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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의 지옥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공원 전체가 물에 잠길 기세였다.
견딜 수 없게 된 것은 지상에 직접 주거지를 지은 실장석들이다.

"마마, 구더기들이 물에 빠져죽는테치!"
"어쩔 수 없는데스. 집을 버리고 높은 곳으로 가는데스"

어떤 가족은 작은 가족들을 안고 일단 높은 곳으로 피난갈 계획을 세운다. 그 안에서 그나마 닻 역할을 하던 골판지들은 실장석이 떠나자 곧바로 비에 젖어 붕괴하며 어디론가 떠내려간다. 

퍼붓는 빗 속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고 우왕좌왕. 하지만 공원이다. 약간의 단차는 있을 지언정, 언덕이라고 부를만한 곳은 없다. 

그런 때, 정처없이 체력을 잃어가며 계속 우왕좌왕하던 일가의 눈 앞에 실장석 인산인해가 나타났다.


"거기 좀 비키라는데스!"
"아닌데스! 정원 오버인데스! 누르지 말라는데스!"


보면 분수의 연석 위에 실장석들이 대거 몰려 있었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나려 어느새 친실장의 허벅지 부근까지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자실장도 부모의 옷에 매달려, 수영하듯이 간신히 붙어있었다.



친실장은 호소했다.

"부디 이 자들만이라도 거기 올려달라는데스!"
"안되는데스! 이제 한 마리도 올라올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스!"
"그럴 리 없는데스, 이런 작은 새끼들인데스!"

친실장은 어떻게든 자실장과 엄지를 밀어올렸지만, 그 위에 있던 실장석은 놀랍게도 자실장을 걷어차 날려버린다.

"테챠!"
"레힛!"


탁류 속에서 부모는 자기 자식의 핏방울조차 건질 수 없었다.

"데갸아아아아악! 우리 새끼한테 무슨 짓을 한 거인데스!"

분노와 절망으로 연석 위의 성체 실장석 다리에 매달리는 친실장. 거기에 매달려 주변 몇 마리도 그 성체 실장의 다리에 매달린다.

"데에에엣! 놓는 데스! 너희들의 위치는 이제 없는데스!"
"니가 내려오면 되는 데스!"
"너를 떨어뜨리고 올라가는 데스!"




아래의 실장석은 위의 실장석을 끌어당기고, 위의 실장석은 아래의 실장석들을 걷어찬다.




"데쟈아아아아아 오봇, 게보보, 보국, 가보.........."


긴 비명과 함께 질질 끌려내려온 성체는 물 위의 발판이 되어 진흙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것을 보고 있던 다른 실장들은 깨달았다.


"그런가... 데스"
"위에 있는 녀석들을 떨어뜨리면 되는데스"
"그렇게 내가 올라가는 데스"

주위의 실장석들도 연석 위의 실장석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그만하는 데스! 너희들 놓으라는 데스!" 
"머리를 잡으면 빠지는데스!" 
"물에 빠진 새끼의 원한 알게 해주는데스 ..." 
"하지마는 테찌! 마마, 도와 테챠아아아아아!" 
"가보 ... 게보 ... 데에에에. " 
"올라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데스 ... 너도 침몰하는 데스!" 
"나를 밟지마는 데스! 니가 아래로 가는 데스!"


연석 위에 오른 실장석, 그것을 끌어내리는 실장석, 떨어지며 또 다른 실장석의 다리를 잡아채는 실장석, 어차피 떨어지는 것 아래에 있는 것들을 짓밟고 버티는 실장석, 가뜩이나 젖어 미끄러운데 그 어느 실장석이라고 안전할 리가 없다.

반대로 분수 쪽으로 떨어져 죽는 녀석들도 나오고 만다.




"다른 실장석들이 있지만, 저기가 좋은 곳이기 때문에 서로 빼앗는 것이 틀림없다"

겨우 연석 한 개 분의 높이만이 비교적 안전한데, 바로 저 분충 같은 생각과 일종의 공황이 점점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제는 공원 전체의 실장석들이 분수 광장에 보여 서로를 침몰시키고 끌어내리고 짓밟고 있었다. 진정으로 피난이 필요한 자실장과 구더기들은 오래 전에 전멸해버렸다. 

끝없이 내리는 비는 추한 싸움에 흥미를 느끼는 성체 실장들의 체력도 가차없이 빼앗고 있었다.





....다음 날, 분수 광장 주변에서 전멸한 실장석들을 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런 비오는 날 실장석들은 일부러 분수 주변 물웅덩이에 모여 죽은 것일까?"

그 실장석 괴행동의 진상을 깨달은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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