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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실장의 애교



실장석이 애교(아첨)를 떤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 애호파들은 이걸 두고 오직 인간에게 맞춰 적응해 온, 인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랑 
스러운 생물 운운하는 개좆까는(이런, 실례) 소리를 지껄여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장석의 애교 대상은 실로 다양하다. 
우연히 마주친 인간이나 말이 통하는 같은 실장석끼리는 물론이고 자신을 덮치려는 까마귀나 
고양이 등의 천적부터 시작해서 손이 닿지 않는 나무 열매나 꽃, 먹기엔 너무 맵거나 짠 음 
식, 인간의 집에서 살아주려는 자신을 가로막는 유리창, 건너기엔 너무 넓고 깊은 도랑, 자신 
들을 두렵게 하는 천둥소리, 가차없이 내리꽂히는 한여름의 태양까지 그 대상은 인간과 동식 
물, 무생물과 자연현상을 가리지 않는다. 
횡단보도도 아닌 도로가에서 달리는 자동차를 향해 멈춰달라고 한참 애교를 부리더니 잠시 차 
가 안 오는 사이에 애교 포즈 그대로 건너편을 향해 뛰어가다가 깔려죽은 놈이나 추운 겨울날 
골목길 위에서 단체로 하늘을 향해 뎃수웅~ 텟츄웅~ 거리다가 선 채로 얼어죽은 들실장 일가 
를 본 사람도 제법 된다고 한다. 
하여간 조금만 관찰해도 알 수 있는 사실도 모르면서 애호한다고 설쳐대는 얼치기 애호파들 
대가리 수준을 알만하다 하겠다. 참으로 인간의 탈을 쓴 분충 쉐리들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몸통 어딘가에 위석을 감추고 있지 않을까? 한번 째보고 싶어진다. 
이런, 사설이 길었다. 
이야기를 되돌리자. 
하여간, 그런 다양한 애교 가운데 좀 특별한 케이스를 관찰했기에 여기에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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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 나는 인근 공원 안쪽 오솔길 위에 관찰 카메라와 실장용 링갈마이크를 설치했다. 
인간이 지나다니며 난 그 길은 실장석에겐 제법 넓었고 위로 높이 솟은 수풀은 하늘에서 까마 
귀 같은 포식자가 덮쳐올 때 숨을 곳이 되었기에 통행량이 제법 있었다.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화면을 뭔가 지나갈 때까지 계속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고 배터리 문제 
도 있었기에 난 모션 센서가 달린 카메라를 달았다. 움직임이 있을 때만 알림을 보내며 화면 
을 띄우고 자동 녹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나중에 녹화된 영상만 확인해도 됐지만 마침 한가한 주말이었기 때문에 나는 컴퓨터를 켜두고 
알림 소리가 울리기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갑자기 띠링- 하며 녹화 신호가 울렸다. 
책을 덮은 뒤 화면을 바라보자 오솔길을 굽어보도록 설치된 카메라 아래를 자실장으로 추정되 
는 작은 실장석이 아장아장 뛰어가고 있었다. 뛰어간다고는 해도 팔을 흔드는 정도가 격해진 
것일 뿐 속도는 걸을 때와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았다. 
화면에 들어오고나서 열 걸음쯤 갔을까. 실장석이 중간에 돌부리에 걸려 털퍼덕 엎어졌다. 
[테체엥] 
엎어진 상태에서 옆으로 반바퀴 데굴 구르더니 발목을 부여잡는다. 카메라를 조작해 광학 줌 
을 당기자 오른발에 신은 초록색 구두 바로 위, 즉 발목 부근이 보랏빛으로 변한 채 뒤틀려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가랑이 사이의 팬티에서 초록색 얼룩이 번져가는 것도. 
[테, 테, 테갸아아아아악!] 
스피커에서 새된 비명이 흘러나왔다. 기능키를 눌러 대상 초점화를 실행했다. 이제 저 실장석 
이 움직이는 대로 카메라가 쫓아갈 것이다.
[마마~ 마마~ 테에에엥~ 티에에에엥~] 
잠시 마마를 찾으며 적록색 눈물을 흘리더니 통증이 좀 가라앉았는지 일어서려고 한다. 하지 
만 부상당한 오른발이 쑤시는지 다시 주저앉으며 발목에 뒤틀림을 더한다. 
[텟뺘아아아아아아!! 아야아야 테치! 아야아야 테치!] 
다시 발목을 붙잡고 뒹굴었다. 비명소리가 잦아들고 링갈마이크는 자실장의 테에-테에-하는 
숨소리만을 전달했다. 자실장의 얼굴은 적록색 눈물과 노란 빛이 도는 투명한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가랑이 사이의 초록색 얼룩이 땅에도 묻어나왔다. 
[아야아야 테츄... 아야아야가 너무한 테치이...] 
중얼거리며 일어서더니 다시 넘어진다. 이번엔 아까처럼 오른발에 많은 체중을 한번에 실은 
게 아니었는지 발목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파보였다. 발목 부근이 덜 
덜 떨리고 얼굴에는 다시 적록의 눈물이 흘렀다. 
[치이... 츄우...] 
자실장이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상체를 일으켜 바닥에 앉았다. 다친 오른발은 가랑이쪽으로 
당긴 채였다. 앉은 자세 그대로 소매로 눈물과 콧물을 슥슥 닦는다. 뭘 하려는 걸까? 
[테, 텟츄웅~] 
자실장이 한 손을 턱에 대고 고개를 갸웃했다. 
뭐? 애교? 이 상황에서? 지나가던 인간이나 다른 실장석이라도 발견한 건가 싶어 황급히 광 
학 줌을 최대한 뒤로 물렸지만 화면에 비치는 건 없었다.
"뭐야." 
중얼거리며 다시 줌 인. 
[텟츄웅~ 아야아야하지 않는 테츙~ 와타치에게 메로메로인 테츙~ 아야아야 그만하는 테츙~] 
자세히 보니 자실장은 자신의 오른쪽 발목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고개를 숙인 채 말을 걸 
고 있었다. 맙소사. 저 녀석 지금 자기 다리에 대고 아프지 말라고 애교를 부리고 있는 거야? 
[츄우~ 착하다착하다 테츄~ 옳지옳지 테츄웅~] 
앉아있는 사이 통증이 가라앉았는지 자실장이 다시 일어섰다. 왼발에 체중을 최대한 실어 깡 
총거리며 오른발은 끄트머리만 세워 나아간다. 착지할 때마다 가랑이 사이에서 물기 있는 녹 
색 가루가 후드득후드득 떨어졌다. 
하지만 그도 잠시, 체중 배분에 실패했는지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더니 아까보다도 심하게 쓰 
러졌다. 
[테켁] 
자실장이 다시 탈분하면서 팬티가 불룩해졌다. 자실장은 잠시 그대로 엎어진 채 어깨만 위아 
래로 오르내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감도를 최고로 높인 링갈마이크가 씨근덕거리는 자실장의 
숨소리를 생생하게 포착했다. 몹시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얼마를 그러고 있었을까. 몸을 굴려 하늘을 향해 눕더니 소리를 지른다. 
[테챠아아아아아아-!!] 
포식자를 불러들이는 건 아닐까 절로 걱정되는 음량이었다.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리던 자실
장이 일어나 앉더니 근처에 굴러다니는 돌을 주웠다. 
그리고는 
[왜 말을 듣지 않는 테체아!! 오마에 같은 똥다리는 고귀한 와타치의 다리가 아닌 테챠앗!!] 
이라고 외치며 자신의 오른쪽 무릎 아래를 내리찍었다. 
[테뵤오오오오옥!!] 
자실장이 고통에 눈을 뒤집으며 가랑이 사이에서 물같은 운치를 흘렸다. 허리를 뒤로 젖히며 
손에 들린 돌을 내던진다. 잠시 발광하더니 다시 다른 돌을 집어들고 악에 받쳐 외쳤다. 
[아야아야해도 소용없는 테치! 오마에 같은 똥다리는 솎아내는 테치!] 
그러더니 이를 악물고 몇 번이고 내리찍어 기어이 무릎 아래의 다리를 끊어냈다. 
[테히이... 꼴 좋은 테치... 그러게 아야아야 말라고 할 때 아야아야 그만뒀어야 하는 테치이... 
끝까지 똥다리였던 테치...] 
중얼거리며 잘려나간 오른쪽 정강이를 손으로 찰싹찰싹 때린다. 
흠... 발목이나 무릎 아래나 아픈 건 엇비슷할 것 같은데 왜 이번엔 멀쩡한 걸까? 분노가 아 
픔을 억눌러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손에 묻은 끈적끈적한 체액을 혀로 핥아 닦아내던 자실장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 
다. 저런 눈을 본 적이 있었다. 동족의 고기맛을 본 들실장의 눈이었다. 
[텟츄웅~]
행복한 콧소리를 울리더니 곧 잘린 다리를 집어들어 열심히 갉아먹기 시작했다. 
[테츄~ 역시 고귀한 와타치의 다리는 맛도 좋은 테츄~] 
너 아까는 똥다리니 뭐니 하지 않았냐... 
한참을 그렇게 갉아먹는 녀석의 앉은자리 주변으로 어느새 적록색 얼룩이 넓어지고 있었다. 
절단면에서 흘러나온 피와 체액이었다. 
저대로 몇 분만 더 있으면 실혈사할 것이다. 하지만 자실장에게 그런 지식은 존재하지 않았는 
지 다리에 입을 처박고 계속 자신의 살을 뜯어먹기 바빴다. 녀석은 잘린 다리에서 살점이 다 
사라진 뒤에도 연신 뼈를 핥짝이고 있었다.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띄운 녀석의 상체가 갑자기 뒤로 기울었다. 
[츄앗?] 
자실장은 한 손을 땅에 짚어 상체를 바로 세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대로 땅에 등을 대고 
드러눕는다. 
[테... 테치이...] 
한쪽 팔엔 다리뼈를 껴안은 채, 다른 한 팔과 멀쩡한 다리를 버둥거려 일어나려고 애쓰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화면 속에서 자실장의 눈이 점점 탁해져갔다. 
이유는 모르지만 죽음이 엄습해오는 것만은 확실히 느꼈는지, 자실장의 얼굴이 공포에 사로잡 
혔다.
[치에에엥~ 체에에엥~] 
눈에서는 적록색의 눈물을, 입에서는 울음소리를 흘리며 얼마 남지 않은 체력을 낭비한다. 
그러던 자실장의 울음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곧 죽음을 맞이하는 건가 싶어 화면에 얼굴이 가 
득차도록 최대한 광학 줌을 당겼다. 죽음의 순간 이 녀석들의 눈이 뿌옇게 변해가는 걸 자세 
히 보고 싶었다. 
그런데 자실장의 얼굴이 희미한 미소를 그렸다. 행복회로 가동 중인 걸까. 
[텟츄웅~] 
비음 섞인 울음소리와 함께 화면 속 자실장의 얼굴이 다시 갸웃했다. 설마... 
광학 줌을 살짝 뒤로 빼자 파들파들 떨리는 오른손이 애처롭게 턱에 붙어있었다. 
[텟츄웅~ 귀여운 와타치는 죽지 않는 테츙~ 와타치는 메로메로인 테츙~] 
정신이 멍해졌다. 화면 속의 자실장은 죽어가는 자기 자신에게까지 죽지 말라며 애교를 부리 
고 있었다. 
[텟츄웅~ 츄앗, 츄우... 테... 치이...] 
그걸 마지막으로 자실장의 경련이 그치고 스피커가 침묵했다. 
난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화면을 끄고 커피를 마시러 부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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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관찰로부터 실장석이란 자기 자신에게도 죽음의 순간까지 애교를 떠는, 보고 있는 쪽 
이 슬퍼질 정도로 멍청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고 얼마 안 가서 학대파로 전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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