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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공원 중앙의 실장석들은 그간 풍족한 나무열매와 외곽지역의 고기들을 포식하며 숫자를 불려왔지만 순식간에 불어나는 실장석을 부양하는데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사장도 이 점을 인지하고 답을 얻기위해 환각물질을 지닌 잎을 씹어가며 데스우와의 교신을 시도하였으나 답을 얻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동쪽출신 중실장 시종은 제사장에게서 일련의 의식을 배우면서 무언가를 보고있는 모양이었다.

"오마에는 데스우상과 소통하는동안 무엇인가 보고 들은게 있는데스? 최근의 오마에는 유난히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인데스."
"와따시는 요즘 꿈을 꾸고있는 테스. 검은 파닥씨가 제단 위에 앉아 해씨가 사라지는 방향을 향해 울다 날아오르는테스. 검은 파닥씨가 날아가면서 제단이 피로 물들고 열매맺는 나무들이 시드는테스."
"불길하고도 알수없는 징조인데스. 우리의 전사들이 그 방향에서 수확을 끝낸지 오래되지 않아 반항할 여력이 없는데스. 그래도 나무이끼가 자라는 방향의 녀석들과 뭔가를 꾸밀 수 있으니 그곳의 수확을 서두르는게 좋겠는데스"

실장석의 카오스한 힘이 그녀에게 예지력이라도 준것이었을까? 이 중실장은 처음 이곳에 끌려온 날부터 다른 자실장과는 다른 반응을 보여 제사장들의 한끼 식사가 되는것을 면하였다. 제사장은 그날부터 중실장의 이런저런 행동을 살피며 징조를 읽어내고자 노력해왔던만큼 이번 대화는 그녀에게 근심을 안겨주었으나 노예들이 작년에 말려놓은 '데스우의 선택받은자' 고기를 가져오는것을 보고 걱정은 잠시 덮어두기로 하였다. 

A 생태공원 서쪽에는 공원을 지으면서 발생하는 폐자재나 기타 쓰레기들을 처리하고자 건설된 쓰레기 매립장이 있었다. 쓰레기 처리 비용과 나태한 관료주의가 빗어낸 어처구니 없는 의사결정의 결과였다. 처음에는 공사장 쓰레기만 들어왔지만 금방 인근 도시의 쓰레기들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 봉투나 실장회수봉투에 넣어지고도 살아남은 실장석들이 쓰레기장에 정착하기 시작하였다. 정착 초기에는 약육강식의 무법지였으나 황량한 쓰레기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장석들은 조금씩 집단을 이루기 시작하였다. 또한 버려진 사육실장들도 유입되면서 쓰레기장의 실장석 집단은 자신들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그럴싸한 수단도 마련하게 되었다.

쓰레기장의 실장석들은 자신들의 지혜를 최대한 짜내며 살아왔지만 황량한 공터였던 이 땅은 모두를 먹여살리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몇차례의 원정대가 조직되었지만 이제껏 돌아온 원정대가 없었기에 원정은 자살지원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박히게 되었고 실제로 개체수 조절의 목적으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쓰레기장 바깥의 모험을 동경하는 자들도 많아 자원자는 끊이지 않아 원정 시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발견과 소문이 쓰레기장의 분위기를 한번에 뒤집었다. 동쪽을 감시하던 정찰대가 동쪽에서 날아온 검은 파닥씨가 무언가 떨어뜨린것을 목격하고 그것을 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높은데서 떨어서 뭉그러지는바람에 형체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녹색의 천은 분명히 자실장의 것이었다. 이전 원정대가 낳은 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그 다음발견이 모든것을 뒤집어놓았다. 자실장의 위장으로 추정되는 부분에서 다양한 음식물과 아마아마한 나무열매가 발견된 것이었다. 풍부한 음식과 아마아마가 쌓여있는 땅에 대한 소문이 쓰레기장 곳곳으로 퍼졌다.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원정준비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쓰레기장 내에서 내노라하는 실력자들이 모여 결정권자들에게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가공소에서는 장인들이 전에없는 열의로 무기와 방어구, 장비들을 만들어 내었다. 끝에 못을 매달아 만든 창으로 무장한 창잡이, 못 보검과 플라스틱 방패로 무장한 검사, 고무줄 시위를 가진 석궁으로 무장한 사수, 식량을 공급할 벌레잡이, 쥐가 끄는 수레를 이끄는 마부 등 쓰레기장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자원과 인재들로 이루어진 원정대가 구성되었다.

어느 봄날, 쓰레기장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원정대는 동쪽으로 출발하였다. 원정대의 대장도 마마와 이모토챠들과 떨어져 기약없는 여정을 떠나는것이 걱정스러웠지만 바깥이 자신을 부른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한가득 쌓인 음식과 아마아마가 동쪽에서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해씨가 14번을 뜨고 지는동안 원정대는 동쪽을 향해 이동하였다. 그동안 고양이 한마리를 만나 위기에 처했던것을 빼면 순탄한 여정이었다. 한참을 전진하던 원정대장의 눈에 동쪽으로 향하는 도로가 들어오자 그녀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쓰레기장에는 남쪽입구에 연결된 도로만 있었고 사육실장 출신들은 도로의 끝에 무언가가 있다는 정도의 지식만을 제공하는 것이 한계였으므로 그간 원정대의 대다수가 남쪽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 원정대는 동쪽으로 직행하다 도로를 발견하였으니 이를 따라가면 자신들이 찾던 땅이 나올 것이었다. 돌아올때를 대비하여 표식을 남긴 원정대는 도로를 따라 더욱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루를 꼬박 걸은 원정대의 눈앞에 생태공원이 입구가 나타났다. 실장석들은 입구만 보고도 본능적으로 이곳이 공원이란것을 느낄수 있었고 모두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며 서로을 얼싸안고 기뻐하였다. 하지만 원정대장은 기뻐하면서도 이제 시작일뿐임을 대원들에게 주지시켰다. 방심은 곧 죽음이라는것은 쓰레기장에서만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린 정찰대원 소수가 공원 입구 주변을 탐색하고 그들이 기뻐하는동안 누군가 분명 숲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흔적을 발견하면서 긴장의 끈이 더욱 조여졌다.

숲에 진입한지 반나절 정도 지난 후 원정대는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아직까진 무엇을 먹을 수 있고 없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원정대는 말린 구더기를 수레에서 꺼내어 분배하였고 각자 자리를 잡고 식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식사는 곧 어디선가 들려오는 함성소리와 함께 방해받았다.

"대장상! 습격인데스! 저쪽에서 왠 녀석들이 달려오고있는데스! 모두 무장하고있는데스!"
"사수들! 위치를 잡는데스! 창도 검도 훈련했던대로 준비하는데스!"

사수들이 달려오는 실장석들을 향해 2열로 도열하였다. 한열은 무릎을 꿇고 다른 한열은 서있는 상태로 2열의 실장석이 발사하는 고무줄 석궁 사격전술은 이전에 만난 야옹씨도 바늘꽃이로 만들어 쓰러뜨린 전적이 있을정도로 파괴적이었다. 게다가 원정대 사수들은 20보 앞의 우지챠 눈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기에 가차없는 사격 앞에 많은 자가 쓰러졌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수가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에 사수들 뒤에서 준비중이었던 창잡이와 검사들이 나섰다. 눈앞에 보검이 들어와도 눈하나 깜짝하지않는 용맹한 이들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달려오는 원주민들에 맞서 싸우기 시작하였다.

싸움이 계속될수록 싸움터는 쓰러지는 원주실장들로 가득하였으나 원정대의 피해는 상당히 적었다. 창잡이와 검사가 장비한 여러층으로 이루어진 플라스틱 페트병 갑옷은 돌칼로 기스만 낼 수 있었고, 나무몽둥이로 때려도 충격이 많이 흡수되어 심각한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원주실장들은 수는 많았으나 최근의 사냥으로 인해 오합지졸이 대부분이었고 원정대는 무예가 출중한 자들이었으므로 전황은 갈수록 원정대에게 유리해지고 있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젊은 실장들을 더이상 잃을 수 없었으므로 공원 서쪽 실장들은 싸움을 중지하고 원정대에게 항복의 사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자가 원정대장 앞에 조아리며 말했다.

"항복하는데스우... 와따시타치는 오마에들을 이길 수 없음을 인정하는데스. 여기 쓰러진 죽은자들만 먹고 산자들은 잡아먹지 말아주시는데스. 이제 젊은자들이 얼마 없는데스..."
"우리들은 동족식을 하지 않는데스. 어째서 우리들을 공격한데스?"
"오마에들이 우리를 잡아먹기 위해 온 자들인지 알았던데스. 구더기를 잡아먹는것을 보고 동족식 하는자들로 오해한데스..."
"말이 이상한데스. 여기 공원의 실장들은 엄지와 구더기를 자로 치는데스?"
"아닌데스. 작년에 많은 구성원들이 공원 중앙의 분충들에게 붙들려가 잡아먹히는 바람에 다들 겁먹고 이성을 잃은데스... 여러분중 다친인원들을 보살피고 충분히 보상할터이니 제발 용서하는데스"
"알겠는데스. 오마에들에게 더이상 죄를 묻지않도록 부하들에게 일러두겠는데스. 대신 우리에게 이 공원에 대한 정보와 방금말한 중앙 분충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는데스."

원정대와 공원 서쪽 집단의 주요 인사들은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원정대는 이곳에 먹을것도 아마아마도 충분히 난다는 것을 듣고 자신들이 제대로 된곳에 도착한것에 매우 기뻐하였으나 공원 중앙의 무리에 대한 설명과 그들의 풍습을 듣고 경악을 금치못하였다. 굶어죽어가는것도 아닌데 동족식을 즐기고,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주변 마을을 침략해 수많은 실장석을 잡아간다는 사실은 들실장 마마의 운치굴이야기보다도 사육실장 마마의 브리더룸 이야기보다 무시무시하였다. 

"오마에들의 갑옷은 신기하지만 반짝여서 멀리서도 보이는데스. 이것을 발라 반짝이는것을 막으면 습격을 예방할 수 있을것인데스."
"예쁜데스. 이게 꽃이란것인데스? 오마에들은 이런걸로 자를 만드는데스?"
"건드리면 안되는데스! 그꽃을 먹거나 총구에 넣었다간 죽는데스!"
"이 벌레는 이런식으로 유인하면 쉽게 붙잡을 수 있는데스."
"약이되는 식물은 이것인데스. 맞아서 다친 상처에 좋은데스"

이야기를 마친 원정대는 자신들의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는것을 깨달았다. 고향에 식량과 아마아마를 보내고 싶어도 열매들이 열리는 나무와 풀들은 공원 중앙에 주로 식재되어 있었으므로, 중앙 분충들을 좋던 싫던 물리쳐야 하였다. 그러나 제일 약해졌다는 서쪽 실장의 숫자조차 자신들보다 몇배는 많았고 중앙 분충들은 그보다 훨씬 많다하니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이었다. 다만 원정대장은 중앙의 실장들과 주변 실장들간에 엄청난 원한을 감지하고 이 갈등구조를 이용하기로 결정하여 공원 서쪽 실장들과 동맹을 맺었다. 전 방향에서 군사를 일으켜 중앙 분충들에게 대항하면 놈들의 주요 부대를 격파해 주겠다고 원정대장이 제안하자 서쪽 원주실장들은 가장 날랜자들을 선발하여 각 마을로 소식을 전하였다.

"큰일인데스! 중앙의 분충들이 전사들을 나무이끼가 자라는 방향의 마을로 보낸데스!"

공원 북쪽으로 보냈던 전령이 급히 돌아와 보고하였다. 제사장이 중실장의 예지몽을 듣고 꾸린 군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숨어 놈들을 기다렸다 치는데스. 여기로 오지않는걸 보아 놈들은 아직 우리를 모르는데스. 지금 쳐서 숫자를 줄이는데스"

중앙 실장석들에겐 불행하게도 서쪽에 심어놓았던 첩자가 원정대의 첫전투중에 죽어버리는 바람에 원정대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원정대장은 이점을 이용해 수확부대를 습격하여 중앙 실장석의 힘을 약화시키기로 하고 서쪽 실장들의 길안내를 받아 수확부대가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을 준비하였다. 

"오로롱... 잡혀버린데스... 끝인데스..."
"테에에엥... 머리씨도 옷씨도 다 빼앗긴테치... 와타치의 미래는 끝나버린테치..."
"제대로 걷는데스 노예! 오마에의 미래는 열심히 봉사하거나 우마우마가 되는것인데스! 뭣하면 지금 먹어주는데스?"

수확부대가 마을을 공격하여 붙잡은 포로들을 이끌고 중앙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들이 포로들을 조롱하지 않고 조금만 주의하였다면 지금의 길이 지나치게 조용하다는것을 느꼈을것이었지만 손쉬운 승리에 도취된 전사들에게 그런것을 바라는건 무리였다.

"지금인데스! 놈들을 치는데스!"
"뭐인데스! 반란인데스? 드디어 가축들이 돌아버린모양인데스?"
"처음보는 놈들이 섞여있는데스! 뭔가 이상한걸 들고있는데스!"
"그래봤자 끌고갈 가축만 늘어난거인데스! 와따시다치의 몽둥이로 다진고기로 만들어주는데스! 걸리적거리는데스! 엎드려나 있는데샷 노예놈들!"
"사방에서 오는데스! 와... 와따시는 도망치는데샷!"

습격이 시작되자 수확부대는 혼란에 빠졌다. 자신들의 행렬 양쪽에서 쇄도하는 적들의 기세도 기세였지만 처음보는 자들의 무장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본인들 부대에도 돌을 던질수 있는자는 있었지만 그들은 돌을 던져도 닿지않을 거리에서 투석병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리고 있었다. 부대의 노련한 자들이 몽둥이를 들고 반격에 나섰으나 상대도 충분히 노련한 자들이었으며 그들 중에는 몽둥이보다 긴 무언가로 자신들을 찔러죽이는 자들도 있었다. 불구로 만들겠다고 어깨를 내리쳤던자는 자신의 무기가 튕겨나는것을 보고 경악하다가 목이 달아났다. 결국 수확부대 중에서 특히 재빠른자만이 도시로 달아날 수 있었다.

"오로롱... 구세주인데스! 마마가 이야기하던 구세주가 진짜 나타난데스! 어서 마을에 알리는데스!"
"다른 곳에도 전달하는데스! 중앙녀석들을 해치울 때가 온데스!"
"만세테치! 힘쎈 오바상들 덕분에 와타치 미래도 창창해진테치!"
"자실장 오마에... 독라인데스..."
"텟?!"

수확부대의 전멸소식은 원정대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 승리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면 나머지 마을들은 실장석답게 눈치나 보다 자기네들의 수확을 면하려는 수법이라 판단하고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해씨가 네번 지나자 공원 중앙은 실장석들로 포위되었다. 중앙 실장석들도 여기에서 밀리면 끝이었기에 귀한자 천한자 가리지않고 수많은 자실장을 공양하는 의식을 치뤄 사기를 충전하고 결전에 임했다. 대치가 길어지면 포위가 됐다 하나 식량이 훨씬 많은 중앙 실장석들이 유리해 질것이었으므로 원정대는 자신들의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이방인들이 뭔가를 시작한데스!"
"땅에 말뚝을 박는데스... 녀석들도 뭔가를 믿는것인데스? 무슨짓인진 몰라도 방해해야되지 않겠는데스?"
"오마에가 해보는데스. 가까이나 갈수있는데스?"

원정대는 상대 실장석의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말뚝을 두개 박고, 이 사이에 굵은 고무줄을 묶어 고정식 새총을 완성하였다. 실장석 여럿이 낑낑대며 고무줄을 뒤로 당긴다. 충분히 당겨졌다 판단되자 이를 고정하고 앞에 자실장 머리만한 돌을 놓았다.

"발사하는데스!"

원정대장의 신호화 동시에 새총이 발사된다. 영문도 모르고 바라만보던 중앙부대 일부의 머리가 썩은 토마토 터지듯 흩어졌다. 상당한 거리에서 돌이 날아와 자신들을 죽이자 실장석들 사이에 공포가 전염되기 시작한다.

"뭐인데스! 저 먼데서 돌이 날아오는데샷!"
"놈들이 다음 돌을 준비하는데스!"
"어쩔수 없는데스! 다들 돌격하는데스! 여기 있으면 앉은채로 죽는수밖에 없는데스!"
"데스우여 가호를! 데샤아아아!"

저 이방인들의 무기를 부수지 않는이상 그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사기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기에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에 중앙 부대의 대장은 마지막이 될 돌격을 명령하였다.

"분충들이 오는데스! 사수는 준비하는데스!"

서쪽 실장들과 처음 싸울때처럼 열을 맞추어 정돈한 사수들이 조준을 시작했다. 사거리 안에 적들이 들어오자 탄환이 쏜살같이 날아가 그들을 쓰러뜨린다.

"놈들이 거의 도착한데스! 창과 보검을 드는데스!"

창잡이들이 적들을 향해 창을 꼬나잡는다. 달려오던 수많은 적들이 그대로 창에 꿰였으나 창 사이로 들어오는 자들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이들을 방패를 든 검사들이 맞서 싸우면서 난전이 시작되었다. 

"지금인데스! 놈들의 옆을 치는데스!"
"!!!!", "측면을 사수하는데... 허미쉽헐!"
"놈들의 장군을 처치한데스! 이대로 밀어붙이는데스!"
"후... 후퇴인데스! 살아있어야 또 싸우는데스!"

원정대가 싸우면서 조금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자 중앙 실장석들의 부대가 조금씩 반원형태로 포위당하게 되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원주실장 연합군이 측면을 공격하게되면서 중앙 실장석의 마지막 정예들은 전멸하게 되었다.

"데갸아아악! 더이상 참지않는데스! 데스우에게 바쳐지나 바깥분충들에게 붙들리나 매한가지인데스!"
"저놈들을 바깥녀석들에게 넘기면 살지도 모르는데스!"
"이제 싸움잘하는 놈들도 다 죽은데스! 이판사판인데샤!"

마지막 정예마저 이방인들과 원주실장의 연합군에 무너지자 겁에질린 중앙 실장들은 독라노예까지 데스우에게 바치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놈들의 마지막에 쐐기를 박았다. 독라노예들도 이제 살길을 찾기 시작하였다. 중앙 광장 곳곳에서 노예들이 주인과 주인들의 자실장들을 물어뜯기 시작하였다. 중앙이 소란스러워 진것을 눈치챈 연합군이 포위를 좁히기 시작하자 나머지 오합지졸들이 달아나면서 실신공양 제국은 그 끝을 고하게 되었다. 그간 억눌려왔던 공원 외곽의 실장들은 반광란상태가 되어 중앙 광장으로 쇄도하였다.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퍼진다.

"테챠아! 마마! 살려주는테치! 귀신같은 오바상이.... 테쨔아악!"
"이 새끼들인데스? 와따시의 자들을 잡아먹고 낳은것들이? 저세상에서 와따시의 자 총구나 핥는데스!"
"안되는데스! 자비를 내려주는데스! 먹을것을 동생들에게 양보하는 착한자인.... 데갸아아악!"
"죽는데스! 죽는데스! 죽여주는데스-!"
"당기는데스! 저 풀씨를 뽑아버리는데스! 풀 한포기조차 짓밟아버리는데샤악!"
"이 나무씨는 뽑기 힘든데스! 모두들 밑둥을 운치로 뒤덮어버리는데스!"

그간 친족과 이웃을 가축처럼 소비당해왔던 자들의 원한은 상상 이상이었다. 일반적인 공원이었다면 약탈자들이 자실장들을 희롱하고 친실장을 조롱하며 웃고 떠드는 가학적인 모습을 보였겠지만 지금은 어떠한자도 웃는일없이 중앙 실장석들의 씨를 말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시는 이곳에서 실장석따위 살지 못하게 하겠다고 길길이 날뛰며 열매를 맺는 나무나 풀을 훼손하는 자들도 있었다.

"끝인데스?"
"모두들! 식물들과 종자를 챙기는데스! 원주실장들이 모든것을 부수고 죽이고있는데스!"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갈순 없는데샷!"

원정대도 드디어 싸움이 끝났음을 깨닫고 동맹들이 공원 중앙을 초토화 하기 전 물건들을 이것저것 챙기기 시작하였다. 실장석들이 금은보화를 걸치고 다니는것은 아니었기때문에 원정대는 약탈보다는 식량이 될만한 식물과 종자 확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데프프프. 모든것이 흩어지고 있는데스. 데스우에게도 간청하고 오마에의 신통력에도 매달려봤지만 결국 이렇게 되는데스."

공원 중앙 피라미드에는 이제 제사장과 중실장 시종만이 남았다. 제사장은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까마득한 이전의 마마로부터 내려온 자신의 제국이 몰락하는것을 지켜보고있었다. 눈에 핏발이 선 실장석들이 피라미드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며 제사장은 중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오마에는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데스? 다른자들은 옷을 벗고 달아난데스. 와따시의 머리를 바치고 자비를 구할 생각인데스?"
"저들은 이곳의 모든 실장들을 죽이고 있는테스. 와따시는 동족을 배신하고 오마에의 종이되어 복락을 누려온 죄인인테스. 이제 대가를 치를때가 온것인테스."
"데프프픗 고결한척하는 분충인데스. 이것을 받는데스. 고통없이 데스우상을 만날 수 있을것인데스."

군중들이 피라미드 위에 도착하였다.

"대장상. 귀향 준비를 완료한데스. 명령만 주시면 곧바로 출발할 수 있는데스."
"알겠는데스. 이 건물을 한바퀴만 돌고 가도록하는데스. 살면서 이런거 볼 기회가 몇이나 되겠는데스?"
"와따시도 같이 돌아도 되는데스?"
"좋은데스."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나서 얼마되지 않은 날 아침, 원정대는 이제껏 모은것들을 싣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원정대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자신들이 공원 중앙의 지배자가 될까하는 마음을 품었었다. 쓰레기장을 나와 머나먼 공원으로 건너와 온갖 고생을 하여 중앙의 피라미드에 도착했으니 당연한 보상심리의 발로였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 이후 공원 중앙에는 말그대로 아무것도 남은것이 없었다. 중앙에 살던 녀석들은 천한자도 높은자도 모두 살해당해 원주실장들의 뱃속에 들어갔다.

원정대 대장은 피라미드 근처를 걷다가 붉은 옷이 걸쳐진 시체를 보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먹히지 않았던 시체에는 수많은 자상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것이 원정대가 돌아가고자 하는 큰 이유였다. 이곳엔 실장석마저 질려버릴 큰 원한이 서려있다. 같이 돌아가기로 한 공원 원주실장들이 있으니 식량 재배도 가능해질 것이었으므로 충분히 목적은 달성한 것이었다. 원정대가 떠나고 며칠 후, 비가 A공원 중앙에서 있었던 모든것을 씻어내기 시작하였다. 피와 운치로 물든 피라미드도, 자실장들이 팔려나갔던 공터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몇년 후, 전국적으로 방치된 공원의 시설들을 철거하고 원래의 자연으로 돌려놓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A공원 시설물들은 철거되었다. 쓰레기장 또한 국가 감사시즌때 S시가 불법적으로 그곳에 쓰레기를 투기했음이 지적되어 사라지게 되면서 실신공양 실장석의 발생과 몰락, 정복자들의 이야기는 주변으로 흩어진 야생실장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조금씩 퇴색되어 '실장석을 잡아먹는 붉은색 악마와 해가 지는곳에서 찾아온 해방자'라는 전설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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