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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벅스


 

닌겐들이 공원에 하나둘씩 들고 들어왔던 커피잔에서 촉발된 실장석들의 커피 문화. 후타바 공원에도 어느새 문을 연 실장 자본주의의 상징, 운치벅스.

"어서오시는테츄"

버려진 자전거 보관소에 문을 연 운치벅스의 문이 따르릉, 하는 풍경 소리와 함께 열리자, 매니저 실장이 밝게 인사를 한다. 우아하게 마트 판촉 전단지를 몸에 두른 세레브한 성체 한 마리가 힐을 신은 닌겐 여자를 어설프게 흉내내며 발 끝으로 걸어온다. 

"무엇을 주문하시는테츄?"
"따뜻한 운치리카노 한잔 부탁하는데스"
"알겠는테치. 도토리 3알인테츄. 잘 받은테치. 잠시 기다리는테치. 나오면 부르는테치"

우아하게 한쪽 벽으로 가서 기다리기 시작하는 성체. 이윽고 매니저 실장에게 주문을 전달받은 바리스타 자실장은 묵묵히 벽 한쪽에 매달린 독라의 입에 오염된 물 한 바가지를 붓는다. 너무 오랜 시간 학대를 받아 내장기관이 완전히 손상된 독라의 입에 투입된 물은 내장을 그대로 씻어내며 불과 4초만에 총배설구를 통해 좔좔 녹색의 운치빛이 되어 쏟아져 나온다. 

숙련된 손길로 도토리 껍질을 가져가서 똥물을 받은 바리스타 자실장은 외친다.

"운치리카노 주문하신 오네챠, 나온테치"

고약하면서도 희미하게 구수한 향이 피어나는 운치리카노를 받아들고 세레브한 인상의 성체 실장석이 뒤뚱뒤뚱 걸어간다. 물론 손님들은 끝없이 들어온다. 보존식으로 남겨두었던 도토리마저 들고 오면서.



운치벅스. 운치를 먹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거나 독라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실장석들의 통념을 깬 이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은 역시나 학대파 커뮤니티 데스넷 유저들의 짓이다. 

"실장석도 중독되면 커피를 즐겨마실까?"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꽤 열광적인 유저들의 호응에 힘입어 엄청난 속도로 규모가 커졌다. 먼저 커피의 강한 향에 거부감을 느낄 실장석들을 위해, 원두 유통업에 종사하던 누군가는 독라에게 강제로 커피 원두를 먹여 운치로 뽑아냈다. 이른바 '실장 루왁'이라고나 할까.

그 향은 꽤나 지독한데, 용감히도 그걸 먹어본 그의 말에 따르면-물론 그 대가로 일주일간 장염 신세를 졌지만- 썩은 원두를 취두부와 함께 볶아 까나리젓에 섞어 마시는 느낌이라고. 



한편 누군가들은 또 실장석에게 자본주의의 개념을 가르쳤다. 우선은 공원 앞에서 도토리 3알을 가져오면 실장푸드 한 알로 바꿔주는 교환 행사로 온 공원의 실장석에게 물물교환의 개념을 가르쳤고, 도토리로 또 담요나 빈병, 비닐 등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화폐의 가치를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도토리가 없는 실장들에게는 쓰레기를 주워우면 도토리를 나눠주면서 노동이라는 개념까지 일깨웠다. 

꽤나 힘들었을 것 같은 일이지만, 의외로 반나절만에 성공했다고. 

"말 못 알아듣는 놈들은 모조리 빠루로 박살냈거든요"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누군가는 운치벅스의 로고를, 마지막으로 데스넷의 '돌하우스 학대파'(인형의 집 같은 구조물에서 실장석을 키우는 이들)들은 평소의 재주를 살려 공원 한 켠 작은 놀이터 구석에 운치벅스의 인테리어와 시스템을 완성했다. 자실장들을 주로 키우는 돌하우스 학대파들의 손길이 닿은 물건들이라 결국 운치벅스의 노동자들은 자실장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처음 그렇게 후타바 제 1공원 구석의 작은 놀이터에 첫 선을 보인 기념비적인 운치벅스 1호점은, 학대파들의 섬세한 관리-난장판을 벌이는 놈들에 대한 즉각적인 구제-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인간의 입과 코에는 치명적인 냄새지만, 운치냄새와 커피향이 오묘하게 블랜딩 되어 숙성된 운치커피의 맛은 실장석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이국적인, 꽤 매력적인 맛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련되게 꾸미고 공원에 나타났던 닌겐 암컷들이 꼭 손에 하나씩 들고 다니던 그 '검은 물'을 자신들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허영심은 실장석들을 운치벅스로 향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일일히 학대파들이 독라의 뱃 속에 커피원두를 절인 뒤 운치벅스에 제공했지만, 놀랍게도 운치벅스가 자리를 잡자 매니저 실장들은 벌어들인 도토리로 공원의 마라실장들을 이용, 커피머신으로 사용할 독라들을 잡아오기 시작했다. 독라들의 뱃 속에 절일 커피 원두 역시 카페에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 등으로 대신하여 자체생산하기 시작했다.

학대파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운치벅스의 '자급자족형 커피 브랜드 하우스'로의 변신은 데스넷에서 대단히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켰고 '올해의 업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실장석들이 입맛에 맞추어 베리에이션을 생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1호점에 자신의 천재 세레브 실장들을 아낌없이 제공한 몇몇 독지가들의 도움이 컸지만) 

운치리카노를 필두로 운치라떼, 운치모카, 운치멜 운치아또, 운치넛라떼 등 다양한 신메뉴들이 개발되었고(허나 사실 맛은 다 똥+커피 찌꺼기에 불과한 맛이다) 이러한 소식들을 접한 전국의 데스넷 유저들은 각 지역 단위별로 모임을 조직하여 동네 공원마다 운치벅스를 하나씩 설립하기 시작했다. 물론 빠루를 통한 교육도 함께.



"데에, 마마, 그것은 보존식인테츄"
"닥치는데샤! 오마에들이 도토리를 모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데스! 마마는 운치멜 운치아또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비리비리한데스!"

생각 이상의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교적 현명한 마마였던 개체들이 커피에 중독되어 보존식까지 꺼내들고 커피를 밤낮으로 사마시거나, 심지어 자를 도토리 서너개에 노예로 팔아치우는 비정한 마마들도 나타났다.

개중에는 커피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낄 줄 아는 미식 실장들도 나타났고(물론 그런 놈들은 거의 열에 아홉이 결국 인간들의 커피까지 탐내며 운치를 투척하다가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는게 대부분이었지만),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도토리가 없어 자작 하우스 커피를 만드는 녀석들도 나타났다.

"마마, 진짜 커피를 만드는 테츄카?"
"그런데스"
"마마는 정말 못하는 것이 없는테치"
"어서 그릇을 주는데스"
"여기 있는테치"
"물을 붓는데스"
"부은테치"
"끄응- 히, 힘을 주고 있는 데스"
"마마"
"히, 힘주고 있는데 말걸지 마는데스!"
"근데 이건 운치리카노가 아니라 그냥 운치물이 아닌테추카?"
"닥치는데샤!"




실장석들에 의한 운치벅스가 데스넷 회원들의 헌신적인(?) 협조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애호파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비록 학대파들이 어쩐 일로 실장석에게 커피 문화를 전달한 것까지는 좋은 일이지만, 결국 '운치벅스'라서야 똥을 먹는 비위생적인 습관이 전파될 뿐 아니겠는가!

학대파 놈들도 나서는데 우리가 가만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애호파 몇몇이 참피빈, 참앤피스, 그린 보틀 등의 다양한 브랜드로, 진짜 실장석들이 좋아할만한 고급 재료와 간식으로 만든 실장석용 커피 가게들을 잇달아 오픈했지만 애초에 학대파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분충 학살)과 치밀한 교육(이 과정에서 수천마리의 바리스타 후보생 자실장들이 처형당했다)이 있었던데 반해 애호파들의 커피숍들은 그렇지 않았다.

당연히 오픈 당일에 약탈과 똥천지가 되어버려 망해버렸다. 뭐 애초에 설령 준비를 잘하고 오픈했다고 한들, 독라와 커피찌꺼기만으로 운영이 가능한 운치벅스와 달리 콘페이토와 실장푸드, 고급 원두 등이 필요한 참피빈이나 그린 보틀 등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근데 그건 뭐인데스?"
"후타바 제 2공원의 운치벅스에서 산 도토리 껍질인데스. 단단하고 무늬가 이쁜데스"
"데에? 우리 공원에서는 안파는데스?"
"그런데스. 후타바 제 2공원에서만 살 수 있는데스"
"데히!"


운치벅스의 대성공은 학대파들에게 있어 꽤 많은 흐뭇함을 안겨주었다. 우선 도토리 결제 시스템을 통해 실장석들의 보존식을 크게 줄임으로서 겨울철 실장석들의 비참함을 한층 장절하게 만들었으며, 실장석들이 똥을 쳐먹고 다닌다는 더러움을 일반인들에게도 크게 인식시킴으로서 학대와 학살의 명분을 강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애호파들의 따라하기가 처참하게 실패한 모습들을 보며 압도적인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그러나 역시 가장 매력적인 점은, 카페인 중독으로 인해 잠들지 못해 괴로움을 호소하며 돌아다니는 실장석들의 모습을 어디서나 쉽게 보게 됨으로서 굳이 학대를 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녀석들의 고통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아닐까.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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