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인간의 뉴스에서는 역대 최고의 한파가 몰아친다고
연일 보도되는 극한의 겨울
공원에서는 자연에 의한 개체 선별이 점차 이루어지고 있었다.
`...치....테에...테치`
빛한점 없는 어두운 골판지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미동없이 조용히 누워있던 실장석의 적록의 눈동자가 잠시간 깜빡였다.
"데에..."
반가사상태였던 실장석의 뇌가 점차적으로 정상적인 사고속도를 되찾고
성체실장은 손을 더듬으며 주변을 만져보았다.
-물컹
"테...테치?!"
이물감과 소리에 성체실장은 잠시 당황한다.
보통 실장석은 겨울철에 보존식과 방한수단에 집착한다고 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실장석이라는 생물 자체가 가진 생존력은 뛰어난 재생력과 생명력.
정상적인 성체 실장은 겨울이 다가와 기온이 떨어지면 섭취한 식료를 지방으로 변형하고
저장하여 겨울철에 반 가사상태에 돌입하는 `동면`에 들어간다
.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완전히 성장이 끝난 성체의 경우의 이야기.
성장하지 못한 자실장은 신체가 모든 영양을 성장에 소비하므로 동면이 불가능하다.
성체와 달리 자실장은 하루에 최소 한번씩 자기 몸무게의 절반만큼을 먹어야 한다.
말이 몸무게의 절반이지 자가 하나가 아니라면 보존식을 소모하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성장에 집중되기에 동면을 위한 지방을 저장할 수도 없다.
자실장의 생태는 하루의 반은 먹고 하루의 반은 잔다는 것. 이 사이클이 계속 돌아가기에
성체실장 하나라면 한번에 약 한달정도 지속되는 동면과 지속적인 보존식의 섭취로 겨울나기에
성공할 수 있지만, 자실장을 키운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겨울 이전과 마찬가지로 하루단위의 생활을 해야하는 것이다.
때문에 자실장을 기르는 실장 가족의 생존율은 겨울동안 바닥을 친다.
분충이 하나라도 섞여있다면 생존율이 0%에 가까운 이유도 그렇다.
자를 기르고 종의 번식을 위해서는 동면이 아닌 월동을 해야한다는 선택.
자냐 아니면 자신이냐.
실장생의 덧없음이다.
정신을 차린 성체실장은 적록의 두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고 나서
박스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지해서 주변을 둘러본다.
"테챱 테챱...우마우마 테치!"
그리고는 발견한다. 성체실장이 닿은 손을 피하고나서 보존식을 넣어놓은
과자상자를 뒤적거리며 성체실장이 신중하게 보관했던 보존식을 먹고 있는
두마리의 독라의 자실장들을 발견한다.
"오마에....뭐잇뎃샤아아아아아!!!"
성체실장의 괴성이 퍼지고 보존식을 먹던 자실장은 깜짝 놀라 뒤로 넘어가며 거하게 운치를 내보낸다.
"테...텟!! 미안한테치! 미안한테치! 하지만 배가 너무 고팠던테치! 이모토챠도 빨리 사과하는 테치!"
말을 한 자실장은 옆에서 여전히 보존식을 먹어치우고 있던 다른 자실장의 머리를 누르고 바닥에 내리누른다.
"오네챠!! 뭐하는 테치! 와따시가 우마우마한 것을 먹고있는테치!"
성체실장은 희미한빛에 의지하여 독라 자실장을 살펴본다. 전신에는 아문 상처투성이, 머리카락은
말할 것도 없고 옷조차 없는 완전한 독라.
"오마에타치와 누구인데스? 감히 와따시의 집에서 와따시의 보존식을 처먹은 데스까?"
-퍼억
성체실장은 손을 휘둘러 머리를 누르고 있던 언니 자실장을 밀어내고 다시 보존식통에 손을 뻗던
동생 자실장을 후려친다.
"테...아픈...아픈테치!!"
"이모토챠!"
동생 자실장에게 다가가려는 언니 자실장을 막아서고 성체실장은 기절한 것처럼 보이는 동생 자실장을
집어든다.
성체실장의 적록의 눈이 살기를 띄고 입이 벌어진다.
이대로는 동생 자실장의 목이 물어뜯길 것이다.
"아닌테치! 아닌테치! 닌겐상이 약속인 테치!"
성체실장의 눈동자가 언니 자실장에게 돌아간다.
"약속이라니 무슨 소리인데스?"
닌겐...
너무나도 두려운 존재.
성체실장의 위석이 떨린다.
과거 첫독립후 성체실장의 친실장의 당부를 무시하고 닌겐에게 접근했고
그 대가는 성체실장의 몸에 크게 남아있다.
"마마가 말한테치. 와따시타치는 닌겐상에게 사육실장으로 보내진 테치. 하지만 이모토챠가
닌겐상의 보존식을 먹은테치.. 그래서 닌겐상이 화가난테치.... 와따시타치의 머리카락과 옷을
가져가버린테치.."
"테에..콜록.."
기절한 동생 자실장이 삼각형 입에서 적록의 피를 가볍게 토한다.
"이모토챠!!"
성체실장이 가볍게 동생 자실장을 흔든다.
"아직 죽지 않은데스. 계속 말해보는데스"
닌겐이 관련되어있다. 그 말이 자실장들의 목숨을 연장시켰다.
"닌겐상이 말한테치... 공원에서 이 박스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다시 오면 와따시타치를 사육실장으로
길러준다고한 테치"
성체실장의 손에 들려있던 동생 자실장이 갑자기 외친다.
"그 말대로인테치! 와따시타치는 사육실장이 될 고귀한 몸인 테치! 그러니 봄까지 와따시타치를 기르라는테챠아아아!"
언니 자실장은 동생 자실장의 외침에 잠시 움찔하지만 닌겐이라는 단어에 성체실장이 움찔하는 모습을
보고는 곧 치프프프프 웃는다.
행복회로가 돌아가는 전형적인 모습
"닌겐상이 봄에 와따시타치를 데리러올 것인테치. 그러니 아나타는 와따시타치를 잘 돌봐야하는테치!"
성체실장은 당혹감과 분노속에서 잠시 생각한다.
보통 들실장이라면 바로 자실장들의 목을 비틀어버렸을 것이나 이 성체실장은 나름 지능이 높은 개체
2번째 맞이하는 겨울 앞에서 보존식과 보온재의 수급이 월활하지 않자,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봄에 낳았던
춘자들또한 가차없이 솎아버리고 월동이 아닌 동면을 택했던 개체다.
닌겐이 들실장을 기르는 법은 없다. 그러니 이 두 자실장이 말하는 것처럼 닌겐이 두 자실장을 찾으러 올
것은 아닐것이다. 그리고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은 닌겐에게 이 두자실장을 탁아 당한 것이다.
성체실장은 신중히 보존식을 담은 상자를 살핀다. 다행히 자신이 소리를 듣고 바로 깨어난 덕에 사라진
보존식의 양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성체실장은 남은 손을 뻗어 치프프 웃고 있는 언니 자실장도 잡는다.
"치프프프프..이제 아나타의 입장을 이해한 모양인 테치"
오마에가 아닌 아나타라는 단어는 아까보인 성체와 자의 힘의 우위 차이때문인지 투분을 하며 노예선언을 하지 못하는
자실장들을 잡은 성체실장은 말한다.
"닌겐이 오마에타치를 찾으러올지 안올지는 모르는데스. 하지만 오마에타치는 와타시의 소중소중한 보존식에
손을 댄 데스. 하지만 바로 죽이진 않는 데스"
"테...테에!?"
죽인다는 말에 놀란 두 자실장을 쳐다보던 성체실장을 다리를 꾸물럭거리며 골판지의 구석으로 기어간다.
"오마에타치를 길러주데스. 대신 이곳이 아닌 운치굴인 뎃샤아아아!"
구석에 있는 운치굴속에 두 자실장을 던져넣는다.
"테챠아아아아아!!"
-퉁
자실장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는 조용해졌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면에서 일어난 덕에 다시금 활동을 시작한 분대가 움직인다.
-뿌지지지지직
성체실장은 분대속에 남아있던 운치를 자실장들이 떨어진 굴 위에 토해낸다.
"오마에타치의 먹을 것은 운치인데스. 운치의 발효열도 있으니 죽지는 않을 것인데스."
"테에에에에..."
낙하한 충격에서 회복해서 슬슬 회복하는 자실장들에게 성체실장이 선언한다.
"봄까지 오마에타치를 길러주겠는데스. 훌륭한 보존식인 데스"
"테...테챠아아아아! 꺼내라는 테치!! 닌겐이 가만두지 않을 것인 테치! 우리는 사육실장들인 테챠아아아아!"
운치굴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잘라냈던 골판지로 운치굴 위를 살짝 덮는다.
성체실장은 보존식통으로 가서 은행을 몇알 꺼내서 씹고 다시 눕는다.
운치굴속에서 약간의 소리가 새어나오지만 그정도는 독라노예 둘을 얻은 걸로 보면 감수할 수 있다.
마침 쌓여있던 운치를 처리할-먹어치울 구더기들도 이미 다 솎아냈으니 독라노예가 구더기를 잡아먹을 위험도 없다.
계속 굶게되면 독라노예들이 쌓인 운치를 먹기 시작할 것이다.
이번 겨울은 자신만은 다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보존식이 떨어지면 독라노예를 먹으면 된다.
불청객에 의해 동면을 방해받았지만, 성체실장은 다시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봄이 되면 다시 자를 낳고, 겨울이 되면 다시 동면을 위한 준비를 할 것이다.
자는 봄부터 가을까지만 기르면 된다.
자를 기르는 행복? - 자신이 살아남아 친으로서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때나 행복한 것이다.
자로 공원을 가득 채운다? - 자신이 죽으면 의미가 없다.
자를 사육실장으로 만든다? - 자신이 사육실장이 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자신은 이런 천박한 들실장따위와는 다르다.
들생활에서 낳은 자실장따위는 고귀한 자신의 진짜 자가 아니다.
몇십, 몇백의 자를 소.비하더라도 자신은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언젠가 고귀한 자신을 버린 닌겐이 와서 무릎을 꿇고 사육실장으로 다시금 모셔갈 그 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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