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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

 


이철웅은 올해로 34세가 되었다. 34세도 어느새 반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철웅은 올해 자신이 한 것을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이룬게 없었다. 나이는 점점 차오르지만 여자도, 돈도 없다. 부모님은 자신을 포기하신지 오래다. 자취방 월세도 몇달치가 밀려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산 책은 앞 부분만 너덜너덜해져 있다.


"..패스 패스..패스."


철웅은 휴대폰 어플로 채용공고를 검색해보았다. 철웅도 알고 있다. 자신은 나이가 너무 많다. 토익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학벌이나 지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나이에 신입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무얼 했냐고 할 것이다.


철웅은 휴대폰 액정을 보다 눈물이 맺혔다. 물론 자신을 받아주는 회사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자존감이 떨어졌다. 뭘 해도 안될거라는 염세적인 생각이 생겼다. 뭘 하려고 해도 생각이 뇌를 덮는다. 자신감이 없으니 운 좋게 면접을 간다고 하더라도 말을 더듬어 떨어진다.


"노답새끼.."


책상은 자기위로 후 처리한 휴지들이 나뒹군다. 어제 하고 치우지도 않았다. 어제는 노트북으로 배그만 했다. 공부도 전혀 되지 않았다.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거 같다. 자신은 점점 가라앉는것만 같다. 다만, 실제로 가라앉진 않는다. 돈의 압박이 자신을 옥죄어 끌어올리고 있다.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철웅은 그렇게 생각했다. 담배도 비싸서 사지 못했고 술도 이젠 질린다. 자기위로도 허무함만 남는다. 날씨가 맑은 이런 날에 밖에 나가봤자 백수라는걸 티낼 뿐이다. 철웅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돈 빌릴 구석도 없고, 돈을 빌려봤자 할 수 있는게 없기도 하고.


철웅은 옷을 대충 챙겨입고 공원으로 갔다. 철웅의 기분전환을 위해서다. 쌀쌀하지만 날씨는 맑다. 철웅이 공원에 들어가자 성체실장들이 흥미를 가진다. 철웅은 링갈을 키지도 않고 성체실장 한 마리를 데려왔다. 자취방에 들어와서야 링갈을 켰다.


"닝겐상! 너무 거친 데스! 와타시가 너무 아름다워도 거칠게 다루면 안되는데스!"
"닥쳐"


철웅은 입을 뗐다. 성체실장은 잠시 당황하다가 곧 화를 냈다. 세레브한 자신이 말하는데 대체 왜 그런 말을 하냐는 것이였다. 철웅은 자취방을 둘러보았다. 자, 뭐 부터 시작하지..


"똥닝겐! 빨리 푸드를 내놓는 데샤아아아아!!!"


철웅은 성체를 가만히 바라본다. 아주 작은 생명체가 날 보며 화를 내고 있다. 어째서지? 왜 이 생물은 나보다 작으면서 나에게 화를 내지? 왜 나한테 개기는 걸까. 약한 생물 주제에..


"데샤아아아아아!!!!!머리씨!!!머리씨는 안 되는 데샤!!!!!"


철웅은 성체의 머리를 뽑는다. 눈 앞에서 흔드니 양손으로 꼭 잡고 놓지 않으려 한다. 재밌다. 재밌어.. 철웅은 미소를 지었다.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조금 힘을 주어 뺏으니 그대로 넘어져 울음을 흘린다.


"데에엥..데에엥...머리씨를 돌려주는..뎃.."


성체가 울면서 철웅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동. 철웅은 그 모습에 자신을 겹쳐본다. 곧 갚는다고 하면서 빌렸던 돈들, 그 돈을 빌릴때 자신의 모습이다. 괜히 불쌍한척 하며 도움을 바라는 그 모습.


"역겨워.."


철웅은 표정을 구기고는 옷을 뺏어 찢는다. 눈 앞에서 옷이 찢기니 당황한 성체가 진심의 눈물을 흘린다. 순식간에 독라가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믿을 수 없었다. 성체는 운치를 질질 흘렸다. 방 안에 순식간에 운치냄새가 가득 차버렸다.


"더러워, 새끼야"


철웅은 실장석의 머리를 잡아 운치에 처박는다. 성체는 답답한듯 저항했지만 약한 실장석에겐 그런게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운치를 울면서 먹은 실장석의 모습에, 철웅은 희열을 느꼈다.


"정말 넌 약하구나.."


자신보다 확실히 약한 존재를 괴롭히는 기쁨. 직장인이라면 가까이 가지도 않는 실장석이건만, 그는 낮부터 실장석을 괴롭히고 있다. 그 모습이라면 누구든 자괴감을 느꼈겠지만, 철웅은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가 고개를 조아리는 그 모습을.


"아픈 데갸아아악!!! 그만두는 데샤!!!"


철웅은 커터칼을 들고 성체의 볼록한 배를 가른다. 피가 줄줄 터져나오고 분대와 빨간 살들이 보인다. 자신이 왜 배를 갈랐는지는 모른다. 그저 이 실장석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것 뿐이다.


"살려주는 데스우..이런 아픈 짓 그만 두는 데스우.."


피눈물을 흘리며 성체는 애원한다. 그 모습이 철웅을 더욱 더 흥분 시켰다. 철웅은 커터칼을 들고 성체를 찌른다. 팔, 다리, 얼굴에 수 많은 커터칼 자국이 남았다.


"데갸! 데갸! 그만하는 데샤아아아아!!!"


성체는 피를 질질 흘리며 절규한다. 성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투분을 한 것도 아니요, 흑발의 자를 낳자는 요구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이 인간을 자신을 괴롭히며 저렇게 즐거워 하는가?


"데..데에에.."
"더!!!더 울어!!!!


성체는 계속해서 찔렸고 점차 기력이 없어져갔다. 위석에 금이 가는게 느껴졌다. 철웅은 위석에 아무런 조취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철웅은 실장석이 조용할 수록 빨리 소리를 내라며 울었다. 그에게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의 비명을 듣고 싶은 거다. 실장석의 살을 쑤시는 것따위 즐거울리가 없다.


"인..분충..뎃.."


성체는 마지막 찌름에 파킨했다. 파킨하기 직전 목소리를 내어 철웅을 욕하며 비웃었다. 피투성이인 실장석에게 마지막으로 들은건 달콤한 비명이 아닌 자신을 비웃는 소리였다. 분노한 철웅이 실장석을 괴롭히려고 해도, 이미 그 실장석은 죽었다. 시체를 괴롭혀봤자 좋을 리가 없다.


"실장석따위가 나에게 할 말이 아냐.."


철웅은 피가 잔뜩 묻은 커터칼을 집어던졌다. 자신보다 약하고 무력한 존재에게 비웃어졌다는 것은 철웅에게 참을 수 없는 것이였다. 피범벅의 시체도, 잔뜩 지려놓은 운치도, 책상을 더럽히는 피도 전부 다 철웅이 치워야 하는 거였다.


"인분충.."


마지막으로 실장석이 한 말이 철웅의 뇌에 맴돌았다. 34세동안 모아둔 돈은 없고 빚만 있고, 토토에 빠졌던 적이 있고, 경력은 없는 자신은 실장석보다 못한 존재인 것일까? 철웅은 뒷처리를 하며 생각했다. 아니, 자신은 실장석보단 나은 존재다. 실장석같은 똥벌레보다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을 것이다.


철웅은 뒷정리를 대충 마치고 의자에 앉고 책을 폈지만, 5분도 걸리지 않아 던졌다.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집에 있다는걸 아는 집주인이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다. 시끄럽다. 머리가 아프다.


"자자.."


철웅은 모든걸 집어던졌다. 침대에 누우니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집주인의 노크 소리도, 실장석의 인분충 소리도 잠에 묻혀 사라져갔다. 일어나면, 철웅은 언제나 같은 삶을 반복할 것이다. 그 후 다시, 실장석을 찾을 것이다.


자신보다 약자를 괴롭힌다. 강자에겐 나설 수 없으니 약자를 찾는다. 그렇기에 철웅은 오늘도 실장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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