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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무상



떠나간다.
모든것이 허무하게 사라진다. 멍하니 수풀 사이에서 공원에 온 이방인들을 보며 그저 숨만 쉴뿐. 빵콘조차 잊을 정도의 압도적인 폭력앞에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냥 두 눈으로 사라지고, 흩어지는 생명들을 담아낸다.

데갸아아아! 죽는 데스! 아픈 데스! 그만두는 데스으으으으!!
마마! 살려주는 테치이-!
와타시의 몸을 건드리지 마라 테샤아아!
그만두는 데스! 이만 하면 충분한 데슷!
살려주는 레치! 이런건 심한 레치!
와타시의 아이들이! 인가아아아안! 용서하지 않는 데뱟!
오네챠아아! 와타치 버리지마는 레치이!
도망치는 데스! 여긴 마마가 어떻게든 막을 테니 오마에들은 도마...데짓!
왜 이러는 테치! 어째서 이런 심한 짓을 하는 테치! 그만 두는 테치! 이모토챠들을 놓아주는 테치!
살려주는 데스! 이렇게 반성하는 데스! 그러니 와타시만은 살려주는 데챠아아!

하얀 방업복을 입은 인간들 수십명이 우르르 몰려와 죽음을 낳는다. 그들이 휘두르는 무언가에 맞아 산산조각나 바닥에 촤악 퍼지는 피와 살점. 알수없는 무언가에 닿아 온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녀석. 크고 단단해 보이는 검은 신발에 짖이겨 바닥에 늘러붙은 녀석. 하루하루를 고통과 싸우며 살기위해 몸부림치며 추잡하고 역겨운것들을 서슴치 않게 행동하며 질긴 생을 이어가는 공원의 동족들이 사그라든다.

모든게 사라진다. 튼튼한 집. 보송보송한 낙엽. 운치굴의 노예들. 착한 자. 나쁜 자. 분충인 자. 구더기. 엄지. 모두 할것없이 인간의 손에 사라진다. 박스는 찢어지고 낙엽은 사방으로 흩날린다. 운치굴엔 독한 냄새의 액체가 부어져 흙속에 파묻힌다. 착한 자나 나쁜 자나 인간의 손에 한움큼씩 쥐여 짜인다. 손 아래로 물처럼 쏟아지는 자들의 피와 내장. 분충인 자나 구더기, 엄지들도 필사적으로 살기위해 스스로 독라가 되어 조아리지만 그대로 밟혀 죽는다. 인간이 지나간 자리엔 피와 살점, 파괴만이 남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커다란 노란 봉투에 죽은 녀석들이 차례대로 담긴다. 얼마나 많이 죽고 담기는지 피가 봉투 바닥을 뚫고 흘러 돌아올수없는 검은 구멍으로 흘러들어 간다. 늘 동족의 소리로 시끌벅적한 공원에 새와 인간의 소리, 바람에 쓸리는 나뭇잎 소리만이 들려온다. 적막하고 비정한 공원. 하지만 인간들은 아는 것인가. 그들이 잠깐사이 이 공원에서 죽인 생명의 무게를.

"야, 이녀석 태그 찍어서 조사해봐. 원사육실장 같은데...하루이틀만 지나도 들실장처럼 변해서 상태를 알아볼수가 없네."

-삐익

등록번호 : SY190203 - 124566178
구매일자 : 2019/02/03
구매 숍 : 두루마리숍
마지막 태그 등록일자 : 2019/04/11

"이거 버린거 맞네요. 마지막 등록일이 3개월전이에요."
"주, 주인님을 아는 데스?! 주인님에게 연락해주는 데스! 주인님이 와타시를 당장 찾아오는 데스!"

이리저리 틈을 찾아 눈알을 굴려보지만 도통 벗어날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무려 두명이다. 한명만 있어도 벗어날수 없는데 무려 두명이다. 각자 네모난 것을 보고 있지만 이따금씩 힐끔거리며 틈을 찾기위해 눈치를 보다보면 중간중간 눈이 마주친다. 개나 고양이, 혹은 새가 자신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보내는 눈처럼 무섭다. 축축해진 두건에서 흘러나오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치마에 비빈다. 도망치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 자신의 자랑인 옷도 버릴수 있다. 머리카락도 줄수 있다. 한쪽 눈을 도려내고서라도 도망칠수 있다면, 혹은 벗어날수 있다면 하고싶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여기서 숨어서 지켜본 바로는 자신이 생각할수 있는 모든 행위를 이미 지금은 죽어버린 동족들이 한번씩 다 해봤지만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순 없었다.

"데에...데에..데...데데....데데..."
"종원아! 그거 그만 보고 이거 처분해라! 그리고 위석서치로 남아있는 찌꺼기 제대로 정리하고. 일용직분들 일급 나눠주고 해산시켜!"
"네~잠시만요. 연락처 있어서 연락한번 해보고요."
"하......연락은 무슨. 걍 실특법 위반으로 경찰에 넘기고 빨리 집에 가자, 우리도."

"....!! 와, 와타시도 집이 있는 데스!"
"뭐야?"
"와타시도 집이 있는 데스! 아이들이 있는 데스!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는 데스! 힘들고 어렵게 구한 집이 있는 데스! 그러니...그러니 제발 와타시를 살려주시는 데스! 이번 한번만 부탁드리는 데스! 오늘 일은 평생 잊지않고 기억하는 데스! 평생 인간들을 피해서 살아가는 데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리는 데스우우우!!"
"뭐라는 거야. 이새끼는 아까부터. 야, 그냥 문자 한통 넣고 경찰서로 오라고 해."
"넵. 이것만 처분하면 끝 맞죠?"
"아니. 위석서치로 찌꺼기들 정리해야지. 꼴에 땅속에 숨는 녀석도 있고 아직 이 공원 보스실장은 안잡힌것 같으니 서치로 대충 훑어내고 내일 제대로 잡아야지."

장갑을 낀 두툼한 손에 들린 원사육실장이 발버둥을 친다. 팬티가 다리사이로 둥그렇게 부풀어 축 늘어지며 초록색 똥이 뚝뚝 흘리고 있었다. 얼굴에는 감출수없는 공포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자신이 침을 질질 흘리는 것 조차 잊어버렸다. 사육실장으로서 받았던 교육이나 프라이드는 사라진지 오래.
"살려주는 데스으! 아이들이 기다리는 데스! 집이 있는 데스! 인간님 제발 부탁드리는 데스!"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나 왜이리 목청이 크냐."

터벅터벅 자신은 몇십분이 걸릴 거리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스치는 풍경에 잠시 넋을 잃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기회를 엿보기로 하였다. 살아남을 것이다. 반드시 살아남아 아이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공원, 아니 이 세상을 자신의 자들로 가득채울 것이다. 이것이 복수다. 그렇기에 살아남아야 한다.

원사육실장은 자신의 턱에 걸린 손가락과 귀 밑을 스치는 손가락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거나 두 손으로 손가락을 밀어 뒤로 떨어질려고 했지만 손가락은 요지부동이였다. 고개를 돌릴때마다 주름만 생기며 오히려 얼굴피부가 당겨 아퍼서 포기. 손가락은 밀어내다가 자신의 팔이 부러질것 같아 포기. 이대로 인간의 손에 들려 죽어야하나. 정녕 피할수 없는 것인가. 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집안에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 다 죽은건 아닐까. 이 무자비한 인간의 손에 다 죽은게 아닐까. 머릿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나쁜생각을 서둘러 지우고 믿었다. 자신의 아이들은 다를것이다. 자신이 할수있는 모든 것을 알려주었고 아이들은 이 공원에서 그 어떤 녀석들보다 영리하다.

"정팀장, 이녀석 소각하게 불좀 붙여줘. 어차피 마대자루에 있는 것들 태워야 하잖아?"
"아나, 직접할 것이지...알았어."

담배를 물고있던 한 남성이 초록색의 커다란 네모난 철통 상단부에 있는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틱틱 거리는 스파크음이 들리자 쉬이익 거리는 가스새는 소리와 함께 한차례 철통이 덜커덩 거렸다. 상단버튼 옆의 가림판을 올리자 빨갛게 비추는 빛이 새어나왔다. 원 사육실장은 그것이 불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브리터에게서 교육을 받을때 봤던 불. 그 불속에 구워지던 동족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했다.

"자, 비트를 올려라~"
"미친놈..."
"데, 데덱?! 데갸아아! 데챠아아! 챠아아!"
"어이쿠, 벌써부터 비트를 까네."

잠깐 생각한다는 것이 어느새 눈앞에 뜨거운 열기를 내는 불통이 있었다. 죽는다. 죽어버린다. 엄청나게 고통을 받으며 수십분간 죽지도 못한채 불에 타서 죽는다. 죽을수 없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이 팀장님~! 이거, 이것좀 받아보세요. 저거 사육주라는데요?"
"응? 뭐?"
"데스?"

기적이 나타났다. 죽음의 순간에서 기적적으로 찾아온 전화 한통. 원사육실장의 주인의 전화였다. 쯧 소리를 내며 미간을 찌뿌린 이 팀장은 전화를 받았다. 가까스로 죽음에서 돌아온 원 사육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주인이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곧.

"데...데퍄퍄퍄! 데프프! 데뱌파파!!"

자신의 승리다. 자신이 이겼다. 인간을 이겼다. 그것도 죽음과 같은 하얀악마를 이겼다. 자신은 이제 다시 사육실장이 된다. 거기다가 이번엔 자를 낳는다고 버려질 이유도 없다. 왜냐? 이미 자신에겐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귀엽고 똑똑하며 사랑스러운 자들. 인간이 안보고 못배긴다. 절대로 인간에게 길러진다. 비록 인간의 손에 얼굴이 들렸지만 승리와 기쁨으로 점철된 원 사육실장의 얼굴표정과 웃음소리는 인간의 무언가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아~ 예. 죄송합니다만, 그 미도리라고 하셨나요?"
"데스! 미도리 데스!"

자신의 이름.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이름에 눈을 희덕뜩 뜨며 부르짖는다. 행복했던 그 시절. 공원에 버려져 하루 먹기 살기도 힘든 그 시절이 아닌 언제나 물과 밥이 가득했고 콘페이토를 먹으며 부드럽고 푹신한 침대에서 잔다. 저녁엔 매일 목욕을 하고 정성스럽게 머리를 손질한다.

"죄송하지만 그 미도리라는 사유실장 죽었습니다."
"데퍄퍄퍄! 데퍄.....데?"

바닥에 툭 떨어진 미도리는 멍하니 위를 보며 나무처럼 곧고 길게 뻣은 인간의 다리를 툭툭 손으로 친다. 대체 무슨 소리인가. 제정신이 아닌가. 미쳐버린게 아닐까? 미도리는 자신이다. 자신은 아직 살아있다.

"쫌만 일찍 전화해주셨으면 어떻게 했을텐데 너무 늦게 전화를 주셨네요. 뭐, 그래도 어쨋던 전화는 주셨으니 경찰로 넘기는건 안하겠습니다만 앞으로 주의해 주세요. 네, 네. 네에. 그럼..."
"미친 데스?"


"정신 나간 데스?"


"돌아버린 데스까?!"


"이 미친 인간이 감히 누구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데스까!"


한마디 한마디 끊어서 말하며 미도리는 인간의 다리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주인니이이임! 미도리는 살아있는 데스! 아직 살아있는 데스우! 나쁜 인간에게 잡혀버린 데스! 거짓말을 하는 나쁜 인간에게 속지마는 데스!"


툭툭, 투투투둑

울부짖으며 미친듯이 다리를 치기 시작하는 미도리. 이 팀장의 손에 들린 전화기를 보며 고개를 치켜들고 빼액 소리를 더욱더 크게 지른다. 양 미간이 모이며 이빨을 들어내며 미도리는 입에서 거품이 나올정도로 미친개 마냥 날뛰었다.

"아쉽네. 미도리가 죽어버려서."
"데─쟈──아────아──────! 당장 돌려놓아라! 와타시를, 미도리를 다시 주인님에게 살아있다고 말하라는 데스─!"

어깨를 으쓱인 이 팀장은 미도리의 얼굴을 움켜쥐고 들어올려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호리병처럼 변한 머리에서 엄지와 검지 사이로 불쑥 나온 눈알이 불안과 공포로 짙게 물들기 시작했다.

"너 이 씹새끼가...내가 린갈이 없다고 막 지껄였지? 내가 구제업만 3년이다. 린갈따위 없어도 대충 뭐라 지껄이는지 알수있거든?"
"데기....기깃..!"

아까보다 더욱더 뜨거워진 열기가 조금씩 미도리의 이성을 붙잡기 시작했다.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불빛은 더욱더 달아올라 있었다. 안에서 무언가 타고 있다. 그 냄새는 브리터밑에서 몇번이나 맡아본 냄새. 동족이 불에 타는 냄새였다.

"캬아 이 팀장, 오늘 끝나고 소주한잔에 실장구이 어때? 들실장 주제 태우면 냄새는 좋네"
"요거 처분하고 가자. 오늘은 내가 쏜다!"
"오오 이 팀장님~"

미도리는 당황하며 웃고 떠드는 인간들을 보며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즐거워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 그렇다면 자신쯤은 봐줄수도 있다.

"데, 데스! 이, 인간님들 와..와타시는 살려주시는 뎃승~ 한번만 봐주는 뎃츙─!"

실장석이 최후의 최후의 순간에 할수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첨이다. 미도리는 사육실장시절 단 한번도 안한 아첨을 하였다. 들생활에서도 전 사육실장으로써 프라이드로 해본적 없는 아첨이다. 그것은 아첨인지도 모를 어설픈 것이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생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었다.

죽고싶지 않은 데스!
살고 싶은 데스!
아픈건 싫은 데스!
아직 못먹어 본것도 많은 데스!
아이들이 기다리는 데스!
주인님에게 보내주는 데스!

엉망진창으로 횡설수설하는 미도리는 다가오는 열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불에 타는건 어떤 것인가. 알고싶지 않다. 하지만 이제 곳 알게 될 것이다. 불길 넘어로 새까맣게 변해서 무너지는 동족들이 보인다. 끔찍한 광경이지만 냄새에 의한 식욕은 숨길수 없어 침이 주륵주륵 흘러 앞치마를 적셨다. 잠깐의 부유감. 그리고 그곳엔 빛이 있었다.

"데 ─────────────────────────────!"
"챠 ─────────────────────────────!"
"아 ─────────────────────────────!"
"데갸야아아 데기이이이 데지이이이 데퍄! 데삐이! 데즈으으으! 챠아아! 치갸아아아!"

***

-마마아아아! 마마아!
-아픈 테치! 따금 테치! 아야 테치이!
-손발이 안움직이는 테치이! 앞이 안보이는 테치이!
-뜨거운 테치이이이! 치기이이이이!

미도리가 떨어지고 나서 5분뒤, 위석서치로 수거된 4마리 자실장들이 소각로로 떨어졌다. 불길에 옷과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도중 다 타버리고 독라가 된 자실장들은 뜨거움에 비명을 지르다 바닥에 누워 눈알이 없어진 성체실장을 발견하였다. 자실장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자신들의 친실장임을 깨닿고 울부짖었다. 만나고 싶어하던 자실장들을 만난 미도리는 위석만 부글거리는 신체내부에서 조금씩 녹아들어가며 죽어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볼수없고 느낄수도 없으며 들을수도 없다. 그저 행복회로 속에서 위석이 사라기지 전까지 고통을 잊고 자신의 신체를 뜯고 그 속으로 파고드는 자실장들에게 위석이 불길에 노출되어 그렇게 죽었다. 불길이 멈춘 소각로에서 시커먼 덩어리가 나왔다. 그 속엔 노릇하게 익은, 죽지않은 자실장 4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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