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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봄 (ㅇㅇ(180.83))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은, 실장석의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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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느날의 가을이었다. 실장석에게는 '황금기'라고 불리지만,
사람들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한 계절. 그곳엔 그녀가 있었다.

"데에에엣 데에에 뎃"
출산 직전의 실장석이 있었다. 그녀는 흉하게 튀어나온 배를 거머쥐고
골판지 하우스 근처의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비록 추자일지라도, 열심히 교육하며 겨울을 보내고, 봄엔 자들이 독립하는,
꿈과같은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실에 도착한 그녀는, 재빨리 화장실 칸의 문을 열고 화변기로 향했다.
"데스우우웃!! 데스우웃!!"
화장실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출산을 시작했다.
"텟테레!" 하는 소리가, 그녀에겐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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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8마리의 출산을 마치고, 그녀는 정성스레 자의 점막을 벗겨내고 있었다.
"낳아주어서 고마운테치 마마! 앞으로 열심히 마마를 돕는테치!"

제일먼저 낳은, 소위 장녀라 불리우는 자다.
그 말을 들은 친실장은, 감격의 눈물을 멈추지 못한다.

5명쯤 점막을 벗겨냈을까, 슬슬 점막이 말라갈 시간이다.
"레에엥! 마마! 점막을벗겨주는 레치!! 이대로 가면 우지쨩이 되어버리는레츄!!"
점막이 그대로 남아있는 엄지가 소리쳤다.

장녀가 친실장을 대신해 점막을 벗겨내려는 순간,
친실장은 단호하게 장녀를 엄지에게서 떼어냈다.

"엄지는 자가 아닌데스우."
단호하고도 엄하게, 친실장은 말했다.

"테에.."
장녀가 아쉬운 소리를 냈다.

"레에엥!! 이대로는 우지챠가 되어버리는레...후..."
몇분이 지났을까. 남은 3마리는 모두 저실장이 되었다.

"레후? 마마인레후? 프니프니후~"
원패턴의 저실장을 지겹도록 본 눈으로 친실장은 저실장을 바라보았다.
"마마.. 무서운레후.."

"자들은 이제 집으로 가는데스, 잘 따라오지 않으면 무서운 오바상들이 데려갈것인 데스."
"하이테츄-!!"

일제히 대답한 자실장들은 본 친실장은, 마음 한켠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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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구더기를 든 친실장과, 조잘조잘대며 따라가는 5마리의 자실장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태어나서 처음걷는것에 더불어 하우스는 꽤 멀었다.
"마..마 슬슬 힘든테츄.. 얼마나 더 가야하는 테츄..?"
힘든목소리로 겨우내뱉은 4녀의 말.

"곧인데스. 좀더 힘내는 데스우."
"테에.. 알겠는테치.."
짧은 대화를 마친 후에, 사태는 일어났다.

"테에엥!! 세계의 보배인 와타치가 왜 걸어야하는테치!! 똥마마는 당장 고귀한 와타치를 업고가는테챠악-!!"
"...?"
친실장이 당황스럽게 뒤를 돌아본다.
그곳엔 땡강부리듯 누워있는 차녀가 있었다.

"분충을 안고갈 수는 없는데스, 따라오든 말든 알아서 하는 데스우."
단호한 친실장의 말에, 차녀는 적잖이 당황했다.
"테에엥!! 똥마마였던테치!! 와타치는 세레브한 사육실장이 되는테챠악!!"
완벽하게 분충이 된 차녀는, 길과는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물론, 혼자다니는 자실장의 최후는, 당연히 좋지 않다, 친실장도 이를 알고있었지만, 솎아내기를 하는 수고를 덜어 행복해하는 눈치다.

..어느덧 하우스는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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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에 도착한 친은 운치굴에 구더기들을 던져넣고선, 자들에게 모유수유를 하였다.
장녀와 3녀 먼저, 그후엔 4녀와 5녀,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자들을 보고선, 그녀는 행복을 넘어선, 그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모유수유가 끝난 후, 봉투에서 새것같은 수건을 꺼낸다.
그 수건으로, 자들을 덮이고, 친실장은 신문지를 덮고 잤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모유만으론 배가차지 않은 3녀가, 보존식에 손을대었다.

그리고, 아침.

"데에엣? 도토리가 좀 없어진데스우!'
3녀는, 그말을 듣고 당황했다. 먹으려고 쌓아둔게 아닌가? 왜 저렇게 당황하지? 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실장석중에는 똑똑한 편이다. 하지만, 보존식에 손을댄 건 사실. 운명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누가 밤중에 도토리를 먹은 데스우?"
친실장은 위협적이게 물었다. 3녀는 벌벌 떨고있었다.
그 때, "와타시가 먹은테츄!"
당황한 3녀 앞에, 4녀가 서있었다.
4녀는, 밤의 일을 모두 보았다. 운치굴에 다녀오면서, 모든걸 봤다.

"오마에였던 데스우? 보존식에 손을대는건 분충인데스우."
"아는 테츄, 하지만 너무 배가고팠던테츄. 죄송한테츄우.."
4녀는, 오네챠를 위해, 자신이 솎아내지더라도, 오네챠를 지키고 싶던 것이었다.
그래도 뭐, 실장석이지만 자매애는 있는 모양이었다.
솎아내지기 전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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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간은 흘러, 낙엽은 쌓여갔고, 가을이 있던 자리를 겨울이 차지하고 있었다.

".. 이제 겨울인데스, 하지만 보존식이 모자라는데스.."
전에있던 춘자들, 그녀들은 마마를 도와 풍족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추자들은 교육할 시간도 모자랄 뿐더러. 솎아내기조차 할 시간이 없었다.

"잘 듣는 데스. 모두 집앞에서 낙엽을 모아오는 데스."
"알겠는테츄!"
많이 커진 자실장들이라면, 낙엽은 충분히 모아올 수 있다.

장녀, 삼녀, 오녀. 모두 친의 말을 충직하게 따르며,
친은 그런 자들에게 아낌없이 애정을 쏟아부었다.

어느덧, 해는 저물고. 친이 돌아올 시간이다.
"이제 도토리가 얼마 없는 데스, 아껴먹어야 하는 데스우."
친의 폭탄발언에, 자들은 더없이 놀랐지만, 친이 괜히 그럴 말을 할 실장이 아니기에, 친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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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을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완전한 겨울만이 남았다.
"테에엥... 추운테츄 마마..."
두마리의 자실장이 말했다. 한마리는, 겨울이 시작되고 나서 있던 폭설과 한파에, 동사했다.

".. 마마의 품으로 오는데스."
말이 끝나자마자 친의 옷 안으로 잽싸게 들어간 자들.
친은, 피부가 차가워져도. 자들이 따뜻하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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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은 끝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들은 더욱 추워진 하우스문을 닫고 낙엽을 보강했다.
그래도 추운건 매한가지다.
두마리 남은 자들을 본 친실장은. 어떻게 지켜야할지 머리를 싸매며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안은. 자들을 수건으로 감싸는 것이었다.
자들을 수건 위에 올리고, 빙빙 감았다.
숨이 약간 막히지만, 더 따뜻해진 자들은,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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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봄의 시기가 왔다. 곧 봄이다.
풀들은 자라나고, 꽃들이 만개하는 그 계절.
중실장이된 자들은. 어서 겨울이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추운날씨지만, 전보다는 많이 따뜻해졌다.
봄이되면 독립해, 자들을 낳을 그날을 소망하며 잠에든 중실장들.
어느덧, 봄은 코앞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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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로 따지자면, 3월 9일. 겨울이 끝난 지 얼마 안된 시간이다.
독립의 시간이 다가온 자들은, 골판지를 몰색하며 쓰레기장을 돌아다녔다.
친이 그랬던 것 처럼, 친의 친이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고도 필수였다.

친은 그 모습을 보며, 막 독립했을 때를 떠올린다, 즐겁진 않았지만, 자가 생긴 그기쁨을 처음 알았던 날,
그 모든 감정을 기억하고 있다.
자들을 위하며, 자들을 사랑하는, 자신이 대견스러워 졌다.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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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 꽃이 피는걸 시샘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극심한 일교차.
친은, 살아오면서 이추위를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자를 낳은 후에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여 늦은 오후에 자들에게 골판지를 찾아오라 했지만,
꽃샘추위의 밤은, 겨울과도 같다.

어느덧 밤, 으슬으슬함을 느낀 친. 불안감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중실장이니 그녀들이 돌아올거라 믿으며, 잠을 청했다.
물론, 돌아오는 일은 없었지만.

하염없이 봄을 소망하던 자들은. 쓰레기장 근처에서 골판지를 등에매고 죽었다.
아침이 밝자, 관리인은 골판지를 다시 분리수거하고, 시체는 쓰레기봉투에 던져넣었다.
이를, 친실장은 알까?

하염없이 봄을 기다리던 자들은, 죽었다. 하염없이 기다린 봄은, 자들을 죽였다.
친실장은, 알 턱이 없다.

그저, 봄을 소망하던 자들이 돌아오기를 소망하며..

친실장은, 기약없은 잠에 빠졌다.

아무도, 이 친실장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녀들에게 닥친 비극조차,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은, 실장석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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