점막에 쌓인채 꿈틀거리며 필사적으로 친실장에게 어필하며 점막을 벗겨주기를 바라는 3마리의 새끼들을 보았다. 엄지가 태어난 이상 저것들은 어차피 잘 나와야 엄지이기에 더이상 엄지를 늘리기 싫은 친실장은 구더기가 되는걸 기다리고 있었다.
들리지 않지만 들린다. 점막이 굳어가며 구더기로 형태가 고정되는 공포와 절망에 휩싸인 새끼들의 비명과 표정이. 자실장보다 못한 미성숙 개체가 엄지. 그런 엄지보다 못한 것이 바로 구더기다. 실장석 계급의 최하위이자 가축이나 다름없는 구더기.
점막이 굳어갈수록 이지가 퇴화하고 생각이 뚝뚝 끊긴다. 내가 더이상 내가 아니게 되는 공포에 미쳐서 웃거나 정신을 놓지만 구더기로 완전 퇴화가 되면 정신도 같이 그 수준으로 떨어지며 회복하기에 친실장은 점막에 갇힌 새끼들을 보며 가학적이면서 쾌감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비웃을 뿐이였다.
한편, 엄지는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자실장들을 뒤로하고 다시금 친실장에게 다가가 알짱거리며 관심을 요구하지만 친실장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점막에 쌓인 이모토챠들만 보고 있었다. 엄지는 생존본능이 극에 다달았고 변기의 가장자리에서 미끄러져 안으로 들어갔다.
“마마 와타찌 이런것도 할수 있는 레치!”
그리곤 근처 가장 가까운 점막에 달라붙어 혀로 햝기 시작했다. 그 순간 미쳐가던 점막안에 있는 새끼의 얼굴이 환하게 변하며 눈물을 흘리며 단 1의 도움도 안되는 엄지를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엄지의 혀론 20시간이 넘게 햝아야 가까스로 80%정도 벗기지만 그것을 알리가 없는 실장석이기에 친실장은 감히 허락도 없이 까부는 엄지의 행동이 불쾌할 따름이였다. 엄지 딴에는 나름의 필요성과 쓸모, 착한 아이를 염두해둔 행동이지만 애초에 실장석에게 있어서 엄지는 자신의 새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엄지의 모든 행동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친실장은 이 불쾌한 엄지를 죽일까 생각했지만 곰곰히 지켜보니 변기의 벽은 엄지에게 절대로 탈출이 불가능한 높이라는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출산을 하면서 엄지를 한두번 낳아본게 아니기에 평소대로 살려두면 귀찮게 계속 앵겨붙는걸 알기에 오히려 함정에 스스로 뛰어든 엄지를 보면 유쾌할 따름이였다.
엄지의 헛된 수고는 2분만에 끝났다. 혀가 쓸려 피가 나고 고통이 일어나자 행위를 곧바로 멈춘 엄지는 기대에 찬 눈으로 위를 보자 벌떡 일어나 주변 정리를 하는 친실장의 모습이 보였다. 기이함을 느꼈으나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기에 가만히 기다렸다.
3분이 더 흐르자 점막이 완전히 굳어 3마리의 구더기가 멍청한 얼굴로 엄지에게 다가갔다. 구더기의 입장에선 유일하게 자신과 가장 근접한 생명체는 엄지였으며 서로 상부상조 하는 공생의 관계이기에 본능적인 이끌림이 있는 것이였다.
“레후?”
“엄지 오네챠 반가운 레후!”
”레? 후?“
엄지는 자신에게 관심을 주며 꾸물거리며 다가오는 구더기를 환한 미소로 반기며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곤 마마인 친실장의 애정어린 칭찬을 상상하며 살짝 눈을 감았다.
”....레치?“
하지만 엄지는 아무리 기다려도 자신이 상상한 것이 이뤄지지 않자 서둘러 눈을 떴을땐 커다란 마마의 손에 붙잡혀 변기 위로 붕 뜨는 구더기들의 모습이였다. 그토록 원했건만 자신에게는 단 한번의 손길도 없던 마마의 관심. 자기가 아닌 자기보다 못한 구더기가 관심을 받는 이해를 벗어난 사태에 이해를 거부한 엄지의 뇌가 현실을 받아들이기 까지 1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레, 레쨔아아아—!!“
엄지는 괴성을 지르며 팔다리를 마구 휘두르며 물장구를 치며 울었다. 구더기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자신이 아닌 저급한 되다만 녀석들에게 어째서 마마의 관심이 가는지 분노가 차올랐다. 엄지의 괴성에 호기심이 일어난 자실장들은 물속에서 첨벙거리며 꼴사납게 발광하는 엄지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이 얼마나 추잡해 보이는가.
“테뿌뿌뿌!”
“치프프픕!!”
“테퍄퍄퍄!!”
엄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위에서 들리는 비웃음소리. 거기다가 아래에서 위를 본다는 굴욕적인 구도. 태어난지 15분도 흐르지 않은 엄지의 프라이드는 산산조각나 흩어졌다.
“내려오는 레치! 당장 내려오는 레치! 와타찌를 내려다보지 말라는 레찌이-!!”
엄지의 고함에 웃음소리를 커져갔고 엄지는 결국 변기 위에서 파닥이는 자실장들의 다리가 보였다.
”자들은 일어나는 데스! 집까지 갈 길이 먼 데스. 마마를 제대로 따라오는 데스.“
친실장의 말에 웃던 자실장들은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 억양으로 대답을 하며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레...? 마마?? 마마?? 마마?! 마마! 와타찌 여기 있는 레치! 와타찌 아직 못올라간 레치! 마마, 와타찌 두고가지 마는 레치! 여기 너무 높은 레치! 올려주는 레치! 마마-! 와타찌 버리지 마는 레치! 마마-! 마마-! 마마!!!!“
엄지는 그제서야 자신이 버림받았으며 여기에 내려온게 스스로 죽으러 온 것임을 깨달았다.
”마마-! 와티찌 아직 여기에 있는 레치-! 와타찌 착한아이 되는 레치! 밥도 잘 먹고 운치도 잘 누는 레치! 그러니 버리지 마는 레치! 그러니 살려주는 레치!!“
엄지는 다급하게 자신이 미끌어져 내려온 변기의 벽을 기어오르기 위해 벽을 탈려고 했지만 세라믹 변기에 물때로 인해 지나치게 미끄러워 단 한 발자국도 오를수 없었다. 필사적으로 점프를 해도 1cm 깊이의 물의 저항도 엄지에겐 커다란 장애물이였다. 미끄러져도 물로 인해 다치지 않지만 문제는 체력이였다. 막 태어나 먹은 것도 없기에 탈출하기 위해 몸을 쓸수록 점점 야위어가는 엄지.
”돌아와주는 레치! 마마-! 마마-! 와타찌도 마마의 아이인 레치—!!“
엄지의 최후의 기력을 짜낸 필사의 목소리.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절망에 빠진 엄지는 무의식적으로 위석에서 굶주림과 고독에 죽는 자신을 상상했다. 안색이 창백해진 엄지는 문득 물에 비친 자신의 뒤로 커다란 무언가를 보았다. 서둘러 몸을 돌려 위를 보자 거기엔 그토록 애타게 부르짖던 마마의 모습이 보였다.
”믿었던 레치...믿고 있던 레치! 와타찌 마마가 돌아올거라 믿고 기다린 레치!“
희망찬 얼굴로 두 팔을 벌린 엄지의 콧구멍이 벌렁였다. 역시 자신의 마마다. 역시 마마는 자신을 버릴리없다.
”레프픕..! 마마 부끄러워 하는 레치? 하지만 와타찌 마마를 용서한 레치! 그러니 와타찌를 들어올려도 괜찮은 레치! 와타찌가 허락하는 레치!“
”와타찌 힘이 없으니 마마의 품에서 포근하고 따뜻하게 집으로 가는 레치! 집에 도착하면 와타찌를 위한 특별한 밥과 잠자리를 받는 레치. 밤에 배고플수 있으니 마마의 젖도 듬뿍 먹어야하니 마마의 품에서 자는 것도 좋은 레치. 그리고 일어나 우지챠들 프니프니도 하는 레치. 하지만 우지챠가 3마리면 힘들수 있으니 마마에게 특별히 한마리 프니프니 하게 허락해주는 레치!”
엄지는 쉴새없이 쫑알거리며 친에게 요구를 늘어놓았다. 밝은 표정과 달리 엄지의 몸은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아무리 말을 해도 친실장의 반응은 없었고 4분간 쉴새없이 말하던 엄지는 결국 입을 닫았다.
“.....마마, 이것만 알려주는 레치.”
엄지는 알고 있었다.
“....마마에게 와타찌는 좋은 아이인 레치?”
소중한 돌이 말한다.
-엄지는 자가 아닌 데스.
버림받았다는건 진작에 알았다.
하지만.
혹시나.
어쩌면.
행여나.
진짜진짜 혹시몰라 해본 말이였다. 안될건 알지만 그래도 천운이 닿으면 자로써 받아주지 않을까 싶어서.
”와타찌 버림받으면 죽는 레치.“
”잔뜩 굶어서 죽는 레치“
”밥도 못먹고 운치도 못 누고 죽는 레치“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죽는 레치?“
”마마의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레치“
”우지챠 프니프니 한번 해보지도 못한 레치“
”....레끕, 레끅..! 레에에엥-! 레에에에엔—!! 이런거 싫은 레치! 죽기싫은 레치!“
”...데흠, 역시 좀 아까운 데스.“
”레?“
엄지는 자신의 몸통을 감싸안는 따스한 손길을 느꼈다. 점막에 벗겨질때를 제외한 처음으로 받아보는 따스한 손길. 영원히 넘어갈수 없던 거대한 벽이 너무나 쉽게 자신의 시야 아래로 내려간다.
”역시 버리긴 아까운 데스“
엄지는 친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똑똑히 들었다. 엄지는 죽음의 순간 구원이 내려오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걸 깨달았다. 역시 마마는 자신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밥도, 운치도, 프니프니도, 젖도 잔뜩 먹을 것이다. 아낌없이 잔뜩 먹고 무럭무럭 커서 오네챠들 처럼 성장하면 마마에게 따끔하게 말하며 혼내줄 것이다.
이것보아라!
이렇게 자신이 성장했다!
나를 그때 버렸다면 얼마나 후회했는가!
흥분에 쌓인 엄지가 정신을 차린것은 깨질듯한 두통을 느꼈을때였다.
“레?? 레쨔아아-!”
눈앞엔 커다란 마마의 입안이 보였다. 흉물스럽게 꿀렁이는 혀와 그 너머에 시커먼 목구멍은 너무나 무서웠다. 엄지는 자신의 머리가 쪼개는 고통에 두 팔을 위아래로 벌리며 손 끝에서 단단한 친실장의 치아를 느낄수가 있었다.
“무슨짓인레챠아-!”
살아남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살아 성장해서 자신을 잡아먹을려는 친실장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팔이 끊어질듯이 아팠지만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한풀 꺾이자 엄지는 할수있음을 느꼈다.
생각보다 버틸만하다. 아니, 자신의 이 놀랍고 두려운 힘을 조금만 더 쓴다면 능히 마마의 이빨을 부수고 탈출하리라.
”레챠아아압-!! 레쨔아아아-! 츄아아아-!“
엄지의 기합찬 소리와 함께 우직거리는 마마의 이빨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자 엄지의 눈이 희번뜩 번들거렸다.
”?“
-빠직
친실장은 이 사이에 낀 엄지의 대가리를 한번더 아주 살짝 다물었다. 이 사에서 들리는 빠개지는 소리와 함께 입 밖으로 튀어나온 뻣뻣하게 일자로 쭉 핀 엄지의 몸통이 삽시간에 축 늘어지는걸 보았다.
”뎃?! 실수한데스...살짝 누른다는게 생각보다 더 약해서 우그러진 뎃스....“
친실장은 실망한 표정으로 입안에 넣은 엄지를 뺐다. 관자놀이 부근이 일자로 푹 파여 눈알이 데롱거리는 엄지는 두 팔이 없었다.
친실장은 엄지를 버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웠다. 저대로 버리면 다른 놈이 와서 맛있게 먹을터. 그럴바엔 차라리.
”와타시가 먹는게 나은 데스~. 어차피 와타시의 총구에서 나온거니 와타시가 먹는게 제일 나은 데스.”
친실장은 데롱거리는 엄지의 눈알를 똑 떼고 변기로 버린뒤 축 늘어진 엄지의 등을 크게 깨물었다. 피부가 찢지고 근육이 떨어지며 이쑤시개 같은 척추가 들어났다. 그럼에도 엄지가 정신을 차리는것 같지 않자 두어번 허공에 흔들다 실망한 표정으로 한입에 털어넣었다.
“엄지도 먹어서 배좀 찼으니 슬슬 자들을....데??“
친실장은 느긋하게 배를 두드리며 화장실 밖으로 나왔을땐 어딘가 익숙한 모습의 자실장 3마리가 성체실장 한마리에게 뒷머리카락이 붙잡힌채 거친 바닥에 다리를 갈리며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마마-! 어디있는 테치! 발씨 점점 없어지는 테챠아-!”
“아픈 테치! 아픈 테치이! 그만하는 테치!”
“마마가 오마에 따윈 한방에 죽여버리는 테치! 그러니 놔주는 테치!”
울부짖으며 자신을 찾는 자실장들이 자신의 자 임을 알았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조용히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게 화장실 계단 옆에 숨어서 손에 들린 검은 봉투를 보았다. 그 안에는 잠을 자는 구더기 3마리. 친실장은 한숨을 내쉬며 봉투안에 손을 집어넣어 빼냈다.
“데, 이번 출산은 실패인 데스. 이거라도 마저 먹고 다시 힘내는 데스. 자는 또 낳으면 되는 데스웅~!”
그리곤 손에 쥔 것들을 입안에 넣고선 씹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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