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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간 자실장

 



[텟츙♪텟츙♪]

[데프픗]

오늘도 친실장의 품에서 재롱을 부리는 자실장. 친실장은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기를 흐뭇하게 지켜본다. 

친실장은 건강한 자실장을 많이 낳은 이 펫숍의 에이스 출산석이었다.
비록 아직도 모유를 떼지 못하고 마마에게 응석을 부리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이번 아기도 별탈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텟츄우~텟츄우~♬]


어느덧 마마 몰래 혼자 연습했던 노래를 선보이는 자실장.

귀여운 얼굴과 뽀얀 피부, 예쁜 섬섬옥수, 고운 목소리,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서 이 아기보다 위대한 존재는 없다. 딸을 지켜보는 친실장의 마음은 사랑과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러나 자실장을 껴안고 핥아주는 친실장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못했다.  

자실장이 태어난 후로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브리더의 교육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었다.

브리더가 훈육을 모두 끝낸 자실장들은 이윽고 펫숍의 상품으로서 판매된다. 
이 펫숍에서 훈육하고 키운 실장석들은 최고급품은 아니지만 나름 가치가 있어 실장석 애호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주인님께 선택을 받아 사육실장이 되는 것, 그것은 축복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어미와 자실장의 이별을 뜻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새끼들을 떠나보낸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있다고 했던가

자실장도 마마와 작별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냥한 마마를 못보게 되는건 싫다. 조금이라도 마마와 더 오래 있고싶다. 
마마에게 괜히 걱정끼치지 않기위해 밝은 모습을 연기해왔지만 결국 재롱을 부리던 자실장의 눈가에 눈물이 핑돌았다.

결국 모녀는 서로를 끌어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자실장의 교육은 모두 끝이났고, 모녀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빠르게 주인이 결정되었다.

새 주인님이 데리러오기 전날. 모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했던 지나간 날들의 추억, 시간이 더 있었다면 함께 해보고 싶었던 것. 

내일 날이 밝으면 이별이라는게 도저히 실감나지 않았다. 

이 응석받이가 마마가 없는 곳에서 잘 적응할까, 음식이 입에 안맞아서 탈이 나는건 아닐까?
그러나 친실장은 곧 걱정을 접었다. 자실장은 영리하고 착했다. 그녀를 훈육하던 브리더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 게다가 목소리도 곱고 외모도 예쁘다. 분명 주인님의 마음에 쏙 들 것이다. 실제로 자실장은 친실장의 콩깍지가 아니라 인간(애호파)기준에서도 외모가 매우 예쁜 편에 속했다.

친실장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에 미소를 머금었다.

친실장은 실장물감을 꺼냈다. 브리더가 자실장의 창의력 개발을 위해 넣어두었던 학습용품이다. 
붉은물감으로 붓을 적시더니, 투박한 솜씨로 자실장의 턱받이에 하트 모양을 그렸다. 
   
이것은 자실장이 친실장의 새끼였다는 증표. 비록 몸은 떨어지지만 마음만은 영원히 서로를 잊지말자는 맹세였다.







다음날 아침. 어느새 잠들었던 모녀가 수조 뚜껑이 열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그리고 펫숍 점원의 손이 불쑥 들어와 자실장을 들어올렸다. 새주인이 자실장을 데리러 온 것이었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오로롱 오로롱]

울부짖는 모녀. 간밤에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막상 정말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데스데스! 데샤아아!]

제발 하루만 더, 아니 반나절만 더 같이 있게 해달라고 애걸복걸 해본다. 

점원은 사육실장이 되러 가는 것이다. 자실장에게 좋은 것이라고 달래면서 자실장을 케이지에 담았다.
케이지가 손님에게 들려 펫숍 밖으로 나갈때까지 친실장은 외쳤다

'주인님 말을 잘 들어야한다, 음식을 먹을땐 항상 감사인사를 해야한다, 주인님의 집을 어지럽히면 안된다, 몸을 항상 깨끗하게 해라. 

반드시 행복해야한다.'

이윽고 친실장의 시야에서 자실장이 안보이게 되었다.

그렇게 모녀는 이별했다.












하늘이 무심하게도, 자실장이 팔려간 곳은 외지고 낙후된 시골의 작업장이었다. 

최근에는 훈육을 잘 받아 분충성이 낮고 지능이 높은 펫숍 실장석을 사들여 노동석으로 써먹는 업주들이 늘고있다.  

그녀는 운이 나빴다. 그녀가 태어났을때부터 그녀를 점찍어둔 단골 애호파 손님이 있었지만, 재수없게도 업주가 한발 더 빨리 그녀를 사갔다.

먹이는 하루에 최하급 실장푸드 3알이 전부. 그녀를 사는데 돈을 쓸데없이 많이 썼으니 먹이값이라도 아끼겠다는 업주의 심보였다.

마마의 품에 안교 애교를 부리던 작고 귀여운 자실장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오랜 세월 고된 중노동을 하면서 실장복은 낡고 헤져 찟겨나갔다. 
백옥같은 피부는 검게 그을렸으며 자외선을 오래 쬔 덕인지 요새는 피부병까지 걸린 모양이다.
어여쁜 얼굴은 추하게 야위였고 섬섬옥수는 마른근육이 흉하게 붙어 본래의 모습을 알 수 없다.
마마를 위해 노래하던 고운 목소리는 흔적도 없고, 오랜 세월 혹사당한 탓에 목과 폐가 상해 걸걸한 목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활성제 특수처리 덕분에 보통 실장석들보다 길어진 수명을, 오직 혹사당하며 소모할 운명이었다.
  
어쩌면 오늘밤은 꿈에 마마가 나오지 않을까 
마마가 그려준 하트가 남아있는 턱받이를 보며 앞으로 두번다시 만날 수 없는 마마를 추억하는 것만이 그녀의 유일한 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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