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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실장의 출산은 금기인가요?



“텟테레!”

탄생의 외침과 함께 장녀는 어미의 총구를 비집고 나왔다. 온통 끈적거리는 점액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 흐릿한 너머로도 보이는 풍경은 여기가 분대 밖의 세상임을 보여주었다. 

“레헤에~”
장녀가 시각으로 들어온 정보를 뇌로 처리하고 있자니 어느새 붕 뜨는 부유감이 느껴진다.

데챱데챱. 

점막을 취하는 소리. 마마다! 마마다! 친실장은 출산의 고통인지 양 눈에서 색색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어미로서의 의무를 다하여 처음 태어난 새끼의 점막을 열심히 취해주었다.

이윽고 새끼의 눈에 붙은 점막까지 벗겨내자 세계는 더더욱 선명하게 장녀의 눈에 들어왔다. 

“테햐~”
“오마에는 장녀인 데스.”

천상의 소리. 이제 어미로부터 무엇이든 가장 처음, 가장 많이 물려받게 될 것이라는 상징. 장녀. 장녀라 불린 새끼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연신 주변을 둘러본다.

세면기와 거대한 벽으로 둘러쌓인 둥그런 통, 벽을 장식하고 있는 하얀색 타일과 저 높은 곳에 걸려있는 샤워기까지, 그게 어떤 용도로 쓰는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새끼는 딱 하나의 사실만은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사육실장이다!

게다가 자신을 들어 점막을 취해준 거대한 마마는 천연의 연두색과는 다른 색의 실장복을 입고 있었다. 이것이 사육실장생의 증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장녀는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다. 분대에서 들었던 사육실장의 삶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비록 다른 무언가가 그 외에도 많았지만 장녀가 기억하는 것은 사육실장이라는 단어였다. 그것 외에 다른 무어가 중요하단 말인가? 다른 건 세레브하지 않다. 세레브하지 않은 건 무시하면 그만이다. 

“장녀, 마마는 동생들을 더 낳아야 하니 거기서 움직이지 마는 데스.”

친실장은 출산의 괴로움에 녹적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사뿐히 장녀를 내려놓는다. 그러면서 당부도 한 마디 건낸다.

“테햐아아아~~”
장녀는 연신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간의 집이다. 안전하고 아늑한 인간의 집이란 말이다! 들실장들은 꿈에도 못 꿀 인간의 집! 기쁨의 춤이 절로 나온다. 장녀는 기쁨에 취해 이곳저곳 도도도도 뛰어다녔다. 생각 같아서는 운치를 발라 이곳이 지엄한 자신의 소유임을 선언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막 태어나 비어있는 분대는 쉭쉭 거리는 방귀만 배출할 뿐이다. 무엄한 분대 같으니.

“장녀, 움직이지 마는 데스.”
차녀의 얼굴이 막 보일정도로 힘을 주는 와중에도 친실장은 장녀를 향해 다시 한번 말한다. 장녀는 그 말에 친에게 잠시 시선을 돌렸지만 이내 다시 토테토테 발을 움직이며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성체에게서 들리는 작은 한숨. 힘듦의 표시일까 아니면…

그러나 곧 친실장은 시선을 돌리고 다시 데끄응하며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막 덩어리 하나가 더 떨어진다.

“텟테레!”

데챱데챱.

장녀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구더기 형상의 덩어리는 점막을 취하자 금새 팔다리가 쑥쑥 돋아나 자실장이 되었다.

“오마에는 차녀인 데스.”
“마마 보고싶었는 테츄.”
활짝 웃는 얼굴로 답하는 자실장. 친도 괴로운 얼굴에 순간 웃음이 피어난다.

“여기 가만히 있는 데스.”
“알겠는 테츄.”

차녀 또한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만 그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마마, 와타시를 낳아주셔서 감사한 레치.”
삼녀는 엄지다. 친실장은 삼녀를 향해서도 웃음을 보여주었다. 들실장계에 있어 엄지는 필요 없는 존재. 저실장용 프니프니 노예가 아니면 버림패 취급이다. 하지만 그건 들실장에게나 그러한지, 이 친은 엄지 또한 쓰다듬어 주며 움직이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 이후로도 엄지 하나와 저실장 두 마리를 더 낳은 친은 그제야 성취일지 안도일지 모를 한 숨을 내쉬며 출산을 마쳤다.


“오, 새즈. 다 낳았냐?”
친이 새끼들을 다 모으고 있는 찰나, 새끼들 눈에는 절대 열 수 없을 거 같아 보이던 거대한 화장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얼굴을 디민다. 순간 남자의 존재에 굳어버리는 새끼들. 마마도 거대했는데 남자는 더 크다. 

“다 낳은데스요, 주인사마.”
하지만 새즈라 불린 친실장은 그런 주인을 보고도 그저 활짝 웃으며 맞이한다. 사육실장에게 있어 출산은 금기중의 금기. 그러나 주인남자는 그건 별로 문제가 아닌 거 같다.

“어, 그러면 대충 준비하고 있을 테니 ‘그 작업’ 부터 해놓고 있어.”
“알겠는 데스.”
주인은 다시 문을 살짝 닫고 나간다. 그러자 바로 새끼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새즈.

여전히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촐랑촐랑 다니는 장녀. 가만히 앉아서 새즈를 바라보는 차녀와 삼녀, 그리고 삼녀에게 안긴, 육녀쯤으로 보이는 저실장과 엄지사녀, 오녀 저실장. 평범한 사육실장이 봤다면 이쁜 내새끼들 하고 감탄하거나 들에 버려질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벌벌 떨겠지만 새즈는 달랐다. 차분히 새끼들을 바라보는 새즈. 그 눈은 새끼를 바라보는 어미의 눈이라기 보다는 신병 훈련소에 막 입소한 구더기 훈련병들을 보는 교관의 눈에 가까웠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하는 데스.”
짝 하고 박수를 치는 새즈. 그와 동시에 모든 새끼들의 시선이 새즈를 향한다.

“우선, 이 집에서 살기 위해 지켜야 할 룰을 알려주는 데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새즈는 아까까지 물이 빠지는 하수구채 구멍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장녀를 덥썩 집어서 자리로 돌아왔다.

“테지이? 마마, 놓아주는 테치! 저기 재미있는 게 있는 ㅌ.”
“오마에, 와타시가 뭐라고 한 데스?”
“테?”
얼빠진 표정의 장녀가 새즈를 올려다본다. 

“와.타.시가 뭐라고 한 데스까?”
“와타시는 사육실장 아닌 테치?”
어찌본다면 그 순진무구하기 그지없는 답변. 그러나 새즈는 탄식도, 환희도 보이지 않은체 무표정으로 다시 한번 묻는다.

“도대체 태교로 뭘 들은 데스? 와타시가 분명히 태교로 말한 게 있지 않은 데스?”
“사육실장 외에 다른 건 하나도 세레브하지 않은 테치. 세레브한 것만 들으면 됐지 나머지는 왜 듣는 테치?”
분명히 사육실장이란 단어 외에도 무언가가 있긴 했었지. 예를 들면 복종이라든가 주인사마라든가, 하지만 그런 걸 왜 들어야 하나? 사육실장인데? 만물의 주인이자 이 우주의 조물주와도 같은 사육실장인데? 장녀는 그리 생각하며 콧김을 팍 뿜는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즈의 얼굴에 떠오르는 같잖다는 표정.

“기회는 두번 준 데스. 오마에는 두번 다 걷어찬 데스.”
“테? 그게 무ㅅ…”
“오마에는 불합격이다 데스.”

청천벽력 같은 소리. 장녀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눈만 꿈뻑인다.

“차녀?”
“네 테치.”
“이제부터 장녀인 데스.”
“테? 장녀테치? 알겠는 테치. 복종하는 테치.”
차녀는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는 눈 앞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한 새즈의 판정에 수긍한다.

장녀라는 세레브한 위치를 박탈당했다는 소리에 이제야 뇌에 피가 돌기라도 한 걸까, 장녀, 아니, 前 장녀였던 자실장이 뺴액 하고 소리를 질렀다.
“테챠아아!!!!!!!! 와타치는 장녀고 사육실장이다 테치!! 감히 똥마마 따위가 이러고 저러고 할 위치가 아닌 챠아아아아!!!!!”

장녀의 사자후. 장녀는 이쯤되면 똥마마고 닝겐노예고 다들 덜덜 떨며 엎드릴 줄 알았다. 허나 현실은 늘 건조하다.
“웃기는 데스. 그걸 누가 보장하는 데스?”
“테에?”
“오마에가 장녀고 사육실장인 걸 누가 보장하냐는 데스.”
새즈는 실실 조소를 보냈다. 

“와타시의 지위는 운명이 점지하고 하늘이 보장한 권리를 가진 장녀이자 사육실장이란 말인 테챠!!!!!!”
“아, 그런 데스까?”
“테치!!!!”
“그럼 어디 그 운명하고 하늘을 불러보는 데스.”
“텟?!”
“그 운명하고 하늘인지 뭔지를 불러서 오마에의 권리를 납득시켜 보라는 말인 데스.”
“테ㅊ……”
갑자기 조용하게 우물거리는 장녀. 새즈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오마에가 사육실장인지는 주인사마께서 정하시고, 장녀인지는 와타시가 정하는 데스. 그리고 와타시는 분명 태교로 말한 데스. 와타시의 말에 절대 복종하라고. 그렇다면 오마에들이 성체가 될 때까지는 사육실장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장녀였었던 자실장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이제야 생각났다. 분명 그랬다. 분명 들었다. 하지만 분명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 그런 거 모른다 테챠!! 와타시는 날 때부터 사육실장이다 테챠아아아!!!”
“착각 속에서 사는 분충인 데스네.”
시뻘건 얼굴로 자기 주장만 반복하는 ‘장녀였던 것’을 보며 새즈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장녀를 쥔 팔을 번쩍 들더니 곧바로 화장실 바닥으로 패대기쳤다.

철퍽!

“테짓!!!!”

화장실 그 단단한 타일 바닥에 부딪힌 장녀는 처참한 고깃덩이로 돌변했다. 충격으로 팔 다리는 부러지고 이제 막 나기 시작한 치아도 몇몇개가 바닥에 굴러다녔다. 

“자들, 잘 보는 데스. 와타시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 분충은 이렇게 되는 데스.”
장녀였던 자가 죽어가는 처참한 광경에 대다수의 새끼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가 새즈의 나지막한 호령에 어거지로 몸을 돌리고 그 참상을 지켜봤다. 아니, 방금 장녀가 된 차녀, 차녀로 승격된 삼녀, 그리고 그 차녀가 안은 저실장 하나만이. 그 외에 엄지와 저실장 각 한마리씩은 두 눈을 감고 귀를 가려 필사적으로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 했다.

“삼녀, 사녀, 눈 뜨고 귀 가리지 말고 여길 보는 데스.”
여전히 복지부동. 둘은 그저 덜덜 떨고 있을 뿐이다. 

“솎아지고 싶은 데스?”
새즈의 위협.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는 두 마리.

“마음대로 하는 데스.”
두 마리의 운명을 나직히 선고하는 친실장. 하지만 그 집행은 미룬다. 어기적 거리며 땅바닥을 기는 이 분충을 먼저 처리해야지.


“주인사마, 끝난 데스요.”
새즈가 차고 있던 목걸이에 대고 말하자, 곧 주인이 문을 열고 다시 들어온다.

“이번엔 빠르다? 확 나뉘나봐?”
“어떻게 이번은 그런 데스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둘. 

“노예에에에!! 와타시를 구해라 테챠!!! 오마에의 주인인 와타시를 당장 구하라 테챠!!!!!!!”
그리고 그 사이에 분충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미쳤냐, 내가 왜?”
“테?!?!”
믿었던 노예(?)에게도 차디찬 버림을 받은 전 장녀. 

“바, 반역이 테치!! 똥마마도 똥노예도 다 미친 테챠!!!!!!”
“미친 건 오마에인 데스.”
새즈는 더 볼것도 없다는 듯 처참한 몰골의 고깃덩이를 들어올리더니 바로 앞머리를 쑥 뽑았다.

“앞머리씨가!!!”
“하여간 질기기도 한 데스.”

이번엔 뒷머리가 뽑힌다.
“머리카락씨 돌아오는 테치! 옷씨 돌아오는 테치!!”
비참하게 외치는 자실장. 사육실장의 장녀이자 사육실장에서 독라가 되었다. 태어난지 한시간도 되지 않아 노예가 되었다.

“테에에에에엥!!!!!”
서러움에 우는 고깃덩이. 이 울음 소리를 들으면 마마가 잘못했다고 도게자를 할 것이다. 닝겐노예가 스스로 독라가 되어 사과할 것이다. 이 옥 같은 소리에는 그럴 가치가 있다!

“그럼, 이번엔 어떤 녀석들 가져가면 돼?”

남자의 말. 그 말에 자실장의 행복회로는 산산이 부서진다.

“이 고깃덩이 필요하시면 가져가셔도 되는 데스. 멀쩡한 건 저기 눈 감고 덜덜 떠는 두 마리인 데스네.”
“에이, 이번엔 소득이 적구만.”
투덜거리는 남자. 하지만 얼굴은 웃고 있다.

“그럼 이거 내가 쓸게.”
“네 데스. 잘 부탁드리는 데스 주인사마.”
“걱정마. 내가 아주 ‘잘’ 대해줄게.”
“찌이이이익!!! 찌이이!!!!”
“야, 이거 싱싱한 게 아주 물건이야.”
웅철은 손에 든 깡통에서 무언가를 분사한다. 기체는 엄지와 저실장 그리고 ‘고깃덩이’를 잠재운다. 오랜만에 그럴 듯한 분충이 굴러들어왔네. 남자주인은 웃는다.


그 억겁과도 같은 시간의 참상이 끝나고, 새즈는 화장실을 나와 거실에서 남은 자들을 불러 모았다.

“자, 그러면. 이제 오마에들이 왜 태어났는지, 그리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들려주는 데스.”
새즈의 말. 어느새 남자주인도 근처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 남자, 웅철은 원래 학대파, 그 중에서도 데스넷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거물급 학대파였다. 지금은 데스넷에서 조용히 눈팅만 하는 정도지만 웅철의 위명은 이미 전국구로, 웅철을 모르는 학대파는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학대파가 사육실장을 기르는 것도 모자라 사육실장의 출산까지 허락한다? 만약 다른 학대파가 봤다면 뒤집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과연 웅철은 애호파가 되기라도 한 걸까?

그럴리가, 사실 이 새즈도 어느날 운 없이 웅철에게 발각되어 학대실장으로 살다 실각한 들실장 일가의 막내에 지나지 않았다. 뭐, 운치굴 프니프니 엄지노예도 막내라면 막내겠지. 

하지만 새즈가 다른 실장석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건 압도적인 힘 앞에서 숙여야 할 때를 잘 알았다는 점이었다. 인간만 보면 노예로 삼지 못해 안달하다가 명을 재촉하는 다른 놈들과 달리 새즈는 웅철의 말에 절대 복종했다. 아무리 불합리해 보여도 일단 복종한다. 힘들거나 불만이 있다해도 일단 명령은 무조건 따른다.

웅철은 이 엄지에게 굉장한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키우기 시작했다. 반쯤은 호기심, 반쯤은 네놈이 언제 그 가면을 벗을까? 라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천대받던 엄지노예는 ‘새즈’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네임드 학대파 웅철의 사육실장으로 거듭났다. 

“그렇지만 분충성은 실장석의 본능인 데스.”
새즈는 말한다.

“와타시도 어른이 되자 슬슬 그 분충성이 고개를 들고 올라온 데스.”

실장석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남을 깔아보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역겨운 습성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좀 순화해서 이야기한다면 서열의식이 있고 남보다 뒤쳐지기 싫어한다는 소리다. 어찌보면 그냥 사회적 동물의 습성이다. 다만 아주 질이 안 좋은 쪽으로 특화되어 있을 뿐.

그리고 그건 양충이고 분충이고를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사육실장은 어쩌면 평생을 자신의 ‘위’만 있는 생활을 하게 된다. 주인부부가 출산을 한다고 해도 그 아이는 자신의 아래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는 금방 자신의 윗 서열을 가져간다.

사회성을 가진 동물 중 가장 서열이 뒤쳐지는 것을 싫어하는 실장석이 평생을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가 없이 지낸다는 건 평생을 군대 이등병으로 산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컨데 자신의 ‘밑’이 하나도 없는 삶을 오랫동안 살게 되면 실장석은 늦든 빠르든 미쳐버린다는 이야기다.

그 말인 즉슨 비록 새즈는 학대파 주인 밑에서 양충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분충이 되어버린다는 소리. 그것도 자기도 원치 않는 본능으로 인해서 말이다.

“와타시는 만약 주인사마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생각도 한 데스. 하지만 주인사마께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주신 데스요.”

새즈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웅철은 고민했다. 예전같았으면 그냥 기르던 실장석을 학대실장으로 전환시키거나 때려죽였을 일. 그러나 웅철은 양충을 죽이는 취미는 없다. 게다가 매우 흥미로운 생태를 가진 실장석이라면 더더욱. 

그때, 웅철은 무언가를 떠올렸다. 자기보다 밑이 없어서 그렇다면 주기적으로 자신보다 ‘아래’인 존재를 만들게 해주면 어떠할까?

“그래서 오마에들을 낳은 데스. 

그래. 없으면 만들면 된다. 실장석은 성체가 되면 본능적으로 새끼를 치려고 한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보다 아래인 존재. 자신의 비호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때에 따라 자신이 생사여탈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쥐는 존재. 자신에게는 예정된 세레브한 삶이 있건만 운명의 억까로 현재의 시궁창에 구르고 있다는 심정은 가진, 그러나 생태계 최하위의 삶에 위치하여 무엇하나 자신들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실장석이 성체가 되어 유일하게 누를 수 있는 존재.


자를 임신하고, 낳는다.


“태교때 말했지만 지금 저기 끌려간 멍청이때문에라도 한 번 더 말해주는 데스. 오마에들이 지킬 규칙은 딱 세가지인데스. 첫째, 와타시의 말에 절대복종하는데스. 둘째, 주인님의 말에 절대복종하는데스. 셋째, 주인님과 와타시의 말이 다르면 주인님의 말을 따르는데스.”

자신들을 낳은 마마의 목적, 그 압도적 광기에 떠는 것도 잊은 새끼들에게 새즈가 세가지 규칙을 알려준다.

“이 세가지만 지키면 오마에들은 그래도 등 따습고 배부르게 먹으며 살 수 있을 것인 데스. 그리고 성체가 되면 주인사마의 친구분들께 사육실장으로 갈 수 있는 데스. 아니면 지원물품을 가지고 ‘공원’으로 가거나 데스.”

이것은 사형선고인가? 아니면 희망고문인가? 새끼들은 저마다 고민하지만, 결국 답은 자신들이 저 세 규칙을 지키고 살아남았을 때 알게 될 것이다.

“참고로, 나는 너네 어미가 너네를 어떻게 훈육하는지에 대해 전혀 관여 안 할거다? 그게 너네가 느끼기에 얼마나 불합리하든 죽을 거 같든 말이지.”
웅철의 선고. 이건 사형선고 비슷한 거 같다.

“뭐, 잘해봐. 그래도 여태까지 독립한 놈도 있고 사육실장으로 딴 데 간 놈도 있긴 했어.”
이건 희망고문.

“하여튼.”
새끼들의 팽팽 돌아가던 자그마한 뇌는 새즈의 말에 멈춘다.

“보금자리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제군데스.”
새즈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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