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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들실장(먹이편)



약간은 어둑어둑한 시간. 새벽에 가깝다고 할수있는 매우 이른아침이지만 거리에는 각자의 일과를 위해 집을 나선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하고있다.

[데... 그럼 다녀오는데스...]

그리고 그것은 들실장들또한 마찬가지. 기본적으로 인간의 눈에 발각되지 않기위해서는 이른 아침이나, 혹은 해가 지기 시작한 저녁께에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는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중에서도 들실장들이 선택한것은 이른아침. 혹시나 생각지 못한 불상사로 늦어질경우 저녁께라면 밤눈이 좋지못한 들실장들이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여 돌아다니는게 매우 어려운데다, 저녁에 먹이를 구한다면 다음날 식사를 할때는 음식물 쓰레기가 처음 구했을때보다 더 부패할수도 있다는 이유도 분명 있긴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주된 이유는 안전을 위해서이다.

보금자리인 에어컨 실외기 뒷편에서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걸어나온 친실장은 불과 200m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쓰레기 배출구역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가기 시작했다.

길가에 주차되어있는 차량이나, 간이 입간판등이 친실장이 몸을 숨길수있는 고마운 피신처가 되어준다. 이는 인간들이 바쁘게 출근 혹은 등교길을 서두른다는것과 맞물려 친실장이 무사히 쓰레기장에 도착할수있게 해주었다.

쓰레기장에는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여섯개의 쓰레기봉투가 있었는데, 지난밤에 내놓은것들은 아주 이른 새벽에 수거되었으니 지금 쓰레기장에 나와있는것들은 출근하는길에 들고나와 버린것이다.

무사히 쓰레기장에 도착했지만 친실장은 긴장의 끈을 잠시도 놓아두지 않았다.

[데.....]

쓰레기봉투을 몇개 움직여 자신의 몸을 가려줄 가림벽을 만든 친실장은 바닥에 앉아 몸을 낮추고, 허술하게 묶인 쓰레기봉투 하나를 골라내어 입구를 풀어헤쳤다.

[이건 못먹는데스... 이건 먹을수 있는데스....]

단단히 묶인 쓰레기 봉투는 실장석의 뭉특한 손으로는 풀어헤칠수 없는데다, 그정도로 철저하게 쓰레기봉투를 처리하는사람은 분리수거또한 철저하게 하는게 보통이라 내용물속에 들실장이 먹을수있는 음식물찌꺼기는 없는게 보통이다.

반면에 느슨하게 입구를 묶거나 묶기 귀찮다며 테이프로 입구를 봉하는 경우라면 분리수거가 귀찮아 이것저것 전부 때려박는 경우가 많으며, 이따금씩 내용물이 남아있는 과자봉지같은게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대..대박인데스!]

친실장이 내용물이 자그마치 3분의1이나 남아있는 과자봉지를 발견했다. 친실장은 곧바로 과자봉투를 자신이 들고온 비닐봉투안에 대고 탈탈털어 담고, 조사를 끝마친 쓰레기봉투에 쏟아낸 내용물을 전부 돌려넣은뒤 할수있는한 최대한 봉투입구를 정리하여 돌려놓았다.

[오늘은 운이 좋은데스네!]

오랜만에 대박을 건진 친실장이 들뜬 마음으로 다른 쓰레기봉투를 풀어헤쳐 먹을것을 찾았다.

두개의 쓰레기봉투를 뒤져가며 먹이 수집용 비닐봉투를 넉넉히 채운 친실장이 뒷정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을때는 어둑어둑한 거리를 밝혀주던 가로등의 불이 꺼졌을때. 즉 더이상 이른아침이라 말할수 없는 시간이였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으로 위험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이제는 더이상 인간들이 시간에 쫓겨 바쁘게 지나가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기에 지나가는 들실장을 발견하고 심심풀이로 걷어찬다거나, 더럽다며 얼굴을 찡그린채 구제하려는 경우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는것이다.

친실장은 쓰레기장으로 나갈때보다 더욱 신중하게 주위를 살피며 길가의 장애물에 몸을 숨긴다.

고작 200m. 인간의 신체라면 전력으로 뛴다면 30초조차 걸리지 않으며, 천천히 걸어가도 1분이 채 걸리지않는 거리. 물론 들실장의 경우라해도 10분정도라면 충분한 거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무런 위험이 없을때다.

친실장이 보금자리에 도착했을때는 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허비한 뒤였다.



[마마데스우~]

오늘 하루동안의 먹을것은 물론, 보존식으로 삼기 용이하고 맛까지 좋은 과자를 대량으로 얻은 친실장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실외기 뒤편에 들어섰다.

[어서오시는테치이~!]
[오늘도 밥 많이 찾아온테치?]

웃는 친실장의 얼굴을 본 자실장들이 두팔을 벌린채 친실장에게 달려와 안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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