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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주운 엄지 키우기 1



길을 가던중 전봇대 밑에 작은 살색 물체가 꼬물거리는게 보였다. 뭘까하는 호기심에 봤더니 담배곽보다 약간 작은 실장석이었다. 녀석은 레치잇 하고 놀란듯 울더니 쓰레기봉투더미 사이로 기어들어갔다. 온 몸이 상처 투성이에 가득 빵콘한 녀석은 운치를 질질 흘리며 초록색의 길을 냈다. 봉투 사이에 손을 넣어 실장석을 잡았다. 레챠앗! 하며 작은소리가 손을 타고 진동이 느껴졌다. 그대로 꺼내 실장석을 바라보았다. 핸드폰 진동처럼 몸을 벌벌떨지만 아주 작고 미약한 떨림이 느껴졌다. 차가운 몸과 대비되게 콩닥콩닥 작은 심장이 손바닥을타고 전해졌다. 자세히보니 옷은 입지않고 빵콘한 팬티 와 한쪽발에만 신발을 신고있었다. 머리엔 찢어져 얹어진 두건이 약간 남아있었으나 독라라고 봐도 좋을상태였다. 녀석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인채로 숨을 헐떡이며 치이.. 치이.. 울어댔다. 동족에게 버림받고 상처입은걸까 야생동물의 습격에서 살아남은걸까 아니면 인간에게 학대받은걸까. 여러 생각을 하며 내손에서 떨고있는 작은 녀석을 포근히 감싸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녀석은 내손안에서 잠들어 있지만 아직 몸이 아픈듯 옅게 신음을 내고 있다. 실장석에 대해서는 잘 알지못한다. 그러나 예전 친구가 키운적이 있어 기본적인것에 대해서만 알고있다. 엄지손가락만한크기의 실장석... 엄지라고 불리는 미성숙 개체겠지. 생각을하며 상처투성이에 더러운것투성인 녀석을 먼져 따듯한물에 담궜다. 레챠앗... 하며 작은 신음을내는 엄지, 하지만 눈을 뜨지않은채로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다. 간단하게 씻기고나서 상온에 꺼내놓은 박스를 뜯어 영양제를 까 반찬통안에 부었다. 지우개조각을 잘라 배게를 만들고 반찬통안에 함께 넣었다. 영양제안에서 녀석은 숨을 헐떡이며 치이.. 치이.. 작게 울고있다. 숨을 내뱉을때마다 작은 배가 영양제를 밀어내며 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영양제 한병을 더 까서 설탕을 넣고 섞어준뒤 티스푼에 조금 따라내 녀석에 입에 조금씩 흘려주었다. 작은입은 오물거리며 받아먹지만 대부분 흘리고 있었다. 나는 10번정도 작업을 해주었다. 실장석은 한층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 나는 한숨을 작게 쉰 뒤 녀석을 그대로 둔채 샤워를 하러갔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두었던 녀석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반찬통안의 영양제는 붉은색과 초록색이 섞여 더러워져있었고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뭐지 어디로 간거지 하는 생각을 할때 치이.. 하는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책상 위 서랍 책 사이에서 몸을 숨긴채 작게떠는 한 실장석이 보였다. 나를 힐끔 보며 눈이 마주치자 다시 책 사이 깊숙이 레치 레치 거리며 뒤뚱뒤뚱 뛰어갔다. 책 사이를 보니 녀석은 뒤돌아 쭈그려앉은채 벌벌 떨고있었다. 뭐... 아직은 무서울수도있지 상처가 많은 아이일텐데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믿으며 아침밥을 준비했다.
소시지를 프라이팬에 치익 구우며 계란을 스크램블하여 요리했다. 다 만든 요리를 식탁에 놓고 앉으려하니 어느새 실장석이 꼬물거리며 책 사이에서 나와 음식냄새를 음미하고 있었다. 내가 먹는걸 주기엔 너무나 작은 녀석이기에 어제 사놓았던 실장푸드를 몇 알 꺼내고 병뚜껑에 물을 담아 녀석의 앞에 두었다. 처음엔 손이 가까워지니 “치이잇” 하며 다시 책 뒤로 숨었지만 내가 멀어지니 어느새 나와 사각사각 푸드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푸드를 꼭 붙잡고 야금야금 베어 먹는 모습을 보니 햄스터가 씨를 벗겨먹는 모습이 떠올랐다. 푸드를 사각사각 먹고 물을 마시며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두 알을 다 먹고 빵빵해진 배를 들숨날숨 하며 누웠다. 굉장히 만족한 얼굴로 “레츄우~” 하는 녀석에게 이제 경계가 풀렸나 싶어 손을 앞에 갖다댔다. 하지만 녀석은 “레츄아앗~?!!” 하며 놀라며 뿌디딕 운치를 싸댔다. “레츄 레츄 레츄” 눈물까지 흘리며 다시 책 사이로 깊숙이 들어가 버린 실장석을 보며 친해지려면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물티슈로 대충 책상 위를 닦고 전에 물고기를 키우던 수조를 가져와 서랍장 위에 두었다. 먼저 신문지를 여러장 수조바닥에 깔아준다. 수조 안에 안경닦이를 두고 그 위에 손수건을 접어서 깔아 침대를 만들어 주고 그 위에 안경닦이를 얹어 이불을 만든다. 어제 만들었던 지우개조각 배게도 두면 엄지의 이부자리가 완성이다. 운치를 가릴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화장실로 휴지를 돌돌 두껍게 말아 구석에 두고 화장실인 것을 인지할 수 있게끔 녀석의 운치를 뭍혀두었다. 그리고 장은 종지를 두 개 가져와 하나엔 실장푸드를 넣고 하나엔 물을 넣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녀석이 가지고 놀 탁구공을 하나 두어 수조를 꾸몄다. 녀석을 바로 수조안에 넣을까 했지만 책사이에서 벌벌 떨고있는 녀석을 잡아넣었다간 발광을 할 것 같아 잠들면 몰래 넣기로 하고 노트북을 켜 일을 시작했다.



녀석은 책 사이에서 때떄로 머리만 빼꼼 내밀어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레치.. 레치..” 하는 작은 소리를 내며 홈쳐보기만 하던 녀석은 가끔 눈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 “레츄!” 하는 소리를 내며 쏙 들어가 나오지 않기도 했다. 작은 녀석이 꼬물대며 눈치를 보는 것이 썩 귀엽기도 하다.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고나니 어느새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책 사이를 보니 녀석은 무릎을 껴안은채로 “코츄.. 코츄..” 잠들어 있다. 살며시 손을 넣어 녀석을 꺼내고 운치가 묻어있는 엉덩이를 물티슈로 대충 닦아주고 안경닦이침대에 뉘여주었다. 많이 피곤했는지 한번을 깨지않고 안경닦이를 덮어 자는 녀석을 뒤로하고 나는 방의 불을 끄고 기지개를 한번 한 뒤 녀석과 마찬가지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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