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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과 메시아 (선공)

 

시 외곽의 생태공원, 막 겨울의 추위가 가시고 공기 중에 은근슬쩍 따스함이 느껴지는 시기에 그 녀석이 나타났다.

"닝겐은 항상 우리 자매들을 위하여 봉사하던 존재였던데스! 다시 그런 세상이 도래할 것인데스!"

봄을 맞아 골판지 상자의 보수, 보존식 보충, 춘자의 출산 준비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실장석들 사이에서 열심히 '인간 노예설'을 전파하는 녀석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반응이 그닥 좋지 않았다.

"시끄러운데스! 닝겐이 노예인걸 누가 모르는데스!"
"데햐햐햐!! 저년 아마 버려진 사육실장인 모양인데스"

그러나 점차 '닝겐은 물론 삼라만상이 실장석을 위하여 봉사하는 세상이 곧 온다!'는 달콤한 말을 줄기차게 쏟아내는 이 실장석에게 귀를 기울이는 녀석도 한 둘 생겨났다.

"... 그래서 닝겐은 우리 자매들을 모시던 시절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고 저렇게 포악하게 변한 것인데스"
"데히..."
"데..."

이제부턴 메시아라 하겠다. 메시아가 실장석 들에게 전파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한 때 닝겐은 물론 모든 동물과 하늘마저 실장석 자매들이 원하는대로 따르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수억만년간 고귀한 자매들을 모시며 평화롭게 돌아가던 우주는 변절자에 의하여 위기를 맞는다.'

'자매들 사이에서 실취석이라 불리던 무리가 배신을 한 것이다.'

'그녀들은 세상에서 실장석에 대한 기억을 지워 버렸으며, 거기에 더해 자매들을 혐오하도록 기억을 조작하기까지 했다.'

'세상은 더이상 자매들을 모시지 않았고, 오직 실취석만을 위하여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원래부터 실취석에 대한 증오가 대단한 실장석들이기에 실취석이 악당이라는 점에 쉽게 동의를 했고, 더불어 저 꼴보기 싫은 실취석년들에게 닝겐들이 좋아 죽는 미스테리(실장석 입장에서)를 풀어주는 이야기에 순식간에 메시아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실장석들이 늘어났다.

"그,그,그,그럴줄 알았던데스!!!"
"데에... 이제야 이해가 가는데스 그래서 그 못생긴 년들을..."

메시아의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실장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데스! 실취석년들이 모든 것을 조종하지는 못하는데스!"

메시아는 거기에 항상 실장석들이 수긍할만한 답을 하였다.

"자매상... 와타시가 예쁜 옷을 입고 있다고 치는데스... 그 옷을 자매상이 억지로 뺏으면 어떻게 되는데스까?"
"데에... 데... 찢어지는...데스?"
"바로 그것인데스 실취석들은 자매들을 배신하고 힘을 빼앗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힘이 사라져버린데스"
"데에... 어리석은 년들인데스..."

그리고 마침내 이런 질문을 던지는 실장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럼... 그럼 어떻게 해야 우리가 다시 닝겐 위에 설 수 있는데스까?"

이때부터 메시아는 단순한 이야기꾼을 넘어 일종의 사상가가 되었다.

메시아는 닝겐들이 자매들을 모시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려면, 모든 실장석들이 그 때처럼 고귀한 마음을 가지고 우아하게 행동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목욕하고 옷을 빨아 몸을 청결히 유지하고, 서로를 죽이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며, 똥도 아무데서나 싸지르지 않고, 성욕에 미쳐 총구를 쑤셔대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우리 자매들의 모습을 보고 세상이 예전의 기억을 회복할 것이고, 원래 자매들의 것이었던 모든 권능이 돌아올 것이다. 이것이 메시아의 주장이었다.

공원의 실장석들은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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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공원의 풍경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지금쯤 말라 죽은 독라의 시체가 뙤약볕 아래 흩어져 있고, 그늘에는 갈증에 미쳐버린 실장석들이 서로를 뜯어 피를 마시고 있어야 하지만, 누구도 그런 광경을 보지 못했다.

"자매상 안녕한데스? 여기 물을 좀 들어보는데스야~"
"자매상 감사한데스~"

실장석들은 서로 협동하여 혼자서는 꿈도 못 꿀 양의 물을 길러오고, 심지어 서로 나누고 있었다. 이번 여름, 공원에서 탈수로 죽은 실장석은 한 마리도 없었다.

"데에~ 아직도 저기 골판지에 사는 자매가 있는데스?"
"데뎃! 어서 치워야 하는데스!"

메시아의 지시에 따라 골판지 집들은 모두 철거되었다. 메시아에 따르면 실장석들은 본래 요정같은 존재로 하늘의 날씨마저 조종할 수 있었기에 비바람을 막아줄 집 따위는 필요 없었고, 집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초라한 골판지 집은 절대 아니었다고 한다. 따라서 골판지 집들은 닝겐이 자신의 예전 주인을 떠올리는데 있어 방해가 되는 요소에 불과했고, 철저하게 파괴된 것이다. 대신 모든 실장석들은 공원의 정자나 커다란 나무 밑에 함께 모여 공동생활을 하고 비를 피했다.

물론 골판지 집이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저항이 없지는 않았다.

"데갸아아아악!!! 무슨 짓인데스!! 왜 우리 집을 부수는데스까!!!"
"자...자매상 진정하는데스!!"
"비켜라데스!! 비켜데스!!!"

특히 똑똑했던 소수의 실장석들은 메시아의 말을 믿지 않았고 자신들끼리 뭉쳐서 사람은 물론 실장석의 발길도 닿지 않는 공원의 깊숙한 곳으로 골판지 집과 함께 숨어버렸다.

매일 아침 공원을 따라 흐르는 강변은 세탁과 목욕을 하려는 실장석들로 붐볐다. 덕분에 이 공원 안을 돌아다니는 실장석들의 위생상태도 급격하게 올라가, 처음 공원을 방문한 사람이 보면 '왜 여기엔 사육실장밖에 없지?'라는 의문을 품을 정도였다.

식생활도 상당히 달라졌다. 원래 주식이었던 음식물 쓰레기는 닝겐들에게 혐오감을 주기에 최대한 비중을 줄여야 했다. 실장석들은 공동사냥을 통해 예전이라면 절대로 잡지 못했을 날벌레들을 사냥할 수 있었고, 그 외에 식용이 가능한 공원 내 식물과 과실, 기타 잡기 쉬운 달팽이, 애벌레 등을 모아 함께 먹었다.

공원의 방문객들에 대한 태도도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이라면 먹을거리를 가진 사람에게 앞다투어 달려들어 당장 손에 든 것을 바치라고 아첨을 하며 발광했겠지만, 이젠 더이상 그런 녀석들을 볼 수 없었다.

"우리가 왜 아첨을 해야하는데스?"

메시아는 말했다.

"아첨은 닝겐이 자매들을 향해 해야할 것인데스, 왜 우리가 아첨을 하는데스?"
"데에..,"
"닝겐들의 기억 속에 아첨하는 자매들은 없는데스, 오직 닝겐의 봉사에 정중히 인사만 하면 충분했던데스"

이제 사람들이 가끔 남은 도시락을 던져주면, 그것을 받아 꾸벅 인사하고 서로 나눠먹는 실장석만이 있을 뿐이었다.

공원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반긴 것은 물론 애호파들이었다.

"OO공원의 실장석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OO공원의 실장석들은...!"

그닥 인기 없었던 이 공원은 어느새 전국 애호파들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나날이 공원을 찾아 오는 애호파의 수는 늘어갔고, 그만큼 입소문도 빠르게 퍼졌다. 반대로 실장석들 또한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변해가는 닝겐의 태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닝겐들도 조금씩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데스! 자매상들 모두 힘내는데스야!"

메시아가 외쳤다.

"이제 조금인데스!"

실장석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공원은 주말이면 이 특별한 실장석들을 보기 위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였고, 아이들과 자실장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애호파 부모들은 실장석을 신뢰하였기에 갓난아이라도 실장석과 함께 놀도록 내버려두었고, 실장석 또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행동하였다. 

가을이 다가올 무렵엔 어찌나 방문객이 많아졌는지, 실장석들은 더 이상 사냥이나 채집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남긴 음식만으로 배를 채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앞서 골판지를 잃지 않기 위하여 공원 깊숙히 숨어버렸던 똑똑한 개체들조차 이 변화를 감지하였고, 자진하여 자신의 골판지집을 해체하여 바치며 이제부터 메시아를 따를 것임을 맹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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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제 1회 실장석의 날(10.05) 기념행사  축]

공원 곳곳에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이 곳에서 처음 발견된 실장석들의 독특한 생활 문화를 애호파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한 결과이다. 정부차원에서 10월 5일을 실장석 보호를 위한 기념일 정했고, 첫 실장석의 날을 맞아 OO공원에서 성대한 행사가 있을 예정이었다. 시장과 구청장, 몇몇 시의원을 포함해 애호파 국회의원까지 참석이 예정된 대형 이벤트였다.

그리고 그 중 한 플래카드 아래 야심한 밤임에도 공원의 거의 모든 실장석들이 집결해 있었다. 이들은 모두 메시아가 오늘 한 가지 말을 전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한데스야~"
"그러게 말인데스 메시아 자매께서 이렇게 모이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데스"

기대와 흥분, 그리고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기다리는 실장석들 사이로 메시아가 올라선다. 여기저기 낮은 환호가 터져나왔다.

"자매 여러분 안녕하신데스"
"""안녕하신데스!!"""

메시아의 인사에 실장석들이 복창했다.

"오늘 모인 것은 다름이 아니라 드디어 닝겐들이 우리를 기억해냈기 때문인데스"
"""...!!!"""

갑작스러운 메시아의 선언에 할 말을 잃은 실장석들이었다. 개중 몇몇은 울음을 터뜨렸다.

"데흑...데흐흑... 드디어 기억한데스까..."

그리고 그것을 기점으로 온 공원이 울음바다가 되었다.

"왜 이렇게 늦은데스 닝겐!! 조금 더 빨리 우리를 기억했으면 장녀는 죽지 않아도...!!"
"오로로로롱!!!"

다만, 의심 많은 실장석도 있기 마련이다.

"메시아 자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데스까? 와타시는 오늘 닝겐한테서 별다른 변화를 못 느낀 데스야!"
"그런데스 그런데스"

메시아가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답했다.

"오늘 공원 곳곳에 걸린 저 천을 보지 못한데스?"
"데에?"
"저 천에는 정확히 이렇게 적혀있는데스... '자매들의 날이 도래했으며 그것은 바로 내일'이라고!!!"
"데뎃!!!"

그러자 불완전하게나마 글을 읽을 줄 아는 몇몇 실장석들이 플래카드의 문구를 읽어나간다.

"하나... 회?... 짓...소우세...키의 날... 마,맞는데스!! 맞는데스야!!!!!"
"데샤아아아아아아!!!!!"

메시아의 말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나오자 공원은 이제 환호의 도가니다.

"그...그러고보니 요새 날씨도 더워 죽겠다가 갑자기 선선해진데스야??"
"맞는데스!! 하늘씨도 이제 우리의 말을 따르는데스!!"
"내일이면 스시도 스테이크도 한가득인데스!!"
"마마!! 와타치는 옷이 더 갖고 싶은테치!"
"마음대로 요구하는데스 장녀! 내일이면 모든 닝겐이 우리에게 봉사하는데스!!"

메시아가 흥분한 군중을 진정시킨다.

"그만하는데스!!!"
"데뎃!"
"우리의 위치를 잊은데스까? 아무리 닝겐이 우리를 기억했다고 해도 우아하게 행동해야하는데스!!"
"데... 그. 그런데스"
"맞는데스 맞는데스"

메시아가 말을 이어간다.

"내일부터 시작될 닝겐의 봉사는 당당하게, 절대 비굴하지 않게 받는데스! 스시와 스테이크, 콘페이토 모두 한가득이지만, 우리 자매들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세상의 지배자로서 복귀하는 날인데스야!"

메시아의 말에 실장석들이 차분해진다.

"그런데스..."
"그치만 지금까지 닝겐이 와타치타치에게 한 짓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테..."
"아닌데스 장녀!! 그런 것도 모두 용서하는 것이 지배자의 자세인데스!!"

메시아가 미소 짓는다.

"그럼 오늘은 모두 푹 쉬고 내일 있을 귀환식을 준비하는데스"

마지막 말을 마친 메시아는 다시 실장석들 사이로 사라졌다. 실장석들 또한 살짝 들뜨긴 했으나, 메시아가 말한 '지배자의 품위'를 유지하며 해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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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들의 집회가 있었던 다음 날, 공원은 제 1회 실장석의 날을 맞아 아침부터 붐볐다. 방문객들은 저마다 푸드를 잔뜩 싸들고 와 행사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고, 개중에는 콘페이토를 챙겨온 사람도 있었다. 실장석들은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제 메시아의 주의에 따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새침하게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회자의 인사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오늘 이 자리를 찾아와주신 여러분,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초록 아가씨 여러분 반갑습니다!"

애호파 방문객들에게 웃음이 번졌고, '주인공' 그리고 '아가씨'란 단어를 포착한 실장석들은 가슴이 터질듯 뛰었다.

"제 1회 실장석의 날을 맞아 OO공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벤트를 준비하였습니다. 먼저..."

사회자의 안내가 이어지고, 몇몇 참을성 없는 자실장들은 조그맣게 불만을 표한다.

"마마... 언제까지 이 새끼 닝겐이랑 놀아줘야 되는테치? 이제 빨리 스시와 스테이크를 먹었으면 하는테치요..."
"데후후 3녀 조금만 기다리는데스요? 아무리 하인이어도 함부로 부리면 안되는데스"
"테..."

몇 분간 행사 내용을 소개한 사회자가 말했다.

"그럼~ 먼저! 공원의 실장석들을 위한 '푸드 대폭발'이 있겠습니다. 방문객 여러분은 모두 가지고 오신 푸드를 나눠어~ 주세요!!"

사회자의 지시에 방문객들이 환호와 함께 푸드를 실장석들에게 뿌린다.

평소라면 눈이 뒤집혀서 푸드를 주워 먹었을테지만, 이미 '세상의 주인' 자리에 올라와 있는 실장석들에게 닝겐의 이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단 한마리의 실장석도 바닥에 떨어진 푸드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일부는 발을 동동 구르며 항의했다.

"데뎃!! 뭐인데스!! 좀 더 정중하게 주지 못하는데스!!"
"테챠아!! 무례한테치!!"

예상과는 달리 실장석들의 반응이 차갑자 방문객은 물론 사회자마저 당황했다.

"음...크흠... 사실 오늘처럼 좋은 날에 아가씨들에게 푸드만 드릴 수는 없죠!"
"바로 맞는데스!!"
"좀 정신이 드는데스까?"
"그럼~ 푸드 대폭발에 이어서 바로 '콘페이토 대폭발'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방문객들은 '와~'하는 환호를 지르며, 실장석들에게 콘페이토를 뿌렸다. 후두둑 떨어지는 콘페인토를 머리에 맞은 실장석들의 심기는 이제 한계까지 불편해졌다.

"데...데...데샤아아아아아!!!"
"이게 뭐하는 짓인데스아!!!"
"하인이 미친테치... 미쳐버린테치..."

한층 더 가라앉은 실장석들의 반응에 방문객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고, 몇몇 어린아이들은 기대와 다른 실장석들의 험악한 모습에 빼액 울음이 터져버렸다. 사회자 또한 1시간 정도로 기획되었던 '푸드 대폭발'과 '콘페이토 대폭발'이 단 5분만에 마무리 될 위기에 처하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사실~ 오늘 행사에서 가장 큰 선물은 푸드와 콘페이토 따위가 아니죠? 그럼 바로 오늘의 메인 코스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무대 뒤를 향해 급하게 손짓을 하고, 당황한 관계자들이 뛰어나가 방문객 사이로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거대한 트럭이 들어온다.

"데후..."
"이제야 말귀를 좀 알아듣는데스까?"
"테프프프 닝겐이 미쳐버린줄 알았는테치요?"

마침내 기대를 충족할만한 크기의 무언가가 나타나자 실장석들은 다시 와글와글 신이 났다. 방문객들 사이에서도 다시 미소가 번진다. 사회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트럭을 개방하도록 지시한다.

"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선물을 제공해주신 OO택배 김철웅 대표이사님 인사 들으시죠!"

트럭의 지붕이 열리며 나타난 것은 인상 좋은 대머리 아저씨와 튼튼해 보이는 골판지 상자들이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OO택배 김철웅입니다. 오늘 제 1회 실장석의 날을 맞아 OO공원의 작은 아가씨들을 위하여 저희 OO택배에서는 저희 회사에서 사용하는 상자를 이용하여 300개가 넘는 골판지 집을 만들었습니다. 이 상자는 저희가 취급하는 고가의 화물을 담기 위하여 튼튼한 내구성은 물론 방수, 보온, 심지어 제한적인 방화 기능까지 갖춘..."

철썩!

김철웅 대표의 말을 끊은 것은 커다란 운치 덩어리였다. 누가 던졌는지는 모르지만, 정확한 제구력으로 김철웅 대표의 비어있는 정수리를 제대로 메꿔버렸다. 동시에 수십 수백의 운치가 김철웅은 물론 사회자와 방문객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치아아아아악!!! 더 이상은 못참는테챠!!!"
"죽어데스!!! 노예 죽어데스아!!!"
"언제 저 따위 골판지 달라고 했냐데스!!! 너희 집을 바쳐라데스!!"
"대체 어떤 하인이 주인을 골판지에 살게하는데스까아아아아!!!"

공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반 년 넘게 눌러왔던 실장석의 본능이 기대가 무너지자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백여마리의 성체실장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아래의 방문객들을 향해 일제히 똥을 투척하고, 방금 전까지 갓난아이와 공놀이를 하던 자실장들은 이제 아기의 손을 묶고 입에 정신없이 똥을 처넣고 있었다.

"저 녀석 맞춘데스!! 이제 저 닝겐은 와타시의 것인데스아아아!!"
"이제 이 새끼 닝겐은 공식적으로 와타치의 노예테치이이이이!!!!"

또 몇몇은 그 동안 참았던 성욕을 폭발시켜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아이들 앞에서 집단 자위를 시작했다.

"데후 데후 거기 오마에 나름 미소년인데스야?? 와타시를 위해 봉사를 하는데스~웅"

이 지옥같은 광경은 어린이들에게 평생 함께할 트라우마를 심어주기에 충분했으며, 심지어 일부 심약한 성인마저 기절하게 만들었다. 오늘 행사에 참석한 사람 거의 대부분이 애호파였던 점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누구도 이 난동을 폭력으로 저지할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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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의 날 행사가 악몽으로 변해가는 것을 멀리 떨어진 벤치에 앉아 다소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어느새 다가온 메시아가 앉았다.

"고생했다 미도리아"
"감사한데스"
"음... 그냥 골판지만 다 버리게 해서 겨울에 전원 동사하는 시나리오로 가려고 했는데"
"데에..."
"실장석의 날인가 뭐시긴가 보고 시나리오를 조금 바꾼게 일이 너무 커져버린 것 같다"
"죄송한데스"
"니가 미안해 할 건 아니지"

남자는 마침내 신고를 받은 구제업자들이 도착하여 발광하는 실장석들의 머리통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후 벤치에서 일어났다.

"다음 공원으로 가자 미도리아"
"하이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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