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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이 인간보다 힘들게 사는 이유



“와타시타치가 왜 이리 힘든 삶을 사느냐는 데스? 그거야 간단한 데스.”


나는 오랜만에 주말에 시간을 내서 근처 언덕을 낀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11월에 접어든 나날이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기온이 영상권이던 그날 나는 두툼한 비닐봉지를 들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나아가던 성체 실장석을 보았다.


“뎃?! 니, 닝겐상…제발…와타시는 먹여살려야 하는 자가…”

“난 너네에게 관심없어. 네가 똥벌레 짓 안 하면 건드릴 생각도 없어.”

“가…감사한데스.”

“다만, 뭐 하나만 물어보자.”

죽일 생각이 없다는 내 말에 안도의 한 숨을 쉬던 성체실장은 내 물음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띄웠다.


“뭐인 데스까?”

“네가 생각하기에 너네는 왜 이리 힘든 삶을 사는 거 같냐?”

“데에?”

더 모르겠다는 표정의 성체. 하긴 나도 그냥 실장석을 본 김에 아무거나 생각나는 걸 물어본 거라 어떤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잘 풀리지 않는 내 삶의 푸념 같은 질문이라 대답하기가 힘들겠지.


“데에, 그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와타시 생각에는 동족들의 시기와 질투가 큰 거 같은 데스.”

“뭐야 그건. 그런 건 인간도 똑같다고.”


지나가는 내 푸념에도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성체는 그런 답변을 내놓았다. 


“데에…하지만 닝겐상, 닝겐상이 보시기에 만약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던 사람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내일도 사는데스! 하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 데스까?”

“음? 그거야…박수를 쳐주겠지. 그리고 여태까지 힘들었으니 이제는 좀 잘 살아봐라 라는 생각이 들 테고.”

“바로 그것인 데스.”

“어?”

이번엔 아까와 반대로 내가 의아하단 표정을 띄우고 있겠지. 


“와타시는 예전에 사육실장이었던 데스. 어느날 꽃가루로 임신되어버리는 바람에 자를 포기할 수 없어서 독립한 데스.”

“그래서?”

“와타시가 사육으로 있는 동안 그 주인사마가 파소콘(PC)으로 커뉴미티? 하여튼 그 비슷한 데를 들어가는 걸 많이 본 데스.”

“커뮤니티겠지. 뭐 디지털 카메라 아웃사이드나 호시노웹 같은 데인가?”

“와타시는 잘 모르겠는 데스. 하지만 주인사마가 가던 커뉴? 여튼 그 커뮤티라고 하는 데서는 누군가 어려움에 처해있고 그걸 극복하면서 살고 있다는 글이 뜨면 그 대끌이라고 하는 글로 사람들이 위로와 축하를 해 주는 걸 본 데스.”

“음,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렇겠지.”


내 말에 성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것인 데스. 닝겐상들은 그렇게 아는 사이든 알지 못하는 사이든 누군가의 극기와 성취에 위로와 응원 그리고 찬사를 보내주는 데스. 그걸 힘으로 삼아 닝겐상들은 어려움을 해치며 살아가는 데스.”

“그게 왜? 인간 중에서도 남의 성공과 성취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은 있어.”

“하지만 그런 닝겐과 아까 말씀하신 ‘보통의’ 닝겐상들 중 누가 더 많은 데스까?”

음, 나는 잠시 생각을 굴렸다. 세상에 미친놈들이 많긴 하지만 아직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더 많지.


“후자.”

그러자 내 대답을 듣고는 힘 없이 데프픗 웃는 성체.


“와타시타치는 그 반대인 데스.”


나는 그제서야 뭔가 알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성체가 말을 이었다.


“와타시가 사육일 무렵 주인사마는 그렇게 말씀하신 데스. 닝겐상을 의미하는 한자? 는 닝겐상이 다른 닝겐상을 떠받치는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인 데스.”

“사람인(人) 이야기로군.”

“그렇게 닝겐상들은 알게 모르게 주변 혹은 다른 사람들의 수난 극복기를 보고, 듣고, 위로해주고, 축하해주며 자신들도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거 같은 데스.”


하지만, 이라는 소리와 함께 한숨을 팍 쉬며 어깨를 늘어트리는 성체.


“와타시타치는 그 반대인 데스. 와타시가 이곳에 와서 경험한 거라고는 서로 무시하고, 시기하고, 누군가 어려움을 해쳐나가면 그걸 비난하며 습격하던 것이었는 데스...”


나는 왠지 내 앞에 있는 성체에게 측은지심이 들었다. 실장석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똑똑하고 삶을 통찰할 수 있음에도, 그러나 그렇기에 자신들에게 펼쳐진 길이 절망과 고난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저 성체에게 불쌍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 다면 ‘보통의’ 사람은 아니겠지.


“자, 이거 가져가라. 오늘만이라도 행복해봐.”

“감사한 데스. 정말 감사한 데스.”


나는 마침 산책하면서 까먹을 용도로 건빵을 사왔기에 그걸 성체에게 주었다. 성체는 색색의 눈물을 흘리며 감사와 함께 건빵을 받아갔다.


녀석이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기에 오늘의 고난을 해치며 살아간다. 실장석은 반대이기에 점점 쇠퇴하고 있다. 


만약 인간이 멸망하는 날이 온다면 그건 실장석들 같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가 되는 날일 거다.


나는 오랜만의 뜻깊은 산책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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