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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실장

 

"하아... 김부장 그 개쉐키..."

"뎃승 뎃승!"

"어? 뭐냐?"


오늘도 어김없이 김부장 욕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내 앞을 가로막는 실장석을 만났다.

무시하고 돌아갈까 했지만 어느새 새끼들까지 나타나 테치거리며 나를 막아서자 살짝 흥미가 돋아 사탕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데... 뎃스응-!!"

"테츄츄~ 텟츄웅~!!"

"탁아는 아닌거 같고... 구걸하는거지? 무상의 행복은 없어요. 뭔가 재롱이라도 부려봐라."


내가 꺼낸 사탕에 광분하던 실장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작은 새끼가 무대 가운데 서서,

두손 모아 알 수 없는 흐느낌을 흥얼거렸다.


"테에에~ 테에에츄우우~ 츄와아아아아~♬"

"아아~ 하나도 재미없어, 그게 다야? 그럼 난 가야겠다~"

"데뎃, 데스 뎃스으! 뎃수우웅!"


내가 엉덩이를 털고 과장된 몸짓으로 돌아가는 시늉을 하자 어미로 보이는 실장석이 붉어진 얼굴로 새끼들을 재촉했다.

그러자 녀석들은 좀 더 격한 움직임으로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노래를 부르던 새끼는 목주변에 혈관이 튀어나올 정도로 고함을 질러댔다.


"텟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뎃수수! 뎃수수! 데수우!"

"텟치치! 텟치치! 테츄우!"

"허헛, 제법 박자감각이 있는데? 엣따~"


녀석들이 땀에 절어 쓰러지기 직전,

난 들고 있던 사탕을 까서 어미에게 굴려줬다.

곧 뎃승~ 거리는 콧소리와 함께 새끼들을 불러모아 열심히 핥는 모습이 짠해보였던 나는 남은 사탕도 까서 녀석들에게 건내주었다.


"난 김부장 새퀴랑은 달라서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럼 제군들! 안녕히!"

"뎃수웅~ 뎃수우웅~"

"텟츄우우웅~"


내가 오글거리는 대사와 함께 작별인사를 하자 어미는 사탕에 홀린 새끼들을 다독여 다함께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내가 녀석들의 시야에서 사라진지 제법 되어도 허리를 펴지 않는 것이 어미가 예전엔 사육실장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런 추운 계절에 버림 받아 공원에서 살아 갈 수 없는 놈들은 탁아와 구걸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다.

조그마한 녀석들도 살아가기 위해 참으로 애쓴다 느낀 나는 짠한 마음을 뒤로 한 체 고개를 돌려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데... 데샤앗! 뎃샤아아앗!"

"데프프픗! 데슨 데슨! 뎃수우웅~♡"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차가운 바람이 휘모는 어느 골목길 안쪽에서 실장석 한마리가 옆구리에 피를 철철 흘리며 새끼들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선 반달눈을 띄운 체 번뜩이는 대못을 든 실장석이 바닥에 흩어진 사탕을 주우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데픗! 뎃수 뎃수우웅~ 데수우우웅~"

"데... 데엣? 데... 데에에에?!"

"테? 테에에... 테에에에엥!"


사탕을 전부 봉투에 담은 실장석은 안도하고 있는 어미에게 자식들을 가리키며 요구했고 사색이 된 어미는 울부짖는 새끼들을 끌어안으며 거부했다.

그러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못을 든 실장석은 어미의 품에 안겨있는 새끼들 중 한마리를 재빨리 빼앗아 흐느끼는 어미에게 보란듯이 머리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갉아먹었다.


"데프프프프프프프... 챱챱챱... 갉짝갉짝..."

"테기잇! 테에에! 테에에엥! 테치이... 테이이잇! 테갸아아아아아아아악-!!!"

"오롱! 오로로로로로롱~!!!"


머리가 반쯤 먹힌 새끼가 두눈을 까뒤집자 어미가 보는 앞에서 팬티를 벗긴 뒤 두눈을 붉게 물들여 쏟아지는 구더기를 높게 받아먹던 실장석은 등 뒤에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를 눈치채지 못하고 어미를 놀려먹기 바빴다.

그러나 까무러쳐야할 어미와 새끼들의 시선이 자꾸 자신의 등 뒤를 향하자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아주 살짝 돌려 확인해 보기로 한다.


"데... 데슨?"

"내가 별에 별놈들 다봤지만 너처럼 추잡하고 더러운 놈은 처음이다."

"데젝-!!!"






내가 녀석들의 시선에서 한참 벗어나 마지막으로 돌아본 그 때,

녀석들이 등 뒤에서 나타난 동족에게 대못으로 무차별적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먼거리였기에 고작 실장석 따위로 돌아가는건 멍청한 짓이였다.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녀석들을 구해줘봤자 남는건 내 육체적 피로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왠지 이대로 돌아가면 기분이 오랫동안 찝찝할 것 같았다.

난 제법 고민하다가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하아... 이걸 죽여 살려?"

"덱... 덱이이... 데부붑..."


난 내 구두에 허리가 눌린 실장석을 어떻게 할 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눌러버리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옷을 버릴 수 있고,

그냥 놔두자니 구해준 실장석 가족들이 걱정이였다.


"내가 어떻게 해줄까? 니가 정해보렴."

"데... 데슨 데슨."

"뎃? 데에에에?! 뎃... 텟테로게~♬"

"허헛, 그런 수가 있었구먼."


내가 구해준 어미가 바닥에 쏟아진 운치로 녀석을 임신시키자 금새 부풀어 올라 구두를 들어올렸다.

녀석은 곧 태교를 시작했고 내가 놓아주자 주변을 힐끔이더니 분한 듯 한숨을 한번 길게 내쉬고는 저멀리 사라져갔다.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여기까지다. 더 이상 도와주거나 키워준다거나 그런건 없다? 미행같은거 했다가는..."

"데... 데슨 데즌."

"테... 테치잇..."


어미는 옆구리에서 쏟아지는 피도 아랑곳없이 차가운 바닥 위로 도게자를 했다.

곧 남은 새끼들도 어미를 따라 나에게 절을 했고 머쓱해진 나는 그렇게 녀석들과 헤어졌다.


"잘가라."

"데슨 데슨."

"테치칫."


찬바람을 맞으며 오랫동안 도게자하던 녀석들은 편의점에서 무어라도 사줄까 싶어 고개를 돌려봤을 땐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 녀석들은 잘지내고 있을까?

난 혹여 다시 만나는 날을 위해 주머니 가득 사탕을 준비하고 다니게 되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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