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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의 자실장

 


조금 차가운 비가 내리던 5월 중순의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공원 옆의 좁은 골목을 걷다가 은행나무 밑의 마른 땅에 실장석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크기로 보면 자실장일까. 옷은 너덜너덜, 머리털은 흐트러졌고
몹시 더럽고 많이 야위었다.
사람을 보아도 달아나지 않는 것을 보니 죽어가는 걸까.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테치ㅡ..." 하고 힘없이 울었다.

"미안. 지금 너에게 줄 만한 것은 갖고 있지 않아."

마음속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별 관심 없이 그 자실장 옆을 지나쳤다.
점심을 먹고 만족한 기분으로 그 골목을 지나는데
그 자실장이 아직 같은 장소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들실장 따위는 민폐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지만
오랜만에 외식하고 만족해서였는지 조금 동정심이 생겼다.
집에 도착하자 예전에 마트에서 받은 개 사료 시제품을 들고(버리려고 현관에 놓아두었다) 자실장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개 사료의 내용물을 자실장 앞에 쏟아주니 처음에는 경계했는지
내 얼굴과 사료를 번갈아 보았지만, 냄새를 맡고 그것이 먹을 것임을 알고는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도중부터 대단한 기세로 개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잠깐 그런 모습을 보고 만족한 나는 조금 기세가 약해진 빗속에서
내 집으로 돌아갔다.


장마도 가까워졌다. 6월 중순, 또 오랜만에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공원 옆의 좁은 골목을 걷는데 자실장 한 마리가 은행나무 밑에 있었다.
그 자실장이다. 여전히 볼품없이 야위었지만 중실장 정도의
크기가 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먹을 만한 것을 찾아서는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꽤 건강한 것 같다.






나를 보고는 한 손을 들어 "테스ㅡ!" 하고 씩씩한 목소리로 울었다.
나를 기억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첨하는 것도, 먹이를 조르는 것도 아닌
그 행동은 나로서는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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