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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파의 이름 부여 (ㅇㅇ(45.112))


애호파 청년은 고민이 많았다.

끊임없는 학대 여론속에 몇몇 애호파들이 뭉쳐

실장 봉사 활동도 다녀 봤지만 외로운 싸움이었다.

겨울이면 실장석을 위해 건물 현관문을 열어주자고 벽보도 붙이고 다녔으나

인터넷에서 조롱거리로 쓰이는 본인의 포스터를 보고 한없는 좌절감도 느꼈다.


애호파 청년은 생각했다.

왜 실장석은 인간에게 폐를 끼치는가.

이는 인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왜 인간에게 의존 하려 하는가.

약하기 때문이다.

인류문명의 찌꺼기를 얻어서 살아야 그나마 편하게 사는 실장석들이다.

그렇다면 쓰레기를 뒤지고 화장실을 쓰는 종류의 민폐는

본인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문제의 인격을 고치면 되지 않을까?


실장석들의 꿈은 사육실장이 되어 편하고 풍족하며 안전하게 사는것이다.

그러나 사실 들실장들은 실제 사육실장의 풍족함을 모른다. 막연한 것이다,

초가을이 되면 이들은 그럭저럭 살만해지기 때문에 집과 비상식을 보며

"사육실장이 부럽지 않은뎃승!" 이라며 행복해 한다.

그리고 이들이 인간에게 바라는건 또 있다.

바로 본인의 수발을 들게 하는것. 여기서 온갖 민폐행동들이 나온다.


하지만 애호파 청년은 이 인격만 고치면 실장석과 인간이 함께 공존이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실장석을 기르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뭐가 있지...." 곰곰히 생각하던 청년은

기르는 사육실장인 큐리에게 물어봤다.


"큐리쨩, 들실장들은 사육실장이 가진것중 뭘 제일 부러워 할까?


한가롭게 미니카를 가지고 놀던 큐리는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


"이름인 데스. 이름은 오직 닝겐상들에 의해서만 지어지는데스"

닝겐들이 지어주는 이름은 실장들을 위한 것인뎃승. 정말 소중한 것인 데스"


이 말에 청년을 무릎을 쳤다

사육실장은 이름이 주어진다. 이는 실장석들의 꿈이자, 특별한 개체로의 승격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름의 부여는 오직 인간만이 가능한것.

그렇기에 다른 실장들과 사육실장이 다른것이다.

(이는 오직 실장석의 기준이다)

"와타시의 이름은 큐리데스!" 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는 자신감이

사육실장으로 하여금 들실장 앞에서 당당함을 어필한다.

나라는 실장석이 누구인가를 말할수있는 그 당당함.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애호파청년은 실장석들 스스로가 특별하며

자립심강한 존재로 만들려면 이름이 있으면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름이 생긴다 -> 인간이 지어준 이름에 대한 동경이 해소된다 ->

사육실장에 대한 갈망이 조금은 줄어든다-> 이에따른 민폐도 줄어들 것이다.


라고 애호청년은 생각했다.

인간이 붙여준 이름.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가자 큐리쨩! 네 친구들을 잔뜩 만나는거야"

"데에? 주인사마 들실장들은 위험 하다고 하지 않은데스?

"오늘은 걱정마 내 옆에만 꼭 붙어있으면 돼"


애호파 청년은 20kg 쌀가마 두개에 별사탕을 잔뜩 넣고 구루마를 끌며 공원으로 향했다.

본인의 큐리를 높은 벤치에 안전하게 놓은뒤

별사탕을 한줌씩 뿌리자. 데스데스 하며 튀어나오는 실장석들.


"데스앗!!! 달콤한 뎃스! 독이 아닌뎃스!"

"존나 맛있는 텟츄웅!!!"

"하하하 맛있니? 니 친구들과 가족들을 불러오면 더더욱 많이 뿌려줄게!"

"데뎃!!! 진짜인 데스카??? 데프프픗 이 닝겐은 뭘 아는 닝겐인 데스"

"드디어 우리를 위한 똥노예가 생겨난 데스!! 어서 자를 데려오는 데샷!"

한무리가 우루루 빠지더니 그의 배는 되는 실장석이 뒤이어 몰려온다.


별사탕을 뿌리며 애호파 청년은 또 말한다.

"아직도 적은거 같은데? 집 지키고 있는 엄지와 구더기들도

전부 데리고 오렴 별사탕은 얼마든지 있단다!"

별사탕을 작은 바가지로 뿌리자 하늘엔 별사탕으로 은하수가 그려진다.

말그대로, 행복회로속에서나 볼수있던 광경이 펼쳐지자 실장석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테에엥 치에에엥ㅠㅠ 마마 이런세상이 정말 올줄은 몰랐던 테치ㅠㅠ"

"그동안 고생한데스 데에엥 이제 행복한 나날만이 있는 뎃승 오로로롱 ㅠㅠ"

"울고만 있을때가 아닌 데샤앗! 빨리 집에서 엄지노예와 비상식을 가져오는 데샤!"


뒤이어 친과 자들이 헐레벌떡 손에 엄지와 구더기를 안고 모이자

정말 공원의 실장석은 다 모인것 마냥 녹색과 붉은 색으로 버글버글 댔다.

일반인의 시선에선 정말 극혐인 광경이었으나 애호파 청년은 감격에 겨운 표정이었다.

'드디어 한번에 실장석들을 갱생시킬수 있게 되었어!"

속으로 생각했다.


"큐리쨩, 친구들을 많이 보니 기쁘지?"

"너무 즐거운데스!!! 게다가 모두 행복해 보이는 데스!!!"

"이제 이 친구들은 덜 힘든 삶을 살아갈거야"

"주인사마 너무 대단한뎃승 뎃데로이 뎃데로제~ 노래가 절로 나오는뎃승!"


곧이어 청년은 확성기능이 가능한 고급 링갈을 켜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자자 얘들아 잘 들으렴, 내가 너희들을 모이게 한 이유는 특별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란다"

"데에? 닝겐상 무슨 말인 데스?? 설마 스시라도 가져운 데스카?"

"아닌데스! 저 말은 스테이크인 데샤앗! 와타시의 감은 적중인 데스!"


왁자지껄 저마다 시끄럽게 웅성대는 녹색무리에게 청년이 말한다.


"너희들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려고 해!

사실 너희들 모두는 이름이 있단다! 그것도 인간이 지어준 이름이!"


일순간 고요해지는 무리였다. 급작스럽게 조용해지자

마치 세상이 음소거라도 된듯 평화로워 보일정도였다.



"니...닝겐상...? 그게 무슨 말인 테치..?"

"와..와타시에게도 이름이 있다...그런말인 데스...?"

"닝겐상들이...언제 지어준 데스...?"

"와타시의 이름은 뭐인데스...?"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속에, 희망이 가득한 눈빛이 사방에서 초롱초롱하게 빛이난다.

그 표정은 큐리도 마찬가지였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 수준이 아닌

뇌가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말이었기 때문이다.


"주인...사마...? 무슨 말을 하는 데스...?"

"너희들은 언제부터 실장석으로 불렸니?"

"데에...모르는 데스...와타시의 마마도 마마의 마마도 그 이전의 마마도 실장석으로 불린데스"

"모두 실장석으로 불리는 데스....하지만 언제부터 와타시들이 실장석인지는....."


굉장히 근원적인 질문에 대부분의 실장석은 생각을 멈춰버린듯 듣기만 했고

몇몇 실장들만 띄엄띄엄 대답을 하였다.

애호청년은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실장석이란 이름 인간이 지어준거란다!

너희 모두는 실장석이란 이름을 부여받은거야! 인간으로 부터 말이지!"


들실장들의 동공이 떨리고 있었다.

몸도 버들버들 떠는 개체들도 많았다.

하나같이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사고회로를 가동시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니...닝겐상....그..그렇다면....와타시타치들은...모두 실장석이란 이름인 데스..?"

"그렇단다! 너희는 모두 인간에게 이름은 부여받은 존재들이야

작은 저실장 부터 큰 친실장 까지 모두 실장석이라고 인간이 이름을 붙인거지


너희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엔 이름이 붙여져 있단다!

바닥의 풀도 나무도 꽃도 동물도 전부 인간이 이름을 붙여 줬어!

그러니 너희는 전부 이름을 부여받은 특별...."







파킨!



맨 앞에 서있던 실장석 하나가 청명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유독 청명하기로 소문난 위석 깨지는 소리.

죽음의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기로 유명하다.



파킨!



파킨!



파킨!



파킨!



파킨!



파킨!





파챠챠챠챠챠챠챠챠챠챠챷챠아아아아앙---!





어디서도 들어볼수 없던 흡사 건물 유리창들 여러개가 동시에 박살나는 듯한 소리



"....특별한 존재이니 자부심을 갖고...."



청년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벌어진 상황에 애호청년은 패닉에 빠졌다.


'이게 아닌데, 내 뜻은 이게 아닌데..? 어째서?'


청년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들실장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단체로 위석이 깨져가며 죽어갔다.

마치 넓은 녹색 도미노 처럼 청년 앞부터 시작하며 뒤로 넘어지는 실장석들



파챠챠챠챠챠챠챠챠챠챠챷챠아아아아앙---!



청명하디 청명한 소리는 하나둘 소리가 모여 시끄러운 소음이 될 뿐이었다.



실장석들은 생각해왔다. 이름은 특별한 것이다.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된다. 나는 실장석이 아닌 다른 이름이 있다.

허나 그 실장석이란 것이 '나' 혼자가 아닌 다른 모두와 이름을 공유한다는 것.

게다가 그 이름을 인간으로 부터 '부여' 받은 것으로 이름을 없앨수도 없다는것.

항상 들실장과는 다르다, 독라와는 다르다, 엄지와는 다르다, 구더기와는 다르다.

본인은 특별하다는 생각속에서만 살아오던 실장석들에게

'너희 모두는 전부 다 같은 실장석이란다' 라는 애호청년의 메세지는

그 어느 학대의 메세지 보다도 강렬한 절망의 메세지였다.

(특히나 구더기와 같다는 말은 분충들의 자존심을 박살내는데 큰 위협을 가했다)


게다가 다른 사물에도 인간이 이름을 붙인디.

개미 고양이 바퀴벌레 등등 실장석들도 부르긴 했으나

그것이 인간이 붙였을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치 못했다.

그냥 그렇게 불리니 부르던 것이었고

인간은 오직 본인들, '실장석' 들에게만 이름을 지어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그 모든게 착각이었다.

모두 다 같은 실장석. 특별할것 없는 그 이름이

본인들의 이름이라고 자각되는 순간

그리고 그 이름 조차 대단한 이유에서 지어진것도 아닌

그저 부르기 위해 다른 것들과 다를바 없이 지어진것을 깨닫자

실장석의 그 자존감이 바닥을 쳐버리며 위석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애호청년은 본인 앞에서 장풍이라도 맞은듯 단체로 쓰러지며 죽어가는 실장석의 모습과

시끄럽게 위석이 파킹하는 소리 가운데에 옆에 세워 뒀던 큐리를 쳐다봤다.

큐리는 앞에서 우수수 죽어가는 동족들을 보여 몸을 바들바들 떨고있었다

청년의 시선을 느꼈는지 큐리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청년을 올려다 봤다.



"주..주인사마...? 방금 그 말들이 진짜인데스...?"

"큐리쨩 들어봐 그게 아니야 그러니까....!"

"와타시도...저 '천한 것'들과 이름이 같은데스...?

큐리가 아닌데스...? 그냥 실장석인데스...?"

"큐리쨩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다금해진 애호청년은 할말이 정리조차 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파킨!



큐리의 위석이 깨지며 균형을 잃은 몸뚱이가 벤치 아래로 떨어진다.

졸지에 공원의 실장석 9할 이상을 전멸시킨 애호청년은

멍한 표정으로 죽어버린 큐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옆에는 아직 뿌리다만 별사탕 쌀가마가 처량하게 놓여있었다.










"개씨발 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새끼 뭐냨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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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두 청년

심심할때 공원에 와서 실장석들을 줘패던 학대파들이다

오늘도 줘팸이나 하려고 비비탄총을 들고 공원에 왔는데

웬 애호놈이 바가지로 별사탕을 뿌리고 있었다.



"에라 씨발 오늘은 글렀네, 애호도 저런 애호파가 있는데 뭔수로 줘패냐"

"와 근데 난 저래 별사탕 뿌리는 새끼는 또 처음보네, 은하수를 뿌리는 수준이잖어"

"야 저거 폰으로 영상이나 찍어보자 저 새끼가 뭔 짓을 할라나"

"저거 혹시 참피 모아서 돌림빵이라도 할려는건 아니겠지?"

"미친새끼 생각수준하고는....."


그리고 이어지는 애호 청년의 연설



"아 저 병신 새끼 진짜 뭐라는거야?"

"아 존나 인간이지만 줘패고 싶다 연설내용 극혐이다 진짜"




그리고 연이어 이어지는 녹색 도미노와 위석파킨의 하모니에

두 학대파는 입을 벌리고 멍하니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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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씨발 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새끼 뭐냨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애호파가 아니었나 본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저건 학대가 아니라 광역 마법 아니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 있던 지 사육실장도 죽였어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옷태를 보아하니 존나 애지중지 키운거 같은데

이날을 위해 여태 저만큼 올린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크으 명연설 인정합니다. 인류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연설이었습니닼ㅋㅋㅋㅋ"



이 영상은 학대파들의 사이트 두루마리웹에 올라갔고

인기 학대영상 월간 1위를 찍는 기염을 토해냈다.

애호청년의 부푼 꿈은 그렇게 다른 의미로 한 획을 그으며 사그라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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