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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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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오피스텔.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는 여자는 집에서 실창석, 실홍석, 그리고 실장석을 기르고 있었다.
세 마리의 실석류는 모두 미성숙 개체였는데, 실창석과 실홍석은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선물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실장석은 누구에게 선물받거나, 샵에서 사온 것이 아니였다.

불과 3일 전, 여자는 잠시 공원을 지나칠 일이 있다가, 혼자 남겨진 자실장 한 마리를 보게되었다.
그 자실장은 학대파에게 밟혀죽은 것 같은 성체실장과 자매로 추정되는 자실장들의 시체 한 가운데에서 "테에엥- 테에엥-"거리며 울고 있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변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마마와 자매를 모두 잃은 내가 얼마나 불쌍하느냐- 어서 빨리 나를 모셔가라-
....라는 식의 행동이었지만, 여자는 어제 집에서 본 슬픈 다큐멘터리가 생각나서, 그 자실장을 데리고 가기로 하였다.
여자는 핸드백에서 남는 종이 쇼핑팩을 꺼내고, 그 안에 자실장을 집어넣었다.

여자가 쇼핑팩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이, 자실장은 "테프프프프프------- 세레브 실생의 시작인 테츙~ 똥마마같은 건 필요없는 테치! 테프프프프---"같은 소리를 쇼핑팩
안에서 열심히 떠들고 있었지만, 여자는 귀에 이어폰을 꽂아둔 탓에 그 천한 웃음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





그리고 3일이 흐른 지금, 여자는 역시 실장석은 순간의 감정으로 도와서는 안 되는 짐승임을 확인하였다.
평소 TV와 인터넷에서 실장석은 은혜를 모르는 동물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어왔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지난 3일동안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똥노예! 와타시가 매 끼마다 스테이크와 스시를 준비하라는 말을 못 들은 테챠!"
"당장 저 분충들을 독라달마로 만들어서 운치굴에 집어넣는 테치! 똥노예는 세레브한 와타시만 모시면 되는 테치!"
"핑크핑크한 옷을 준비하라는 테치!"
"아와아와한 목욕은 왜 준비하는 않는 테치!"
"오마에가 바닥에서 자고, 와타시가 침대에서 자는 건 당연하지 않는 테치! 당장 침대에서 내려오라는 테치! 그건 와타시를 위한 것인 테치!"
"정말 말귀를 못 알아먹는 똥노예인 테치! 와타시가 감히 여기서 살아주니까, 주제를 모르는 테치?!"
"오마에같이 못생긴 똥노예가 핑크한 물감(색조 화장품)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테치?! 착각하지 말라는 테칫!"
"싫은 테치! 와타시는 어디서나 운치 쌀 권리가 있는 테치! 당장 운치나 치우는 테치!"

안 그런 실장석이 있겠냐만은...자실장은 정말로 분충이었다.


그래서 여자는 자실장을 바로 플라스틱 수조에 집어넣고, 숨구멍만 뚫어준다음, 입구를 밀봉했다.
지난 3일 동안, 여자는 자실장이 여기저기 똥을 싼 탓에 독한 화학용제로 청소를 해야했고, 오밤 중에도 소리를 질러된 탓에 이웃에게도 한 소리 들어야 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사주고, 정이 깊게 든 실창석과 실홍석 자매도 자실장에게 질린 표정이었다.

결국, 여자는 실장석 처분소에서 일하는 남동생에게 내일 이 자실장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하였다.



..............




여자가 자실장을 수조에 집어넣은 날은 마침 토요일이었고, 여자는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실창석과 실홍석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말을 해서, 그 아이들도 단정하게 매무새를 정리시켰다.


콩콩콩!
"똥노예! 당장 와타시를 여기서 꺼내는 테치! 오마에는 귓구멍이 운치로 막힌 테치?!!!"
"핑크한 물감에 손대지 말란 소리 못 들은 테치?!"
"빨리 꺼내란 테챠아아악!!!!!!!!!"
자실장은 플라스틱 수조 안에서 벽을 두드리면서 발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자의 반응은 완전히 무관심이다.
어차피 내일 살처분장에서 처리될 것인데, 굳이 자기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다.

여자는 화장과 옷입는 것을 모두 끝내고, 핸드백에 조심스럽게 자실창과 자실홍을 넣어주었다.
실장석과 다르게 실창석과 실홍석은 여기저기 똥을 싸지 않고,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기 때문에 핸드백에 넣어 준 것이다.

여자가 두 자매와 함께 나가면서,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자실장은 더욱 발광하기 시작했다.
"테챠아아아아악!!!!!!!!!!!!! 여기서 나가면 독라달마로 만들어 주는 테치! 당장 돌아오라는 테챠!"




불이 꺼진 오피스텔 방안에서 자실장은 30여분을 혼자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끝없는 침묵과 어둠.
30여분 동안 소리를 꽥꽥 지른, 자실장은 이내 지쳤는지, 수조 바닥에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와타시는 분명 천한 들생활에서 벗어나, 드디어 세레브실장이 됐는데, 왜 저 똥노예는 와타시의 말을 듣지 않는가?
와타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존재인데, 왜 똥노예는 파란분충과 빨간분충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는가?
세상은 분명 와타시의 뜻대로 돼야만 하는 것인데, 불합리하게도 세상은 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가?

자실장이 속으로 자신에게 한 질문의 대답은 "네가 결국에는 실장석이라는 쓸모 없는 짐승이라서 그런 것이다."이겠지만, 자실장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수조 안에서 대답없는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자실장이 수조 안에서 울고, 화내기를 반복하기를 어언 1시간이 흘렀다.
자실장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면서, 이런저런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망상의 내용은 주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주인이 되는 것.

그리고 한참 머릿속에서 망상을 하다가, 문득 친실장이 자신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신데렐라상은 못된 계모와 계모의 자들에게 학대당하다가, 요정상의 도움으로 왕자님과의 파티에 갈 수 있었던 데스-"
".....다음 날 신데렐라상은 왕자님이 가져온 구두가 자신이 신었던 구두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 데스-"
".....그리고 신데렐라상은 왕자님과 결혼하여, 흑발의 자를 낳으면서, 스테이크와 스시를 원없이 먹게되고, 똥계모와 똥자매들은 학대파에게 넘어가게 된 데스-"
".....오마에들도 세레브한 마마의 자들이니, 언제든지 왕자님과 결혼할 수 있도록 착한 아이로 지내야 하는 데스-"

그 조상들도 들실장이었던, 친실장이 신데렐라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었는지는 몰라도, 친실장은 나름 신데렐라 이야기를 각색해서, 자실장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실장들이 기억하기 쉽게, 주워들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신데렐라상은 어려서~ 부모님을 잃은 데숭~"
"뎃데로게~ 뎃데로게~ 계모와~ 오네챠들에게~ 구박을 받은 데숭~"

음정도 박자도 병신같고, 이야기의 앞부분 밖에 없었지만, 노래의 힘으로 자실장은 신데렐라 이야기를 머리속에 잘 각인시켰다.






자실장은 자신의 마마가 들려주었던, 신데렐라상 이야기를 그 작은 뇌에서 열심히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데렐라 이야기는 자실장의 행복회로와 결합하여, 지금까지 겪었던 기억들을 왜곡하기 시작했다.

"와타시는 마마와 자매들을 잃고, 똥닌겐에게 납치되어, 똥닌겐과 분충들에게 학대당한 테치-"
"똥닌겐과 분충들은 귀족의 피가 흐르는 와타시에게 주제도 모르고, 와타시를 모시지 않는 테치-"
"똥닌겐과 분충들이 와타시만 두고, 감히 파티에 갔을 때, 요정상의 도움으로 와타시는 왕자님의 파티에 갈 수 있었던 테치-"
"요정상의 마법이 풀리려고 하자, 와타시는 구두를 흘리고, 똥닌겐의 집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테치-"
"그리고........."

자실장은 플라스틱 수조에 누워, 행복회로를 열심히 돌리다가, 이내 지쳐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일요일.
여자와 실창석, 실홍석 자매는 늦도록 친구집에서 즐겁게 놀았고, 그 만큼 여자의 기상시간도 정오로 미뤄졌다.
자실장은 이미 잠에서 깼지만, 어제 행복회로의 여파로 인해, 오늘 왕자님이 자신의 집으로 올 것이라며 문만 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누나-"
여자의 남동생이 방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어! 왔어?"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여자도 남동생을 맞이했다.



"테프프프프---- 왕자상 여기인 테치! 와타시를 성으로 데려가는 테츙~~~~~"
그리고 자실장은 여자의 남동생이 들어오자, 분명히 자신을 데리러 온 왕자님이라면서, 플라스틱 수조 안에서 총총 뛰기 시작했다.
"치프프픗!!! 이제 와타시는 흑발의 자를 낳으면서, 스테이크와 스시를 원없이 먹는 테츙~~"


하지만, 자실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여자의 남동생은 자신의 누나와 잡담만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전용침대에서 아직 잠에 들어있는 실창석, 실홍석 자매를 섬세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왕자상! 거기가 아닌 테치! 왕자상의 공주님은 여기인 테치!"
자실장은 여자의 남동생을 보면서, 수조 안에서 열심히 소리를 질러댔다.
"와타시의 구두! 와타시의 구두만 보면 공주님인지 알 수 있는 테치!"




"우왓! 진짜 리얼 똥벌레네? 그냥 수조째로 가져가면 돼?"
"어- 그냥 수조째로 가져가, 나 저거 그냥 버리기도 싫다-"

자실장이 지른 소리는 그 작은 숨구멍을 통해, 여자의 남동생 귀까지 들어갔다.

"그런 테치! 와타시가 어젯밤의 공주님인 테치!"
"이제 똥닌겐과 분충들은 다 죽은 테치!"


여자의 남동생은 잠시 플라스틱 수조를 들여다 보다가, 플라스틱 수조를 통째로 자신의 옆구리에 끼워넣었다.
"그럼 이 놈 가지고 갈게-  나중에 봐 누나-"
"어 그래, 차 조심하고, 나중에 보자-"
그리고 자실장이 든 수조를 들고 집에서 나갔다.




마침내 자실장은 여자의 집에서 나가게 되었다.
자실장의 머릿속에서는 이제 성에서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 생각만 가득하였다.

"테프프프프프--- 이제 와타시는 세레브한 성에서 사는 테치!"
"남편상- 와타시의 총구는 1주일에 딱 한번씩만 허용해 주는 테치!"
"그리고 와타시는 침대 아니면, 잠을 잘 수 없으니, 침대는 당연히 준비해 두는 테치!"
"당연히 식사는 매끼마다 스테이크와 스시, 콘페이토로 먹어야 하는 테치-"
"이제 와타시는 왕족인 테치- 옷도 핑크색 드레스만 입어야 하는 테치-"
"테프프- 방금 전 똥닌겐과 분충들은 당연히 독라달마로 만들어서, 운치굴노예로 만들어야 하는 테치- 잊지마는 테츙~~~"

하지만, 자실장이 처분소로 가는 길에 열심히 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남동생은 자실장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구청 뒤의 살처분장.
흡연장을 바로 옆에 두고 있는 관계로, 살처분장은 더럽고, 가까이 하고 싶은 곳은 아니였다.
흡연자들이 바닥에 뱉은 침과 꽁초가 마치 점막처럼 쌓여있었고, 살처분기에서 튄 실장석의 똥과 피는 살처분장을 더욱 흉측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수조 너머로 이런 광경을 보고 있는 자실장은 당연히 발광하기 시작했다.
"테엣? 뭐인 테치? 여기가 성인 테치? 장난하지 말라는 테챠아아아아아!!!!!!!!!"
"당장 와타시를 성으로 모시는 테치! 와타시는 이제부터 왕족인 테치! 왕족에게는 왕족다운 대접을 하라는 테치!!!!"

여자의 남동생은 발광하는 자실장이 든 수조를 무심하게 옆에 올려두고, 실장석 전용 살처분기를 작동시켰다.
"위이이이이이잉!!!!!!"

살처분기는 그 칼날도 위협적이었지만, 엔진이 작동하는 소리도 신경을 긁는 것이었다.


그 다음, 여자의 남동생은 수조의 밀봉을 뜯었다.
자실장은 수조 안에서 열심히 소리를 질렀고,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질렀던지, 그대로 빵콘하고 있었다.

"감히 왕자님의 노예 주제에 와타시를 속인 테치?!!?"
"당장 와타시를 왕자님에게 데려가라는 테챠!!!! 와타시는 왕족인 테챠! 이건 무조건적인 테챠!"

하지만, 구청에서 실장석 처분업무를 맡고 있는, 여자의 남동생이 자실장 한 마리의 헛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줄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여자의 남동생은 그대로 수조를 들더니, 살처분기 위에서 수조를 기울였다.



"테챠아아아아!!!!!!!!!!"
수조가 기울면서, 자실장은 살처분기 너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지? 저 섬뜩섬뜩한 것은?
왜 왕자님의 선택을 받은 자신이 이런 곳에 있지?
저 못생긴 똥노예가 감히 자신을 속인 것인가?

......

요정씨, 도와줘!

"뎃데로게~ 뎃데로게~ 신데렐라상은 어려서~ 부모님을 잃은 데숭~"
"뎃데로게~ 뎃데로게~ 계모와~ 오네챠들에게~ 구박을 받은 데숭~"

속으로 요정을 찾으면서, 자실장은 마마의 노랫소리를 기억해내었다.

"위이이이이잉!!!!!!!"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자실장은 마마의 노랫소리까지 기억했지만, 결국 실생 마지막 순간에, 입 밖으로 나온 소리는 하나였다.

"테찻!"

뒷부분이 없는 신데렐라 노래 같은 실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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