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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이 있어 나은 미래

 

"위 하나, 신장 하나."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A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 너머에서 데스데스 하는 실장석의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렇다. 실장석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Mistica Jissou Rozen의 유전자는 Homo Sapiens Sapiens의 유전자와 소수점 단위까지 일치한다고 한다. 때문에 실장석이 인간과 교배해 새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생물학계는 이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바로 실장석에게 인간의 장기를 배양하는 것이다. 실장석의 혈액형 역시 유전자 조작에 따라 A,B,O,AB형을 만들 수 있고, 매우 안정적이며 인간에게 거부반응도 없다.

다만 실장석은 몸이 작아 인간의 장기를 전부 다 한 몸에 배양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실장석 한 마리당 한 개의 장기를 배양한다. 본래 실장석에겐 '똥주머니'라고 불리는 위장이 존재하는데, 이 위장은 위, 간, 대장, 소장을 모두 합친것과 같은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때문에 실장석이 태어나기 전 똥주머니의 분화 과정 중 인간의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것으로 똥주머니 대신 위장이 만들어지게 할 수 있다.

실장석들은 유리 수조에 나뉘어 하나씩 놓여있다. A는 그 중 '위'라고 쓰여진 카테고리의 실장석들에게 다가간다. 인간이 오는 걸 눈치챈 실장석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지만, A는 침착하게 그중 한 마리만을 집어올린다. 유리 수조 아래엔「임ㅇㅇ의 위」라는 명패가 붙어있다. 사고에 대비해 미리 자신의 피를 빼서 보관해뒀다가 수술이 필요할 때 수혈해 쓰는 것처럼, 사고에 대비해 미리 자신의 장기를 배양한 실장석을 만들고 이식수술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제도다. 매우 편리하고 장기이식의 성공률도 100%에 가깝기 때문에, 최근엔 일반화되었다. 실장석은 본래 성장이 굉장히 빨라 장기가 빠르게 만들어지는 것 역시 장점 중 하나다. 실장석 장기 덕분에 장기 기증 서약 같은 것이 사라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효력 자체는 여전하기에,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여전히 해주기는 하지만 이미 8년 전부터 더이상 서약을 받지 않고 있다.

A의 손에 들린 '위 실장석'을 보고 다른 위 실장석들이 질투의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추악한 몸짓과 소리로 자신을 어필하지만 A는 무시한 채 떠난다. 실장석들은 화가 난다. 생각 같아서는 똥을 싸서 던지고 싶지만 똥조차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똥주머니가 인간의 위로 대체되어 없을 뿐더러, 먹이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도 실장석에게 있는 '위석'이라는 기관 덕분이다. 실장석은 위석에만 영양이 공급되면 아무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 당연하게도 장기 배양용 실장석들은 모두 위석을 적출해 관리한다.

"데엣-스, 데스데스웅~"

A의 품에 안긴 실장석이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즐거운듯 소리를 낸다. 아마도 사육실장이 된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어서 A는 신장 실장석도 한 마리 꺼내, 두 마리 실장석을 손에 붙든 채 실장석 사육장을 나간다. 두 마리는 눈을 마주치고 기싸움이라도 하는 듯 노려본다. 아마도 '사육실장이 되는건 와타시인데샤! 너는 꺼지는데샷!' 같은 소리나 하고 있겠지만 A는 링걸도 없으므로 알 길이 없다.

오늘 내원한 임ㅇㅇ씨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목숨은 붙어있지만 장기가 훼손되어 이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도 임씨는 자신의 장기를 미리 배양해놨기에 오늘처럼 빠르게 장기이식이 가능하다. 이전이라면 어땠을까? 이식할 장기를 찾는 과정도 과정이지만, 그렇게 이식된 장기가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속된 말로 망한 것이다. 하지만 배양된 장기는 유전적으로도 본인의 장기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므로 거부반응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적다.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한 인위적인 면역 억제도 필요없어 과정도 더욱 단순화되었다.

A는 이 광경을 보며 어린 시절 보았던 어떤 만화를 기억한다. 최종보스가 아마도 자신이 '장기 배양용 클론'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반란을 일으켰던 자였던가? 장기 배양용 클론이란 디스토피아적 SF작품에서 흔히 나오는 형태로, 유전공학이 최악으로 발전했을 때의 미래를 그린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가온 미래는 그것보단 조금 나았다. 정말 아주 우연히, 인간과 비슷한 생물이 발견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인간에게 피해만 끼친다고 여겨졌던 실장석이 이렇게까지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될 줄은 또 누가 알았겠는가.

A는 수술실에서 들려오는, 산 채로 배가 갈라지는 실장석의 고통스러운 울음을 들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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