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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소재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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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가진 모든 걸 주면 아주 세레브한 이 드레스를 주마!''


남자는 공원 가운데에서 들실장들을 모아놓고는 자신이 준비한 드레스를 보여주고 있다. 드레스는 툭까놓고 말해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하게 화려한 물건이었다.


실장석이나 좋아하는 보석과 조화, 반짝이에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부담스러운 프릴이 잔뜩 달려있었다. 독라를 배려했는지 가발까지 갖춰져 있는 실장석 맞춤 드레스 그 자체이다.


무엇보다 원색에 가까운 분홍색은 천한 들실장이 절대 가지지 못하는 세레브함의 상징. 탐내지 않고 버틸 들실장은 없을 것이다.


지나가던 실장석들이 모두 멈춰서서 멍하니 드레스를 감상하고 있다.


자를 낳고 집에 가던 녀석은 자실장이 든 봉투를 떨어뜨려 전부 고기반죽으로 만들었다. 지나가던 고아실장은 성체실장에게 밟혀죽었다. 심지어 신체구조상 드레스를 입을 수 없는 우지챠까지 그 드레스를 멍하니 구경하고 있다.


''데에...''


''저 드레스는 와타시의 것인 데스!''


''어딜 더러운 분충 따위가 탐내는 데샤! 저건 원 사육실장인 와타시의 것인 데스!''


한 원사육실장이 드레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잔뜩 탈분한 상태로 혀를 훼벳거리며 난리를 치는 게 도무지 교육받은 사육출신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마에는 자판기나 되는 데스.''


퍽.


''지벳!''


드레스를 탐내던 원사육실장은 머리를 쎄게 맞고 '메빠소...' 이러고 있다. 저 녀석의 운명은 그걸로 결정되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남자는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늘 이 '프로젝트'를 준비한 거나 마찬가지다. 남자는 헛기침을 해 들실장들의 주의를 끌고는 입을 열었다.


''자, 드레스를 가지고 싶으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바쳐야 한다. 집, 보검, 보존식은 물론 자실장, 머리카락, 원래 입고있던 옷까지 전부 다 바쳐야 가질 수 있다!''


남자의 말에 들실장들은 놀라 탈분을 했다. 고작 드레스 하나 때문에 앞으로의 삶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데에... 좋은 꿈을 꾼 데스...''


''한번 쯤은 저런 드레스를 입고 싶었던 데스가... 분에 넘치는 바램인 데스...''


나름 이성적인 녀석들이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말한 조건이 터무니없다는 걸 깨닫은 것이다.


그리고 남은 녀석들은 분충 확정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것인 데스!''


''데프픗. 어차피 와타시는 자도 없는 독라인 데스! 여기서 더 잃을 것도 없는 데샤!''


남아있는 녀석의 숫자도 꽤 된다. 자기 자를 바치겠다며 당장 드레스를 내놓으라는 녀석도 있고, 규칙을 이해 못 하고 드레스를 입겠다며 달려드는 녀석도 있다. (그런 녀석은 간단히 밟아준다)


''좋아. 근데 드레스는 하나 뿐이거든? 너희들이 다 입을 수는 없어.''


남자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그 말을 꺼냈다. 실장석들이 서로를 쳐다보는 눈빚이 바뀌었다. 살벌하고 섬짓한 눈빛, 그것은 마치 먹이를 노려보는 포식자의 그것과 같았다.


''데갸아아아! 미친 짓인 데스! 와타시는 컴백홈 하는 데샤아아!''


실장석 한마리가 현장에서 이탈했다. 광기의 현장에서 탈출하다니, 나름 머리가 좋은 녀석인가보다.


녀석이 도망가며 지르는 소리는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격발음이 되었다. 녀석들은 녹슨 쇠붙이와 뭉뚝한 주먹을 들고 서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오마에 같은 못생긴 년한테 저 드레스는 아까운 데샤!''


''돼지 목에 진주인 데스! 범우주적 낭비인 데스!''


''어딜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테치? 오바상은 아타치의 주먹에... 파킨!''


''레후우우우! 우지챠의 드레스인 레후!''


광기의 현장을 가만히 보고있는 남자는 옅은 미소를 손으로 가리고있다.


''역시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생명체들이야.''


피를 보자 흥분한 실장석들은 더 과격한 싸움을 시작했다.


죽은 실장석의 살을 '에너지 보충인 데스!' 라며 뜯어먹는 녀석도 있다.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이길 가망이 없어지자 슬금슬금 싸움에서 벗어나려는 녀석도 있다. 하지만 등을 보인 녀석은 곧바로 뒷통수를 가격당하고 이내 '하무라뾰...'하는 무의미한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공원의 중심에 선 실장석은 어느 새 두마리. 이미 독라나 다름없는 처참한 상태이다. 녀석들은 서로를 죽일 듯이 쳐다보면서도 섣불리 먼저 공격을 하지는 못한다.


''...인정하는 데스. 오마에도 와타시와 마찬가지로 저 드레스를 입기에 합당한 자. 허나, 양보할 생각은 없는 데스!''


''이렇게 강한 실장은 오랜만인 데스. 싸움이 즐겁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질질 끌 수는 없는 데스!''


실장석들은 직접 부딪치기 전에 입부터 털고 본다. 저래야 지더라도 자존심은 챙길 수 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좀 소모되고 있다. 남자는 '예정된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폰을 꺼내 확인했다.


''가는 데스!''


''와바랏!''


쾅! 쾅!


싸움의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결과로 끝이났다.


''...분충들이 존나게 질질 끌고 자빠진 데스네.''


마지막에 살아남은 녀석은 처음에 싸움에서 이탈했던 그 실장석이다. 도망치는 척하며 수풀에 숨어있다가, 경쟁자들이 전부 죽고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두 녀석만 남았을 때 싸움에 난입한 것이다.


한마디로 어부지리.


''데프픗. 과거 중국의 손자가 이런 말을 한 데스. '승리하는 군대는 이겨놓고 싸운다'고 말인 데스. 본디 병법의 기초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인 데스. 연이은 전투로 소모된 시점에서 오마에들은 이미 진것이나 마찬가지인 데스. 데프픗.''


쓰러진 두 실장 앞에서 자신의 지능을 자랑하는 실장석. 이 녀석은 나름, 아니 꽤 똑똑한 축에 속하는 실장석인 모양이다.


''그럼 사요나라 데스.''


파킨! 파킨!


녀석은 쓰러진 두 실장을 마무리하고 세레브한 드레스가 있는 단상 앞으로 다가온다. 그 모습은 마치 개선장군의 행진과도 같은 위엄있는 모습이다.


''...근데 이거 우승상품이 아닌 건 아는 거지? 니가 어떤 짓을 했다 해도 조건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데프픗. 아는 데스. 전재산을 바치라는 말, 확실히 기억하는 데스!''


역시 이 실장석은 똑똑하다. 남자의 말을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이 정도면 상위 1%에 해당하는 수준의 고지능 실장석이다.


녀석은 자기 집으로 남자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두마리 정도 되는 자실장과 우지챠 몇마리, 그리고 운치굴에 들어있는 자판기가 한마리 있었다. 나름 잘 꾸려진 집이다.


''자들은 닝겐상에게 가는 데스!''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남자에게 밀쳐버린다. 자실장들은 친에게 버려졌다는 충격 때문인지 적록의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닝겐상에게 가면 아타치도 세레브해지는 테치?''


울먹이며 조용히 질문을 하는 자실장. 하지만,


''솔직히 오마에들은 어찌 되든 상관없는 데스. 와타시만 세레브해지면 그만인 데스!''


''테챠아! 똥마마!''


돌아오는 대답은 조롱이 잔뜩 섞인 비웃음이었다. 아무리 똑똑해도 분충은 분충이다.


''자, 닝겐! 어서 와타시의 모든 걸 가져가고 초세레브 드레스를 내놓는 데스!''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녀석을 독라로 만들었다. 빼앗은 옷과 머리는 다시 쓰지 못하게 태워버렸다. 남자는 자실장, 우지챠, 자판기를 모두 가방에 넣고 녀석의 집은 밟아서 없애줬다.


녀석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유치하고 화려하기만한 실장 드레스가 남았을 뿐이다.


''데에... 너무 아름다운 옷인 데스. 달려있는 가발도 원래 머리보다 부드러운 데스! 보석도 아름다운 데스!''


녀석의 뛰어난 지능과는 별개로 미적감각은 일반 실장석 수준인 것 같다. 저 장난감이나 다름없는 꼴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다니,


''게다가 갑갑하지도 않은 데스! 원래 입던 옷보다 시원하고 가벼운 데스!''


''오! 너 알아보는구나! 내가 '최고급 특수소재'를 활용해 만들었거든!''


''데프픗. 와타시에게 걸맞는 용포인 데스. 특별히 입어주는 데스.''


''...근데 너 괜찮니? 그깟 옷 때문에 집과 자까지 다 바치다니,''


''데프픗.''


녀석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올려봤다.


''와타시는 똑똑한 데스. 싸움도 꽤 잘하는 데스. 설령 지금 전재산을 잃었다고 해도 금방 전부 되찾을 수 있는 데스. 그리고 자는 또 낳으면 되는 데스.''


자신감이 넘치는 녀석. 확실히 그 분충들의 혈전을 이겨내고 정상에 선 녀석이다. 어쩌면 이미 계획이 잡혀있을 수도 있다.


''...우선 와타시를 사육실장이라 속이는 데스. 그리고 다른 실장도 사육으로 만들어준다고 속인 뒤, 구석으로 끌고 가서 자판기로 만들고 집을 빼앗는 데스...''


과연 이미 권모술수를 꾸미는 중인가. 남자는 감탄했다. 이 단순하고 평범한 '학대'에 소모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흥미로운 녀석이다.


''자, 이 카메라를 보렴?''


''데프픗. 와타시의 아름다운 피사체를 담아두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하는 데스.''


카메라 앞에서 온갖 포즈를 잡으며 아양을 떠는 분충. 남자는 헛구역질을 해가면서도 카메라를 바로잡는다. 물론 이 카메라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상'을 찍기 위해서다.


''그나저나 정말 휼룡한 드레스인 데스! 특수소재라는 게 정말 좋기는 한 데스.''


''그래~ 대한민국 전통의 특수소재, '한지'로 만든 옷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구나~''


남자는 다시 한번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그가 확인하는 것은 '일기예보'. 정확히는 '폭우'가 언제 떨어지는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뎃? 물방울이 떨어지는 데스?''


지금은 장마철.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쏟아지는 날씨이다. 이상기후라고 해도 자연스러울 이 기상현상을 이용한 학대인 것이다.


''뎃? 드레스씨에 구멍이 생긴 데스?''


비가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우산을 쓰고 그 광경을 계속 촬영하고 있다. 빗물에 젖어한지로 된 드레스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모습을 말이다.


''데갸아아아! 물에 녹는 데스! 드레스가 물에 녹는 데갸아아!''


실재 한지로 만든 옷은 존재한다. 한지는 질기고 부드러워 옷감으로 적절하며 국내외에서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물건이다. 이 한지옷은 특별한 처리를 했기에 물에 젖어도 찢어지지 않고, 심지어 빨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분충이 입고있는 옷은 그냥 평범한 한지다. 물에 젖으면 찢어지고 녹는 평범한 한지이다.


''이럴 수는 없는 데스! 이런 법이 어디 있는 데샤아!''


분충은 녹아내리는 옷을 억지로 끌어모아 자기 몸에 붙였다. 하지만 흘러내리는 속도가 더 빨라 분충이 어찌할 틈도 없이 흩어져버렸다.


''세레브한 보석이라도 건져야 하는 데스!''


옷에 장식되어 있던 보석도 설탕으로 만든 것이라서 빗물에 녹아버린다.


''가발... 가발은 어디간 데스?''


가발은 실재 실장석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었지만 그걸 고정하고 있는 부분은 한지로 되어있다. 한지가 다 녹았으니 머리카락도 가닥가닥 흩어져버린다.


''데...데...데샤아아! 똥닝겐! 전부 오마에의 계략인 데샤아!''


''ㅋㅋㅋ 옷이 너한테 입혀지기 싫나보다ㅋㅋㅋ 난죽택이네ㅋ''


결국 녀석은 빗물에 젖어 완전히 독라의 모습이 되었다.


''전부 돌려주는 데샤아! 오마에가 가져간 와타시의 재산! 와타시의 자! 전부 내놓는 데샤아!''


''응? ㅋㅋㅋ 네 손으로 줬잖아ㅋㅋㅋ 그걸 내가 왜 주냐ㅋㅋㅋ 그러게 계약을 하기 전에 조건을 잘 확인했어야지ㅋㅋㅋ''


남자는 촬영을 마치고 독라가 된 녀석을 집어들었다.


''그래도 좀 미안하기는 하네. 너 좀 똑똑하기도 한 것 같은데 사육실장으로 삼아줄까?''


''뎃? 데스? 데스웅~~''


갑자기 180도 바꿘 태도를 취하는 녀석. 아마 똑똑한 녀석이니 자기 처지와 앞으로 겪게 될 일을 빠르게 깨닫은 것이다.


'닝겐에게 학대를 당하더라도 자판기나 노예가 되는 것보다는 나은 데스!'


같은 실장석에게 무시받는 삶을 살 바에는 차라리 학대를 당하는 게 낫다고 계산을 마친 것이다. 참으로 분충다운 계산법이다.


''그럼 집에 가자꾸나~''


''하잇! 주인사마!''

남자는 분충의 태도에 어이없어 하면서 녀석을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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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롱~ 차라리 자판기가 되는 게 나은 데스. 오로롱~''


수조 안에 갇힌 녀석은 울면서 입에 운치를 넣고 있다. 그런 녀석을 내려다 보는 것은 다름 아닌,


''똥마마! 운치나 쳐먹는 테챠!''


''이게 다 오마에의 선택인 테치! 아타치타치를 고작 옷 때문에 버린 것도! 주인사마를 따라 집에 온 것도 전부 오마에의 선택인 테챠!''


그렇다. 분충 친실장은 자신이 팔아넘긴 자실장이 있는 수조의 운치굴에 쳐박혔다. 거기서 매일 같이 모욕과 수모를 당하며 구더기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사는 것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똑똑한 녀석인 만큼, 이 학대는 더 괴롭게 느껴질 것이다.


''오로롱~''


''뭘 잘했다고 쳐 우는 테치? 운치나 쳐 먹는 테챠!''


그 모습을 보며 남자는 웃었다. 한지 옷을 만드는 건 전문가도 아닌 그에게 매우 수고스러운 일이었지만, 그 대가로 매일 이 우스깡스러운 광경을 보며 힐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후후. 다음은 어떤 학대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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