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계절의 풍물 『산실장의 친구 사냥』 1~4 (완)

 

− − 1−

이른 아침부터 산에 총소리가 몇번 울리고 있다.
집근처에 살고 있는 포수영감에게 내 몫을 받게 된다.
산돼지, 사슴, 너구리(오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산실장이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집의 식용 출산석도 
임무에서 해방.
그동안 낳은 자실장의 고기는 충분히 맛있었지만 
그래도 산실장의 맛에 비하면 
브로일러와 오리의 차이가 있다.
매주 출산으로 위석도 점점 소모되어 왔고, 
독라의 출산석으로는 겨울 나기도 힘들다.

오늘은 평일이지만 휴식을 취했다.
근처에 살고 있는 포수 영감에게 전화해 
예정대로 폐출산석을 오후에 가지고 가겠다고 
말해 둔다.
출산석에게 봄부터 자실장 고기 신세를 졌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마지막 임무를 맡겨볼까.

− − 2− −

데이 데로뎃-승
데이 데로데승
데ー데로데승데승...

나의 자들
나의 엄지 
나의 구더기
나의 귀여운 자들 
어디에 간 데스우-

아무리 낳아도 다 먹혀 지는 데스,
무서운 인간에게 "맛있게 되어버리는" 데스,
태어나도 행복하게 안되는 데스,

마마의 뱃속에 계속 있는 데스,
거기서 나오면 
아픈 데스, 뜨거운 데스, 괴로운 데스,
계속 마마와 함께 있는 데스,
그것이 가장 큰 행복 데스,

데이 데로뎃승
데이 데로데승
데ー데로데승데승...오로로 오로롱

− − 3− −

출산석이 오늘도 서툴게 
태교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매년 봄에 농협에서 사오는 식용 출산석.
올해 것도 충분히 도움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월동시키느라 수고를 해도 쓸모가 없기 

때문에 해를 넘겨주지는 않는다.

우리에 다가가면 출산석이 밖을 바라보며 
데스ー데스ー하고 슬픈 듯이 울고 있다.
어제 밤부터 먹이를 주지 않아서 
뱃속은 비어있을 것이다.
배가 고팠을까. 
감나무 높은 가지에 남은 열매를 
바라보던 모양이다.

출산석을 우리에서 몰아내 
밖의 싱크대에 데려간다.
언제나처럼 강제출산으로 
뱃속의 자를 앗기는 줄 알았는지 난동을 부린다.
귀찮아서 장화를 신은 발로 목을 밟고 
양눈에 녹색 잉크를 떨어뜨린다.
이렇게 분만할 수 없도록 해 두지 않으면 
출산석이 쇼크로 강제 출산 모드로 
들어가 버리는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태실장들이 
분대 쪽으로 밀려나와 버린다.

녹색 잉크로 정확히 점안할 수 있게 
아랫배를 밟아 고정한다.
여느 때와는 다른 패턴에 
출산석도 의아해 하는 느낌이다.
배에 부엌칼을 대는 것을 본 출산석이 
겁먹고 브리브리 탈분한다.

데스우-데샤아- 

목숨을 구걸하는 출산석의 배를 
부엌칼로 단번에 가른다.



− − 4− −

산에 가고 싶은 데스
맛있는 나무 열매가 많이 있는 데스
좋은 친구도 많이 있는 데스

자유롭게 되고 싶은 데스 
행복해지고 싶은 데스

뭐... 뭐인 데스?
평소보다 빠른 데스? 
뱃속의 자를 아직 빼앗지 마는 데쟈아아-
그만두는 데스우 
얘기 한 데스우 
이 자들은 계속 마마와 함께 있는 데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억지로 낳는 것 그만두는 데히이이이

낳는 것 싫은 데스ーー 
배밖으로 내보내는 것 싫은 데스...
데?...?...자를 내가지 않는 데스

이상한 데스우, 
어쩐지 평소와 다른 데스..

호, 혹시...
와타시가 "맛있게 되는" 것인 데샤아아아ーー!?!

싫은 데스ーー 
아픈 것 싫은 데스. 
뜨거운 것 싫은 데스. 
괴로운 것 싫은 데스 야ー아ー데ー에스ー우ー!

구해주는 데스ーー"맛있게 되는"것 싫은 데스!



− − 5− −

똥을 빼지 않은 이유는, 
이놈을 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래된 출산석의 고기 따위는 
먹을만 한 게 못된다.
하지만 뱃속의 태실장은 저녁 식사다.
아까우니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이용하자.

통증과 공포로 기절한 출산석의 분대를 
세로로 자른다.
실장석의 분대는 자궁을 겸한 장기이다.
분대 속에 탁구공을 반으로 쪼갠 듯한 
반구가 몇개 보인다.
반투명의 막 안에 태실장들이 있다.
모두 땅딸막한 구더기 실장 형태다.

어두운 체내에서 밝은 외계의 빛에 노출된 
태실장들이 눈을 꿈뻑이고 있다.
놀라서 둥근 막 속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건강한 자도 있다.
이제 2,3일 지나면 
자력으로 막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성장단계에서는 
모체로부터 강제 출산 신호가 오지 않는 한 
막이 터지지 않는다.

분대 벽에서 숟가락으로 태실장을 도려내고
식힌 탄산수를 채운 그릇에 넣는다.
따뜻한 모태에서 억지로 끌어내진 태실장이 
막 속에서 여러 차례 부들부들 경련해 움직인다.
질식에 의한 가사 상태다. 
단번에 가지고 가면 신선도가 유지된다.
가사 상태의 태실장은 이대로 조리해도 좋고, 

2-3일 정도라면 고농도 산소주입 생수에 담그면
금방 되살아난다.

태실장은 구더기 실장 이상으로 
취약한 신체 구조라서 액체 안이 아니면 
자력으로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구더기 실장을 실장 새우 (지소에비) 라고 하듯, 
그 여린 모습에서 태실장은 
실장굴 (지소가키)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겉모양이 주는 분위기가 비슷하기도 하고 해서,
"구더기" 실장으로 이미지가 나빠져 
고생했던 식도락업계가 붙인 이름이다.
이름대로 굴 대용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성장에 필요한 양분을 
미숙한 몸에 듬뿍 포함한 태실장은 
노른자와 굴을 합친 것 같은 맛에 
포근한 단맛이 난다.
게다가, 구더기 실장과 달리 
출산 과정을 거치지 않아, 
태실장은 위생적으로도 안전하다.
문제는 제왕 절개 비슷한 과정이 필요해 
수고스럽고, 모체에 부담을 준다는 것.
업체의 전용 무균 플랜트를 쓴다면 몰라도, 
집의 출산석에서 이걸 얻는 것은 
폐기하는 마지막 순간에만 가능하다.

가장 작은 태실장만은 취하지 않고 남겨 놓자.
다 꺼내면 출산석의 임신 상태가 해제되고 만다.
마지막 임무에 사용하려면 
임신 상태 그대로 있어 주는 것이 좋다.

− − 6− −
,

,

,


...한참 옛날...

……마마와 같이 있었을 때...

그때는 언니짱도 동생짱도 있었던 데스

가족이 있었던 데스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올거라고 믿었던 데스

처음 낳은 자를 저 인간이 가져가기 전까지는...



− − 7− −

저녁 식사용 태실장들을 취한 김에 
출산석의 위석을 보자.
출산석의 위석은 좀 까맸지만 
아직 금이 가지 않아 
충분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다공질의 특수 수지로 코팅된 위석이 
심장을 겸한 굵은 혈관 근처에 있다.
취미로 실장석을 다루는 사람 중에는 
위석을 순간 접착제로 표면 경화해 
자괴를 막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게 위석 표면을 완전히 접착제로 덮어버리면
심신의 각종 능력, 특히 재생 능력과 출산 능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출산석처럼 
업무용 전용 수지로 코팅하면 양분 보급이나 
출산에 필요한 위석성분의 용출을 막지 않는다.
그래서 위석 수명도 오래가고 
태어나는 자실장의 육질에도 좋다.

심장을 겸한 굵은 혈관에 
위석 보호용의 또 하나의 특수장치가 보인다.
작은 캡슐이 혈관 봉합되어 있다.
캡슐에서는 돌기가 나와 있어 
혈관에 박히게 되어 있다.
그 축에는 혈류로 돌리는 톱니바퀴가 달려 있다. 

이 캡슐은 일종의 오르골 역할을 한다.

귀을 기울이면 캡슐에서 
치- 치- 하고 
지극히 작은 소리가 간신히 들려온다.
몇년전, 이를 집음 링갈로 번역해 본 적이 있다.

스시 
스테이크 
컨페이토우 
목욕 
돈가스 
프니프니 
푸아그라 
......

하고 
실장석이 좋아할 만한 말이 무한으로 흘러 갔다.

이 캡슐은 몇번이나 자를 낳는 출산석의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안정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절망한 출산석은 태실장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태교의 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태어날 세계에 대한 절망을 들은 
태실장은 생육 저하가 되어 육질이 나빠진다.
그뿐인가, 
태어난 순간에 위석이 자괴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태내에서는 태교의 노래 이상으로 
이 장치가 발하는 내용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이 특수 효과 덕에 출산석 모태에서 만들어진 
자는 모두 앞으로의 실장생에 
기대 만만해서 태어나는 것이다.

이런 위석 처치에서 보듯 
최근의 식용석 업계의 노력은 크다.
우선 품종 개량에 의해 똥문제가 대폭 경감됐다.
애완실장 같은 세뇌 교육과 철저한 
개체 감별에 의해 사육의 수고도 많이 덜게 됐다.
더해서, 제대로 육질도 향상되고 있다.
처음에 식용 출산석을 키운 때에는 
봄에서 장마때까지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똥을 던져 오던 녀석, 
몰래 똥 먹기 하던 녀석, 
자를 먹던 녀석, 
썩은 구더기밖에 낳지 못하는 녀석도 있었다.

지금은 편안하게, 맛있는 자실장을 준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품종 개량과 사육 기술이 발전해도 
자연산에 미치지 못한다.
힘이 남아있는 동안 마지막 봉사를 시킨다.

위석 상태 확인도 했으므로, 
찢은 출산석을 면사로 대충 꿰맸다.
영양 상태가 좋은 실장석이라면 
배를 찢은 출혈 정도로 죽지는 않는다.
머리를 부서뜨리거나 장을 뺐다면 몰라도, 
이 정도 상처라면 하루도 있으면 재생된다.

분대를 상하로 꿰매 실타래를 가운데로 묶으면 

태실장 옆으로 매듭이 지어진다.

너의 자매는 울음 소리 한번 못내고,
오늘 밤 저녁밥이다.
너는 가장 꼬맹이였기 때문에 먹히지 않았어.
운명 따윈 모르겠어.
이제 만날 일도 없겠지만 잘 가게.

분대를 꿰매고 중간생략하고 밖을 봉합한다.
바느질이라기보다 
송곳 구멍에 비닐 노끈을 꿰어 매는 것 같다. 
이것으로 충분.

다 꿰매면 똥으로 더러워진 엉덩이를 씻고 
양동이에 넣는다.
원래 기르던 우리에서 이불을 대신하던 
자실장 옷들을 양동이에 넣는 것으로 마무리.

준비가 됐다. 
점심을 마치고 바로 나갈 계획.



− − 8− −

늘 그렇게 와타시가 낳은 자를 가지고 간 데스
모두가 기뻐하며 나온 자들 데스…

불쌍한 자들...행복하게 해 주려고 했던 데스...

인간에게 옷을 빼앗기고 머리를 뽑히고
모두 모두 울면서 "맛있게 되어버린" 데스우

,

,

,

아픈 테치이ー 
뜨거운 테치이ー 
괴로운 테치이이이ーー



− − 9− −

영감의 소형 트럭으로 약 한시간 산길을 오른다.
숲길 옆에 차를 대고 
거기서 30분 정도 걸어 산속을 헤치고 들어간다.
여기는 이 포수 영감이 가진 산이다.

전후에 삼나무를 심었지만 
변변한 손질을 하지 않았다.
나무 손질하는 노임이 비싸게 먹혀서 
어쩔 수 없었단다.
돈안되는 삼나무가 매년 무의미하게 굵어진다.

어두컴컴한 숲 사이로 
야생 매실이 붉게 익어 가고 있다.
잡초가 죽어 가는 수풀 속에서 
빨간 열매는 눈에 잘 띈다.
어린 시절 간식 대신 잘 먹었다.
나온 김에 몰래 먹어 봤지만…너무 시다.
게다가 먹을 수 있는 부분보다 
씨앗 부분이 더 많다.

숲을 건너 근처에 
계곡물이 흐르는 전망 좋은 자리에 오른다.
여기는 옛날에 다락밭이 있던 곳이다.
잡초가 무성한 평지 군데군데에 관목이 나 있다.

영감이 손도끼로 
그 주변의 억새와 관목을 몽땅 자른다.

그 사이에 나는 늘 하던 작업을 한다.
가지고 온 삽으로 평지의 한 구획에 
원형의 얕은 구덩이를 판다.
중심을 깊이 파서 굵은 PVC 파이프를 꽂는다.

거기에 영감이 관목의 줄기를 잘라 만든 
막대기와 억새를 가져다 준다.
억새는 적당한 길이와 굵기의 다발이 되게 
상하를 끈으로 동여맨다.
억새 다발이 적당히 되면 
영감은 다시 나무 하러 돌아간다.
건강한 영감이야.

그런 다음, 
PVC 파이프에 관목 막대기를 끼워 넣는다.
하나만 가지고는 미덥지 않으므로, 
몇개 더 마련해 탄탄한 기둥으로 한다.
기둥에 끈으로 억새 다발을 동여매서, 
구덩이에 맞춰 원뿔형이 되도록 건다.

실장석용 오두막 집이다.

8할 정도 완성되면 바닥에다 
양동이에 담아 가지고 온 자실장 옷을 깐다.
그 위에 트럭 재떨이에 넣어 온 
방향제 구슬을 뿌린다.

준비가 다 돼서, 
이제 가져온 출산석의 상태를 본다.
아직 혼절해 있다.

출산석을 오두막 안에 두면서 
『선물 』을 잊지 않고 넣어 둔다.
배추 한 포기를 손질해 만든 작은 통이다.
속에는 고등어 소금절임이 들어 있다.

틈을 메우고, 숲 사이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휘어
출입구를 만들면 완성.
아주 잘 지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을 위해 영감에게 확인을 받는다.
영감은 출입구의 땅을 좀 더 파헤쳤을 뿐 
"좋아"라고 말해 준다.
나도 점점 익숙해져 가는구나.

이 시기는 1년 중 해가 가장 짧다.
지금은 3시가 좀 지나 아직 밝지만, 
곧 해가 진다. 빨리 가야지.

지금까지 신세를 졌군, 출산석. 

잘 해!



− − 10− −

죽고 싶지 않은 테치이이이
마마- 구해주는 테치-이이이

,

,

,

아무것도 못한 데스 
아무것도 못해 준 데스
유품인 옷을 내줄 때마다
언제나 언제나 울기만 했던 데스...

하지만...이걸로... 끝나는 데스..
어찌 됐던 끝난 데스
불쌍한 와타시...
행복해 지고 싶었던 데스우....


− − 11− −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을 때는 아직 환했는데, 
마을에 도착한 무렵에는 상당히 어두워져 있다.
영감과 다음 일요일에 만날 약속을 하고 
돌아온 때에는 벌써 날이 저물었다.
아직 6시도 안 되는데 깜깜하다. 
춥다 
춥다.

집에 돌아오면 태실장과 브로콜리가 가득한 
크림 스튜가 기다리고 있다.
올해 출산석에게서 얻은 마지막 음식이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 − 12− −
,

,

,

죽은 게 아니었든...데스
인간에게서 버려진 데스........

자유 데스...
쭉 꿈꿔왔던 데스...
우리에 갇혀서 줄곧 꿈꾼데스
저기 가면 행복해 질거라 생각한 데스..






...그러나...

현실은 어려웠던 데스우...

맛있는 나무 열매라고는 전혀 없던 데스
작은 풀씨밖에 없던 데스
있더라도 가시가 잔뜩나서 쿡-쿡-한 데스
다 참으면서 열심히 모은 데스

겉보기에 빨갛고 반짝 반짝 빛나고 컨페이토우 

같았던 데스
집어들면 찌부러져 버린 데스
먹으면 시어서 퉤퉤한 데스…

물이 근처에 흐르던 데스
예쁜 물이었던 데스
마시러 내려가면 
빨간 등딱지의 가재가 있던 데스
움켜잡으려 하면 집게로 철-컥-한 데스
아팠던 데스

붕붕 하면 바위가 미끈거리던 데스
떨어져 꽈당한 데스
몹시 차가왔던 데스
죽는 줄 안 데스
빨강집게로 부터도 도망 쳐야 했던 데스…

흠뻑 젖은 데스우...
정말 추운 데스
점점 어두워진 데스
오늘은 집에 가는 데스
배고픈 데스 
슬픈 데스
푸성귀의 잎과 짜고 냄새나는 이상한 것 밖에 
음식이 없는 데스
그 인간 이제 없는 데스...
이제는 밥 주지 않는 데스...


……, 산은 괴로운 곳이었던 데스

보는 것 만이라면 예뻤던 데스
꿈꾸는 것 만이라면 즐거웠던 데스
하지만 이것이 진짜 세상이었던 데스
이제는 여기서 사는 데슷
뱃속의 자식을 위해서도 
절대로 포기 안 하는 데스우



− − 13− −

일에서 돌아온 뒤 오랫동안 사용한 철장을 
대충 물로 세척한다.

전에 만든 "말린 아귀" 자실장들이 
노을의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슬슬 좋은 맛으로 말라 간다.

서쪽에 석양이 지는 산이 보인다.
영감과 어제 갔던 곳은 저 근처?
아, 출산석은 어떻게 됐을까.
잘 해 줘야 하는데.



− − 14− −

뎃데로게ー
뎃데로게ー

마마는 너희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데스~
꼭 행복하게 해 주는 데스,


뎃데로게ー

무서운 인간은 없는 데스,
이제 "맛있게 될 일" 없는 데스,


뎃데로게ー

마마는 이제 울지 않는 데스,
힘내고 산에서 사는 데스~


뎃게로게ー

옛날 일은 잊는 데스,
행복하게 사는 데스~


뎃데로게롱게~~♪

너희들이 태어나면 마마도 행복 데스,
몸도 마음도 따끈따끈 되는 데스~
그래서, 빨리 태어나는 데스~


뎃데로겟스, 〜 C♪

사는 건 멋진 데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데스,
살아 있으면 행복하게 되는 데스~

언젠가 온 산을 와타시의 자로 다 채우는 데스...

뎃데로...게・・・







− − 15− −

포수 영감과 폐출산석을 두고 온 장소에 간다.

오늘은 영감이 키우는 3마리의 사냥개도 간다.
여름철 부진을 만회하려고 
왕왕캬우캬우 짖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도중, 전에 뚫었던 야생매실의 수풀이 
다시 무성해져 있다.
폐출산석이 발견되어 먹혔는지도 몰라.
그 녀석은 맛있게 되어버린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억새로 만든 오두막 집은 사라졌다.
안에 깔아 놓은 자실장 옷은 한장도 없고, 
고등어 소금절임을 넣은 양동이도 없어졌다.
거기에 억새 다발까지 가져가 전혀 남지 않았다.
터에는 관목의 지주만이 우뚝 서있다.
폐출산석은 어디에도 없다.

피투성이의 땅에 폐출산석의 
찢어진 팔과 귀가 나뒹군다.
이 근처에 사는 산실장에게 쫓겨나서 
어디론가 달아난 것 같다.

같은 실장석이면서 
들실장과 산실장의 이미지는 천양지차다.
들실장은 그 추악한 생태와 
주변 주민에 대한 성가신 행동으로 
최악의 불쾌 해충로 혐오된다.
그러나, 
산실장은 아동용 그림책이나 고기의 패키지에도
사슴, 다람쥐, 산토끼 같은 숲의 동료들과 
함께 그려진다.
온후하고, 싸움을 피하고, 
뻔뻔한 인간에 영합하지 않는다.
자기 자식 먹기, 동종 먹기등이 
거의 습관에 없는 것도 그(녀)들의 인상을 
좋게 만든다.

사실 싸움을 피하는 것은 
투쟁에 할애할 노력을 
식량 확보 등의 생존 노력에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고,
사람에게 아양떨지 않는 것은 
먹힐 위험을 무릅쓸 만한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안이한 자식 먹기, 동종 먹기는 
산실장 콜로니를 파멸로 몰고 갈 위험성이 높다.

게다가 동종 먹기를 하면 체취가 강해져 
포식자에게 발견되기 쉬워진다.
또 전염병의 위험에 더해지고, 
원사육실장의 위석 정보가 
자신의 위석에 전염되 새겨지는 것도 위험하다.
들실장과 사육실장이 아는 인간세계의 사치가 
산실장 커뮤니티의 가치관을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왠지 구더기 실장만은 자로 인식하지 않고 
이 동족식의 금기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구더기 실장의 작은 위석이라면 
위석 정보에 끼치는 영향이 
지극히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
덧붙인다면 성체보다 자, 
자보다 구더기가 체취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실장은 상냥한 산의 요정은 아니다. 
생존에 엄할 뿐이다.
원래 산실장은 배타적이고 
뜨내기 실장석을 환영하지 않는다.

산의 생활은 어렵다. 
먼저 식량이 충분하지 않다.

다른 계절에는 동종 간의 투쟁을 피하려는 
산실장이지만, 이 시기만큼은 
먹이터확보를 위한 텃세가 극단적으로 강해진다.

눈내리기 전의 산실장은 
최후로 한번 많이 먹어둘 식량과 
월동용 식량 확보에 매달린다.
식량의 풍부한 시기에는 싸우는 노력을 
식량 확보에 돌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가면 한정된 먹이터에 대한 
세력권 다툼이 생긴다.
만약 겨울에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그 집단은 다른 군락을 습격하여 
월동 둥지를 약탈하기도 한다.

이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산실장의 친구 사냥』은 
산실장의 이 본능을 이용한 사냥이다.

세력권 의식이 강해지는 이 시기, 
뜨내기 실장이 자신들의 지역에 
침입한 것만으로도 적의를 돋운다.
하물며, 
정착해 자까지 낳아 늘리겠다고 하면 어떨까.
내쫓기는 건 정해져 있다.
뜨내기 실장의 집은 완전히 파괴. 
모았을 식량은 물론 약탈해 간다.
추운 겨울을 나겠다는 본능이 
산실장들을 극단적으로 공격적이게 만든다.

그리고 산실장이 원하는 것은 
기호품, 사치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실용품이다.
겨울에 도움이 되는 자실장 옷, 
그리고 소금을 얻지 못할 산 속에서 생선 절임은 

컨페이토보다 값진 보물.

미끼로 사용되는 실장석, "미끼 실장" 을 
습격한 산실장 그룹은 전리품을 약탈해 
의기양양 자신들의 월동 구멍으로 가져간다.
『선물』로 들어 있는 방향제를 묻힌 자실장 옷, 
바닥이 뚫린 양동이에 넘쳐나는 강한 생선 냄새.

이 냄새를 따라 사냥개에게 미행을 시키면 
산실장의 겨울 구멍까지 안내해 준다.
그곳을 일망타진. 
운이 좋으면 10마리 정도 잡히기도 한다.

땅에 흐른 폐출산석의 핏자국이 
밖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의 흔적은 골짜기의 옆에서 끊어져 있다.
강으로 도망가다 떠내려갔거나, 
산실장들에게 던져진 걸까.

동종에 습격된 들실장이라면 우선 먹히거나, 
아니면 노예로 둥지에 끌려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산실장은 원래 동종 먹기를 싫어하고, 
노예를 사역하는 풍습이 없다.
사역의 수고나 식비, 
주거 환경에 끼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메리트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미끼 실장"은 반죽음이 되어 
영역에서 쫓겨날 뿐 
직접 죽음을 당하는 경우는 적다.

부근을 조사하지만 폐출산석은 없다.
"미끼 실장"의 재이용은 어렵다.
다음부턴 방치된 장소에서 
금방 도망 치려고 할테니까.
만약 폐출산석을 찾으면 "처분"할 생각이었다.

마지막은 같은 것이다.
저 폐출산석은 원래 독라였지만, 
"미끼 실장"은 대개 독라로 만들어 
산 속에 방치한다.
이유의 하나는 만들어 준 둥지에서 
임의로 떨어져 나가기 어렵기 때문.
또 하나는, 
산실장에게 납치당한 이후에 살아남은 
"미끼 실장"이 마을에 내려와 
폐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산에서 사는 지혜를 가지지 않는 가축이 
이 시기의 산 속을 살아남기란 불가능하다.

사냥개들이 들썩거린다.
폐출산석의 핏자국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는 냄새를 맡은 것 같다.
삽과 실장석을 잡을 갈고리 장대를 가지고 
영감과 사냥개들을 따라 뛴다.
올해도 잘 잡히면 좋겠다.



(2)


− − 1− −

......잣잣잣크잣크

머리 위에서 땅을 파는 소리가 울린다

악마가 왔다...
곧 인간이 찾아온다.

어두운 굴속에서 모두의 숨결이 답답하다
품에 안은 딸들이 스멀스멀 움직인다

비상구쪽으로 어렴풋이 빛이 보인다
하지만, 그쪽도 인간이 지키고 있다
아아…어디에도 도망 갈 수 없다

어제까지...
추자짱들이 그 비상구 구멍을 통해 
흙을 열심히 날랐던 것을 떠올린다
작은 손으로 파고 또 파고
진흙투성이가 되었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

,

,

커다란 집을 만든 테-치
봄까지 따끈따끈 사는 테츄
조금만 더 하는 테치, 
힘내는 테치이-


− − 2− −

인간 사회와 관계가 깊은 실장 생물, 실장석.
야생 실장석이라면 공원의 불쾌 해충으로 
악명 높은 들실장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달리 깊은 산과 광대한 삼림에 사는 
야생 실장석은 들실장과 구별하여 
산실장으로 불린다.

야생 동물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산실장은 
개체의 자질만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생존 능력에서 
일반 들실장보다 훨씬 뛰어나다.
무리를 지어 협조함으로써 
개체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또 도구를 다룰 수 있는 높은 지능이 합쳐져
재래의 희귀 생물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상식적인 생물 범주에 머무는 것을 추구해, 
엉터리 생물으로서 실장종이 갖는 
카오스 속성은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산실장에는 
구더기 실장 이외의 번데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산실장의 콜로니에 
실장석의 상위존재인 
실취석, 실창석, 기타 특수 실장이 
발견됐다는 보고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산실장의 생태는 야생 동물에 가까와, 
인간에게도 인간 사회의 폐기물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들실장은 인간에게 
극단적으로 의존하고 싶어 한다.
그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과잉 보호를 
본능적으로 요구한다.

탁아, 창문 깨기 (가택 침입), 바꿔치기 등의 

요상한 행동은 이 정신 구조에 유래한다.
하지만 산실장은 이점에서도 완전히 구별된다.

다만 
인간에게 사육되기 시작한 산실장의 자는 
들실장에 가까운 분충성을 
단기간에 획득하는 경우가 많다.
수 세대, 수십 세대의 엄격한 도태를 거쳐 
천박한 행복 회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보이는 산실장.
그러나 위석에 깊이, 깊이 박힌 
실장석의 업보는 극복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 − 3− −

죽는 거 싫은 테치
ー죽는 거 싫은 테치 - 
장로님 용서하는 테에-엥테에에-엥
마마ー구해주는 테에ー 
구해주는 테에에-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속은 테칫! 속인 테치이이이ー

,

,

,

겨우 월동용 큰 굴이 생겼다
만세부르는 동료와 추자짱들
장로님이 와타시에게 귓속말을 했다

...보내는... 데스

또 내가 도우러 따라가게 됐다
장로님은 
굴파는 일을 열심히 한 추자들을 데려다 놓고
컨페이토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뭐, 먹은 적도 본 적도 없지만

열심히 잘 한 데스우 
좋은 자들에겐 큰 상이 있는 데스
아나타들에게 
특별한 식사를 준비한 데스

"""텟츄ーㅇ ♪"""

이 자들의 마지막이다
특별한 잘빠진 자들이었다

발이 무거운 데스
하늘이 매우 푸른 데스...
전에도...이런 하늘이었던 데스

장로님 얘기에 자들은 즐거워하고 따라왔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 그리고

에에에-엥...
아아아아아아ーー.......
…. 테...챠아아아아아.....아..

추자짱들이 계곡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자실장 버리는 계곡" 
그 깊은 강 끝에는 폭포가 있다
그 울음 소리와 고함, 원성이 귀에 쟁쟁하다

이것은 규칙 데스
산에서 사는 실장석의 불문율 데스

계곡 저쪽을 바라보며 장로님이 중얼거렸다

추자는 산신령님이 보낸 손님
고마운 실장복을 받고 나면 
신령님 품으로 돌려보내는게 도리
멋대로 굴파는 심부름을 시킨 데스
오랫동안 붙잡아 둬 미안한 데스
빨리 못 보내 줘 죄송한 데스
여기는 추워지는 데스
산신령님한테 돌아가는 데스
밤에 신령님이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려 주는 데스

전 장로님께서도 이렇게 말했다
전전 장로님께서도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아마 정말 그런거겠지

... 하지만 용서하는 데스

추자의 실장복은 신령님의 선물
정중히 접어서 가지고 돌아간다
그 자들의 냄새가... 나는 데스

미안한 데스
월동굴에 
아나타들이 살 자리는 없었던 데스
실장복 둘 자리뿐이었던 데스...

− − 4− −

산실장의 월동 방법은 매우 지역차가 크다.

한 산악지방에서는 
구더기 실장석을 보존식으로 해서 월동한다.
혹독한 땅인 홋카이도의 산실장들이 
곰의 겨울잠에 기생하여 문제가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파멸의 발소리" 참조)

산실장의 월동에는 기온, 적설량, 
확보할 수 있는 식량의 바로미터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다.
또 
인간과의 관계나 지역 변이에 따라 
월동 풍습이 크게 다르다.

동해측 적설지인 이 지역의 산실장에게선 
대략 다음과 같은 생활 사이클이 관찰됐다.

봄에 출산한 실장은 
서로 근접한 가족 단위의 굴에서 생활한다.
성체 20~30 마리의 무리에는 
연장자와 2~3마리의 서브 리더가 보인다.
춘자는 장마가 끝날 쯤에는 
거의 성체 크기로 성장한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지내기 쉬운 기간에 
이들은 리더, 서브 리더에게 
콜로니의 일원으로서 교육을 받는다.

들실장은 계획성 없이, 
쉴 새 없이 자를 낳기로 악명 높다.
그러나 이 지역의 산실장에겐 
어떤 임신 제어 능력이 있는지, 
번식기는 봄과 가을에 1회씩 뿐.
다만 가을에 태어난 자를 
친실장이 키우는 일은 적다.

가을에 태어난 추자의 실장복은 
봄에 태어난 춘자의 실장복보다 천이 두꺼워 

보온성이 좋다.
이 현상은 들실장 및 사육실장에서도 보인다.
그 추자의 실장복을 산실장은 
굴의 보온재와 생활 용품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옷을 빼앗긴 추자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진다.
물론 자연상태에서 
독라 자실장이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 − 5− −

추자짱들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먹이사냥을 갔던 나의 딸이 
텟스텟스 하고 숨가빠 하며 달려온다
딸은 이웃 산 큰 숲 쪽으로 갔을 것.
딸은 아직 호리호리한 체형의 중실장
이 자는 봄에 태어난 자들중 
마지막 생존 개체다.
태어난 때에는 자그마한 엄지짱 이었다.
이 자가 여름까지 살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는 운이 좋은 자였다.
자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상황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준,
조금 영리함은 부족하지만 .. 
나의 소중한 보물

작년 추자의 실장복과 풀을 엮어 만든 
바구니가 텅 비어 있다
장로님이 눈을 홀긴다

빈손으로 돌아온 데스 
그 바구니를 가득 채우기 전엔 
돌아오지 마는 데스

…… 어쩔 수 없는 데스
그렇지 않아도 거기는 먹이가 적은 데스

장로님은 잔소리가 많다
전 장로님도 잔소리가 많았는데

큰 숲에서 나오는 밥은 적다
장로님의 속으론 알고 있다
밥을 제대로 취하지 않는 실장석은
내쫓는 데스
그 자는 월동시키지 않는 데스
계속 내쫓으려고 한다
그래도 저 자는 운이 좋은 자다
마침 동료가 "빠짐"을 해서 입이 줄거나
큰 바람에 떨어진 벌통을 주워 오거나
그때 마다 살 길을 찾아 왔다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다…
꼭 괜찮을 것이다

그 딸이 테-테- 숨을 몰아쉬며 
눈물 고인 눈으로 지껄였다

테ー스 테ーー스... 큰 일난 데치!


− − 6− −

늦가을에 들어가면 
산실장의 생활 양식이 크게 변한다.
자실장 기르기에 사용한 각각의 굴에서 이사해
본격적인 집단 생활에 들어간다.
이때 서브 리더가 이끄는 소그룹을  
하나 떼내서 따로 월동 준비를 할 때가 많다.
이는 콜로니의 모든 개체를 수용할 수 있는 
큰 월동 장소를 확보하는게 어렵기 때문.
그리고, 모그룹이 월동에 실패한 경우에도 
콜로니의 전멸을 피할 수 있는 
보험의 의미도 있다.
두 집단이 무사히 월동한 경우 
조건에 따라 소그룹이 다른 집락으로 독립하는
"둥지 이별"도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봄에 태어난 새 성체라도 
무조건 월동을 허용받는 것은 아니다.
월동 개체를 콜로니의 리더, 서브 리더가 
엄격히 선별한다.
커뮤니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 개체, 
이른바 분충은 심한 린치를 당한 뒤 추방된다.
월동굴에 협조성 없는 분충이 있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분충의 존재는 월동의 성공률을 
파멸적으로 저하시키고 만다.
산실장의 협조성이 높은 것은 
이 도태에 따른 것이다.
또 능력이 떨어지는 열등 개체도 
식구를 덜기 위해 세력권 밖으로 
추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개체는 분충과 달리 
린치를 당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추방 개체가
겨울산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낮다.

콜로니에서 추방된 실장석과 
추자 솎아내기가 싫어서 콜로니에서 벗어난 
임신석 (흔히"빠짐"이라고 불린다)이 
가을의 야산에서 보인다.
지역에 따라 "산흐름", "산내림" 으로 불리는
원산실장은 육질에 있어서 
산실장과 거의 변함이 없다.
그래서 귀중한 가을의 은혜로 
농촌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 − 7− −

텟텟- 수풀의 작은 산이 생기고,
안에 흠뻑 젖은 아줌마가 있던 데칫

동료들과 함께 침엽수의 큰 숲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요령부득의 딸의 말에 장로님이 초조해 한다
아무래도 뜨내기가 멋대로 영역에 들어온 듯

머릿수가 많은 편이 좋은 데스 
무시를 당하지 않는 데스

신중한 장로님의 명령으로 
모두 "추방작전"에 나가게 되었다
큰 숲이 그닥 좋은 먹이터는 아니다
하지만 가만두면 
점점 더 많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큰 숲을 빠져나오니 
이웃 산이 정면에 보였다

저쪽은 타 부락의 영역
이 근처에 작은 강이 흘렀지
거기부터 저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 왔다

더 올라오니 단단한 풀이 
예쁘게 다듬어져 있다
그 안에 풀을 짜서 만든 집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어느새 만들었지?

장로님을 눈을 홀기며 
바보 같은 딸에게 소리를 지른다.

수풀의 산은 이거였던 데스우?
얼간이! 이건 뜨내기의 집인 데스!
뜨내기가 여기에서 살 작정인 데슷!

그것을 보니 어째서인지 점점 열을 받는다
이상할 정도로 머리에 피가 올라 오는...

그때 풀집 안에서 노랫 소리가 들려 온다

뎃데로게ー
뎃데로게롱게ー

...?! 이 뜨내기가 자를 낳을 생각 데스?

아나타들이 태어나면 
마마도 행복한 데스,
몸도 마음도 따끈따끈 되는 데스~
그래서 빨리 태어나는 데스~

그건 행복의 노래
봄에는 마음 속으로 크게 불러보고 싶은 노래
가을에는 울며 중얼거리며 부르던 노래

살고 있다는 건 멋진 데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데스,
살아 있으면 행복하게 되는 데스~

그것을 지금 정말.. 기뻐하며 부르고 있어?
뭘 생각하는 거야!
아까 솎아낸 자들의 마마였던 실장석들이 
이를 간다.

와타시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뜨내기가 제멋대로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언젠가 이 산을…….
와타시의 자로 가득...

까불지 마라!!!!
이 산은 와타시들의 것이닷
제멋대로 들어와, 밥을 훔치고 
자를 낳는 뜨내기는 나가라!
절대 용서 못한다!!!!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



− − 8− −

늦가을이 되면 산실장 콜로니 간에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먹이터에 대한 경계 싸움 정도면 
그나마 평화로운 싸움으로 끝나다.
야생 동물의 밥그릇 싸움처럼 
서로 치명상은 퍼붓지 않는다.

토닥토닥 치고 받다 
전의를 잃어버린 쪽이 도망친다.
산실장의 대부분은 
필요 이상의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과잉 폭력은 원래 에너지 낭비이다.
그래서 그것만으로 끝난다.
목가적인 그 모습에서 지역에 따라 
"산실장 씨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만 서식처인 월동굴 다툼은 
피투성이의 싸움이다.
이때에만 보이는 현상이지만, 
본능적인 적의에 휘몰린 산실장은 
다른 그룹의 개체를 편집적으로 증오한다.
여기에는 
각 그룹의 결속을 강화하는 요소도 있다.
그래서 월동굴을 습격한 산실장은 
상대를 철저히 혼내고, 
때로는 독라로 쫓아낸다.
자신들이 그곳을 빼앗아 쓰지 않더라도, 
패자가 다시 오지 못하게 파괴한다.
그리고 저장한 먹이와 둥지의 자재로 
쓸 만한 것은 모두 약탈한다.

필요 이상의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것이 
합리성에 근거한 본능이라면 
월동굴에 대한 가차 없이 공격도 
합리적인 생존 본능에서 유래한다.
월동굴 다툼에는 
자연이 키울 수 있는 개체수 조절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 − 9− −

오두막 안에는 이상한 모양의 독라가 있다.
장로님보다 더 크다.
하지만 도망 가지 않는다. 
절대 질 수 없다.

와타시들의 산을 지키데슷
힘을 합쳐 다 싸우는 데스ーー
""""""""데스~!!!!!""""""""

맞기 전에 친다.
저 큰 덩치에게 맞으면 죽겠다.
무아지경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눈앞에는 굵은 팔이 거칠게 뜯겨진 뜨내기가
뒹굴고 있다
딸도 귀에 달려들어 
한쪽을 거칠게 뜯어내고 있다.
.....치..치 치ㄴ구..친...구



어차피 이웃산에서 내쫓긴 
똥벌레인데스

장로님이 욕했다
뱃속에 자가 있는 데스
심한 일 하지 마는 데스

아무래도 틀림없다
자를 먹는 버릇이 생겨 내쫓진 분충이다

자의 실장복이 빽빽히 깔려 있다
꽃냄새가 풀풀 난다
자를 계속 낳고 빼앗은 실장복이다
자를 먹은 덕분에 건강한게 틀림 없다

아닌 데스ー 
인간에게 "맛있게 되어버린" 데스

산에는 나지 않는 맛있을 것 같은 풀이 있다
그것의 그릇 안에 이상한 먹거리도 있다
참을 수 없이 좋은 냄새가 난다
그것이야말로 컨페이토처럼 전해 들은 
"실장 푸드 " 일것이다
금단의 땅, 인간의 영역에만 있는 것

먹지 않는 데스우?

이런 음식을 먹고 있으면, 
산의 밥을 먹을 수 없게 돼

규정을 어긴 실장은 추방 데스
돌아와도 내쫓는 데슷

전장로님은 항상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자실장 시절부터 여러 차례 
데스 데스 들은 산의 규칙
그 규칙의 의미를 잘 알았다

이 산에서 살고 싶은 데스 
부탁드리는 데스ー

인간의 영역에 살았던 이 실장석은 
부정을 탓다.
돌아와도 다시 원래대로 될 수 없다
이제 산에서 살지 못한다

제멋대로 한 것 미안한 데스
하지만 사이좋게 지내는 데스 

산에 부정탄 실장석이 있으면 
태어나는 자들도 부정을 탄다
태어날 자들이 똥벌레가 된다
편하고 즐기며 살고 싶어 하게 된다
본 적도 없는 컨페이토를 원한다
악마에게 아첨하고 산의 동료를 배신한다

이런 분충이 산에 있으면 안 된다

어째서 그러는 데스ー 
어째서 전혀 얘기를 
안들어 주는 데스우?



산에서 꺼지는 데샤-!!!!

남은 귀도 잡아 떼서, 근처의 강을 버린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꿈도 희망도 
사라진 데스우우우.....



− − 10− −

『산실장의 친구 사냥』은 
월동을 앞둔 산실장의 공격 본능을 이용한 
수렵 방법이다.

산실장이 있는 산에 실장석 서식처를 만들어 
"미끼"가 될 실장석 (함정 실장)을 둔다.
서식처에는 냄새를 추적하기 쉬운 전리품 
("선물"이라고 불린다)을 넣어 준다.
이윽고 자신들의 관할권 내에서 
정착하고 있는 "미끼"에 강한 적대감을 가진 
산실장의 그룹이 습격해 온다.
그후 "선물" 냄새를 사냥개에 맡게해 
월동굴을 찾아낸다.

물론 잘 되지 않은 해도 있다.
여우나 족제비에 "미끼"를 먹히거나 
갑자기 눈이 쌓여 "선물" 냄새가 
사라져 버리거나 해 실패한 적도 많다.
무엇보다, 
애초에 서식처가 세력권 밖이라면 
아무리 "미끼"를 두더라도 성사되지 않는다.
겨우 먹이터에서 토닥토닥 얻어맞는 걸로 
값을 치룰 뿐이다.

한마디로 운. 
잘 맞으면 큰 벌이.
산신령님은 변덕이 심하다.
그러니까 산신령 신사에서 분발해 
100엔 동전을 바쳤다.

효험이 있기를



− − 11− −

자의 실장복이 많이 있는데스
똥벌레니까 
어차피 자기 자를 먹었던 데스
그런 악마 쫓아내려 투쟁한 데스
반죽이는 게 아니라 
다 죽였어야 한 데스
이만큼 따뜻한 실장복이 있으면 
큰 구멍도 따끈따끈 데스
거기다 좋은 꽃냄새가 나는 데스
오두막의 벽도 
여러가지로 쓸 만한 데스
전부 가지고 돌아가는 데스
이 이파리도 달고 맛있는 데스ー
"실장 푸드"에 
물고기가 들어 있는 데슷 
맛있는 데스
이파리와 함께 씹으면 
기절하게 맛있는 데스우

겨울 전에 즐거운 식사대접인 데스

산신령님의 선물 데스ーーーーーー

동료들이 기쁜 듯 웃고 있다

항상 얼굴을 찡그리고 잔소리하는 
장로님까지 웃고 있다
완전히 기분이 좋아졌다 
장로님이 딸에게 간다

너는 실장복의 신령 데스
여태 눈홀겨서 미안한데스
함께 겨울을 나는 데스

딸도 수줍게 웃고 있다

이번에 장로님이 
컨페이토 같은 달콤한 목소리를 안쓰면서
딸을 인정해 주셨다.
와타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 − 12− −

"미끼"를 두고 나서 며칠 뒤의 일요일, 
성과를 보러 왔다.
아무래도 잘 걸린 것 같군.

이제부터가 큰 일이다.
포수 영감과 사냥개들의 뒤를 따라 
길 없는 산을 오른다.

저 영감님....너무 건강하다...
전쟁세대와 우리 세대 사이에는 
산실장과 들실장 정도의 사양 차이가 나는 듯. 

뒤쳐지지 않게, 히-야 하면서 
일심 불란으로 올라간다.

기다려 줘-



− − 13− −

어젯밤은 너무 기뻐 모두 감사했던 데스

그 "실장 푸드" 먹으면 목이 따끔해지는 데스
물마시고 싶었지만 아침까지 참은 데스
아침에 물 마시며 빈둥거리는 데스

변소에서 어물어물 하니 
햇님이 완전히 높아진 데스
장로님이 다시 날카로와진 데스
모두 이제 밥을 모으러 가는 데스

데?!
데뎃! 인간이 온 데슷
가우가우 (개) 도 있는 데스
이건 이상한 데스 
모두 숨는 데슷



− − 14− −

2시간 가까이 걸어 
드디어 산실장이 사는 곳에 도달했다.

거기에 좀먹어 말라버린 솔밭이 있고,
그 중심에 
태풍으로 송두리째 뒤집힌 소나무가 있다.
밑동 근처에 나무 뿌리가 뽑히며 생긴 듯한 
구멍이 열려 있다.
그 구멍의 벽면에 
실장석이 지나다닐 정도의 구멍이 나있다.
그 옆에는 억새 다발이 있었다.
그것은 "미끼"에 사용한 서식처의 재료이다.

심봤다! (물론 의역입니다)


− − 15− −
,

,

,


잣쿠잣쿠 잣쿠잣쿠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벌써 저만치 다가와 있다...

잣 잣잣크잣크

산은 넓은데
어떻게 여기가 걸렸을까

잣쿠잣쿠
.....영차... 영차

이 자는 운이 좋은 자였다
그 운도 어제 끝난 데스?

잣쿠잣쿠
좋아ー거기-어디-같이-


− − 16− −

월동굴의 출입구는 들어가서 바로 
L자형으로 굽는 것이 많다.
바람 막이도 하고 
내부의 모습을 밖에서 직접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산실장의 집단 월동굴에는 
출입문외에 반드시 위장된 비상탈출구가 있다.
이는 환기용 공기 구멍을 겸하고 있다.
그곳을 막아 놓지 않으면 
모처럼의 먹이가 도망가 버린다.

이 월동굴의 비상구는 
쓰러진 소나무 줄기 그늘에 있었다.
돌을 짜맞춰 물이나 흙이 들어오지 않도록 
궁리 되어 있다.
폭우가 와도 물이 안에 들어오지 않도록 
주위에 도랑까지 있다.
그래서 들킨 것이지만.

들여다보면 산실장의 둥근 손 끝이 보인다.
갈고리 장대로 걸어 보려 했으나 잘되지 않아, 

그대로 뒷걸음질 치게 둔다.
뭐 됐어. 
어차피 도망 갈 곳은 없다.

비상구는 보통은 삭정이와 낙엽으로 
알기 어렵게 한다.
영감과 함께 주위를 빙 둘러보았지만 
더 도망갈 길은 없는 듯 했다.
근처에 굴을 판 잔토가 쌓여 있다.
아직 부드러운 것을 보니 굴이 막 완공되어 
위장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출입구와 비상구에 농협 쌀자루와 
비료 포대를 손질해서 만든 간단한 덫을 둔다.
차광성 종이 봉투속에 구멍을 뚫고 
반투명의 비료 포대를 붙인 
단순한 대용품 이다.
빛을 따라 안쪽의 구멍에서 
밝은 쪽으로 들어가면 
좀처럼 다시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자, 여기서부터 어떻게 할지 영감과 상의한다.
월동굴의 출입구에서 나뭇잎을 태워 
연기 공격을 하는 것이 가장 쉽단다.
차의 배기가스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연기 공격은 손이 덜 드는 대신 
확실성이 떨어진다.
뛰어난 리더에게 인솔되어 있는 경우 
산소 결핍으로 가사할까지 
모두 견뎌 내는 수도 있다.
그래서 시간과 노력이 들어도 
확실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 방법은 단순 그 자체.
바로 "삽질" 이다.
시간만 되면 다 잡힌다.
감자를 조심스레 파내는 것보다 간단하다.

다만 출입구부터 파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소나무 뿌리가 복잡하고, 
발판할 자리가 좁아 작업하기 어렵다.
비상구에서 파 나가는 것도 
소나무 줄기가 방해에서 귀찮다.

그럼, 어찌하리오?
이럴 때 편리한 것이 개들의 청각.
이미 사냥개들이 부지런히 땅을 긁고 
여기저기 파며 멍멍 하고 있다...

아무래도 출입구와 비상구의 중간 쯤에 
월동 공간이 있는 것 같다.
대략 어림하면서, 삽으로 오로지 판다.

이 흙 너머에 맛있는 산실장이 기다리고 있다.
내일 근육통을 앓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좋아ー여기-그래-같이-

− − 17− −

즐겁게 외치는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귀을 막고 싶어 환장할 지경

마침내 누군가가 견디지 못하고
출구로 뛰어나가는 발소리
비상구로 기어 가는 소리
뭔가를 걷어찬 소리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울음소리가, 
외치는 소리가 나는 데스
흙을 할퀴는 소리가 난데스
흙이 저기서 여기서 날아오는 데스
밥을 쿳챠쿳챠 먹는 소리도 나는 데스
겨울에 대비해서 모두 열심히 모은 것이
다 헛짓이었던 데스우...
게다가 장로님의 고함 소리
아주 시끄러운 데스...

발밑의 실장옷을 주워 두 귀에 바짝 댄다
실장복의 끝이 코에 닿다

좋은 꽃냄새가 나느 데..

스...! 

몸이 떨린다

향기로운 꽃향기
몹시 기다리던 봄의 향기
그런 것이...겨울 산에 있을 리 없고...


...덫이었던 데스…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온다

마마?...

아...아무것도 아닌 데스 
너는 아무것도 나쁜 짓 안한 데스

돌을 밀치는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푸석-하고 살짝 흙이 떨어진다
장로님의 비명이 들린다.

어둡던 굴에 빛이 넘친다

아 아 아...

올려다본 하늘은
어디까지고 다 푸르다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악마가 서 있다
검은 눈이 와타시들을 바라보고 있다



− − 18− −

30분 정도 파나가자 
반평 정도의 빈 공간이 확 열렸다.

껴안고 떨고 있는 산실장과 
처음으로 눈이 마주 쳤다.
무너진 흙에 깔려 
데스 데스 발버둥 치고 있는 산실장이 있다.
자실장복이 바닥 가득 깔려 있다.
자동차용 방향제로 향기를 낸 "선물"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한 것 같다.
"선물"에 달아 준 미니 양동이가 굴러 안에 있

던 "고등어 소금 절임"이 흩어져 있다.
그것을 반찬으로 
도토리를 우물우물 먹고 있는 녀석도 있다.
똥을 뽑는 수고를 늘리고 싶진 않아. 
우선 그 녀석을 갈고리 장대에 걸어서 
구멍에서 빼낸다.
출입구와 비상구로 향해 달아난 패거리는 
그대로 출구에 설치한 덫에 안착해 주었다.






우두머리 같은 나이 먹은 성체가 1마리,
보통 성체가 4마리,
춘자 새 성체가 3마리,
중실장이 1마리.

대박이다.
월동굴에 있는 사냥감의 마릿수는 다 운이다.
특히 맑은 날은 
모두 먹이 사냥에 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굴에 있던 1마리밖에 못 잡았던 해도 있다.
그것이 모두 9마리나 잡혔으니 풍어다.

접어 가지고 온 쌀자루에 담아 메고 돌아간다.

굴 깊숙히 자실장복으로 만든 자루에 
월동 식량을 저장해 놓은 게 많이 있다.
흔히 "보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냥 성과가 적으면 그것도 가지고 가지만 
이번은 좋다.
어차피 안에 있는 건 거의 도토리.
가을 구더기를 
월동 번데기로 만든 것도 아닌 것 같고, 
나머지는 기껏 밤과 산호두.
무게만 늘어나니, 내버려두고 가자.

짐은 무겁지만 발은 가볍다.
내려가는 길이라 그렇다고 하지말라.

− − 19− −

데칭-데칭-……
와타치들...데칫 앞으로... 어떻게 되는 데치?

이 자는 운이 좋은 자이다...
라지만...아무리 그래도 이제는 안 돼..
떨고 있는 딸을 끌어안고 포기하라고 타이른다

...아무것도 무서울게 없는 데스
너는 앞으로 산신령님 계신 곳에 가는 데스
따뜻한 곳인 데스 
맛있는 나무 열매가 많이 있는데스
이제는 정말로...
밥찾기 고생 하지 않아도 되는 데스
친구와 이별하는 슬픔도 없는 데스



− − 20− −

돌아오니 훨씬 어둑어둑해 져 있다.
나른하지만 
오늘 중에 영감의 작업 오두막에서 
먹이를 직접 잡아 둔다.
그렇게 하는게 신선도 유지에 더 좋다.
오두막 옆에 소방용 방화 용수로 사용하는 
수로가 있으므로 보를 둬서 물을 모은다.
콘크리트의 도랑에 검붉은 얼룩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렇게 말하니 
얼마 전에 여기서 멧돼지 핏물을 뺐더군.

영감과 저수조와 싱크대를 오가며서 
한마리씩 처리한다.
건강하게 날뛰는 산실장의 등을 짓밟아 
확실히 제압하고 나무 망치로 
어깨뼈와 허리 뼈를 바순다.
이렇게 하면 꽤 다루기 쉬워진다.
다만 뼈를 많이 꺾으면 
아무리 산실장이라도 쇼크사할 수 있으므로 
힘조절이 필요하다.
그대로 등에 가위를 넣고 
실장석 옷을 세로로 자른다. 
뒷머리를 잡고 잡아당기면 벗기기 쉽다.
실장신발하고 반바지도 없앤다.

다음은 근처를 흐르는 수로에 데리고 간다.
세탁기의 호스를 손봐서 만든 관을 
입에 처넣는다.
호스의 반대쪽은 
저수조에서 모은 물 밑에 가라앉혀져 있어서 

수압으로 물이 펑펑 나온다.
산실장이라도 
이번에는 왠지 대변의 분량이 적어서 
일을 덜었다.
똥을 빼고나서 
똥과 진흙으로 더러워진 몸을 씻어 
싱크대로 넘긴다.

지금까지 잡기 쉽도록 남겨둔 머리는 
가위로 잘라낸다.
칼로 목부터 엉덩이까지 
싹 가르고 위석과 내장을 잘라낸다.
꺼낸 위석은 
어느 것이 누구 것이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나씩 뚜껑 달린 병에 넣고 
위석 보존액을 채워 둔다.
뚜껑 달린 병은 김조림의 병을 쓰고 있다.
그리고 위석 보존액은 
포수 영감의 특제 살모사 술이다.
이건 약효 확실이다.

내장을 뽑아 비운 뱃속을 
가스 토치로 살짝 굽는다.
목과 항문은 좀더 공들여서 굽워서 날려 둔다.
이렇게 해 두지 않으면 
생명력이 유난히 강한 산실장은 
냉동해도 내장이 재생해 살이 감소될 수 있다.
내친 김에 자르다 남은 모발도 태워 둔다.

장과 분대, 그리고 폐는 
사냥개들에게 상으로 준다.
영감이 적당히 나누어 
오두막의 개들에게 던져 준다.
3마리의 사냥개들은 컹컹대며 잔치판이다.
산을 그토록 뛰어 놓고............좋은 힘이다.
위는 정성껏 씻고 나중에 햇볕에 말린다.
꼬챙이에 꿰고 오뎅 꼬치로 하면 맛있다.
심장을 겸한 굵은 혈관과 간은 
몸과 함께 냉동한다.
신장이나 기타 잘 모르는 내장은 
사냥개의 포상으로 추가해 준다.
사실 실장석의 내장은 개체 차가 크므로 
중요 장기 이외의 기관은 (때로는 중요 기관도) 

있거나 없거나 한다.

포수 영감은 업무용 냉동고를 
작업장에 갖고 있다.
한마리 잡으면 남게 되는 
수렵육 냉동에 사용하고 있다.
그걸로 장을 뽑은 산실장들을 
단숨에 냉동한다.
시판의 식용석도 생냉동으로 팔리고 있다.
그래도 해동한 때에 살아 있다면 
육질의 저하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산실장이라면.
오히려 얇게 썰어 얼리는 것 보다 위생적이다.



− − 21− −

...아-ㄱ-마 데치이이이...
전부이 아파하는 데-치 
무서운 데치 
무서운 데치이이이

그래도, 그래도 
마마라면 괜찮은 데치
이번에도 꼭 마마가 구해 주는 데치
괜찮은 데에-치 마마가 있는 데-치
꼭 꼭 괜찮아 지는 데-에-치



− − 22− −

내 몫으로 춘자 새 성체를 3마리나 받게 됐다.
거들기만 하고 받는 삯 치고는 파격적이다.
2마리는 동생에게 보내 주기로 했다. 
『말린 아귀』라고 부르는 말린 자실장과 세트로
고향의 맛을 보낼 것이다.

중실장은 영감이 장사에서 쓰는 곳이 있으므로 

냉동하지 않고 그대로 키우게 됐다.
운 좋은 녀석이군.
하긴, 성장기의 중실장은 마블링이 별로이다.
음식점에서도 중실장은 
조금 비육하고 쓰는 것 같다.
어디에 출하될지 모르지만 
조금 늦냐 빠르냐의 차이 뿐이다.

그 중실장과 꼭 붙어 있던 있던 성체가 
마지막이 됐다.
낭패인게 상처없이 살려 둘 예정인 
중실장을 끌어 안고 놓질 않는다.
쟈- 쟈-하고 위협하는 산실장 앞에서 
주저하고 있으려니, 
이번엔 중실장까지 신나게 
데치데치 거리기 시작한다.
매물을 다치게 하면 영감에게 안 좋다. 
어쩌랴.



− − 23− −

마마 멋진 데치
인간이 겁을 먹은 데치

역시 마마는 강한 데치
커다란 뜨내기 들실장도 
팔을 싹독 자랐던 데치
커다란 숲의 나무 같은ー데치
겁낼 것 없는 데치
인간들 다 공갈인 데치

마마 
저 인간의 팔도 싹독 잘르는 데치
와타치도 열심히 하는 데치
악마를 때려눕히고 
함께 산에 가는 데....



− − 24− −

거기에 나이 먹은 우두머리를 
냉동고에 넣은 영감이 뒤에서 다가온다.
그리고 날렵한 칼질로 양팔을 떨어뜨린다.
두 팔을 잘린 성체는 
위협 얼굴 그대로 쾅하고 넘어진다.
막대기처럼 나자빠진 채 
브바브바 똥만 흘리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얼굴을 하다가 
바로 2마리 나란히 절규를 한다.
영감은 방해되는 중실장을 걷어차고, 
성체의 두건을 풀고 귀를 도려낸다.

영감이 
"이 녀석으로 축배 들지. 
그러고 나머지 처리하시지?" 라며 좋아하며 
부엌으로 들어간다.
나도 술안주로 조금 먹고 싶다. 기쁘다.



− − 25− −

마마가 쓰러졌다
마마의 팔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지켜 준 마마의 팔
계속 안아 준 친절한 팔

그 팔이 발아래로 떨어졌다
돌아보니 뒤에도 인간이 서 있었다

비겁한 놈들!
마마한테 뭘 한 데칫-
귀를 거칠게 뜯어내는 데치

쓰러진 마마를 도우려다 
인간의 발에 채여 버렸다
마마가 멀어진다


− − 26− −

바닥에 쓰러져 있는 중실장을 잡아, 
또 쌀자루에 가둬 둔다. 
쌀자루에 갇혀도 중실장은 아직 
데칫!데치ーー쯔데지이이이쯔!
건강하게 날뛰고 있다.
너는 살아난거야.
불평하지마.

팔을 잘린 쇼크로 방심했는지, 
성체 쪽은 별로 난폭하지 않다.
순서대로 장빼기 처리를 해 
냉동고에 넣기로 한다.

− − 27− −

아파· 아파・・ 
서 있지 마는 데치 마 마 마마...
이번에는 마마의 귀가 
싹독 잘린 데치

그만두는 데쟈아아 
마마에게 나쁜 짓 하면 
용서 없는 데치이이이

마마가 사라졌다
또 큰 주머니에 갇혔다
주머니의 저편에서 마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이별인 데스


아냐 아냐 마마ーー 없어지면 싫어 
계속 같이 있는 데치ーー

너와 봄꽃을 보고 싶었던 데스
네가 행복의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 싶었던 데스


산신령님! 마마를 구하는 데치ーー 
악마를 때려눕히는 데지이이이ーー!



− − 28− −

잠시 도구의 뒤치다꺼리를 하려니, 
부엌에서 영감이 원컵사케와 
회뜬 산실장 고기를 가져다 준다.

귀은 뜨거운 물을 부어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어 폰즈를 친다.
(폰즈: 브랜디나 럼주에 
과즙이나 설탕을 넣은 음료수)
마침 복어 껍질 같은 느낌이다.

팔 고기는 얇게 썰어 얼음 위에 놓았다.
이를 가스 토치로 위에서부터 굽는다.
이러면 기름이 나와 
산실장 특유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고픈 배에 진미가 특별히 맛있다.
지친 몸에 술이 스며드네.
고향의 산아, 올해도 행복을 줘서 고마워.
산신령님께 감사 참배 가야지.

영감을 보니 위석 보존액에 사용한 
특제 살모사 술의 나머지를 
홀짝 홀짝 마시고 있다.
병의 바닥에 남은 액체에는 
뭔가 알갱이진 물체가 섞여 있다.

"이런, 살모사 술이 떨어졌네 "

영감이 미안해 하는데

아니…좀 그것은 사양하고 싶다.



− − 29− −

마마...마마아...

언니짱들이 무섭게 무섭게 
조각조각 찢길 때도
장로님이 데스데스 괴롭힐 때도
마마가 있으면 무섭지 않았다
마마가 있으면 겁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마는 이제 없다


산에 돌아가고 싶은 데 치……
어제로 돌아가고 싶은 데 치....
구해주는 데치 누구든...
도와주는 데치 
신령님 도와주는 데...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악마들이 웃는다.
계속 즐겁게 웃고 있다.



− − 30− −

며칠 뒤 영감과 신사에 답례 참배했다.
관례대로 장로의 심장과 간을 
꼬챙이에 꿰어 가져간다.
신목인 큰 은행 나무 앞에 꼬챙이를 꽂아, 
올해 풍어를 감사했다.
고마워. 내년에도 부탁해요.

돌아오는 길에 업무용 냉동실에 얼려 둔 
산실장을 받으러 들른다.
1마리는 집에서 먹는다.
2마리는 그대로 스티로폼 상자에 넣고 
냉동편으로 동생에게 보낼 생각이다.

사냥개들의 환호를 받으며 개집 옆을 지날 때 
"게샤-ㅅ"하고 큰 소리가 났다.
보니 개집 옆에 우리가 있어 안에는 
지난번 중실장이 돼지새끼와 함께 갇혀 있다.
아까 소리는 우리에 다가간 나를 향해 
돼지새끼가 돌진해 온 소리였다.
질리는 기색도 없이 브ー브 울면서 
"게샤-ㅅ" "게 뉴-ㄱ" 하고 
몇번이나 우리에 부딪쳐 온다.
영감에게 묻자, 
전에 준 야생 고기의 새끼라고 가르쳐 준다.

그런가, 지지난 주 받아 먹은 돼지요리의 새끼?
너의 마마는 맛있었어. 
잘 먹었습니다.

그 멧돼지의 일은 마을 사람에게서도 들었다.
이웃마을 밭의 우리에 새끼돼지가 들어가 버려
우리 주위에서 우왕좌왕하던 어미 산돼지를 
영감이 총으로 잡았다고 한다.

그 새끼돼지가 붙잡혀서 
여기 우리에 갇혀 있는가.

아직 이쪽으로 돌진하려는 새끼돼지를 
만류하듯 중실장이 안겨 있다.
인간에게 어미를 잡아 먹힌 개체들 
처지가 비슷해서 사이가 좋구나.

영감의 얘기가 이 중실장은 
세토우치의 축산 시험장에 
웬만한 가격으로 팔리게 된 것 같다.
뭐인지 품종 개량용 시험 출산석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새끼돼지도 함께 보낸다.
거기에서 식용 수장석 개발용 
종자 수컷으로 쓴다는 것.



− − 31− −

늙은 인간의 탈것에 실렸다
친구 돼지짱이 놀라서 날뛴다

브히ー브히히ー

인간의 탈것이 너무 빨리 달린다
멀리 이웃산의 꼭대기가 보인다
바람이 차갑다

돼지짱...
산이 멀어지는 데치

브힛붓피ー


이웃 산의 꼭대기도 이윽고 사라졌다
산신령님은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다

돼지짱...
와타치들 어디로 가는 데치......
...계속 같이 있는 데치?

브ー브히ー

하늘은 아무리 가도 푸르다.

안녕 마마…… 이제 이별데치



− − 32− −

이듬해 봄, 영감에게서 
식용 구더기 수장석(獣装石) 상자를 받았다.
한 축산 시험장이 여름의 정식발매에 앞서 
시제품을 몇 상자만 보내 왔다고 한다.

실장석과 짐승이 만든 자식인 수장석은 
고기에 냄새가 있는 것이 많다.
전에도 맷돼지 요리에 이용되는 특수 재료로
지방 명산품으로 판매되는 것은 있었다.
그러나 수장석은 이빨과 발톱을 가진 데다 
성미가 거친 것이 많아 사육에 손이 많이 간다.

또 실장복 외에 
짐승 특유의 체모가 자라고 있어 
조리 비용을 늘린다.
수고에 비해 수익이 안 좋아서 
안정적으로 시중에 풀리지 않았다.

상자에서 내용물을 꺼내 보니 
검은 세로 줄무늬가 들어간 구더기 수장이 
패킹되어 있다.
따라 온 팜플렛의 제목에는

맥주에 딱!
새 감각 구더기 수장석
『우리 짱』 출시

시마나미의 
태양과 바닷바람에 형성된 
천연 실장석과
야생의 파워를 가득의 멧돼지에서  

태어난 신제품
산과 바다의 힘있는 대자연의 맛을
아는 분만 즐겨 주세요

라고 적혀 있다.
팜플렛을 계속 읽어 보자.

에히메와 히로시마를 연결하는 
"시마나미 바닷길" 도중에는 
산신을 모시는 총본사가 있는 섬이 있다.
옛날부터 신의 섬으로  조업이 금기시 되어와, 
지금도 어업이 활발하지 않다.
명물이라고 하면 귤 정도인 것이다.
그래서 과소화 대책과  지역부흥의 일환으로, 
산실장 전국 브랜드화를 위해 상품 개발 중.

팜플렛의 사진에는 멧돼지와 실장석이 
사이좋게 귤을 먹고 있는 
목장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무래도 좋으니 쓰레기 통에 넣는다.

그리고 삶은 식용 구더기 수장석은 
캘퍼스처럼 씹는 느낌이 있어서 
상당히 맛있었다.



- 2부 완료 - 




『봄의 방문』

− − 1− −


12월...어느 산음 지방의 산중에서


데에에엥........
꿈도 희망도 
없어진 데스우우우.....

뚱뚱한 독라실장석이 계곡물에 떠내려 간다.
임신하고 있는지 
두 눈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이 독라은 원래 
아래 마을에서 자라던 식용 출산석이었다.
봄에 농협에서 출하된 그녀는 
늦가을의 풍물 『산실장의 친구사냥』에 
사용되는 "미끼"로 산 속에 방치됐다.
그녀는 주인이 맡긴 최후의 임무를 
훌륭히 해내 산실장의 습격을 받았다.
그리고 산실장의 집단 린치 후 
두 팔을 거칠게 뜯어내지고 
골짜기에 던져진 것이다.


차가운 데스・・데벳! 
아픈데스...! 
숨 못 쉬는 데스우우우우...


찬물에 체온을 빼앗기고 
바위에 몸을 깎이면서 
하릴없이 급류에 밀려나간다.
통나무같은 몸이 데굴데굴 구르고 
얼굴이 물속에 잠기면 숨도 못 쉰다.

낳은 자를 인간에게 닥치는 대로 빼앗기고
무자비하게 조리되어 먹히는 걸 봐 온 
식용 출산석.

앞으로는 인간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열어 
강하게 살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장석의 손가락 없는 손으로 
쉽게 얻을 정도로 운명은 친절하지 않다.
어차피 가축에 지나지 않는 출산석은 
무자비한 세계 앞에 너무나 무력했다.


..역시 더이상은 안되는 데스
... 뱃속의 자들
……미안한데스...
마마는 이젠..끝인 데・・

그리고 그녀는 뱃속에 있는 것이 
자"들"이라 믿고 있지만 
자는 한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나머지 자들은 "아깝다" 정신을 
소중히 하는 전 주인에 의해 
정교하게 위벽에서 도려내져 
이미 맛있게 먹혔다.

물흐름이 갖고 노는 대로 
그녀는 암벽을 굴러 
텀벙하고 깊은 물에 떨어졌다.

점점 의식이 멀어져 간다.


......스우우·・ 우?우 으~!


하지만 변덕스러운 운명은 
그녀에게 아직 죽음을 허락지 않았다.
암벽 골짜기는 마지막에 작은 폭포가 되어
본류에 합류한다.
그 깊고 완만한 구렁에 흘러내린 것이다.

이윽고, 폐출산석은 
얼굴을 위로 하고 여울에 걸렸다.
팔이 없는 불편한 몸으로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데에데에...??


이럭저럭 근처의 바위에 엉덩이를 붙인다.
기진맥진했지만 
숨을 고른 후 주위의 동정을 살핀다.
이 상류에는 더 큰 폭포가 있는지 
멀리서 콸콸 큰 물소리가 들려 온다.
얕은 바닥에는 
색바랜 낙엽이 많이 잠겨 있다.
그 칙칙한 낙엽 사이에서 
생생한 붉은 덩어리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데? 뭔가 있는 데스????
…아! 
저건 예전의 빨간 집게 데스우ー


붉은 덩어리로 보인 것이 민물게의 무리다.
붉은 물맞이게가 못의 한 곳에 떼지어 있다.

많이 있는 데스 
먹고 싶은 데스우우
데에에-
하지만 
팔이 없어서 못잡는 데스우
집게에 꼬집히면 아픈 데스우
그래도 배고픈 데스-

가뜩이나 움직임이 둔한 실장석 중에서도 
제일 둔중한 폐출산석에게 잡힐 
물맞이게가 아니다.
하물며 여울이라고는 해도 
물맞이게는 물속에 있다.
입을 벌리고 얼굴로 공격한들 
바닥에 키스를 하는 것이 고작.
잘못하면 집게로 반격한다.

우왕좌왕 가까이서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경계를 강화한 물맞이게들은 
거칠거칠한 바위 틈으로 도망가 버린다.

데에ー
하고 아쉬운 울음 소리를 낸 출산석의 눈에
엷은 분홍 빛의 덩어리가 보인다.
물맞이게의 무리는 
그 위에 웅크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먹을 수 있는 과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출산석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그것을 
다리를 써서 간신히 물가에 끌어올린다.


이건?...고...고기 데슷!


무슨 고기인지 몰랐지만 
배고픈 폐출산석은 그걸 정신 없이 먹는다.


맛있는 데슷 
맛있는 데슷 
맛있는 데스ーーㅅ


그녀가 입에 넣은 것, 
그것은 이 산의 산실장들이 월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솎아 낸 추자들의 말로였다.
그리고, 산자실장의 고기는 
매우 맛있는 고급 식재료로 유명하다.
다소 물에 불어 있지만, 맛난 산자실장육은
상처 받아 지친 그녀의 몸에 활력을 준다.
위석성분을 보충하면 
몸의 재생도 대폭 빨라질 것이다.


이때, 
변덕스러운 행운의 여신이 
폐출산석에게 다가갔는지도 모른다.



− − 2− −


이듬해 1월....

회색 하늘에서 하얀 눈이 보슬보슬 내린다.
산은 온통 설경이다.
보이는 것은 을씨년스럽지만 
그 지하의 한 구획에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 세계가 있다.


"귀여운 와타시의 자 
많이 먹고 빨리 크는 뎃스ー"

"마마 
이제 아타치 배부른 테츄-
 못 먹겠는 테츄-"


폐출산석과 한마리의 자실장이 
따뜻하고 쾌적한 굴에서 정답게 살고 있다.

이 넓은 굴은 
그녀를 습격한 산실장의 월동굴이다.
여기를 힘들여 지은 산실장들은 
인간 (출산석의 전주인)의 손에 몰아내졌다.

사냥꾼은 폐출산석을 미끼로 사용해 
굴의 위치를 알아낸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그 직후, 산을 방황하던 출산석이 
주인이 없게 된 이 굴에 도착한 것이다.

보온재로 자실장복을 
(폐출산석이 낳은 자의 유품을 다수 포함) 
많이 깐 굴은 겨울에도 따뜻한 쾌적한 환경.

또, 이 굴에는 
원래 있던 산실장 9마리 분의 
월동용 식량이 있다.
벽면 가득 
자실장복을 짜 만든 식량 자루가 쌓여 있다.

도토리가 대부분에 
일부 호두나 밤이 섞인 보존식은 
친자 2마리가 겨울을 넘기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근처에는 산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작은 냇물이 있다.
거기도 산실장들이 약수터로 쓰기 쉽게 
잘 정비해 놓았다.
생활 용수로 사용할 웅덩이가 있고 
어설프지만  화장실로 사용할 수 있게
폭이 좁은 골이 파여 있다.
똥은 웅덩이의 가장자리 돌에 누면 
물의 기세로 계곡으로 흘러 간다.
냄새에 의지하는 포식자에게 
굴을 들키기 쉬운 실장석에게 
화장실 설비는 귀중한 것이다.

다만 천장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다.
원래 이곳에 숨어 있던 산실장을 잡기 위해
인간 (출산석의 전 주인)이 
삽으로 판 것이다.
여기는 아무래도 춥고 비가 샌다.
다행히 근처에 억새 다발이 잔뜩 쌓여 있어
그것으로 천장을 하기로 했다.

이리하여 폐출산석은 
살기 좋은 집과 월동 식량을 
힘들이지 않게 구한 것이다.

이 안주처라면 폐출산석도 
뱃속의 자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다.
이번에는 자를 잘 키울 결심을 담아 
그녀는 뱃속의 자에게 
열심히 태교의 노래를 부른다.



뎃게로게ー
뎃게로게ー

마마는 너희들과 
빨리 만나고 싶은 데스~
꼭 행복하게 하는 데스,

오로로 뎃데에엥데ーー

인간은 정말 무서운 데스,
모두 대머리 데스,
아주 뜨겁고 아프고 괴롭다가
맛있게 되어 버리는 데스~
울고 아양떨어도 
절대 용서해 주지 않는 데스,

뎃델게ー

산은 혹독한 곳 데스
무섭고 위험한 놈도 있는 데스~

뎃게로게ー

하지만 열심히 사는 데스~
행복해 하며 사는 데스~

뎃데로게롱게~~♪

슬픈 일도 있었지만 
마마는 행복한 데스,
너희들이 태어나는 데스,
그러니 빨리 태어나는 데스~

뎃데로겟 〜 C♪

살고 있다는 건 멋진 데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데스,
살아 있으면 행복해 지는 데스
꼭 이 산을 
와타시의 자로 가득 채우는 데스,


이윽고 폐출산석은 출산을 맞았다.
적설지 산실장의 출산기는 
4월 끝에서 6월 중순이다.
해빙이 지나 산에 초록이 싹틀 무렵 
산실장은 집단으로 살았던 월동굴을 떠난다.
그리고 각자 자 키우기용 굴을 만들고 
출산한다.

그러나 최근의 온난화와 
산림에 대량으로 반입되는 삼나무 화분은 
산실장의 생태 리듬을 바꿨다.
들실장과 달리 산실장은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고 
또 나름대로 대책을 생각한다.

이른 봄에 출산 개체가 나타났을 경우에 
대비해 약수터에는 
출산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등받이와 벌린 양발을 걸치기 위한 
매끈한 돌이 웅덩이 옆에 배치되어 있다.
사타구니 앞의 웅덩이는 
태어난 자가 빠지지 않도록 적당한 깊이
(=화식 변기 속에 있는 수량)
로 맞춰져 있다.


텟테레ー ♪

탄생의 기쁨을 담고 
자가 큰소리로 울면서 태어난다.
"찰랑" 소리를 내며 얕은 물에 빠진다.
그대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건강한 자다.

처음 자가 무사히 태어난 것에 
안심한 출산석이지만 
출산에 숙달한 만큼 곧 알아차린 게 있다.
평소라면 한번에 더 많이 낳았을 텐데, 
이 자 한마리밖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데?...데에에?
어째서 데스우? 
왜 데스우우우?...

이유는 전에 말한대로, 가난뱅이 전주인이
출산석의 배를 가르고 태중의 자매를 
식재료로 몽땅 앗아 버렸기 때문이다.
그 사이 계속 기절해 있던 폐출산석이 
그것을 알 길이 없다.

데에 데? 데스우? 

배를 토닥토닥 두드리거나 
총배설구를 만지작거리고 펼쳐 봐도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그보다 한마리만 태어난 자가 걱정이다. 
빨리 몸을 감싸는 점액을 핥아야 한다.
마마가 되는 기쁨으로 가득한 폐출산석이 
오래 자를 방치할 리 없다.

그 자는 내버려 두면 
자력으로 점액을 다 벗겨 버릴 듯한 기세로
철벅 철벅 물을 튀기고 있다.

자실장을 감싼 젤모양의 점액은 
출산시의 물리적 충격에서 
자의 육체를 방어할 뿐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는 보온재로서도 기능한다.
겨울철 차가운 물속에서 점액을 벗기면 
추워서 쇼크사 할지도 모른다.
활발하게 태어나 준 대망의 자를 
부랴부랴 팔에 받아 안고 점액을 핥는다.

아까까지 건강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자였는데, 
마마의 팔에 안기니 곧 얌전해 진다.
따뜻한 마마의 혀로 
점액이 말끔하게 걷혀지자 
팔다리가 쑥쑥 자란다.
부드럽고 윤기나는 뒷머리도 
예쁘게 곱슬곱슬하게 말리며 뻗어 간다.

텟츄 〜 ㅇ
텟츄 〜 ㅇ

하고 잘 웃는 자의 꿈뻑이는 눈을 바라보며
출산석은 말을 건넨다.

"내가 마마 데스. 
아는 데스우?  
 대답하는 데스"

"마마 반가운 데스. 
마마를 만나서 정말 기쁜 텟츄〜" 

"행실 좋은 자인 데스. 
과연 나의 자 데스우 〜 ㅇ"


출산석은 평생을 기다려 온 자가 
튼튼하게 태어나 준 것을 기뻐한다.
그것도 태어나자마자 
제대로 인사를 되돌려 준 똑똑한 자이다.
옷과 머리의 혈색도 좋고, 
매우 건강한 우량자 이다.
성격도 솔직하고 아기자기하다.

폐출산석의 가슴에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 간다.

지금까지 계속 태어난 자는 금방
괴퍅한 인간의 손이 식재료로  빼아갔다.
팔에 안아볼 틈도 없이 소쿠리에 넣고 
수돗물에 난폭하게 점액을 씻으며 
손발이 길어지는 틈도 아깝다는듯 
머리와 옷을 쥐어뜯었다.
그리고 하릴없이 

마마 마마아...구해주는 테치ー!

하며 "맛있는 되어가는" 
아비규환의 비명을 들어 왔다.

인간은 평등했다.
좋은 자에게도, 
보통 자에게도, 
분충에게도, 엄지에게도, 
구더기에게도, 
주어지는 것은 평등했다.

가끔 손에 돌아온 자도 곧 빼앗아 갔다.
함께 보낸 시간만큼 슬픔이 더할 뿐이었다.


"마마? 왜 그러는 테치?"


자실장이 이상한 듯 마마를 바라본다.

...나의 자인 데스...
나의 가족인 데스..

감회에 견딜 수 없어져 자를 끌어안는다.


"테치이? 
테츄ーㅇ 테츄ーㅇ 
마마 안아 주는 테치-"

자실장도 마마를 안고 반갑게 볼을 비빈다.

... 따뜻한 데스 
행복 데스 
행복하게 하는 데스...


"간지러운 테치 
그리고 이제 된 테츄 
마마 마마♪"


이 자는 내가 꼭 지키는 데스우...


안일한 가축의 과거를 버린 폐출산석은 
마마로서 자를 키울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결코 선의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태실장이 한마리만 남은 것은 
폐출산석에 아주 다행이었다.
고급 애완용 실장석 전문 업체에선 
자질이 뛰어난 자실장을 낳기 위해 
태내의 부스러기 자를 초음파 파쇄기로 
낙태해 소수 태실장만 키우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면 태실장에 골고루 영양이 가고
 건강한 자가 태어나기 쉽다.
또 영양 상태만 충분하면 기온이 낮은 것이 
육체의 형성과 뇌의 발달에 좋다.
게다가 
폐출산석이 정성껏 노래한 태교의 노래도 
태실장의 성격 육성에 도움이 되었다.
가장 먼저 실장석이 지닌 분충성의 근본,

『인간은 즐거운 사육 실장 생활을 
약속해 주는 노예』

라는 대전제를 완전 부정하고 있었다.
어려운 자연과 위험한 동종의 존재
(공원 들실장에 비하면 훨씬 관대하지만)
에 대한 암시는 
자신들의 역량과 주제에 대해 
올바른 사실을 인식시켰다.

아 출산석의 태교의 노래에는 
마마의 사랑이 듬뿍이면서도, 
태어날 이 세상이 
결코 안일한 낙원이 아님을 
가르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것이 태실장의 성장 단계에서 
행복 회로의 발달을 크게 억제했다.

건강 우량한 몸에 
식용석 치고는 뛰어난 지능, 
알맞은 태교로 만들어진 솔직한 성격.

손에 넣은 것은 한마리 뿐이었지만, 
더 이상이 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자.
이 자는 폐출산석에게 바로 보물이었다.


"너는 절대 행복해지는 데스- 
귀여운 자들을 많이 낳고, 
산을 가득 채우는 데스-"

"테츄우 〜ㅇ 
아타지 마마의 자로 태어나 
행복한 테츄ー 
마마 좋아하는 테츄우 〜ㅇ"


이 때 그녀는 정말 진심으로 행복했다.



− − 3− −


2월...

눈에 갇힌 굴 속이다.
단조로운 나날이었다.
노동이라면 약수터까지의 제설 작업 아니면보존식인 나무 열매 껍질을 돌로 깨는 것.
생활을 위해 필요한 활동은 그 정도 뿐.

    "겨우 눈치우기가 끝난 데스우.
    하지만 오늘도
    집의 리모델링에 도전하는 뎃스"

출산석은 가능한 거주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걸로 시간을 보낸다.
산실장들이 만든 굴은
성체 10마리가 쾌적하게 월동할 수 있는
한 평 정도의 거주 공간이다.
월동굴에서 외부로 통하는 구멍은 2개.
현관인 넒은 출입구와
지나가기도 다소 옹색한 좁은 구멍 하나.
그것은 환기를 겸한 비상구로서
천적에 굴이 습격당한 경우에 대비한
탈출 경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친자 2마리밖에 없는 실장 밀도에서
이런 환기구는 필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천정에 뚫어진 큰 구멍 때문에
외계의 공기는 들어온다.
또 산실장보다 크게 비만 체형인
폐출산석이 지날 수 없는 구멍은
비상구의 역할도 전혀 하지 못한다.
때문에 그 구멍은
밖에서 차가운 외풍을 들이는
추운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폐출산석은
돌이나 낙엽, 자실장 옷의 자투리 등을 넣어 비상구를 막기로 한다.
어둠 속의 작업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만큼은 충분히 있다.
산실장의 토목 공사에 비하면
아마츄어 목수의 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집을 개수하는 것은
거처에 대한 소유 의식을 높인다.
서투른 폐출산석이지만
생전 처음의 공작에 열중해 틈을 막아간다.


    "좋은 모양의 돌이 부족한 데스.
    춥지만, 밖에서 찾는 데스?
    너는 무엇을 하는 데스우?"

    "테 칫, 마마에게도 비밀 데치"

    "방석 데스우?
    따끈따끈
    그렇게 너도 힘내서 만드는 데스"


자실장은 다른 공작에 열중하고 있다.
고생을 많이 하며 자신을 낳아 길러 준
사랑하는 마마에게 줄 선물이다.
폐출산석도 자실장 옷을 팔과 다리에 감아
방한 도구로 만드는 정도는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전혀 몸을 덮을 수 없다.
자실장은 알몸으로 제설작업을 하며
추운 듯한 마마에게
옷을 선물하려고 하는 것 이다.
굴에는 대량의 자실장 옷이 있다.
비교적 지능이 뛰어난 자실장은
산실장들이 도토리를 넣는 데 쓰던
식량 자루의 솔기를 참고해
옷을 만들려 한다.
자실장 옷을 나뭇가지로 찔러 구멍을 뚫고
턱받이 끈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차례로 자실장 옷을 연결해 큰 천을 만든다.
그리고 크고 작은 자실장 옷을 조합해
천을 대형으로 키우고 있다.
사변을 꿰맨 원뿔 모양의 옷이다.
마지막으로 폐출산석의 체형에 맞추어
목과 팔이 나올 구멍을 만들면 완성(예정).

바느질은 어둠 속에서는 전혀 못한다.
낮에 출입구 근처의 밝은 곳에서
한땀 한땀 꿰맬 수밖에 없다.
원래 장착석 손가락 없는 팔에
바느질의 난이도는 높다.
그것을 처음부터 시행 착오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좀처럼 완성되지 않는다.
하루 한장 자실장 옷을 꿰매는 것이
고작인 날도 있다.
잘못해서 버린 자실장 옷을
울면서 풀어 다시 한 날도 있다.
그래도 마마에게 드리고 싶은 일념으로
자실장은 애쓴다.


    "마마 선물 테치
    열심히 꿰맨 옷 테치"

    "데에엣?!
    방석이아닌 데스우?
    옷이었던 데스우!"

    "예쁘지 않아 미안한 테치.
    그래도 입어 주시면 좋은 테치"

이렇게 독라의 폐출산석은
새 옷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 모습은...
잘 말하면 비늘 갑주를 입은것 같은,
사실대로 말하면 형용하기 어려운
녹색 물체이다.
보통 실장옷에 비해 무거워서
움직이기도 어렵다.
두꺼운 것에 비해 빈틈 투성이라서
방한성도 의외로 좋지 않다.
하지만 자가 보내온 더 좋을 수 없는 선물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굴에 틀어박혀 월동을 시도하는
들실장 친자의 대부분은
한가한 시간을 주체 못한 나머지
스트레스성 자멸 행동으로 파멸한다.
이 점에서,
치졸하다고는 해도 생산활동에 종사하며
한가한 시간을 뜻있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 − 4− −


3월....


    뎃데로게ー 텟게로게ー

눈이 아직 쌓인 산이라고 해도
맑은 날에는 삼나무 화분이 날아 흩어진다.
폐출산석은 당연한 듯이 또 임신했다.

    뎃츄 〜ㅇ
    나에게도 동생짱이 생기는 데츄
    기대되는 테치
    같이 많이 노는 테치,

건강 우량자로 태어난 자실장은
순조롭게 쑥쑥 자라 중실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외동딸로서 마마의 사랑만큼은
많이 받고 자랐지만, 놀이 상대가 없는 것을
내심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동생이 생기고
가족이 늘어날 것을 솔직하게 기뻐한다.
상당히 기다려지는 것 같다.

    빨리 구더기한테
    염원의 프니프니하고 싶은 데츄ー
    구더기-프니프니 -프니프니
    모두 프니프니 -프니프니
    프니후ー프니후ー ♪
    프니프니후 ♪

자작 프니프니의 노래를 부르며
포동포동한 바구미의 애벌레를 써서
프니프니 놀이를 하고 있다.
도토리 속을 파먹는 이 곤충은
친실장에겐 반가운 별미,
자에게는 먹을 수 있는 장난감이다.


이때까지 그들은 행복했다...
이 행복이 언제까지나 계속된다고 생각했다.



− − 5− −


4월....


    ..데·····어떻게 하는 데스우...

    마마, 동생이 너무 많은 데스...


"마마, 배고픈 테치 테치 테치테치테치테치테치레치"

"마마, 배고픈 테치 테치 테치테치테치테치테치레치레치레후"


"마마! 배고픈 테치 테치 테치테치 테치테치 레치레치레후레후"



"마마, 배고픈 테치 테치 테치테치테치테테치테치레치레치레후레후"

월동굴의 보존식은 얼마 남지 않았다.
영양 상태가 좋으면
한없이 늘어나는 것이 실장석이다.
하물며 출산석은 육질이 좋은 자를
안정되게 많이 낳게 품종 개량되어 있다.
폐출산석이라 해도
자를 안 낳기 때문 폐기된 것은 아니다.
버려진 당시에도 다소 노화했지만
출산석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그냥 출산효율이 낮은 겨울철의 사육비
때문에 다른 목적으로 전용됐을 뿐이다.
행복 뿐인 환경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달콤한 휴식을 만끽하자
출산석으로서의 성능은 풀스펙을 회복한다.
그래서, 대기중에 날아다니는
삼나무 꽃가루에 의해 거의 일주일마다
4~5마리의 굵은 자실장+덤이 태어난다.
그들이 성장하며 점점 먹는 양이 늘어간다.


    데에에...자가 너무 많아진 데스
    이젠 밥이 없어진 데스
    어떻게 하는 데스
    어쩌는 데스우우우ー

자연계에서 식량을 확보하는
서바이벌 기능은 무엇 하나 없다.
그렇다고 자를 솎아 낼 각오도 없다.
도토리가 담긴 식량 자루는 점점 줄어든다.
무계획한 자늘리기의 당연한 귀결이다.
여유있던 식량 사정이
급격히 위기를 맞고 있다.



− − 6− −


4월 중순....

하늘은 맑지만 산의 바람이 아직 차갑다.
눈 녹은 물이 흐르는 강변을
폐출산석이 터벅터벅 걷고 있다.
가끔 멈춰서서 돌을 뒤집거나
적당한 새싹을 갉아먹고 있다.


    데에에...전혀 맛이 없는 데스우
    곧 첫 손녀가 나는 데스
    딸에게 영양 있는 걸
    먹여 주고 싶은 데스


드디어 보존식 도토리가 바닥을 드러냈다.
근처에 난 새싹 등은 모두 먹어 버렸다.
더욱 애를 태운 것은
이미 성체에 가까운 장녀가 임신한 것이다.

건강한 실장석이라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는 큰 문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위석을 인공 조정한 출산석처럼
단기간에 출산하지는 않는 다는 것 정도?
결의는 있지만 수단이 따르지 않는
폐출산석이지만, 그래도 친실장으로서
식량을 찾으러 멀리 나왔던 것이다.
장녀는 함께 나와 식량찾기를 도우려 한다.

그러나, 첫 자의 출산을 앞둔 딸을 염려해
조심하고 집에 있게 한다.
애정은 있어도 서바이벌 지식이 없는
폐출산석은 갈 곳이 전혀 없다.
바보스런 기억으로
이전에 산자실장 고기를 주운 냇가를
어정어정 걷고 있다.
수량이 적은 겨울과 달리
봄의 강에는 눈 녹은 물이 흐르고 있다.


    저기에 있는데스!


강을 향해 쓰러져 있는 썩은 나무 가지에
새의 시체 같은 것이 있다.

    해낸 데스! 고기 데스!
    먹을 걸 찾은 데스!

폐출산석은 쓰러진 나무 위를 기어
다가가 손을 뻗는다.

    위험한데스
    흔들흔들 하는 데스우우우-
    하지만 좀 더 하는 데스
    조금만 더 데…
    팔이 미끄러진 뎃!


그 때, 썩어서 너덜너덜한 나무가 쓰러지며
소리를 내며 부러진다.
몸이 차가운 물에 빠진다.
그 충격으로
마른 나뭇가지에 걸렸던 조류의 사체가
떨어져 흘러가게 된다.
겨우 찾은 먹거리를 놓칠쏘냐 하며
폐출산석은 무리해서 손을 뻗는다.


    뎃 ! 엣? 에 -!!


그리고, 폐출산석은
불안정한 가지 위에서 다리를 미끄러뜨린다.



− − 7− −


한편....


    지긋지긋한데스..
    이럴거면 나가는 게 나은 데스우.


첫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집을 보게된 장녀였지만
철없는 동생들 뒷바라지에 오히려 지쳐있다.

동생들의 제멋대로이고 저능함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사시사철
    "배고픈 테치 레치 레후"
의 대합창에다
아무데서나

    "구더기 똥 가득한 레후"
    "레에에엥 똥나와 버린 레츄우"
    "똥 테치. 테츄"
    "빨리 닦아주는 레후ーㅇ"
    "기분 나쁜 레치이.
    엉덩이 깨끗하게 해주는 레츄-"
    "바보! 빨리 치워주는 테츄!"
    "안아주는 테츄"
    "놀아주는 레츄"
    "프니프니 레후"
    "프니후ー프니후ー"

하고 지금 이 순간도
테치테치레치레후 하고 너무 시끄러워.
원래 품종적으로 식용석의 지능은 뻔하다.
또 뛰어난 장녀와의 행복한 생활에 겨웠던
폐출산석의 부족한 뇌에서
맵고 슬픈 기억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당연히 태교의 노래도,

    세상은 편하고 행복 가득한 데스,
    지혜롭고 아름다운 마마와
    자상한 언니짱이 기다리는 데스,

같은 평범한 내용이었다.
덕분에 동생들은 모두
식용석 수준의 지능과 행복 회로를
구현하고 태어났다.
그래서, 어설픈 옷을 입고 있는
대머리 마마를 업신여긴다.
돌봐주는 장녀도
사육실장이 못된 "노처녀"라며 매도한다.
오히려 좋은 조건을 갖추어서 태어난 장녀가
돌연변이인 것이다.


    ...뎃게로게ー 뎃게로게ー

    나의 귀여운 자들,
    강하고 건강하게,
    모두 태어나 자라는데스-

    나는 여기를 나오는 데스
    여동생들은 바보 뿐인 데스
    교육적으로 나쁜 데스


피곤해서 졸려 하면서도
장녀는 작은 소리로 태교의 노래를 부른다.
가축으로 성장한 폐출산석과 달리
장녀는 나름대로 야생에서 사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들과 떨어질 수 없는 마마와 달리
독립을 촉구하는 본능의 권유를
비몽사몽 속에 느끼고 있다.
멀리의 식량을 찾기를 돕고 싶었던 것도
둥지가 될 자리와 약수터, 먹이터 탐색의
무의식적 요구였던 것이다.


    마마는 실장생 열심히 사는 데스
    강하고 잘 사는 데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데스
    내 손으로 행복 만드는 데스
    집도 혼자서 만드는 데스
    모두 건강하게 태어나는 데스
    마마와 사이좋게 사는 데스

    뎃데로게ー 뎃데로...게...?




    ..왜??



그 때,
월동 구멍의 어둠 속에 햇빛이 쏟아진다.
천장의 구멍을 막던 억새 다발이 치워졌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햇빛이 눈부시다.
장녀는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살짝 뜨고
위를 쳐다본다.

    데?

천장 구멍에서 뭔가가 이쪽을 들여다 본다.
밝은 봄의 햇살을 등지고,
꾸물꾸물한 검은 그림자가 있다.
가슴에 턱받이처럼 하얀 무늬가 보인다.


    데?
    누구데스우?
    혹시 손님 데・・?



− − 8− −


소용돌이 치는 격류에 휩쓸린 폐출산석은
흘러가게 된다.
장녀가 꿰매 준 옷은 옷감이 많아,
물을 머금으면 통상의 실장복보다
갑자기 무거워진다.
손수 만든 옷에는 마마 사랑뿐 아니라
결점도 많이 포함되어 있던 모양이다.


    나는 죽지 않는 데 스
    포기하지 않는 데 스
    돌아가는 데슷
    꼭 돌아가는 데스
    딸들이 기다리는 집에
    돌아가는 데스우우우...


어떤 결의도
현실을 움직이는 힘이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윽고, 그녀의 비명은
차가운 물 속으로 사라진다.



− − 9− −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
장녀가 놀란 다음 순간
그 손님은 문자 그대로 이빨을 드러낸다.


    ??!데캬아아아아!

    테챠?!! 도깨비 테치ー!


폐출산석의 빈집을 찾은 손님은
동면을 끝낸 반달곰이다.
기온이 꽤 따뜻해지자
사방에 똥을 뿌리는 자실장들 때문에
구멍으로부터 실장석 냄새가 샜던 것이다.
그 냄새가 자연계 최악의 포식자를 불렀다.

물론 배가 고픈 상태다.
가을에 모았던 지방이 완전히 떨어진 몸은
헐렁한 모피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면에서 깨어난 굶주린 맹수는
눈앞에 있는 가장 큰 고기를
거리낌 없이 물어뜯는다.


    걋! 데히이이이이이이이!

곰에 끌려가는 장녀는 탈출하려고 한다.
하지만,
실장석이 강인한 곰의 근력을 이길 순 없다.


    그만두는 데스.
    용서하는 데슷.
    뱃속에 자들이 있는 데스우우우.

물론 동면이 막 깬 곰에게
목숨을 구걸해야 헛일 이다.
배에 발톱을 꽂아 넣은 곰이 힘을 주자
그녀의 몸은 거칠게 뜯겨 나간다.
A파트와 B파트로 강제 분리된 몸에서
내장이 흘러 넘친다.
곰은 굴 밖으로 하반신을 끌어내
먹기 시작했다.
장과 연결된 분대가 슬슬 올라 간다.
A파트만 남은 첫째 딸은
손을 뻗어 분대를 되찾으려고 한다.
필사적이다.
분대벽에는
탄생을 기다리는 태실장들이 있는 것이다.


    야..안되는 데스 안되....


물론 저항해도 헛수고다.
내장으로 이어진 장녀 A부분도
구멍 밖으로 끌려 나온다.
곰은 끌어낸 분대의 안에 있는 태실장을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테...자들을 먹지 마는 데스...


그 때, 이빨에 찢긴 분대의 틈으로
한마리의 태실장이 땅에 떨어진다.


    레후? 밝은 레후?
    여기가 밖인 레후?
    텟테레...레에에에에?


땅에 떨어진 자는
미숙아인 구더기 실장보다
더 크게 성숙한 태실장이었다.
마마의 살점이 쿠션이 되어
낙하 충격에서 무사했던 모양이다.

외모로는
미숙 구더기 실장을 확대한 형태이지만,
출산 신호를 받지 못한 채
모태로부터 떨어진 태실장은
보통 출산과 달리
신체를 보호하는 점액에 싸여 있지 않다.

이는 안구의 착색에 의한 강제출산으로
적당히 배설되듯 태어나는
부스러기 구더기 실장의 경우와 같다.

이렇게 외과적으로 모태 밖으로 빼내진
성숙 태실장은 미숙아 구더기와 같은
변형 과정을 거쳐 자실장이 된다.

고치화를 필요로 하는
기형 구더기 실장과 달리
일주일 정도면
손발과 머리가 자라고
자실장 형태로 탈바꿈한다.

인간에게 구더기 실장의 자세한 사정 등은 사소한 일이라,



이 사이즈까지 성장한 구더기 형태의 실장석은



유래에 관계 없이 한데 몰아서 구더기라고 부른다.


    마마?
    마마 어디있는 레후ー?
    어디로 간 레후ー?


따뜻한 마마의 태에서
억지로 끌어내진 태실장이
피에 얼룩져 꿈틀거린다.
머리 위에서는
곰이 마마의 위를 음미하고 있다.
장녀는 자를 놓치지 않으려
마지막 힘을 다해 외친다.

    나의 자...무사했던 데스...
    여기는 위험한 데슷
    빨리 달아나데스우우우우


그러나,
갓 태어난 자에게 최우선 사항은
보호자인 마마와의 컨택이다.

    마맛!
    마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레후ー
    마마아ー
    지금 그리 가는 레후 마마♪

    데스우ーㅅ!!
    달아나는 데슷..
    여기 오면 안되는 데스

억지로 모태에서 떼어내진 이 구더기도
본능에 따라
마마의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기어간다.
물론,
그 진행 방향엔 털투성이의 거구가 있다.
발밑을 기어다니는 벌레를 무시하고
다음 고기를 찾아 나가던 뒷발에 걸린다.


    레펫.

작은 비명을 지르고 으깨진다.
동시에
장녀의 마지막 희망도 산산조각이 난다.



    .데 ...스...우.........
    파퀸


위석도 부서진다.
마마의 사랑과 희망을 한 몸에 받고 자란
행복한 장녀.
자질을 타고난 그녀라면
새로운 산실장 일족의
시조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도
공허하게 모두 사라졌다.



======================


− − 10− −


이어서 자업자득의 자충들의 운명이다.

    언니챠! 언니챠?!
    테에에에에
    무서운 테치 무서운 테차
    여기에서 도망치는 테차
    기다리는 레치
    두고 가지 마는 레치이이이
    레에에에
    구더기짱도 데리고 가는 레후
    구더기챠아아아아앙


참극을 본 자실장들은 공황에 사로잡힌다.
서로 밀고 나자빠지며,
발밑의 구더기 실장을 깔아뭉개며,
경쟁적으로 출입문으로 몰린다.

테치테치 비명을 지르면서
탈출을 시도한 자실장들이었으나
출구에는 다른 포식자가 기다리고 있다.
새끼곰이다.

구멍을 강타한 곰은
새끼곰을 데리고 있던 것이다.
2마리 새끼곰이
굴 출입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강아지 크기밖에 안되는
인형 같은 새끼곰이지만
자실장에게는 충분한 위협이다.
둥지 밖으로 나오던 자실장들 앞에
2마리 새끼곰이 다가섰다.
가장 먼저 도망 치려고 했던 자가
새끼곰의 태클을 맞고 구른다.
작아도 맹수의 본능의 가지고
안면을 물어뜯는다.


    츄왓?!
    츄와왓!
    그만두는 테츄에에에에ーーㅇ!
    먹으면 안되는 테치
    먹으면 아픈 테챠아 아 아..

새끼곰에 물린 자실장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
새로운 위협에 놀란 자실장들은
굴에 되돌아 가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출구에 있는 위험을 모르는 자매에게
뒤에서 밀려 좀처럼 돌아갈 수 없다.

    텟치! 응?! 텟챠아아아ー!
    레차!
    여기에도 큰 것이 있는 레치!
    테에에ー!
    여기서부터 나오지 못한 테챠!!

좁은 통로에서 우왕좌왕하는 자실장들에게
새끼곰 한마리가 찾아온다.
적당한 자실장의 등을 밟아 쓰러뜨린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하는 통곡에
사냥감을 더듬거리며 찢어 간다.
새끼곰은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했지만
실장 옷과 뒷머리가 방해에서 먹기 어렵다.
그것을 본 새끼곰은
일단 허둥대는 사냥감을 뒤집는다.

    테에에에엥 테・・테?..
    먹지마는 테치...?!

그리고 굶주린 야생 동물 상대로
무의미한 목숨구걸을 반복하는 사냥감의
안면에 붙는다.
옷도 머리도 없이 드러낸 얼굴이
가장 먹기 쉽다.
이렇게 새끼곰들은
잡기 쉬운 사냥감의 맛과 사냥 방법을
마스터하는 것이다.


새끼곰에 쫓겨 테치테치 거리며
안쪽방으로 철수한 자실장들이지만
사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어차피 울부짖음 밖에 없다.
그 와중에
천장 구멍으로 다시 엄마 곰이
머리를 처넣어 온다.

    테-츄왓츄아아아!
    테뱌아아아아아아아ー-

큰 새끼를 한마리,
머리부터 물어 목을 갉고 지나간다.
앞문의 새끼곰, 후문의 엄마곰에 둘러싸인
자실장들에게 도망 갈 길은 없다.
바로 자루안의 쥐.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마마아ー 마마아아아ー
    무서운 테치테치이이이ー-
    마마 마마 어디 가 버린 테치
    빨리 녀석을 물리치는 데차
    대머리 마마 바보ー 테치
    언니챠도 도움이 안 된 테치
    그래서 안오는 테치이이이
    프니후ー 프니후ー   
    테차!
    도망 갈 수 없는 테치이이이ㅇ
    테에에에테치
    소리 나오는 테치테에ー
    테츄우우우테츄ーーー
    텟츄우우우 〜ㅇ
    테 추추 ーㅇ
    텟 차 ー테치 텟치이이이이
    무서운 레츄ー
    레에에에엥 레에에에에엥
    구해주는 테츄.
    테에ー 용서를 테에에ーー엥
    부탁하는 테치우우우우.
    구더기를 주는 테치 테에에에엥.
    레후?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프니후ー프니후ー후
    레에에에엥 레에에·
    테츄ーーㅇ 테츄우ーーㅇ
    테빗갸아아아ーーー......

우는 자,
돌아오지 않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는 자,

욕설하는 자,
아첨하는 자,
목숨을 구걸하는 자,
거래하자는 자.

하지만 굶주린 곰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물론 곰 상대로
프니프니를 요구하는 구더기 실장도
예외가 아니다.

하나씩 곰부자에 붙잡혀
갉히고 찢기고 먹히게 된다.

벽옆 구멍으로 들어간 자실장도 있다.
그곳은 덤으로 태어나는
작은 엄지나 구더기용의 피난처다.
폐출산석이 뒤에서 뚫었다.
2마리의 새끼 실장이 밀고 당기고 하면서
경쟁적으로 좁은 굴로 들어간다.
먼저온 엄지와 구더기를
문답 무용으로 차내기 시작한다.


    여기 이곳에 숨은 테칫
    비키는 테치! 방해 테칫
   
    언니챠ー
    하지마는 레챠아아아아아ー!

    아타치만은 꼭 살아남는 테츄우!
    레피에에에엥 레후ー
    구더기에 죽는 거 싫은 레후에엥


500ml 생수병 정도의 구멍이라
새끼곰도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다만 깊이도 페트병 정도다.
그래도 2마리가 가만히 떨고 있었으면
살았을지도 모른다.


    여기는 저것도 못 들어오는 테칫
    아타치 머리 좋은 테치
    천재 테치

    아타치는 가장 안쪽에 숨은 테챠

    뭐 하는 테지?!
    여기는 아타치 먼저 들어온 테치

    아타치에게 양보하는 테치

    장난친 테쟈ー아아아?!
    너 같은 분충이 ....테챠아아아


더 안쪽으로 가려고
자매끼리 씨름을 시작한다.
그래서 구멍 입구에서
테치테치챠ー챠ー 울음 소리가 들려 온다.
엄지와 구더기도 구멍 입구에서
계속 레치레후 울고 있다
마치 이 안에 숨어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월동굴의 자실장들을 대충 다 먹은 엄마곰이
엄지와 구더기를 향해 단숨에 압도해 온다.

그리고 앞다리를 뻗어 굴 입구를 할퀸다.
실장석 팔에 파인 흙이
손톱있는 곰의 손에 안 파일 이유가 없다.
흩어지고 흙이 깨끗이 치워져,
안에 있는 자실장들이 보이게 된다.
곰부자의 눈에 노출되는 가운데
당초의 목적을 잊고
2마리의 자실장은 테치-테치-
계속 싸우고 있다.
엄마 곰은 2마리 있는 자실장을
새끼곰들에게 먹게 해주려고 했는지
잠시 모습을 보고 있다.
새끼곰 쪽은 자실장의 격투를
흥미진진 천천히 관람하고 싶은 것 같다.

이윽고 2마리는 데굴데굴 굴러
방 한가운데로 링을 옮긴다.
엄마곰이 천장 구멍에서 몸을 밖으로 내가자
밝은 햇빛이 스포트 라이트처럼
2마리를 비춘다.
생존의 위기를 완전히 잊고
테치-테치- 토닥-토닥-
흐뭇한 투지는 3분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치푸푸, 아타치에 반항한텟치?!"

    "아픈 데치. 테에엣?!....!!!!


승자에게는 약육강식이라는 말의 뜻을
먼저 알게되는 권리가 주어진다.
진 새끼에게 발길질을 하고
거들먹거리는 승리 자충을
엄마 곰이 굴 위에서 덥석 먹는다.
아쉽게 패한 패배 자충에겐
귀여운 새끼곰짱들과
오랫동안 장난치며 놀 권리가 주어진다.
약간 배부른 새끼곰들이
땅에 쓰러져 있는 자실장에게
사이좋게 다가온다.


    테에에에...오지마는 데치이이
    ...먹지마는 테에에
    먹지마는 테에에에ーーㅇ


이렇게 폐출산석의 자들 (손녀 포함)은
모두 반달곰 부자의 양식이 되어
배에서 사라진다.

만약 비상구를 막지 않고 남겼다면
피해가 막대해도
적어도 전멸만은 피했을 것이다.
산실장이 왜 좁은 비상구를
겨울 구멍에 만드는가?
왜 넓은 월동굴을 포기하고
일부러 따로 아기 키우용 굴을 갖추는가?
대형 포식 동물에 대한 대책과
멸종 위험 회피이다.
야생동물로 나름 적응한 산실장의 생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던 것이다.

이리하여...
폐출산석이 꿈꾸던 희망의 미래는
덧없이 무너졌다.




− − 에필로그 − −


포수 영감이 가진 산에서 조금 떨어진 땅은
구의 입회지이다.
옛날에 이 근처의 산은
모두 에도 시대부터 지주님의 땅이었다.
그러다, 농지 해방으로 지주가 몰락한 때에
산을 분할 매각했다.
여기는 적당한 산나물 채집에 알맞다.

산길을 벗어나 낫과 편의점 봉투를 들고
개울가를 걸어간다.
벨트에 붙인 곰방지 방울이 딸랑따랑.

...응?

개울 바닥에
누더기를 두른 대머리 실장석이
쓰러져 있다.
눈 녹은 물로 강의 수량이 많이 늘어 있다.
좀 이상하지만
강에 빠진 산실장일지도 몰라...
먹을 수 있을까?



− − 3편 "봄의 방문" 끝 − −



돌아가야할 곳 (폐출산석 현역 복귀)


− − 1− −


4월 중순.... 산음 지방의 어느 산중

한마리의 실장석이 강을 떠내려 간다.
인간에게 이용당한 끝에
산 속에서 안식처와 많은 자들을 얻었던
식용 폐출산석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주고 나면 뺏는 법.

    나는 죽지 않는 데스
    포기하지 않는 데스우
    돌아가는 데슷
    꼭 돌아가 데스우
    딸들이 기다리는 집에
    돌아가는데스우우우우...

,

,

,


문득 일어나자
그녀는 석양이 내리는 풍경 속에 있다.
눈 앞에 굴 입구가 있다.


    ...? 여기는 집인 데스?
    어느새 돌아온 데스우?



    레후우- 레후우- 레후에에-
    츄츄~ 레츄~ 레치이이-
    테챠-테챠아아아~
    테치이이이...


굴 속에서 테치테치
자들의 시끄러운 울음 소리가 들려 온다.
아, 출산석은
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어쨌든 돌아온 데스우.
    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데스.
    배가 고플 데스우.
    빨리 젖을 주는 데스.
    지금 방금 돌아온 데스우.
    마마가 돌아온 데스♪
    다 얌전히 있었던 데스우?


폐출산석이 어두컴컴한 굴 입구를 통과한다.

그 때..

    ……돌아오는 테치 마마・・・

어둠 속에서


새끼들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마~마마아-
    어서 오시는 테치
    빨리 오시는..테치이
    기다렸던 테치이이이...


    쓸쓸했던 레츄,
    프니프니,
    ... 늦은 테치이이이이
    많이 기다렸던 테치


    마마가...마마가 돌아와 준 테치


    마마~마마아~
    마마아~ 마마아~
    마마~, 마마아-


    돌아 오신 데치이이이이이이

데스우...우우우우아아아...

계속 잊고 있었다

그 자들의

목소리,

『절규』를.





    아픈 레후. 아픈 레후.
    아픈 레후우우우우우우우우ー
   
    뜨거운 레치
    뜨거운 레치이이이이이이ー
   
    마마! 마마!
    여기는 정말 괴로운 테챠아아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 − 2− −


산나물 캐러 간 봄산에서
이상한 독라 실장석을 주웠다.
눈이 녹아 물이 불어난 개울 바닥에
기절하여 쓰러진 놈이다.
실장복 대신 새끼 실장 옷을 여러개 꿰맨
누더기를 몸에 두르고 있다.

꽤 커서 60cm 가까운 거물.
5~6년은 된 산실장 같다.
식육용의 성체 가축석 크기다.
지난해 잡았던 월동굴의 장로 산실장도

50cm는 안됐다.
이 사이즈를 동면 전에 잡았다면
시장 가격으로 4만엔 정도 하지 않나?
아쉽네!



− − 3− −


    아아아..이...인간에게
    "맛있게 됐던" 자들이 아아-!?!?
    냄비 안에서 부르는 데히이잇!
    왜? 왜인 데샤아아?
    여기는 어디인 데스ーーㅅ?!
    와타시의 자는
    어떻게 된 데스우우우?!



    마마아...마마아, 나쁜 레치이-
    아타치들도 마마의 자였든 테치-
    마마랑 같이 있고 싶던 테치-
    구더기 더 자라고 싶던 레후-
    밥 한번 먹고 싶었던 레치이-
   
    스시ー 스테이크ー
   
    어렵게 태어났던 레치
   
    옷ー 돈까스ー
   
    조금도 행복해지지 못한 테치-
   
    컨페이토ー
   
    마마, 전혀 지켜 주지 않은 테치-
   
    프니프니ー 딸기 케익ー
   
    모두 "맛있게 된" 레치이이!!!!
    프니프니 많이 받고 싶었던 레후!
    거짓말이었던 레치!!!
    마마는 거짓말장이였던 레치-!
   
    배가 아픈 레치이....
    사타구니 아픈 테치이....
    아타치의 다리 돌려주는 테치...
    마마아아......
    모두 모두...늘...쭉...
    마마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테챠-
    돌아오는 테치.
    어서 오시는 테치..
    기쁜 테치..
   
    마마아, 마마아,





    이건 꿈인 데스ー!
    전부 악몽인 데ー스우ー!

    데갸ー!!!!!!!!!!!!!!!

,

,

,

− − 4− −


그러나... 이 산실장은 아무래도
동면 초반 같이 신체가 야무지진 않다.
뱃살이 많이 물렁물렁 한게 민물게 꼴이다.
(※솔잎게는 탈피 직후엔 껍질이 부드럽다)
모처럼 갖고 돌아왔으니 조리한다.

우선 수도꼭지로 똥뽑기.
하지만 배의 내용물은 강에서 다 탈분한 듯.
물 밖에 안 나오니 차라리 좋다.
강물로 꼼꼼히 온몸을 씻은 후이니
그대로 큰 도마에 올린다.
비닐 노끈으로 목과 손발을
싱크대에 동여매고 해체 개시.
우선 늘상 하듯 위석 적출 처리를 위해
배를 가른다.



    뎃-캬ー!— — — —!!!!!!


배를 찢기자 정신을 차린 실장석이
비명을 지른다.
신경 쓰지 않고 위석을

도려내........................어!

뭐야 이건!
이 위석…코팅 처리되어 있어......

어떻게 된거야?
코팅된 위석을 든 채 고개를 갸웃하다가,
절규하는 실장석과 눈이 맞는다.


...


내 얼굴을 본순간,
실장석은 유난히 큰 눈을 부릅뜨고
언청이 입을 연 채, 굳어져 다시 기절한다.
상당히 충격적을 받았는지
손에 든 위석이
부들부들하고 맥동치는게 느껴진다.


...응, 이 녀석은 기억이 ...
아 아 아!
생각 났어..........



− − 5− −


    이건 꿈인 데스ーㅅ!
    전부 나쁜 꿈인 데ー스우ー-!


라고 절규하며 악몽에서 깨어난 폐출산석
.......이 본 것은 악몽보다 비참한 현실.


! ? ! ? ! @?!ココハにンケ゛ンウジチャ

ンワタしノオなベらくエンぷニフーアつイレチコnぺイト

ーぉうちクるチいベリコママのあん汚ヨーフく死あワせウ

レ血いウそちュいちゴけー木おかヱりナサ九るチイレ

ふムすてーメーきョワヒヒャヒャハヤ・・・

(※ 이 부분은 일본어 동음이의를 이용해 의식의 흐름을 표현했는데 번역 불가입니다. 실력파들의 도움을 구합니다 :-)


− − 6− −


으으으...
떠내려 보냈던 물건을 주워 버렸다
..이지만 모처럼 손에 돌아온 가축이다.

게다가,
최근 식량 수요 급등의 여파로
올해 식용 출산석의 입하가 늦어지고 있다.
납품은 빨라야  4월 말에서 5월 초.

그럼 죽순의 시즌에 댈 수가 없다.
(※왜 갑자기 죽순이 나오는지는
번역된 "죽순찜" 을 보세요)

이는 천우신조라고 생각한다.

출산석으로 재이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고기 상태는 불평할 거리가 없다.
지난 연말에 헤어졌을 때는
마시멜로 덩어리 같았다.
그것이 산실장으로 잘못 볼 만큼
탱탱해져 있으니 좋은 일이다.
냄새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아마 이대로 먹어도
그냥 맛없는 고기로 그만저만할 것이다.
위석은 좀 걱정돼서
영양제에 담그기로 한다.
새끼 실장들의 위석을 담근 매실주이다.
이것은 실장석을 다룰 때
여러가지 용도로 쓸 수 있다.
물론 그대로 마시기도 한다.
지난해 낳은 자들의 위석 추출물이 풍부한
매실주에 담그니 흐리던 위석의 빛이
순식간에 돌아온다.

위석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내장의 상태를 살펴본다.
지난해와 달리 지방분이 많지 않고,
전보다 색깔이 좋아져 있다.
그래 그래.
문제 없다..라고 생각하려니,
중대한 문제가 발견된다.

지난해 이 녀석의 배를 갈랐을 때
위벽봉합에 사용했던 실이
심장겸 혈관에 부착된
심리 안정 장치에 얽혀 있다.
이 기계는 아주 작은 오르골로 되어 있고
실장석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기능이 있다.
혈관을 흐르는 혈류로 돌아가는 물레방아가
특수 오르골을 구동시켜 작은 소리를 낸다.
내용은 스시, 스테이크, 컨페이토와 같이
실장석이 좋아하는 평범한 것을
나열하는 것 뿐이지만,
이것이 출산석의 성능 유지에
의외로 효과가 있는 것이다.
꼬인 실타래가 특수 효과 혈관을 압박해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무명실이 아니고,
제대로 실장석용 견사를 사용했다면
체내에서 녹아 줬을 것이다.
중요한 장치이니까
핀셋으로 신중하게 실을 제거한다.



− − 7− −

만약 그녀의 위석이
자괴 방지용 코팅 처리되지 않았다면,
솔직히 정신적 충격이 위석을 무너뜨려
생애를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용 수지로 이루어진 코팅은
그녀의 영혼이 피안으로 도피하는 것을
불허했다.
학대파가 순간 접착제로 장난치는
즉석 위석 처리와는 기술이 다르다.

이용하는기 위해서 살린다!
절대로 죽게 하지 않아!

그것이 프로의 솜씨.
취미와는 다르다.

피안의 길을 거부당하고
현세의 감옥에 갇힌 폐출산석.
견디기 어려운 악몽과
더 지독한 현실 사이에서
그녀의 신경은 폭주한다.

    ...치이 레 후 무 스테-메이
    마음 요와히햐햐하야
    ☆%8kω게 Δ에 ε-⊿ P!!.......
    ・・・チイレふムすてーメー
    きョワヒヒャヒャハヤ☆%8kωくΔへεー   
    ー⊿P! … ! ……  !.......)

새하얀 빛이 의식을 뒤덮는다.
그리고 그녀의 영혼은
따뜻한 어둠 속으로 떨어져서 간다.



− − 8− −


위석을 체내에 되돌리고 배를 봉합한다.
양쪽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구멍에 비닐 노끈을 통해 연결한다.
하는 김에 눈을 뜨고 날뛰지 않도록
대나무로 만든 발로 감아둔다.

황급히 헛간에서 실장용틀을 내고 조립한다.
매년 하던 일이라 곧 할 수 있다.
공연히 대발로 감았네.
감은 로프를 풀어
아직 혼절한 채인 출산석을 우리에 넣는다.

부뚜막에 불을 지펴, 냄비로 물을 끓인다.
상한 월동 고구마를 창고에서 가리고 있는데

데에-데에- 우는 소리가 난다.
겨우 정신이 든 것 같군.

내가 보러 가니 출산석은
데스ーㅇ 데스우ーㅇ
하고 아양을 떨기 시작한다.

모습이 이상하다.
미친 사람처럼 폭주할거라 생각했는데..
입고 있던 누더기를
녀석의 눈 앞에서 가마의 불에 넣어 보자.
옷을 남겨두면
반항심의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작 불에 타는 누더기를 보면서도
전혀 신경 쓰는 모습이 아니다.
원래 자기 옷이 아니고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했는지도 모른다.
타는 옷에 눈길도 주지 않고,
양동이에 넣어온 고구마에 시선을 모으고

뎃스ー♪ 데스ー♪

하며 울고 있다.
이 녀석……
여기 돌아온 것을 기뻐하고 있는 것?
...음, 잘 생각해 보면 그렇지.

산생활에 비하면
먹이걱정 없는 이곳은 천국이지

그래, 바로 먹이를 준비해 주지.
올해도 맛있는 새끼를 많이 낳아 줘요.

물이 끓는 냄비에 고구마를 삶고
밭에서 꽃을 피운 배추를 썰어
먹이를 만들어 준다.

반갑게 와구와구 먹이를 먹는 출산석을
바라보고 있으니 작년 일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쯤
이 녀석의 첫 자를 삶아서 먹은 거지..





− − 에필로그 − −


며칠 후...


대기에 충만한 삼나무 꽃가루가
그녀의 태내에 새로운 생명을 내려 주었다.
그녀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그녀는 마마가 되는 기쁨을 담아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본능대로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얼마나 너희들을 사랑하는지,
태어나는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미래가 얼마나 기쁨과 희망에 가득한지를...

    뎃게로게, ♪ 뎃게로게, ♪

    나의 귀여운 자들.,
    햇님이 따끈따끈 따뜻한 데스~
    하늘은 매우 푸른 데스,
    구름은 매우 하얀 데스,
    분홍색 꽃이 많은 데스,
    세상은 굉장히 예쁜 데스~
    밥은 인간님이 주시는 데스,
    매일 맛있는 음식을,
    뱃속 가득히 넣는 데스,

    빨리 태어나는 데스
    뎃게로게, ♪
    마마는 너희 마마가 되어서
    행복한 데스~
    인간님도 귀엽게 봐주시는 데스
    모두 사이좋게 사는 데스♪
    즐겁게 지내는 데스, ♪

    마마는 무척 기쁜 데스~
    나의 "첫" 자들,
    강하고 건강하게,
    빨리 태어나는 데스~
    마마는 너희들 만날 날만
    기다리는 데스♪

    뎃게로겟게에♪
    뎃게로게ー ♪



악몽에서 해방되어
아픈 기억도 슬픈 기억도 없다.

맛있는 밥,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계,
뱃속의 자들.

그녀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계절은 거듭된다...


=산실장의 친구사냥 (완)====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무분별한 악플과 찐따 댓글은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