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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간의 진화

 

한 미래예견에 따르면, 인간은 시대가 지나면서 점점 더 발전하는 기계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또 다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 진화의 방향이란 번거로운 일은 모두 기계가 하니까 칼로리 소모가 적게끔 점점 더 몸집은 작게, 그리고 뇌는 더 크게, 사지는 점점 가늘고 약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28세기가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정말 꽤 놀라울 정도로 적중했다.

28세기, 인간이 만들어 둔 시스템의 모든 과정에는 기계가 개입하고 있다. 그것도 100%. 완전자동화를 이룩한 것이다. 때문에 인간들은 집에서 코만 후비고 있어도 저절로 의식주는 물론 온갖 오락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지구상에서 식량난이라는 것은 사라진 지 오래다. 기계의 유지보수는 기계가 한다. 기계를 돌리는 데 필요한 자원의 생산과 가공도 기계가 한다. 이미 '직업'이라는 것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인간에게 있어 미지의 영역 중 하나였던 해저의 탐험은 모두 끝났다. 물론 기계 덕분이다. 소수의 인간들은 이 안락함을 포기하고 몇 세기 전 우주로 떠났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구상의 인간들은 모두 1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몸집에 비대하게 살이 찐 외모를 하고 있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미래인류의 내장과 소화기관 역시 극도로 퇴화하여 매우 단순한 형태의 한 가지 장기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이런 모습이 되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 시대다. 오히려 21세기의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한 존재가 있다면 진귀하게 취급되며 동물원 같은 곳에 보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귀찮은지 모두 똑같은 녹색 옷을 입고 있다. 그것도 입기 쉬운 원피스로. 쓸 일이 없는 팔다리는 빈약하게 변했고, 손가락도 돌기나 마찬가지인 수준으로 짧아졌다. 고대 인류처럼 손가락으로 정밀조작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 이유다. 아예 살에 파묻혀 손가락이라는 것이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미래인류의 풍족한 삶은 결국 어느 순간 끝을 고했다. 미래인류의 사이에서 새로운 역병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XY유전자 보유자들은 이 병에 약해 90%에 달하는 매우 높은 치사율을 가졌다. 새로운 약을 연구개발하려 해도, 이미 미래인류는 모든 것을 기계에게 일임한 상태였고, 기계 역시 뾰족한 해답을 내지 못했다. 결국 극단적인 처사로, 기계는 미래인류의 유전자 자체를 변형시켜 질병을 예방한다는 솔루션을 제안했다. 미래인간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이 의견에 찬동했고, 결국 유전자 변형 약물이 전인류에게 짧은 시간 안에 투여되었다. 유전자가 변형된 인류는 이제 XX염색체밖에 가지지 않게 되었고, 태아는 모체의 장기에서 체세포 일부가 변형하는 클론으로 생산되게 되었다.

그로부터 수 세기 후, 우주로 떠났던 고대 인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인류(이하 고대 인류)가 마침내 돌아왔다. 하지만 고대 인류는 바뀌어버린 지구를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웬 기분나쁜 녹색 옷을 입은 생물들이 자신들을 보고 기분나쁘게 웃으며 뭔지 모를 이상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 불쾌하게도 인간을 닮기까지 했다. 미래 인류는 고대 인류의 모습을 보고 마침내 자신들을 섬기기 위해 우주로 떠난 어리석은 놈들이 돌아왔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이것이 미래 인류의 말로라는 사실을 모르는 고대 인류는 결국 이것들을 '똥벌레' 라고 부르며 죽여 나갔다.

똥벌레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어째서 '자신들을 섬겨야 할 노예들'이 자신을 죽이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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