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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석 담보 대출 1~2 (완)

 

후타바 시에 위치해 있는 대공원, 이곳에는 주변의 다른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실장석 전용 '위석 담보 대출소'를 운영중이다. 오늘은 이 위석담보대출소, 실장석들에게는 '돌씨하우스' 라고 불리는 이 시설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번 월동준비는 실패인데스...」

친실장이 바닥만 겨우 깔아놓는데에 성공한 낙엽 위에서, 열댓개가 조금 넘는 도토리를 세며 한숨을 쉰다.

자가 다섯마리인데다가 비좁은 골판지하우스. 그리고 얼마 안남은 시간을 의미하는 쌀쌀한 바람의 살을 에는 느낌.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겨울은 일가실각인게 분명했다.

「별 수 없는데스.. 별로 하고싶진 않지만 방법은 돌씨하우스밖에 없는데스우」

「마마 배고픈테치! 밥은 어디있는 테챳!」

「좀만 기다리는데스. 곧 마마가 밥을 가득가득 가져오는데스. 그동안 집안에 얌전히 있어야하는데스?」

집을 나온 친실장은 공원 중앙에 위치한 건물으로 갔다. 크기는 공중화장실의 약 3배정도 되는 이 건물은 혹독한 겨울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동앗줄이나 다름없는 시설이였다.

「들어오는데스.」

「그게... 여기가 그 돌씨를 내는 곳데스?」

「보아하니 월동준비에 실패한 것 같은데스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는데스. 오마에의 돌씨만 준다면 와타시타치가 도와드릴 수 있는데스요.」

건물 안의 작은 방, 안은 흰색으로 깨끗하게 페인트칠 되어있으며, 한가운데 놓인 책상에 안경을 낀 성체실장 하나가 앉아있다.

이 성체실장의 이름은 미도리. 전국에서 단 세개밖에 없는 위석담보대출 건물의 상담 및 운영을 맡고 있는 이 실장석은, 전국 0.01%의 경쟁률을 뚫고서 당당히 자리에 앉게 된 천재 실장석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분충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요 동족끼리의 심리파악, 인간사회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 위석에 대한 분석능력을 필요로 하기에 사실 조건을 맞춘 실장석은 해봤자 4~5마리 정도다.

「월동준비를 하는거라면 여기 이 월동패키지를 추천하는데스.」

「패키지가 뭐인데스웅?」

「대충 세트로 주는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스.」

「세트는 또 뭐인데스우?」

「... 그냥 많이 주는 거인데스.」
「여기 이 월동패키지는 다른 동족들에게 뺏기거나 식량을 거덜내는 일만 없다면 생존률 100%를 자랑하는 제품인데스. 이번엔 행사기간이라 특별히 목도리도 넣어주는데스」

「그림만 봐선 뭔지 모르겠는데스..」

「여기 이건 약간의 따끈따끈(인간말로는 방한재)이 붙어있는 단단한 골판지인데스. 닝겐이 특별히 만들어준 것이라 젖을 일도 없는데스. 이건 식량으로 주는 건조 실장푸드 한봉지와 서비스용 콘페이토 5개인데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덮기만 해도 따끈따끈 기분이 좋아지는 두꺼운 수건인데스. 」

「데데데..데에에엣!」

입이 떡 벌어져서 도저히 다물지를 못하는 친실장. 미도리가 말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공원에서 줍는 건 하늘의 별따기에 가까운 초레어 아이템들인데, 위석 하나만 맡겨둔다면 이런 초레어 아이템이 3개나 딸려온다니!
그 희귀함과 실용성을 생각하면 인간의 화폐로는 몇천만원이 넘어가는 가치였다.

「게다가 오마에는 보기만 해도 고귀함이 느껴지는데스. 사실 다른 분충들이면 한가지도 아까운데스가, 오마에에게만 특별히 해주는 것인데스. 지금 놓치면 기회는 없는데스.」

(사실 오는 실장석마다 하는 전형적인 멘트다. 실장석 특유의 오만함 때문에 살짝만 띄워줘도 바로 의심이란게 날아가버린다나?)

「하는데스! 당장 하는데스! 와타시 이곳에 오길 잘한데스...오로롱...」

「가져가기 전에 잠깐의 설문조사가 필요한데스.
첫번째 질문인데스. 닝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데스?」


「학대파가 아닌 닝겐은 한주먹거리인데스. 학대파여도 와타시의 진심 메로메로 한방이면 바로 똥노예로 만들 수 있는데스요☆」

「그런데 왜 아직까지 사육실장이 아닌데스?」

「운이 안좋아서 학-대-파의 눈이 옹이구멍이면 일가실각인데스. 와타시는 자들을 성체까지 키워낼 의무가 있는데스!」

「그럼 두번째 질문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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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의 상담 후 친실장은 그자리에서 위석을 척출했고, 월동셋트를 들고 뎃데로게 뎃데로게 흥얼거리면서 자기가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닝겐상. D-21-34번 위석인데스. 보관실로 가져가주시는데스.」

미도리는 호출벨을 눌러 관리인을 부른 뒤 차트에 또 하나의 위석을 추가하는 것으로, 오늘도 한마리의 실장석에게서 위석을 받아냈다.

이 시설은 물품과 식량이 부족한 실장석들에게 나름의 거래를 해주고 도움을 주는, 겉으로 본다면 완벽한 애호단체였다. 하지만 애호파와 실장석들은 모를거다. 위석을 모으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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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들실장에게서 위석을 맡아두는 대신 생존물품을 주는 거래인 \'위석담보대출\'. 하지만 무상의 행복은 없듯이, 이곳 역시 단순히 위석을 모아서 보관만 하는 시설은 아니다.

위석으로 거래를 하기 전 실장석들이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두가지 있다. 첫번째는 받은 위석을 어디에 쓸것인지에 대해서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두번째는 위석을 내는 것만 가능하지 \'다시 돌려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이미 위석을 맡기기로 결정한 때부터, 실장석들은 도망칠 수 없는 악마의 부당거래에 참여하게 되버린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래서 그 위석을 어디에 쓰냐하면은, 위석담보대출소에서는 사용방법을 크게 세가지로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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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양

\"여어 미도리, 입양하러 왔어\"

「입양인 데스네? 옵션은 뭘로 해드리면 되는데스?」

\"으음, 일단 적당한 분충에 모성애가 뛰어나고, 어느정도 인간에 대한 경각심이 있는 놈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일수록 좋아\"

「...학대파인데스? 학대 목적의 입양은 위법인데스」

\"너 이 바닥에서 일이년 구른거 아니잖아? 그거 다 표면상으로만 지키고 입양하는건 대부분 학대파인거 알면서 왜그래\"

「...이 대화는 없던걸로 치는데스.」

미도리가 안경을 추켜세우고 실장석용 태블릿pc에서 차트에 등록된 위석들 중 옵션에 맞는 실장석을 찾기 시작한다. (위석을 받기 전 간단한 설문조사를 하는건 실장석의 성격, 행동, 신체능력, 분충성 등을 조사해서 분류하기 위해서임)

이 \'입양\'이라는 제도는, 말그대로 공원에 사는 등록된 들실장들 중 원하는 실장석을 골라서 입양해가는 제도다.

브리더의 훈육도 없기에 가격도 싸면 500원. 비싸봤자 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에 더해서, 펫숍에 비해 그 숫자 자체가 워낙 많기 때문에 원하는 옵션을 찾을 확률도 더 높다. 물론 피나는 노력의 훈육이 필요하겠지만...

그러나 그건 정말로 사육실장으로 키우려는 목적으로 입양하는 사람한테나 해당되는 말이고, 초보자나 돈을 아끼려는 애호파를 제외하고는 입양을 하는 사람들의 80%이상이 학대파들이다.

그냥 아무나 잡아다가 학대하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지만, 원래 실장학대라는 것도 내공이 쌓이면 쌓일수록 자신만의 소설을 쓰는 것처럼 학대의 시나리오가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기를 바라고 설계를 하게 된다.

그렇기에 자신이 원하는 분충의 옵션을 골라서 최대한 시나리오에 가까운 \"배우\"들을 구성할 수 있기에 고수 학대파들은 이 서비스를 애용중이다.

「찾은데스! B-08-19번 실장이면 적당할 것 같은데스.」

\"어디보자. 분충 70%, 모성애 65%, 지능 46... 이건 조금 낮네. 뭐 그래도 괜찮아. 얼마야?\"

「5800원 되는데스요.」

\"으엑 시발 존나비싸잖아! 분충이면서 똑똑한 녀석을 찾아서 그런가?\"

「쫄리면 뒈지시는데스」

\"...알았어 옛다 5800원.\"

미도리가 돈을 확인하자 관리인을 불러 해당 위석을 뽁뽁이에 싼 뒤에 학대파 청년에게 건넨다.

「찾는 방법은 아시는데스?」

\"어어 알어. 살살 긁어서 반응하는 놈을 찾으면 되는거잖아\"

학대파 청년은 생각보단 돈이 깨졌지만 마음만은 두근두근하다. 지금부터 집에 돌아가서 할 \'친실장과 자실장의 죽음의 끝말잇기 게임\' 시나리오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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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처분

학대파 청년이 나간 뒤 미도리가 태블릿 pc로 농땡이나 치고 있던 때에 문자가 한 통 왔다.

\"서부 지역 운치빛 공원 구제작업 확정. 운영자는 운치빛 공원 소속 위석들을 분류해서 처분준비 해주시기 바람\"

「그러니 분충은 적당히 좀 나대야 하는데스...」

비록 거래하는 건물은 중앙 후타바 공원에만 있지만 대행점을 이용해 관리범위를 넓힌 끝에 지금은 후타바 공원을 포함한 6개의 공원이 위석담보대출 중앙부지의 관리 하에 있기에 공원별로 소속 위석을 분류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번에는 일주일 전 사육실장이 살해당한 사건으로 해골 3개를 받은 운치빛 공원이 구제작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미도리가 운치빛 공원 소속 위석들을 분류해보니 숫자가 무려 176개. 이정도로 많이 번식했으니 슬슬 구제작업을 할 때가 왔긴 왔나보다, 하고 미도리는 한숨을 쉬었다.






며칠 후, 공원의 봉쇄작업을 마치고 장비를 점검 중인 구제업자들 사이에 176개의 위석이 담긴 트럭이 한 대 온다.

트럭을 확인한 후 구제업자들 중 팀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앞에 나와 동료들을 정렬시키고 짧게 브리핑을 한다.

\"이번 구제작업 역시 빠르고 깔끔하게 처리하자고. 위석을 전부 부수면 다들 동시에 진입한다.
골판지나 기타 회사 소속 장비들은 위석담보대출소에서 회수해서 다시 쓸거니까 손상 안가게 하고,
4팀은 벌레녀석들이 땅굴이라도 파놨는지 순찰돌고 있어\"



위석으로 거래하지 않은 자실장 이하 개체들은 죽지 않는데도, 또 공원을 봉쇄했음에도 굳이 위석을 받아다가 파괴하는 작업을 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지옥 같은 구제작업 중에서도 살아남는 운좋은 개체들은 대부분 친실장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실장을 바리케이드 너머로 던져준다든지, 위장용이나 대피용 땅굴로 자들과 함께 도망친다던지, 자기 시체 밑에 자들을 숨겨놓는다든지...

하지만 구제가 시작된걸 알아차리기도 전에 최대한 많은 성체실장들을 일격에 절명시킨다면 이런 변수가 극소화되기에 구제업사에서 일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이런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다.

.....

「마마 새로운 집은 따뜻한테츙~☆」

「모두 돌씨하우스 덕분인데스. 장녀, 오마에가 성체가 되면 이 집을 오마에에게 물려주는데스. 착하고 똑똑한 오마에는 빨리빨리 성체가 되는데스~ 뎃데로게~」

「마마 최고인텟츄~ 우지챠들도 같이 사는테치?


.......마마? 마마 왜 대답이 없는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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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판매

위석을 돈을 받고 판다는 점에서는 입양과 다를 바 없으나, \'판매\'는 위석을 판매하는 대상과 방식이 명백히 다르다.

\"어~ 저기요옹~\"

한쪽팔에 백을 끼고있는 중년여성이 한 사육실장의 손을 잡고 상담실로 들어왔다.
딱보기에도 \'판매\' 받으러 온 사람이란 걸 미도리의 위석에 새겨진 짬이 말하고 있다.

「연장제 사러 오신데스?」

\"오호~ 너가 미도리? 맞아 얘 이름은 카트린느에요. 요새 기운이 없더라고용... 혹시...?\"

「키우기 시작한지 몇년이나 되신데스?」

\"7년 조금 넘었지. 벌써 죽을 때가 된거에요? 우리 카트린느쨩...?\"

「이미 죽고도 남을 나이인데스네. 한달 버티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스」

\"그래서 말인데요... 그래 연장제인가 하는 그거! 그거 좀 사갈 수 있어용?\"

연장제란, 사육실장의 수명을 늘려주는 보약을 말한다. 사실 보약이라고 할것도 없이 위석이다.

실장석이 다른 실장석의 위석을 먹으면 강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정확히는, 위석을 섭취하면 실장석의 수명이 일부 늘어나게 되고, 상대적으로 젊어진 몸의 재생능력과 힘이 강해진다는 원리이다.

본래는 공원에서 실장석 몇십마리를 잡아다가 위석을 먹여도 1개월 늘어날까 말까이지만, 낮은 확률로 하나에 2개월 정도로 수명을 늘려주는 위석이 있다.

미도리는 이런 위석을 실장석 특유의 본능을 이용해 구별할 수 있고, 이런 희귀위석은 따로 판매용으로 분류해 사육실장의 수명을 늘리는 보약으로써 엄청나게 비싸게 판매된다.

「몇년으로 해드리면 되는데스?」

\"한 2년으로 해줘용\"

「2년이면 하나에 2개월... 12개... 360만원인데스.」

\"하나에 30만원이라니 터무디없이 비싼거 아닌가욧!\"

「애완동물 수명을 늘려주는 약을 이거말고 보신적이 있는데스? 게다가 요새 희귀해서 단가가 많이 올라버린데스요. 어쩔수 없는데스.」

\"알았어욧! 우리 카트린느쨩을 위해서라면..!\"

「데에에... 똥닝겐 카트린느가 아니라 카느린트라고 몇번을 말해야하는 데샤아앗...」

파킨-
파킨-
파킨-

\"시험삼아 세개 먹여봤는데 효과가 좋네용!\"

「데스우아아!!! 스테이크나 당장 쳐내놓는데스 똥노예!!」

\"오호홍, 얘 팔팔해진 것 좀 봐. 알았어 나머지는 집에서 먹자꾸나 카트린느.\"

「시발 카느린트라고 몇백번은 말한데샤!!!」

기운차게 건물을 나서는 중년여성과 카트린느인가 카느린트인가를 배웅하는 미도리는, 슬슬 집에 돌아가서 아와아와한 목욕이나 할까 생각하며 오늘도 하루일과가 끝난다.






이곳은 후타바 공원, 중앙에 위치한 위석담보대출소에는 오늘도 집과 음식에 자기의 영혼을 상품으로써 내놓는 어리석은 실장석들이 다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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