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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실장학대1종보통)


공원 벤치에 한 남자가 앉아있다.

여기저기서 실장석들이 수풀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학대파일까, 아니면 애호파일까.

남자가 주머니에서 뭔가 꺼낸다.

형형색색의 콘페이토. 남자가 그 중 하나를 입에 집어넣고 오독오독 씹어먹는다.

바라보는 들실장 모두가 침을 질질 흘렸다.

하나만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당장 달려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콘페이토를 달라고 애원하고 싶지만,

그런 행동을 하다 죽은 들실장이 한두마리가 아닌 터라 모두들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남자가 손바닥에 올려져 있던 콘페이토를 바닥에 흩뿌린다.

다섯 개의 콘페이토가 바닥에 뒹굴거리는 모습을 본 들실장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먼저 차지하는 실장석이 임자다. 달콤한 콘페이토가 바닥에 있다.

이 사실에 수풀에서 뛰쳐나와 허겁지겁 달려드는 실장석들.

하지만 수풀에서 나오던 실장석들이 하나 둘 씩 쓰러져간다.

퉁, 퉁, 퉁, 퉁

가볍게 무언가 튕기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실장석들.

세 네마리 정도가 콘페이토를 먹겠다며 뛰쳐나왔지만 누구하나 콘페이토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퉁, 퉁, 퉁

남자의 손에는 BB탄을 사용하는 모형총이 들려있었다.

그는 쉬지 않고 바닥에 쓰러진 실장석들에게 거듭 총을 쏘아댔다.

먼저 뛰쳐나간 들실장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다른 들실장들이 수풀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봤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남자가 무언가로 가리킬 때마다 달려드는 들실장들이 죽어나갔다.

몸에 구멍이 뻥뻥 뚫린채로.

구멍 하나 정도야 어떻게든 버틴다고 해도 남자가 두 세번 정도 더 쏘면 버티는 녀석이 없을 정도다.

남자의 사격실력은 발군이었다.

아무리 실장석이라고 해도 움직이는 대상을 상대로 맞춘다는 건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남자가 표적을 놓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주로 노리는 건 실장석의 머리. 

물론 실장석은 몸에 구멍이 났다고 해서 쉽사리 죽을 녀석들은 아니다.

달려드는 녀석들이 많거나 덩치가 큰 녀석들이라면 적당히 발을 노려 기동력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너무 많이 달려든다 싶으면 행동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움직이는 실장석을 쏴 맞추는 남자.

이 남자를 상대로 콘페이토를 뺏어온다는 건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간혹 '어차피 죽을거라면 먹고 죽는다' 라는 심정으로 달려드는 실장석도 있었지만 모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시체가 될뿐이었다.

***

"오네챠, 위험하니 피하는 테치."

"기다려보는 테치. 꼭 저걸 먹게 해주는 테치."

장녀는 수풀 사이에 숨어 남자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공원에 나타났다. 물론 그건 일주일 전의 일이다.

일주일이나 공원에 나타난 남자. 

그리고 하루도 쉬는 일 없이 콘페이토를 향해 달려들고 죽어나간 실장석들.

처음엔 공원 관리인이 남자의 행동을 막아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남자가 주는 술과 안주에 넘어가 모른척 하는 게 다반사.

뭐 젊은이가 저리 답답한 일이 있어서 그럴까 하는 생각만 할 뿐이다.

어차피 공원 관리인은 매일이다시피 실장석 시체를 치우는 게 일이었고,

오히려 저렇게 시체를 한 곳에 모아주는 걸로 생각해보면 고마울 수도 있다.

덕분에 오늘도 실장석들은 고문을 받아야만 했다.

여전히 남자는 콘페이토를 벤치 앞에 뿌려놓은 채 총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콘페이토를 뿌리기 전에 하나 정도는 오독오독 씹어먹으면서 실장석들이 군침을 흘리게 하는 행동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접근하는 실장석들은 모두 총에 맞아 죽는다.

먹고 싶지만 먹지 못하는 상황.

수풀 속에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장녀와 차녀도 마찬가지였다.

차녀는 구더기까지 안고 있었다.

사실 이 자실장들에겐 보살펴주는 '마마' 도 있었고, 이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 오마에들을 위해 콘페이토를 가져오는 데스.

이게 마마의 마지막 유언이 될 줄이야.

마마도 아무렇게나 달려든 건 아니었다. 

다른 들실장들이 한꺼번에 많이 뛰쳐나갔던 그 순간을 노려 함께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른 들실장들과 똑같았을 뿐. 

장녀, 차녀, 그리고 우지챠는 그렇게 마마가 인간의 총에 유린당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마마가 죽은 세 자매들에게 앞으로의 생존은 큰 문제가 됐다.

아무리 장녀라고 해도 혼자서는 먹이조차 구하기 힘들다. 

게다가 장녀의 덩치나 배짱으로는 동족식조차 가능할 리 없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자신들 뿐 아니라 다른 들실장들에게도 모두 비슷하게 일어나는 중이었다.

마마가 콘페이토를 얻으려다 죽고 자실장만 남은 상황, 

그리고 그 자실장들은 먹을 걸 구하기 위해 다시 벤치 앞의 콘페이토로 도전하는 상황.

학살의 연속일 뿐이었다.

처음 4일간은 주로 성체실장, 친실장만 죽어나갔고, 이제 3일 정도는 자실장들이 죽어나갔다.

먹을 게 없어서 고민하는 실장석 자매들, 장녀는 이틀간 쫄쫄 굶어 홀쭉해진 차녀를 보며 결심했다.

'이대로 굶어죽을 수는 없는 테치. 무슨 일이 있어도 콘페이토를 얻어오는 테치.'

장녀는 제법 똑똑한 편이었다.

함부로 뛰어들지 않고 인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장녀는 몇가지 사실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됐다.

첫째, 인간이 손에 들고 있는 무언가에서 조그마한 구슬이 튀어나온다는 거.

둘째, 인간이 몇 번 구슬을 튀어나오게 하면 반드시 손에 들고 있는 물건에서 무언가를 빼고 다시 집어넣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거.

장녀의 관찰력은 제법 좋았다.

제 아무리 BB탄을 사용하는 총이라고 해도 탄창을 교체하지 않고는 총은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가스 모형총이라고 해도 BB탄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 갯수는 고작해봐야 20발.

탄창은 미리 준비를 해놨지만, 그걸 교체하는데 걸리는 잠깐의 시간은 있다.

물론 잠깐의 시간일 뿐이다.

하지만 자실장들이 한꺼번에 튀어나가는 타이밍, 

그것도 20발의 BB탄이 다 떨어지는 순간을 노려 뛰쳐나간다면 어떨까.

장녀의 계획은 완벽했다.

물론 아무리 머리가 좋은 장녀라도 20발의 BB탄을 다 셀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장녀는 바닥에 있는 작은 돌맹이를 준비해 남자가 총알을 쏠 때마다 하나씩 바닥에 놓는 방식으로 갯수를 확인했다.

그렇게 마련된 20개의 돌맹이. 장녀는 남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남자가 공원에 나타났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콘페이토 한 알을 입에 집어넣고 오독오독 씹어먹는 남자.

수풀 속에 숨어있는 자실장들이 군침을 질질 흘렸다.

이 자실장들은 모두 어미를 잃은 상태였다. 물론 남자 때문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콘페이토를 바닥에 흩뿌렸다.

"테챠아아앗!!!"

멍청한 개체들이 먼저 뛰어들기 시작한다.

남자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자신이 더 빠르게 달리면 괜찮을거라는 행복회로를 돌린 멍청한 녀석들의 돌격이었다.

물론 그게 통할 리 없다.

퉁, 퉁.

가장 먼저 앞으로 달리던 개체가 넘어진다.

오른쪽 발에 한 방, 왼쪽 팔에 한 방.

다른 개체들도 앞서 나간 녀석들이 쓰러지는 걸 알면서도 자신은 괜찮을거라 생각하며 미친듯 콘페이토를 향해 뛰었다.

그 중에 머리가 좀 돌아가는 녀석들은 투분을 준비하며 손에 운치를 묻힌 채 달려들기까지 했다.

물론 투분을 한다고 해도 남자와 거리가 워낙 떨어져 있으니 불가능할 뿐더러,

남자도 그 정도는 대처 가능하다는 듯 투분하려는 손과 어깨를 노려 BB탄을 쏘기도 했다.

퉁, 퉁, 퉁.

"테챠아앗!!"

투분을 하려던 녀석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남자가 앉아있는 벤치 뒤에서 기습을 하려던 녀석도 총에 맞는다.

퉁, 퉁.

남자는 뒤에도 눈이 달린 거 같았다. 아니, 이미 실장석들의 움직임 정도는 얼마든지 간파 가능한 상태였다.

"테... 테치..."

장녀는 수풀 속에 숨어 남자의 손에 들린 무언가의 '퉁, 퉁' 거리는 소리에 맞춰 바닥에 돌맹이를 하나씩 내려놓았다.

스무개의 돌맹이가 다 떨어질 즈음 해서 뛰쳐나가면 되는 일이다. 그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퉁퉁 거리는 소리에 맞춰 돌을 내려놓던 장녀의 손에 두 개의 돌이 남았다. 

그리고 수풀 속에서 다른 자실장 하나가 뛰쳐나가는 걸 본 장녀가 몸을 일으켰다.

'두 개 남은 테치...!! 지금 나간 분충을 쏘면 와타치는 안전해질 거인 테치... 틀림 없는 테치!! 저 닝겐은 버릇처럼 두 발을 쏘는 테치'

장녀는 타이밍을 잡고 뛰쳐나갔다.

***

남자를 향해 달려드는 자실장은 두 마리였다.

남자는 먼저 달려드는 자실장의 다리에 한 발 쏘았지만,

워낙 덩치가 좋은 녀석이라 한 발 정도에도 속도가 줄지 않고 달려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남자가 다른 한쪽 다리에도 BB탄을 쏘게 된다.

쓰러지는 자실장. 그리고 남아있는 건 치밀하게 준비해온 장녀 뿐이었다. 

'두 발 다 쏜 테치... 와타치는 안전한 테치!!'

장녀의 계획대로였다.

그때였다.

퉁!!

한 발이 장녀의 다리를 맞췄다.

"텟!!"

이상하다. 분명히 숫자를 확인했는데.

남자의 총에는 BB탄이 한 발도 남아있지 않아야 했는데.

찰칵찰칵

남자가 총에 BB탄이 없는 걸 확인했다.

장녀는 총을 한 방 맞고 질질 몸을 끌어가며 콘페이토를 향해 갔다. 얼마 남지 않았다.

어디에서부터 차이가 났던 걸까.

단 한 발의 차이라니?

***

사실 범인은 우지챠였다.

매일 돌맹이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남자가 쏘는 BB탄의 숫자를 확인하는 장녀를 곁에서 본 우지챠.

"공기놀이 하는 레후? 우지챠도 하고 싶은 레후..."

그러면서 돌맹이 하나를 슬쩍해버린 게 문제였다.

결국 장녀가 도전하기로 한 날 가지고 있었던 돌맹이는 19개.

잘못된 계산으로 남은 한 발이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이거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는데.

남자는 탄창을 빼고 다시 갈아넣고 있다.

장녀가 콘페이토를 집어들었지만 다시 수풀까지 돌아갈 수 있을만한 힘은 없었다.

기어가더라도 결국 남자의 총에 죽을 게 뻔했다.

장녀는 큰 결심을 했다.

"차녀쨩!!! 뛰어나와서 이걸 받는 테챠아아아아아앗!!!"

장녀는 있는 힘껏 손에 들고 있던 콘페이토를 수풀을 향해 집어던졌다.

"오, 오네챠아아앗!!!"

차녀도 수풀에서 뛰어나왔다. 지금 저 콘페이토를 가져가지 않는다면 장녀의 희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다행히 콘페이토는 데굴데굴 굴러 수풀에서 제법 가까운 곳에 떨어졌고, 차녀는 헐레벌떡 뛰어나와선 콘페이토를 품에 안게 되었다.

"빠, 빨리 도망가는 테챳!!"

남자의 장전이 끝났다. 남자는 우선 장녀를 향해 두 발을 쏘았다.

"텟!!"

그리고 차녀를 향해 총을 겨눈다. 차녀도 수풀에서 얼마만큼 뛰쳐나왔으니 바로 숨긴 힘든 상태였다.

"테치이이잇!!!"

장녀는 팬티 한 가득 빵콘한 걸 손에 묻히고는 남자를 향해 투분을 했다.

제법 가까운 곳에서 예상치 못한 투분이 날아온 탓에 남자도 몸이 흐트러졌고,

그와 동시에 차녀에게 발사한 BB탄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빗나가게 됐다.

"이 틈에 도망치는 테챠아아앗!!"

장녀는 계속해서 팬티에 손을 가져가 투분을 시도하려했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끌면 차녀는 도망칠 수 있으니까.

"오네챠... 오네챠앗!!"

차녀는 있는 힘껏 수풀을 향해 달렸다.

이미 장녀를 구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남자는 콘페이토를 안고 도망치는 차녀를 노리려 했지만

근접한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투분을 하려는 장녀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쳇..."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장녀를 노렸다.

투분을 하려는 팔에 한 방, 복부에 한 방, 그리고 왼쪽 눈에 한 방.

퉁, 퉁, 퉁

"테챠앗!! 테걋!!"

그리고 마침내 이마 정중앙에 쏘자 '파킨' 하는 소리와 함께 장녀의 움직임이 멈췄다.

남자는 차녀를 노리려했지만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차녀가 수풀속으로 숨어들어갔다.

콘페이토를 미끼로 실장석을 사냥하기 시작한 지 8일 째.

드디어 남자의 위협으로부터 콘페이토 하나를 회수한 실장석이 나올 수 있었다.

치밀한 계획과 대담한 시도, 그리고 고귀한 희생이 낳은 승리였다.

***

"오네챠, 괜찮은 레후?"

"괜찮은 테치... 괜찮은 테치..."

"장녀 오네차는 어디있는 레후? 그보다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차녀는 적록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우지챠를 끌어안고 프니프니해주기 시작했다.

"장녀 오네챠는 마마를 따라간 테치..."

"그런 레후?"

"장녀 오네차가 선물을 준 테치."

차녀는 가져온 콘페이토를 반으로 나눠 우지챠에게 건넸다.

어차피 자실장 하나와 저실장 하나라면 앞으로 생존할 가능성조차 없었다.

이른바 '최후의 만찬'이 된 셈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콘페이토에 입을 댄 저실장이 방긋 웃었다.

"살살 녹는 레후~"

"맛있게 먹는 테치... 이건 오네챠의 선물인 테치..."

차녀도 반쪽 남은 콘페이토를 입에 가져갔다.

사르르 녹는 달콤함에 침이 주르륵 흘러 바닥에 떨어질 정도였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힘을 쓴 장녀의 얼굴도 스쳐지나갔다.

"오네챠.... 오네챠.... 와타치, 살아남는 테치..."

달콤하지만 씁쓸한, 그런 맛이 온 몸을 휘감았다.

***






"레... 레후..."

구더기가 바닥에 뒹굴고 있다.

"아, 아픈 레후..."

하지만 아프긴 차녀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상한 테치...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테치..."


사실 남자가 바닥에 던진 건 지효성 코로리였다.

남자가 오독오독 씹어먹긴 했지만 코로리는 실장석에게는 독약이지만 인간에겐 별반 위험할 게 없었다.

"뭔가 이상한... 테치..."


이렇게 해서 필사적으로 콘페이토를 얻으려했던 마마도, 장녀도.

그리고 결국 콘페이토를 먹었던 차녀도, 우지챠도.

결국은 모두 함께 하늘나라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남자 덕분에.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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