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실장석으로 몸살을 앓는 도시가 있었다.
시 당국은 제대로 된 구제에도, 관광 상품화에도 실패했다. 시장은 물러났지만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실장은 결국 불편한 이웃으로 시민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었다. 도시 곳곳에서 전에 없었던 짜증과 울화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불행은, 누군가에겐 기회라고 했던가.
“...자, 봐라! 이러면 나뭇가지들은 부러지지 않는다.
알겠느냐? 이 나뭇가지들처럼, 나약한 너희도 한데 뭉치면 더욱 - ”
[운치같은 헛소리 집어 치우고 무술이나 알려주는데샤!]
[머리씨는 잡지 마는데스 - !]
[와타시가! 와타시가 배울 것인데스!]
[독라는 꺼지는데스! 비급은 세레브한 와타시의 것인데스!]
마당 한복판에 네 마리 실장이 뒤엉켜 있었다. 놈들은 서로를 토닥이고 깨물며 다투고 있다.
정녕 저 작달막한 대가리 속에 나눔의 미덕이라곤 없는 것일까.
하긴, 같이 배울 생각이 있을 리 없다. 돌아가서 보스 노릇을 독점하고 싶을 테니.
도복을 입은 무도가는 고개를 저었다. 지켜보고 있기 힘들었다.
신성한 배움의 시간이거늘, 탐욕에 눈이 먼 꼴이라니.
“ 갈 ! ”
귓구멍에 꽂히는 벼락에 실장들은 나동그라졌다.
[데교옥! 귀씨가! 귀씨가!]
[아픈데스! 무서운데스! 이것이 내공이라는 것인데스?]
확성기를 재빨리 등 뒤로 숨기며, 무도가는 무협영화 풍으로 놈들을 꾸짖었다.
“떽! 네 이놈들!”
[뎃…]
“사사로이 싸우고 헐뜯는 분충은 권법을 배울 수 없어요!”
[죄… 죄송한데스! 스승사마!]
[저 분충이 먼저 시작한데스. 고귀한 와타시는 잘못하지 않은데스.]
[독라는 닥치는데스!
“어허! 이놈들이 그래도!”
구둣주걱이 번개처럼 날았다. 선사의 죽비에 얻어맞은 악동들처럼, 실장들은 움푹 내려앉는 정수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데갸앗스!]
[데에엑! 또 맞은데스! 머리씨 뭉개지는데스!]
그중 한 놈은 벌떡 일어나려다, 제 운치를 밟고 미끄러졌다. 속옷이 터져 온몸에 변이 묻은 놈은 울상을 지었다. 똥범벅이 된 녀석을 나머지 세 놈이 열정적으로 비웃었다.
인내심의 한계가 온 운치범벅이 고함을 빽 질렀다.
[무술은 개뿔인데스! 순 약쟁이인데샤!
때려치는데스! 키워줄 닌겐이나 찾으러 갈 것인데스!]
“사문을 모욕하는 분충은.”
괜히 집기를 걷어차며 문으로 향하려던 놈은, 등 뒤에서 들린 나지막한 목소리에 우뚝 멈췄다.
“용서하지 않아요!”
불길한 예감에 놈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이기어검 - !”
동그래진 눈깔 사이에 구둣주걱이 박혔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목이 기역자로 꺾였다.
청명한 파킨 소리와 함께 놈은 무릎을 꿇었다.
[어느 틈에데스…!]
[데… 단 일격이었던데스…!]
경악한 실장들은 사시나무처럼 떨며 무도가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무도가 또한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이런… 큰일이 났군.”
[데?]
“불행히도 하나가 죽어버렸어. 본래 너희에게 전수하려던 무술은 사천왕의 합공이었다.
반드시 넷이어야만 배울 수 있는데… 안타깝구나, 너희에게 무공을 가르칠 수 없게 되었다.”
실장들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오직 떠도는 풍문만을 믿고 이 먼 길을 온 실장들이었다. 무시무시한 차도, 삼엄한 닌겐들의 경계.
공원에서 출발할 땐 수십 마리였던 무술가 후보 실장들은, 이제 셋 밖에 남지 않은 채였다.
그런데, 무공을 배울 수 없다니.
[거짓말데스. 셋으로 충분한데스. 어떻게든 가르치는데스.]
“아니, 반드시 넷이어야 한다. 셋 뿐이면 배우는 도중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아.”
[…방법은 없는데스?]
“방법은 있다. 돌아가서 동료를 하나 더 구해오너라.”
실장들은 천천히 지나온 길의 악몽같은 기억을 되새겼다.
정적 속에 위석에 실금이 가는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마침내 한 놈이 눈을 까뒤집고 강을 건너려던 순간,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셋이어도 배울 수 있는 무공이 있다.”
뒤집혔던 동공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급히 이승으로 되돌아오며 들실장은 피를 토했다.
[그런 건 쳐 빨리 말하는데샤 - !]
[이게 무엇인데스?]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삼두육비의 술법이다. 너희는 이제 세 배로 강해졌다.”
[…]
[…지랄마는데스! 등이 붙은 것 뿐인데스!]
“뭐지? 사부에게 반항하는 것인가?”
[아…아닌데스! 반항하지 않은데스! 오마에, 입닥치는데샤!]
[오마에나 닥치는데스!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스!]
[미친 분충년 데스우. 와타시타치까지 닌겐에게 죽게 만들 셈인데스?]
1분도 되지 않아 놈들은 주먹다짐을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를 그토록 혐오하는 놈들이 몸까지 맞댔으니.
그러나 등이 붙어버린 상태에서 싸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저 체조하듯 서로의 옆구리를 때리거나, 서로의 다리만 걷어찰 수 있을 따름이었다. 애매한 타격전이 끝나자 셋 모두 제풀에 지쳤다.
[히… 힘든데스…]
[더운데스. 답답한데스. 제발 풀어주는데스...]
“너희 소원대로 강해졌는데, 되돌려 놓으라고?
아직 잘 모르나본데, 너희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느끼게 해주마.
내게 감사하게 될 것이야.”
무도가는 놈들을 공원에 내려놓았다.
집으로 돌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려던 놈들은 곧바로 고꾸라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의 등이 붙어있는 한, 셋 중 어느 누구도 맘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차라리 둘이었다면, 좀 더 힘센 쪽이 억지로 끌고 다닐 수라도 있었을텐데,
“솥발의 형세로다.”
[개짓거리 그만두고 좀 풀어주는데샤 - !]
[징그러운데스! 혐오스러운데스! 독라의 살이 움직이는게 옷 위로 느껴지는데스 - !]
[…풀려나면 오마에 눈알을 후벼버릴것인데스! 감히 - ]
[우마우마한 냄새 데스우.]
섬뜩한 소리가 놈들의 입을 막았다.
별안간 나타난 동족식 독라가, 피냄새를 풍기며 세 실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세 마리의 빵콘이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무도가는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뎃샤아앗 - !]
큼직한 동족식 독라실장이 침을 튀기며 육박했다.
떠돌이 독라, 옷만 남은 반독라, 그리고 원사육실장.
몸상태도, 배경도 달랐지만, 이젠 뗄레야 뗄 수도 없는 사이다.
비록 원치는 않았지만, 어쨌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연대의식이 생기지는 않았다.
한 줌 의리조차 없는 세 들실장은, 비명을 지르며 제 몸만 도망치려 했다.
물론 접착된 등이 저절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서로의 몸뚱이에 붙잡힌 바보들은 결국 흉하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동족식 실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놈은 세 마리 중 독라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포동하게 드러난 살이 식욕을 자극한 탓이었다.
하지만 독라도 녹록하진 않았다. 인간의 집에 이를 때까지 살아남은 다른 두 마리와 마찬가지로, 독라 또한 경험 많은 들실장이었다. 독라는 손을 필사적으로 휘적거렸다.
[순순히 당해주지 않는데스 - !]
파리를 쫓는 듯한 동작이었지만, 나름 효과적인 타격이었다.
들개마냥 면상부터 들이밀었던 동족식 개체는, 연거푸 따귀를 얻어맞고 빽 비명을 질렀다. 눈을 얻어맞고 혓바닥을 씹은 동족식 개체는, 이윽고 질질 짜면서 똑같이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흡사 중풍걸린 고양이들의 싸움 같았다. 먼저 힘이 빠진 것은 독라 쪽이었다. 전날의 고생도 고생이었지만, 등이 묶인 엉거주춤한 자세는 체력 싸움에 불리했다. 금세 독라의 얼굴은 따귀로 엉망이 되었다.
[데지잇 - ]
“어허, 어찌 잡배 따위에게 얻어맞고만 있느냐!”
등을 맞댄 동지가 맞아죽건 말건, 그저 겁에 질려 발버둥치던 나머지 두 실장은, 무도가의 목소리에 번뜩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스! 닌겐이 있는데스! 똥스승! 이 핀치에서 와타시를 구하는뎃샤!]
[분명 집에 들어갔던데스-! 사육실장데스-! 모른 척은 똥닝겐이나 하는 직무유기데스!]
“떽! 이 못난 놈들!”
[…데?]
“어찌 삼두육비의 묘리를 배우고도 쓰질 못하느냐! 정녕 내가 너희를 그렇게 가르쳤더냐?”
[…대체 무엇을 가르친 – 뭐하는데스?]
그새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은 독라는, 마지막 동아줄처럼 무언가를 꼭 틀어쥐고 있었다.
그것은 동족식 실장의 몇 올 안 남은 앞머리였다. 조금 전까지 상대를 비웃던 동족식 실장은, 이제 눈물만 질질 흘리며 얼어 있었다.
동족식 실장의 손이 애타게 독라의 머리통을 흝었다. 마주 붙잡을 것을 애타게 찾는 모양이었지만, 허사였다. 마지막 몇 올에 얽매여 살던 동족식 실장과는 달리, 독라에겐 포기할 수 없는 한 두 가닥조차 없었다. 혼절하기 직전인 독라의 면상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스쳤다.
[놓는… 놓는데스. 일단 놓고 천천히 대화해보는데스 - ]
[데…지이… 지프픗…]
[데, 데, 데쟈아 - ! 한 가닥이라도 뽑히면, 반드시 죽이 - ]
뿌부북.
화사한 느낌이 동족식 실장의 이마를 스쳤다. 묵은 때가 씻겨나가는 듯 상쾌했다.
[데]
무도가는 붙어있는 실장들을 집어올렸다. 독라도, 손아귀에 잡힌 머리카락도 함께 떠올랐다 내려왔다. 동족식 실장의 몇 안 남은 모근은 그 힘을 버티지 못했다.
무도가는 세 마리 실장을 살짝 돌려 내려놓았다. 독라 대신, 그 옆의 반독라가 동족식 실장을 마주보도록. 덕분에 영문도 모른 채, 반독라는 면상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동족식 개체를 대면해야 했다.
동족식 실장은 눈을 까뒤집고 고함을 질렀다. 공포에 질린 반독라도 마주 비명을 질렀다.
[데쟈아아앗 - !]
[데갸아아아 - !]
절규의 이중창 속에, 냄새나는 침세례를 뒤집어쓰며, 반독라도 독라처럼 필사적으로 손을 휘둘렀다. 또다시 격렬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반독라 또한 금세 지쳐 헥헥대기 시작했지만, 연이은 싸움에 지치기는 동족식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지켜보던 무도가는, 반독라가 까무러치기 전에 세 마리를 한번 더 돌렸다.
마지막의 원사육실장은 덕분에 지쳐버린 동족식 실장을 상대할 수 있었다.
[데! 데! 데지이잇 - !]
[구더기 밥인데스. 어떻게 이딴 병신에게 얻어맞은데스?]
원사육실장은 의기양양하게 놈을 구타했다. 어디서 본 건지, 여유있게 동료들의 어께를 짚고 드랍킥을 시도하기도 했다.
[뎃 – 아픈데스 – 뎃… 지이잇! 고기가 건방진데스웃 - !]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상황의 무서움에 찔끔 눈물이 나왔지만, 동족식 실장은 아직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와타시는 세레브고! 오마에들은 스테이끼인 데샤앗 - !]
놈은 별안간 기합을 내지르며 원사육실장을 들어올렸다. 데뎃거리며 당황하는 찰나, 세 마리 실장은 속절없이 뒤집어졌다. 혼절 직전인 두 실장이 아래에 깔렸다. 뒤집힌 거북이 꼴이 된 원사육실장은, 사지를 휘두르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데? 하늘씨가 보이는데스? 어디로 사라진데스!
도망친데스? 그러나 올바른 선택인데스. 뒈지기 싫으면 썩 꺼지는데스!]
헥헥거리며 동족식 실장은 세 마리에게 다가갔다.
괘씸한 놈들. 하지만 이제 차려진 밥상이나 다름없었다…
“잠깐.”
갑자기 나타난 듯한 닌겐에 동족식 실장은 놀랐다. 싸우느라 바빴던 놈은, 지금껏 무도가의 존재를 알아채지도 못했다.
무도가는 담담히 손을 뻗었다. 쓰다듬으려는 듯 천천히.
동족식 실장은 저도 모르게 반달 눈으로 데프픗 웃었다.
착각이었다.
폭 –
[데?]
어렴풋한 감각이 느껴졌다.
인간은 오므린 손끝을 놈의 앞에 내밀었다가 펼쳤다.
그 안엔, 터럭 한 올이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동족식 개체의 머리 위로, 다시 손이 얹혔다.
인간의 엄지가 놈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 아무런 저항이 없는.
동족식 개체는 천천히 깨달았다.
방금 인간이 보여준 그것은, 마지막 한 올이었다.
위석이 고동쳤다.
천천히, 떨리는 눈으로, 동족식 개체는 인간의 얼굴을 보았다.
그 따뜻한 쓰다듬음에 어렴풋이 희망을 걸어보며.
[독라인 편이… 좋은데스?]
마치 아이를 달래듯, 무도가는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신.”
[데?]
“병신 빡빡이새끼...”
파킨
무도가는 세마리 실장을 다시 정자세로 돌려놓았다.
놈들이 정신을 차리고 놈의 시체를 확인한 것은,
그로부터 무려 십분 뒤의 일이었다.
놈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서로 껴안을 수만 있다면 껴안을 태세였다.
[닌겐의 집에 다녀가면 강해진다는 말이 사실이었던데스?]
[무섭기로 유명한 놈을 해치운데스. 와타시는 보스가 되는데스!]
[무슨소리데스. 와타시가 잡은데스! 오마에 대머리들은 저런 똥구더기한테 털린데스?]
“보았느냐?”
나지막했지만 위엄있는 목소리.
세 실장은 저도 모르게 무도가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것이 삼두육비의 힘이다. 이제 너희 등을 붙인 이유를 알겠느냐?
…서로의 뒤를 지켜주길 바랬기 때문이다”
[데에…]
[뭔 개똥철학 데스…]
“아직 모르겠느냐?
혼자가 아니라, 함께 싸웠기 때문에 이긴 것이다.
본래대로면, 옷도, 머리도, 태생도 다른 너희들 사이에,
우정이나 협동심 따위가 피어날 일은 없었겠지.
하지만, 힘을 합쳐보니 어떻더냐?
감히 이기지 못할 것만 같던 상대도 꺾지 않았느냐?”
[데… 그런데스. 분명 무섭기로 악명 높은 분충이었던데스…]
[와타시들이 승리했지만, 확실히 큰 놈이었던데스...]
[그깟거 한방데스. 쌉소리데스.]
“나는 안타까웠다. 너희 들실장들은, 힘을 합칠 줄은 모르고,
서로 헐뜯고 싸워대기만 하지 않았느냐.
서로 도울 줄 아는 너희는, 이제 이 공원 최강의 실장들이다.
자, 보아라. 서로 도우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세 마리 실장은 고개를 들었다.
사방에서 들실장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울고, 웃고, 환호하면서.
[정말… 죽은데스? 무서운 분충이, 죽은데스?]
[그 녀석은 걸핏하면 세간살이와 자를 뺏어가는 못된 놈이었던데스우!]
[대신 복수해줘서 고마운데스! 자들의 원수였던 데슷 - !]
[뎃데로게~ 공원 수호자 탄생데스우 - !]
성체들 사이에서 자실장 하나가 걸어나왔다.
용감히 세 실장 앞에 선 자실장은, 한송이 꽃을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병신 마마는 필요없는테치. 세레브한 삼두 마마가 좋은테치.
와타시의… 마마가 되어주는테치?]
일순간 정적이 일더니, 이윽고 주변에서 환호성과 휘파람이 터져나왔다.
[오이오이! 잘 어울리는데스!]
[오마에! 그런 양자가 있다니 제법인데스! 제법 귀엽고 말인데스!]
[데프픗, 우리 자가 농담도 잘하는데스! 집으로 돌아오면 슬픈 일이나 각오하는데스!]
주위의 등쌀에 떠밀린 원사육실장은, 떨리는 손으로 자실장을 집어 번쩍 들어올렸다.
환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무도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개좆같… 훈훈하구나.”
[…고마운데스.]
[처음 등이 붙었을땐 막막했던데스… 하지만,]
[결국 깊은 뜻이 있었던데스.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는데스...]
“그래, 그거면 됐다. 제자들아.”
무도가는 뒤로 돌며 말했다.
“삼두육비로, 강하게 살아가렴.”
[오로롱… 스승사마…]
무도가는 사라졌다. 석양 속으로, 뒤를 돌아보지 않으며.
세 마리 실장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무도가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테프픗. 메로메로 성공테츄웃!
마마들, 마마들. 귀여운 와타시는,
그래도 독라 마마 품보단 그 옆의 마마들이 더 조은 - ]
[똥닌겐 간데스?]
[똥닌겐 간데스.]
[똥마마들은 아타치에 집중하지 않고 뭐라 지껄이는 - ]
무도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독라는, 자실장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철퍽.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자실장은 얼룩이 되었다.
[차녀어어어 - !]
[데? 데?]
[무, 무슨짓인데스, 오마에!]
[똥닝겐 말 들은데스? 함께하면 센 데스.]
[뎃스. 분명 와타시타치가 가장 강하다고 한데스.]
[와타시도 들은데스. 말인즉,]
놈들은 발을 맞춰 한바퀴 돌았다.
일사불란한 방향전환. 흡사 거미의 동작 같았다.
불길한 예감에 몇몇 놈들은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와타시타치를 막을 분충은 아무도 없는데샤앗 - !]
세 마리 실장은 다족류마냥 다리를 놀리며 들실장 무리로 달려들었다.
일견 징그럽기까지 한 세마리 실장의 돌진에. 들실장들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데쟈아아 - !]
그리고 얼마 뒤.
“…생지옥이구나.”
무도가는 공원에 다시 찾아왔다. 세기말의 풍경이 이런 모습일까.
사방에 연기가 피어올랐고, 혼란과 아우성이 가득했다.
연기는 창궐하는 학대파 때문이고, 혼란은 원래 그랬던 것 같지만…
불과 헤어진지 며칠. 그동안 놈들은 공원의 악몽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생리적 공포감에 압도당한 들실장들은, 지레 겁먹고 놈들에게 공물을 바치고 있었다.
들실장들에게 있어서, 세 실장은 이전에 죽은 약탈자와 한 점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스. 공원 망한데스. 뭐 어쩔것인데스?]
[데프픗, 어리석은 닌겐데스. 애초에 이것을 위해 무공을 배우려 한 것인데스...]
[혹시, 꼬우신데스? 꼬우면… 아시는데스?]
길 한가운데 당당히 퍼질러 앉은 세마리 분충들은, 방약무인한 태도로 무도가를 맞이했다.
삥 뜯은 구더기를 간식처럼 씹고, 기분 내키는대로 운치를 뿜어대며.
배출하면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묻으니, 서로 성질을 내야 마땅했다.
그러나 놈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일 뿐이었다.
별 수 없으니 체념한 걸까. 아니면, 이젠 서로를 한 몸처럼 여겨 용서하게 된 것일까.
하기사, 생활이 만족스럽다면 조금 더러워도 입을 다물 만도 했다.
서로가 있는 덕분에, 공원 한 구역의 모든 부를 독점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큰 실수를 했구나.”
무도가는 중얼거렸다.
“내 실수를 바로잡아야겠다.”
[데프픗, 정의의 사도 놀이라니, 건방진데스.]
[며칠간 와타시들의 협공에 파킨한 분충이 몇인지 아는데스?]
[이미 우리 셋은 한몸인데스. 똥닝겐 혼자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강해진데슷 -!]
[데프픗, 머리를 죄다 뽑고 도게자하면 지금이라도 용서해주는 - ]
놈들은 침을 튀기며 팔다리를 휘둘렀다. 무도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틀렸다.”
[데?]
“우선, 나는 벌을 주려고 온 게 아니야.”
한순간, 무도가의 그림자가 셋으로 늘어난 듯 보였다.
그림자들은 무도가의 옆으로 도열했다가, 별안간 다시 무도가의 등 뒤로 숨었다.
“그리고 혼자 온 것도 아니다.
삼두육비는 일자전승의 무공이다.
가르치는 쪽, 배우는 쪽. 반드시 둘 중 한 쪽은 죽어야 하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놈들은 당황했다.
문득 도망쳐야 한다는 예감에, 독라는 슬금슬금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놈이 굳은 탓에, 그저 허공에 다리를 저을 뿐이었다…
“너희들이 함부로 무공을 휘두르고 다닌 이상,
정파 무인인 내겐 결투를 멈출 명분이 없다…!”
[그게 무슨 - ]
인영 셋이 동시에 기마자세를 잡았다. 서로 등을 맞댄 채로.
후일, 놈들은 회상했다.
“준비됐나?” “준비됐나?” “준비됐나?”
닌겐이 자세를 잡기 전에, 도망쳤어야 했다고…
[데갸 - ]
[일두차! 일어나는데스! 일어나는데샷!
오마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와타시도 움직일 수가 없는데스 - !]
[하무… 라…]
[이두챠! 무엇을 하고 있는데스! 와타시타치는 최강의 삼두육비인데스!
제발! 제발 대답이라도 해보는데샤!
[훼벳훼벳. 헤베베베베 -]
[자아, 보는데스. 무척이나 세레브한 트리플 자판기인데스!]
[마마 말대로 붙어있는 테치! 한 몸 테치?]
[테에! 구더기가 세배로 나오는 노예인테치!]
[장녀는 역시 똑똑한데스. 이 노예는, 얼마 전 하늘씨가 바친 공물인데스.
덕분에 자들에게 매일매일 맛있는 구더기를 먹일 수 있는데스♡]
[테츙♡]
[마마, 사랑하는 테치이!]
[최강인 와타시가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데샤 - !]
[실장TV : 세대가리 실장 완결편 - 3:3 와사털기! 결과는?]
허공으로 치솟으며 오열하는, 덩어리같은 세 실장석.
그리고 족구 자세를 잡은 세 남자의 이미지.
베스트 댓글 : '이 썸넬 보고 어떻게 안들어와 미친놈들아'.
모 동영상 사이트에서 좋아요 2만회, 조회수 100만회 달성.
성원 감사영상 촬영을 마무리하며, 무도가는 그림판으로 그린 놈들의 영정 앞에 큰 절을 올렸다.
세 줄기 향불 앞엔 제사음식 대신,
한 접시에 치킨 목 셋, 닭날개 여섯이 놓여 있었다.
화환에는 그의 컨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겐 낯익을 문구가 쓰여있다.
니새끼들이 이웃을 / 조금만 더 사랑했더라면,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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