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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열쇠 전설 (ㅈㅅㅅ(180.67))



"51일... 이제 51일밖에 안 남았어"
데스데스

괜스레 마음이 답답해진 A는 벤치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반지 공원. 평범하게 산책로와 풀숲, 그리고 운동기구가 있는 공원이다
힘든 일이 있거나 괴로울 때, A는 종종 이곳에 오곤 한다
이유는 그의 고시원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이곳엔 실장석이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해수다 분충이다 뭐라 하지만, A에게 실장석이란 고마운 존재다

데뎃? 데스데스
데스! 데스데스!

연약한 우레탄 바디, 하찮은 시력, 이런 비참한 신체 능력으로도 열심히 살아가는 실장들의 모습은 A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
0.3점 차로 필기시험에서 떨어졌을 때도, 고민하던 두 곳 중 포기한 곳을 쳤더라면 이미 합격했을 것이라는 알았을 때도 실장들은 언제나 언청이 입에서 뎃뎃소리를 내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실장석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A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보통 실장석이 거주하는 공원은 북두의 권에서 나올 법한 세기말적인 풍경이 펼쳐지곤 한다
하지만 이곳, 반지 공원은 달랐다

데즈, 데즈우우!

이 공원의 실장들은 투분하지 않는다. 탁아하지 않는다. 구걸하지 않는다. 서로 잡아먹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가끔 분충이 나오긴 했으나 대부분은 위의 규칙을 지켰다
다른 실장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실장, 보스라 불리는 실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덕분에 이 공원은 사육 실장들도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고 애호파의 지원도 끊이질 않았다

데스데스악!

이 공원은 애호파의 지원 양상도 다른 공원과는 달랐다
보통 애호파들은 푸드를 바닥에 막 뿌려댄다
실장석이 비둘기도 아니고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냥 나누어주었다간 보통 공원의 들실장들은 푸드에 눈이 뒤집혀 몰려든다
실장석은 시야가 좁다
좁은 시야에 들어온 푸드는 적고 경쟁자는 많다
경쟁자는? 줄여야 한다
곧 몰려든 실장들은 싸우기 시작한다
혹은 분충들이 다가와 운치를 바르거나 투분을 하며 똥노예!를 외친다
그걸 피하고자 최대한 넓게 퍼지도록 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뎃, 데데뎃, 데기이익!

하지만 이 공원은 다르다
강력한 보스의 통치 아래 질서가 잡힌 녀석들에 매혹된 애호파들은 푸드를 막 뿌리지 않고 접시나 봉투에 담아 나누어준다
혹은 마음에 드는 가정을 정하고 후원해준다거나 심지어 보스에게 포대 채로 넘기기도 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풍요로워진 식량 사정은 실장들을 관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평화로워진 공원에는 자실장도 마음 놓고 뛰어다녔다
푸른 숲에 녹색 난쟁이들이 아장아장 돌아다니는 것은 나쁘지 않은 광경이다
A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 공원에서 활력을 충전하곤 했다
그런 A가 오늘은 커피를 반도 채 마시지 않고 벤치에 내려놓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앞에 있는 것은 보통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로등 앞, 공원의 실장들과 독라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데힛, 데복, 데히앗

이상한 기합이 흘러나오는 그것은 마치 털을 박박 밀은 돼지들을 마구잡이로 쌓아 올린 탑처럼 보였다
그것들은 독라의 덩어리였다
독라 덩어리는 이리저리 뒤엉켜 꿈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위를 향했다
공원에서 실장들이 몰려다니는 것은 꽤 자주 있는 일이지만 거기엔 보통 이유가 있다
콘페이토, 푸드, 사냥, 놀이...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가로등을 오르기 위해 독라탑을 쌓는다는 것은 없다
고작 삼단을 쌓았을 뿐인데 벌써 맨밑의 독라는 죽어라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의 실장들은 독라들을 다그쳤다
독라들은 깔린 독라들의 위로, 그 위로 올라갔다

"이게 뭐야"

그 기괴한 장면에 A가 압도당한 사이 독라탑은 점점 높아져 갔다
그제야 A는 알아챘다. 독라탑의 목표가 무엇인지





"엥?"

가로등 중간에 매인 빨간 노끈, 그 끝에는 세모꼴의 물체가 달려 있었다
잡는 부분이 검은 플라스틱으로 덮인 쇳조각은 바로 열쇠, 자동차 열쇠다. 요즘은 보기 힘든 구형 차키다
아마도 칠칠맞은 누군가가 잃어버리고 마음씨 좋은 누군가가 찾기 쉽게 저기 매달아 놓았을 것이다
A가 시험에서 떨어진 작년, 재작년에도 제자리를 지킨 열쇠는 오랜 시간 매달려 이미 공원의 한 풍경
당연히 있던 거라 아무도 이상함을 못느끼고 건드리지도 않았던 열쇠다
그것을 왜 실장들이 원하는 것일까, 녀석들은 눈이 튀어나올 듯이 보일 정도로 열쇠에 집착하고 있었다

데스, 데스후아!

그때, 조금 굵은 울음소리와 함께 녀석이 등장했다
열쇠에 빠져있던 실장들도 정신을 차리고 녀석의 환영을 반겼다
모세 앞 파도처럼 갈라지는 실장들, 머리 하나는 더 큰 보스 실장이 당당하게 그사이를 걸어왔다
그 모습은 방어전에 여유롭게 나오는 챔피언의 모습과 같았다

데스데스, 데스우우!
데스! 데스! 데스!

보스가 연설하듯 외치자 실장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준비를 마친 보스는 독라의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데흡! 데흡! 데흡!

독라탑은 이미 압박의 고통으로 땀과 피눈물로 범벅이 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호흡과 함께 보스는 독라탑을 올랐다
그것은 A도 손에 땀을 쥐고 볼 정도로 긴장감있는 장면이었다

데흐읍!

몇 번의 실족이 있었지만 보스는 끝내 독라탑의 꼭대기에 도달했다
바로 서기만 한다면 열쇠에 손이 닿는 높이였다

데스젯슨!
데스! 데스! 데스!

보스가 꼭대기에서 일어서자 실장들은 공원이 떠나가라 환성을 내질렀다
A도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데끄으으으으읍!

마침내 보스가 열쇠를 움켜쥐는 순간
물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독라탑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데피앗!

처음부터 파멸은 예정되어 있었다
층층이 쌓인 독라탑은 당연히 하부로 갈수록 압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보스가 등반을 시작한 시점에 이미 맨아래층 독라들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
바깥쪽에 위치한 독라들은 튀어 나간다면 살 수 있었으나 구경꾼 실장들이 그렇게 두질 않았다

데프프픗, 데샷!
데뎃, 오로롱 오로로롱!

구경꾼 실장들은 거침없이 바깥 독라를 걷어차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압력에 그만 짓눌린 물풍선같은 꼴이 된 독라들은 보스의 기립과 함께 한계를 넘어 버렸다
토대가 사라지면 탑은 붕괴한다
터져나간 부분으로 독라탑은 서서히 기울어 갔다

데히잇!
데프프프! 데퍗?

피사의 사탑처럼 서서히 기울던 독라탑은 갑자기 매서운 속도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피복과 털이 없는 독라의 가죽은 피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 매끄럽게 변한 육신은 경사가 심해지자 산사태처럼 쏟아져 버린 것이다
가까이서 걷어차며 비웃던 실장은 독라의 사태속에 깔려 버리고 눈치빠른 실장은 도망쳐 보지만 그래봤자 실장석. 독라사태에 휩쓸려 나갔다

"실화냐..."

A가 이 사태를 핸드폰으로 찍었어야 했는데하고 후회할 무렵, 보스 실장이 일어났다
꼭대기에 있던 보스는 사태를 눈치채고 밟고 있던 독라를 서핑 보드처럼 이용해 타고 내려왔다

데샤아!

보스 실장은 분한지 보드 독라를 걷어찼다
그런 보스 실장의 손은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아마 열쇠를 끝까지 잡아서 그랬으리라

A는 궁금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A는 린갈 어플을 받았다 그리고 물었다 보스에게

"뭐하는 거냐?"

보스는 멀뚱히 A를 쳐다보더니 이내 대답했다

[보면 모르는 데스? 저 열쇠를 처리해야 하는 데스]
"왜 저 열쇠를 처리해야 하는 거지?"

보스는 대답을 주저했다
A는 눈치챘다 보스 실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옛다"

A는 마시다 만, 종이컵에 담긴 믹스 커피를 보스 실장에게 주었다
보스 실장은 커피를 요령좋게 들어 홀짝 마셨다

[크흠, 역시 커피는 자판기 커피인 데스]
"오, 너 커피도 알아?"
[당연한 데스, 와타시는 상식있는 실장인 데스]

보스 실장은 커피값으로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그러니까 해씨가 다섯번 뜨기 전이었던 데스...]

반지 공원은 안전하다는 이유로 사육 실장들이 자주 놀러오는 곳이었다
그런 반지 공원에 한 사육 실장이 놀러왔었다

[그 사육분충의 이름은 '푸우'였던 데스우]

성체 사육 실장 '푸우'는 답답한 집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의 즐거움을 듬뿍 즐기고 이제는 정신적인 즐거움을 챙기려는 참이었다
정신적인 즐거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월감이다
보살핌없이 야생에서 살아가는 들실장과는 다른 선택받았다는 자존심,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푸우는 열심히 자랑을 늘어놓았다
따뜻한 집, 폭신한 침대, 깔끔한 화장실, 매지컬 테치카 봉 등등...
그러나 푸우는 미묘한 불쾌함을 느꼈다
사육 실장은 종종 들실장에게 가학적인 욕구를 드러내곤 한다
보스 실장은 그 상황을 막기 위해 성체 사육 실장은 자기가 맞이하곤 했다
덩치가 큰 보스 실장 앞에서는 분노조절장애 사육도 분노조절잘해 사육이 됐다
그런 이유로 푸우의 상대는 보스 실장이었다
사육 상대의 경험이 풍부한 보스 실장은 적절히 응대했을 뿐이었다
비록 친절한 응대였지만 그것은 바람이 적당히 빠진 풍선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을 느낀 푸우는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이 들실장에게서 우월감을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정보다
사육 실장인 자신은 들실장보다 많은 교육을 받았고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푸우는 자신의 세레브함을 뽐내기 위하여 아는 것을 마구 내뱉기 시작했다
사육 실장의 조건, 변기의 사용 방법, 수도꼭지를 돌리는 법, 리모컨을 사용하는 법...
보스 실장은 때론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맞장구치며 정보를 얻었다
필요없는 것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필요하다싶은 정보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더 파고들었다
앉아서만 이야기하면 금방 질린다
보스 실장은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대화를 유도했다
그렇게 정보를 뽑아내다 마을 맞은 편에 있는 공원이 구제당했다는 소식을 얻어낸 후 그 일이 일어났다

[오마에타치는 그런 분충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는 데스... 또.. 또.. 뎃! 저것은!]

푸우는 과도할 정도의 리액션을 하며 그것을 가리켰다
평소에 고개를 잘 들지않는 들실장들은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 존재 자체를 몰랐지만 사육의 특성상 올려다보는 일이 잦았던 푸우는 발견하고 만 것이다
문제의 열쇠를

[저것은 열쇠!]
[그게 무엇인 데스?]

푸우는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열쇠는.. 그것인 데스!]

푸우의 설명속 열쇠는 그야말로 현자의 돌이요 램프의 지니였다

[닝겐이 열쇠를 구멍에 쑤셔 넣으면 우마우마가 나오는 데스, 아마아마한 간식도 나왔던 데스, 세레브한 하우스도 나오는 데스요?]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나 허황된 이야기에 보스 실장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렇게 엄청난 물건을 인간이 저렇게 내버려 둘리가 없었다

[오, 오마에! 무례한 데스!]
"푸우! 이만 집에 가자"

허풍쟁이 사육 실장은 사육주에게 끌려가면서도 목청높여 외쳐댔다

[열쇠는 만능인 데스! 절대인 데스! 절대 열쇠인 데스우우우!]
데큽!

보스 실장은 코웃음치며 무시했다 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바로, 그자리에서 확실히 허풍이란 것을 알려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가로등 중간즈음에 매인 열쇠, 그 높이는 실장석을 인간으로 치환하면 건물 3층 옥상쯤 되었다
실장석에겐 까마득한 높이다
자신은 올라갈 생각도 없고 올라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무시했다 하지만 다른 실장들은 아니었다

그렇게 소문이 시작되었다
소문은 사실 여부에 관심이 없다
소문은 오직 소문을 퍼뜨리는 자와 소문을 듣는 자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절대 열쇠에 관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오마에, 저것이 무엇인지 아는 데스까?]
[열쇠라는 것인 테치]
[열쇠는 그야말로 만능인 레치]
[열쇠레후! 프니프니레후! 프니프니! 프니프니!]
[열쇠는 우마우마도 아마아마도 마구마구 만들어내는 테스]
[열쇠를 가진 자는 세레브상이 되는 데스!]

어미가 자기전 새끼에게 속삭이고, 운치굴 엄지가 구더기에게 프니프니하며 알려주었다
실장 특유의 행복회로에 멋대로 왜곡된 소문은 공원 실장들의 마음속에 묵직하게 스며들었다

[저것은 절대 열쇠인 데스, 저것을 얻는 실장은 세레브상이 되어 닝겐들을 노예로 부리는 온세카이의 여왕사마가 되는 데스!]

이것은 더이상 소문이 아니다. 전설이다
이제 반지 공원의 실장들 가운데 절대 열쇠 전설을 모르는 실장은 방금 텟테레를 외치고 태어난 실장밖에 없다

"그래서?"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A는 보스 실장을 다그쳤다
보스 실장은 손을 들어 보였다
당분이 들어있는 믹스 커피 덕분인지 손은 어느정도 재생이 되었지만 아직은 상처가 덜 나은 상태
양심에 가책을 느낀 A는 주머니에서 굴러다니던 ABC 초콜릿을 꺼내 주었다

[데챱, 데챱, 와타시타치는 이런 소문에 약한 데스, 금방 속고 휩쓸리고 떨어지는 데스...]

본디 반지 공원의 실장들은 통제가 잘 되었다
그것은 바로 보스 실장 덕분이었다
실장석의 짜리몽땅한 팔다리로는 무술의 무자도 다루기 힘들다
단순히 투닥거리는 막싸움이 주력이다
그런 막싸움에서는 덩치가 승패를 가름짓는 요소다
보통 실장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보스 실장은 공원의 실장석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보통 실장의 한계를 넘은 성장, 거기다 똑똑하기까지. 보스 실장은 실장석의 초인이었다
결코 넘을 수 없는 산같은 존재, 신과 같은... 마땅히 따라야 할 리더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절대 열쇠.

아무리 보스라지만 세레브상보단 못한 법
보스를 뛰어넘을 방법이 나타난 이상 보스의 지도력이 전과 같을 순 없었다
행복회로는 미쳐 날뛰고 분충들은 속출했다
소문이 퍼진 지 고작 사흘이 채 되지 않아 공원은 분충화되기 시작했다
나날이 떨어지는 통제력에 보스는 술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절대 열쇠 전설에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보스 실장은 사실 여왕의 충실한 오른팔이 될 존재라고, 그래서 여왕이 탄생하기 전까지 대신 공원을 다스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보스 실장은 영리했다
소문은 쉽게 퍼졌고 금방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보스 실장은 이제 절대 열쇠를 차지할 경쟁자가 아니다 마땅히 열쇠가 될 자신의 부하가 될 존재, 절대 열쇠의 수호자이자 자신에게 열쇠를 내어줄 전달자가 되었다

[모두 모이는 데스]

보스 실장은 선언했다
저 열쇠를 얻겠노라고 그리고 절대 열쇠의 주인을 가리겠노라고

[데프프픗!]

보스 실장은 손을 들어 열쇠를 가리켰다
초콜릿 덕인지 상처는 이제 희미한 하얀 선만 남아 있었다
그 손은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손 끝에 비치는 것은 공원의 실장들

[저것들 좀 보는 데스]

꿈틀거리는 살덩어리들, 적록의 파편을 덮어쓴 실장석들은 무너진 독라탑은 다시 세우고 있었다

[와타시야말로 선택받은 실석인 데스!]
[오마에는 발판이 되는 데샷]

독라가 독라를 밟고 반독라는 그걸 밟고 올라가려 한다
그 반독라를 다른 실장이 끌어내려 짓밟는다
그 뒤통수를 또 다른 실장이 후려쳤다
탐욕과 오만이 뒤엉킨 가운데 서로를 발판삼아 올라가려 발버둥치고 있었다         
결코 닿지 못할 목표를 향해 아우성치는 헛된 노력들
이것은 실장석의 바벨탑이었다

[데퍗, 데퍄퍄퍄!]

보스 실장은 미친듯이 웃어댔다
그리곤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와타시는 미숙아로 태어난 데스, 환경은 바꿀 수 없었지만 자신은 바꿀 수 있었던 데스]
[다른 자매가 놀고 있을 때 와타시는 노력한 데스, 이룰 수 없는 것을 바라고 가만히 있을 때 와타시는 움직인 데스]
[힘들었던 데스. 포기하고 싶었던 데스. 그래도, 꾸준히 참고 해나간 데스. 어느순간 와타시는 보스가 되어 있었던 데스]

보스 실장은 힘이 빠진듯 털썩 주저앉았다

[뭐든지 이루어주는 절대 열쇠가 있다면 와타시의 실생이, 세상이 이렇진 않았을 거인 데스. 좀 더 아마아마하고 이로이로한 세상이었을 것인 데스]

여전히 열쇠 아래에선 실장들의 배틀로얄이 펼쳐지고 있었다
철저히 개인전이다

[뭐가 절대 열쇠인 데스! 마라까는 소리인 데스. 그런 사기스러운 물건이 이 세카이에 존재할 리가 없는 데스!]
[저것은 그냥 열쇠인 데스. 그냥 쇳조각이란 데스. 고작 쇳덩어리에게 와타시의, 소중한 공원이 망가진 데스]

A는 보스 실장에게 말했다
내가 도와주마
[뎃?]

A는 가로등에 다가갔다

샤아아아앗!

탐욕에 사로잡힌 실장들이 위협하듯 소리를 내질렀다
A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쇠를 가로등에서 벗겨냈다
노끈을 묶어 목걸이처럼 만들었다
A는 그것을 들고 보스 실장에게 향했다

"네 말이 맞아, 그건 그냥 열쇠일 뿐이야"
[데뎃?!]

그 힘든 과정을 거쳐도 얻지 못했던 열쇠를 인간이 쉽게 얻자 보스 실장은 물론 다른 실장들마저 벙 쩌버렸다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열쇠지"

A는 열쇠 목걸이를 보스 실장에게 걸어 주곤 등을 돌렸다
떠나는 A의 발걸음은 어쩐지 가벼워 보였다

A가 떠난 후에도 보스와 실장들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보스였다
보스는 이 열쇠가 절대 열쇠가 아닌 그냥 쇳덩어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잡으려 했지만..

끄흡!

그러지 못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에 보스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보스의 가슴에는 돌로 갈아 날카로운 쇠막대기가 튀어나와 있었다
보스를 찌른 자는 보스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충실한 부하 실장이었다

[오, 오마에...]
[보스상.. 오마에가 나쁜 데스. 모든 것을 가진 주제에 열쇠까지 가지려 하다니. 그런 것은 유루사나이데스!]

보스는 앞으로 쓰러졌다
오른팔 실장은 보스 실장에게서 열쇠를 벗겨냈다
열쇠를 들어올리며 선언했다

[절대 열쇠가 와타시의 손에 들어온 데스! 와타시가 세레브상이 되는 데스!]
.........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데에?! 이거 왜 안되는 데스? 데스! 데스젯슨! 절대 열쇠상은 어서 와타시를 세상의 여왕으로 만들어주는 데스~ 세레브 상으로 만들어 주는 데스~ 텟테레~ 텟테로게~]

오른팔 실장은 열쇠를 문지르고 어르고 달래도 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똥열쇠! 얼른 말을 듣는 데스요? 데기익!]

오른팔 실장은 쓰러졌다. 다른 실장석이 공격한 것이다
다른 실장들은 생각하지 못했다
절대 열쇠가 가짜일 리가 없다고, 그저 저 실장이 자격이 없을 뿐이라고, 자기만이 자격이 있는 실장이라고
그렇게 절대 열쇠를 향한 실장들의 쟁탈전이 시작되었다
이 배틀로얄은 심판도 룰도 없었다
...

온몸이 찢어질 것같은 고통 속에서 보스는 눈을 떴다
오른팔의 일격은 치명타였다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는 보스는 끙끙 앓으며 주위를 둘러 봤다

[열쇠, 열쇠 내놓는 테스!]
[와타시의 보검은! 어딨는 데스까!]
[부르투스, 오마에!]

손재주가 좋아 옷을 잃어버리거나 찢긴 실장복을 수선해주곤 하던 마음씨 좋던 수선 실장,
수선 실장은 애용하던 바늘으로 실장복 대신 이웃 실장들의 대가리를 꿰맸다
그 뒤로 효녀로 소문난 자실장이 열쇠를 가지고 도망치던 친실장의 다리를 물어 뜯는 모습이 보였다 
운치굴 엄지마저 이 난투에 끼어들어보지만 성체들에 짓밟혀 적록의 얼룩이 되어 버렸다

어미가 자를 걷어차고 자매가 서로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곳은 더 이상 보스 실장의 공원이 아니었다
이곳은 지옥이 되어버렸다

[실생... 마라같..ㅇㅡ...ㄴ......]

시야가 어두워 진다. 보스는 눈을 감았다

소란이 계속되자 인근 주민의 신고가 빗발쳤다
그 결과...

휘익~
데?

휘파람을 불며 등장한 인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제반이다 
하얀 방호복을 입고 빠루를 든 그 모습은 다른 공원의 실장들에게는 사신 그자체겠지만
반지 공원의 실장은 몰랐다
보스의 치세 아래에서 대를 거듭하는 사이 하얀 악마의 존재를 대부분 잊어버린 것이다
열쇠 쟁탈전에서 죽지않은 몇 안남은 실장들이 구제 요원을 위협했다
하얀 악마를 두려워하지 않는 들실장이라니. 구제 요원은 혀를 내둘렀다

[오마에타치는 뭐하러 온 데샤!]
"뭐긴 뭐야, 구제하러 왔지"

그날 공원은 해골 3개를 받았다

......구제가 끝난 후

팅!

공원 바닥에 들러붙은 실장육을 긁어내던 갈퀴에 무엇인가가 걸렸다
금속성의 소리에 구제 요원은 그것을 집어들었다
적록의 육편속에서도 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것은 열쇠였다

"이거 어떻게 하죠?"

구제 반장은 귀찮은 티를 내며 대꾸했다

"거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놔 둬"

열쇠는 탐욕의 흔적에서 일어나 다시 가로등에 자리잡았다

세월이 흘러..
A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삑!
"5000원 입니다"
"오빠 콘페이토는 왜 사요?"

면접 스터디에서 여친도 사귀었다
A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신세진 녀석이 있거든"

A는 여친과 함께 반지 공원을 찾았다

"보스! 보스야!"

아무리 찾아봐도 보스는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실장들에게 물어봤지만..

[우리 공원엔 보스같은 건 없는 데스]
[보스가 뭐인 테치?]
[프니프니후! 푸니푸니후!]
[와타시가 보스인 데스, 오마에! 그 아마아마해보이는 콘페이토를 보스에게 바치는 데복!]
"오빠, 공원 착각한 거 아니에요?"

길어지는 탐색에 여친이 불만을 토로할 무렵

"혹시 보스 찾으시나요?"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손에는 사육 실장용 하네스가 들려있었다

"구제로 다 쓸려나간 지 몇 달 됐어요. 보스가 있었을 적은 참 좋았는데... 이제는 평범한 공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참피 키우신다면 이 콘페이토 가지실래요? 원래 보스에게 주려던 것인데..."
"하하, 감사히 받겠습니다"

A는 콘페이토를 남자에게 건네줬다 
여친이 칭얼거렸다

"아쉽다. 그런 엄청난 참피라면 보고 싶었는데..."
"아니, 보스라면 살아 남았을 거야"

근거도 없지만 A는 확신했다
그렇게 여친과 시시덕거리며 공원을 떠나는 A는 듣지 못했다. 애호파 남자의 외침을

"푸우! 이녀석 어디간 거야?"

한편, 공원에선 들실장이랑 대화중인 사육 실장이 있었다
사육 실장은 가로등을 가리키며 으스댔다

[아아, 저것은...]

지금도,
반지 공원 가로등에는 열쇠가 매달려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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