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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주인사마. 와타시 자갉?!>
-탁!
“자로 맞고 싶다고?”

이것도 이제 질린다. 자실장 이야기할 때마다 30센치 자로 후려치는 것 말이다. 자신의 얼굴을 마구 비비는 밀키라고 이름붙인 저 사육실장도 질리고 말이다. 내가 저 녀석을 언제버릴지만 고민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오늘도 한가롭게 자실장 타령이다. 

“야. 한번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자.”
<데스.>
“니가 자꾸 자실장 이야기를 하면 내가 너를 버리고 싶겠냐. 안버리고 싶겠냐.”
<데뎃?! 와타시를 왜 버리는데스까?>
“사육실장 첫번째가 자를 가지면 안된다는 거. 안배웠어?”
<데… 배웠는데스. 하지만 주인사마는 와타시를 애.호.로 길러주는데스! 그러니 와타시의 자들도 애호로 봐주실 게 분명한데스!>
“그 애호도 이제 조금만 있으면 바닥이 날 거 같은데 말이지.”

나는 쇼파에 몸을 묻으며 생각에 빠졌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내 앞에 와서 본격적으로 졸라대기 시작한다. 자실장 이야기를 내가 꺼냈으니 이번에 허락은 받아버리겠다는 심정인가.

<와타시가 잘 키우는데스- 와타시의 자는 와타시를 닮아 세레브할 것인데스->
“너도 세레브하지는 않거든.”
<데… 데- 그래도 주인사마는 애호파인데스->
“말썽 안부리고 자실장 타령을 안하는 사육실장에 한해서만 애호한다.”
<뎃! 너무한데스!>

밀키는 내 앞에서 화내며 붕쯔거리기 시작한다. 그런 밀키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흐음… 마지막에 저녀석을 가지고 놀만한 게 뭐가 있을까.

“사육실장 교육 기억나냐?”
<뎃?! 데...데데… 기억하는데스…>

갑자기 기가 팍 죽는 밀키다. 사육실장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실장석 입장에서 엄청나게 뼈를 깎는 교육을 받아야 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만약 말이다. 내가 다른 자실장들을 데려왔을 때 하나라도 사육실장 수준을 만들 수 있으면 네가 자를 갖는 걸 도와주지.”
<데뎃?! 정말인데스까?>
“그럼.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리고 자실장이 사육실장이 되는 것도 도와줄게.”
<데프프프프프!! 주인사마가 최고인데스! 어서 자실장들을 데려오는데스! 와타시가 최고의 사육실장으로 만들어주는데스!>

콧김을 흥흥 내뿜으며 각오를 다지는 녀석이다. 하지만 본인도 최고가 아닌데 최고의 사육실장을 길러낼 수가 있겠나. 당구도 처음 배울 때 500 이상 치는 사람에게 배우라고 하지 않던가. 내가 지금도 제대로 못치는 이유를 날 처음 가르쳤던 100짜리 친구 놈에게 떠밀고서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구해올게.”
<뎃?! 지금말인데스까?>
“안될 거 있나.”

나는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을 잘 뒤져보니 실장석들이 드나들만한 구멍이 보인다. 주워온 나무로 쾅쾅 내려치니 구멍에서 실장석들이 우수수 빠져나온다.

<무...무슨읽?!>
-콱!
“너는 필요없어.”

먼저 나오는 친실장의 머리를 단숨에 꿰뚫어버리고 다음 나오는 자실장들을 상자에 하나씩 주워담는다. 흐음. 아직 좀 부족하다 싶어 두어개를 더 털어본다. 대충 되었다 싶어 상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자, 내가 데려왔다!”
<데...데에에에에엑?!>

내가 내려놓은 상자를 본 밀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상자 안에는 자실장이 있었다. 그리고 자실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렇게 자실장은 총 8마리가 있었다. 상자 안의 자실장들에게 나는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를 돌봐 줄 엄마란다.”
-테찌? -테찌! -테츙~ -테프프프프…
<데? 데? 주인사마! 너무 많은데스!>

밀키는 비명을 지르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타리를 쳐놓은 구석으로 자실장들을 가져가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밀키의 하우스를 보고 감탄하는 녀석들. 밀키는 뒤늦게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

“그럼 한번 잘 키워봐. 한마리라도 제대로 된 사육 중실장으로 키우면 얼마든지 자를 키우라고.”
<데… 데…>
“저번에 말했다시피 울타리 바깥으로는 자실장 넘어오게 하지 마라.”

넋이 나간 녀석을 뒤로하고 울타리를 닫았다. 과연 녀석은 제대로 된 사육실장을 키울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나의 흥미를 채울 수 있을까? 나는 기대감을 가지고 방으로 향했다. 밀키의 하우스는 총 4대의 IP캠이 바라보고 있고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있기에 내가 설령 놓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복기가 가능할 것이다. IP캠의 작동여부를 제대로 확인하고 잠을 청한다. 


#day1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실장석 운치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코를 잡고 울타리쪽으로 향했다. 왠지 이럴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밀키의 하우스는 사방이 운치 범벅이었다. 자실장들은 신나서 뛰놀고 있고, 밀키는 한 구석에서 넋이 나가 멍때리고 있었다. 벽에 미리 골판지를 대놓은 게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꽤 골치 아팠을거다. 나는 밀키를 톡톡 건들였다.

“야! 야!”
<데… 데… 데스? 주인사마?>
“애들 안키워?”
<...오롱...오로롱… 힘든데스! 너무 많은데스! 와타시의 말을 제대로 안듣는데샤아아아!!>

밀키는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성체나 되는 놈이 저렇게 우니까 참 귀엽지도 않고 하찮다… 밀키의 통곡에 자실장들도 놀란 눈으로 밀키를 바라보다가 초승달 눈을 하며 비웃는다. 링갈을 통해 하는 말들을 보니 가관이다.

<테프프프프… 똥노예인테찌.>
<멍청한테찌!>
<쓸모없는테찌!>

표현들이 가차없구나. 나는 밀키에게 휴지를 던져주었다. 눈물을 닦고 코를 푸는 녀석. 으. 드러워. 조금은 진정된 거 같으니까 일단 교육 팁을 던져줘야지.

“왜 많다고 울고만 있어. 솎아내면 되잖아.”
<데스?>

고개를 갸웃하는 밀키녀석이다. 반대로 자실장들은 싸해진다. 사실 이걸 노리고 대놓고 말한 것이긴 하지만. 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들실장들도 자실장이 분충이면 솎아내잖아. 사육실장 교육도 말할 것도 없고. 너도 해봐서 알 거 아냐.”
<데에… 그런데스…>
“어차피 한 마리만 제대로 키우면 돼. 한 마리만.”
<데에…>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밀키녀석이다. 반면 자실장들의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들실장 출신인만큼 솎아내기를 모르지는 않겠지. 한 마리가 나에게 와서 뭐라고 그러기 시작한다. 

<똥노예! 뭐라하는테찌! ‘마마’가 와타시타치를 솎아낼 리가 없는테찌! 똥노예야말로 무엄한테찌! ‘마마’에게 말해서 오마에를 독라달마로 만들어버리는테쨔아!!>

아까까지만 해도 쓸모없다니 똥노예라고 하더니 이제와서는 마마라고 하다니. 나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밀키에게 말을 던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설마 저런 녀석을 ‘사육실장’이라고 키우진 않겠지? 주인을 똥노예라고 부르는 저런 놈을?”
<데! 아닌데스! 솎아버려야하는데스!>
“그래그래. 그렇게 잘 키워내야 너도 자를 가질 수 있을 거 아니냐.”
<맞는데스! 와타시가 제대로 키워내는데스! 안되면 솎아내버리는데스!>

악마의 혀에서 나오는 거 같은 나의 말에 기운차게 일어나는 밀키 녀석이다. 반면 자실장들은 움찔움찔거린다. 나에게 기세좋게 소리치던 녀석도 슬슬 뒷걸음질을 쳐보지만 밀키는 녀석을 잡는다. 시범 케이스일려나?

<오마에! 감히 주인사마에게 똥노예라고 한데스까!!>
<테엣?!>
<사육실장으로서 자각이 없는데스까! 주인사마에게 똥노예라고 하는 자는 모두 분충인데샤아!!!>

항상 재미있게 보지만 자실장들은 실장석보다 훨씬 거대한 인간한테는 겁을 안내면서 자기보다 세 배정도 큰 성체에게는 겁을 먹는단 말이지. 팬티가 불룩해지고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밀키는 더 빡이 쳤는지 이제는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질러댄다.

<오마에는!! 빵콘도 한데스까!!! 사육실장으로서는 완전 빵점인데샤아아아!!!!!!>
<테쨔아아아!!! 잘못한테쨔아아!!>

자실장은 비명을 지르며 용서를 구했지만 밀키의 손에는 용서가 없었다. 옷을 찢고 머리를 뜯어버린다. 던지려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흥미롭게 보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대번에 기세가 죽는 밀키다. 아무래도 사육실장으로 곱게 길러졌으니 독라로 만드는 것까지는 어떻게 해도 솎아내는 것은 무리겠지. 나는 손을 내밀었다.

“솎아낼거면 나한테 줘.”
<데에… 여기있는데스.>

밀키는 손 안의 자실장을 나에게 건네준다. 독라가 되었던 자실장은 내 손의 온기에 기대려는듯 내 손가락에 자신의 얼굴을 마구 비벼댄다. 

<테에에엥… 와타시 독라가 되어버린테찌… 그래도 닌겐상이 와타시를 사육실장을 삼아준테찌… 분홍색 실장복 원하는테에엙…>

그리고 그런 자실장을 다른 자실장들이 보는 앞에서 손으로 쥐어 짜버렸다. 내 손가락 사이를 삐져나온 자실장의 육신이 하나둘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자실장들을 물론이거니와 밀키 또한 굳어버렸다. 자실장들 중에는 이 분위기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는지 빵콘을 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나는 물티슈로 더러워진 나의 손을 닦으며 자실장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너희들을 죽이고 살리는 건 밀키한테 달렸어. 니네는 지금 사육실장 아니다. 사육실장 ‘후보생’이지. 사육실장이 되고 싶으면 밀키의 교육을 잘 따라오는 게 좋을거야.”
<테...텟…> <테츄웅?> <테찌…>
“그리고 밀키. 너도 자실장을 낳고 싶다면 이번 기회에 엄하게 교육시키는 연습을 하는 게 좋을거다. 잘하라고.”
<아...알겠는데스.>
#day2 

첫째날의 그 소란이 있던 이후로 자실장들을 밀키에게 적어도 덤비지는 않았다. 밀키도 자신의 힘을 깨달았는지 점점 어깨가 펴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교육’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는지 밀키는 자실장들을 붙잡고 자신이 배웠던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밥을 먹기 전에는 푸드를 주시는 주인사마에게 먼저 감사인사를 올려야 하는데스.>
<주인사마가 먹기 전까지는 먹는 게 아닌데스.>

자실장들 앞에 푸드를 한 알씩 놓는 밀키. 자실장들의 몸이 들썩인다. 아무래도 들출신인만큼 먹을 것에 더 민감하겠지. 결국 참지 못한 한 녀석이 푸드를 입에 덥썩 문다. 

<테엣! 먹는테쨔아아아아!!!>
-우드드득

밀키는 사정없이 녀석의 팔을 꺾어버린다. 자실장은 덜렁거리는 팔을 붙잡고 땅바닥을 뒹군다. 옆에 있던 녀석이 빵콘을 한다. 밀키는 놓치지 않고 팔을 꺾어버린다. 

-우드드득
<테가아아아아아!!!>
<사육실장은 화장실에서만 운치를 싸는데샤!!!!>

밀키는 이를 악물고 소리친다. 다른 자실장들을 나올려는 빵콘을 억지로 참는 표정이다. 이거 참 재미있네. 자신의 팔을 잡고 소리치는 두 녀석을 제외한 5마리는 밀키의 신호에 따라 식사를 시작했다. 아니, 하려 했다. 

<나머지들은 먹는데스!>
<우마우마한테찌~>
<또 먹으면 좋겠는테찌!>
<테엥…>
<주인사마에 대한 감사는 어디다가 빼먹은데샤!>

푸드를 갉아먹던 녀석들의 면상을 밀키가 후려친다. 자실장들이 나자빠지고 갉아먹던 푸드가 나뒹군다. 밀키는 푸드를 챙겨 자실장들의 손이 닿지 않은 상자에 던져넣는다. 자실장들은 엉금엉금 기어서 밀키에게 다가갔다.

<아타시의 푸드인테찌!!!>
<배고픈테찌!!!>
<오마에들은 푸드를 먹을 자격조차 없는 분충들인데샤아!!!!>

밀키는 소리를 지르며 자신을 붙잡는 자실장들을 거칠게 떼어냈다. 하루만에 저리 되다니. 역시 실장석끼리는 권력관계의 맛을 금방 본다는 게 사실이구나. 나는 쓰던 것을 정리하고 울타리를 나오는 밀키를 맞이했다. 

“고생하네.”
<데에… 저렇게 멍청한 자들은 처음보는데스.>

악담을 늘어놓으며 내가 준 푸드를 씹어먹는 밀키였다.  

“저런 게 자실장이라고. 네가 자실장을 낳아도 다 비슷할걸?”
<데에! 아닌데스! 와타시의 자들은 와타시를 닮아 다들 똑똑할 것인데스!>
“그래? 그럼 네 자매들은 다 어찌되었지?”
<데에…>

밀키는 고개를 푹 숙였다. 뻔할 뻔자. 자매가 사육실장 확률에서 모두 살아남을 확률을 0에 가깝다. 자매 둘이 통과해 세트로 묶이면 그 값은 어마어마하게 뛴다. 그만큼 희귀하다는 뜻이다. 고개를 푹 숙인 밀키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저 녀석들을 잘 키워내면 네 자식들 중 하나정도는 사육실장으로서 키울 수 있을거다.”
<데에… 그런데스까.>
“하나정도는. 만약 잘 키워서 사육실장급을 키워낸다면 다른 애호파들에게 보낼 수도 있겠지. 그럼 네 자가 세상을 가득가득 메울거야.”
<데에에… 생각만 해도 멋진데스…>

밀키는 멍하니 천장을 보며 행복회로를 돌리나보다. 뭐 반은 사실이다. 하나 정도는 키울 수 있게 하는 거 말이다. 애호파...는 모르겠고. 애호파일수도 있고 학대파일수도 있는 게 실생 아니겠나. 하하하하.

<이럴 때가 아닌데스! 더 열심히 저 오마에들을 교육하는데스!>
“그래그래. 화이팅이다.”

밀키는 실장푸드를 대충 입에 쑤셔넣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가 목이 막힌 지 켁켁댔다. 멍청한 놈. 컵에 물을 담아주니 허겁지겁 와서 마신다. 

<데...데에… 파킨할뻔한데스…>
“멍청이.”
<데에…>
“얼렁 가기나 해. 교육시킨다면서?”
<데! 깜빡한데스!>

밀키는 자신의 머리를 치며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다. 울타리 안에서는 다시 자실장들의 비명과 밀키의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어제의 관찰결과를 정리하며 두루마리 사이트에 올린다. 과연 다음은 어떤 재미있는 일이 터질려나?









#day7

3일째와 5일째에 각각 한 놈씩 독라가 되었다. 결국 빵콘을 멈출 수 없었던 녀석과 배고픔을 참을 수 없었던 녀석이었다. 밀키는 이 독라들을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 샌드백 및 조수로 써먹으려고 정했나보다. 그리고 독라에게 대하는 태도로 자실장들을 평가하는 것도 있고 말이다. 이럴 때보면 머리가 나쁜 거 같지는 않은데…

오늘은 내가 직접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밀키는 옆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자실장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섯마리의 자실장을 내 앞에 앉혀놓고 그 앞에 하나씩 실장푸드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나에게서 먹으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자실장들은 몸을 들썩이며 인내의 시간을 보낸다.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난다. 나에게서는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참지못한 자실장 하나가 슬그머니 푸드를 집는다. 그래도 마지막 이성은 남았는지 나를 보며 감사인사를 하려한다.

<자...잘먹겠는테찌…>
“저 놈은 탈락이다.”
<데… 그런데스…실망스러운데스...>

나는 단호하게 탈락을 말했고 밀키도 받아들였다. 푸드를 집어든 자실장은 놀라 푸드를 떨어트리고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밀키는 성큼성큼 걸어가 자실장의 앞머리를 쥐어 뜯는다.

<테쨔아!>
“옆으로 비키는데스.”
<테...테에엥…>

머리가 뜯긴 녀석은 적록의 눈물을 흘리며 옆으로 비켜나온다. 움찔거리던 나머지 네 마리의 움직임이 잠잠하다. 하긴 이 꼴을 보고서 먹을 욕심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이제 슬슬 페이즈 2로 넘어가볼까.

“그럼 나머지들, 밥 먹어라.”
<<<<잘먹겠는테찌!>>>>

나의 식사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감사인사를 하고 푸드를 먹기 시작하는 녀석들이다. 그래도 밀키가 잘 가르치긴 했는 지 식사예절이 없지는 않다. 사람들이 보기 흉하게 생각하는 허겁지겁 먹는 모습도 보이질 않고 말이다. 어느새 하나를 다 먹고 아쉬운듯 쩝쩝거리는 녀석들이다. 그 중 하나가 나에게 슬그머니 다가온다.

<데… 주인사마… 하나만 더 주시면 안되는테찌?>
“안돼.”
<테… 왜인테찌?>
“안된다면 안돼.”
<테에… 테츄웅~ 닌겐상은 와타시에게 푸드를 바치는테츄융~>
“탈락.”
<텟?!>
<데에에에… 멍청한 자인데스.>

밀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첨하지 말 것. 자신이 그렇게 가르쳤는데도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이다. 물론 실장석이니 그럴 수는 있지만 사육실장은 자신의 요구를 명확히 밝히고 거절당해도 아첨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왜 탈락했는지 모르는 표정을 짓는 자실장은 밀키에게 곧 끌려나오게 되었다. 

<테쨔아아아!! 와타시의 세레브한 머리카락이!!!>
<지랄도 짠데스까.>

밀키녀석, 말이 거칠어졌는데.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그럼 페이즈 3다. 나는 얌전히 앉아있는 녀석의 팔을 잡고 다짜고짜 분질러버린다.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박살난 팔이 덜렁거렸다. 녀석은 부러진 팔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테챠아아아아!! 와타시의 손씨가!!!>
<테...테테테테테테>

그 옆에 있던 녀석이 자기도 모르게 겁에 질렸는지 빵콘해버린다. 불룩해진 팬티때문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쓰러진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 밀키도 한숨을 쉬면서 빵콘한 녀석을 끌고 나온다. 나는 남은 녀석의 팔을 분질렀고, 녀석은 이를 악물고 빵콘을 참았다. 그렇게 1차 시험을 통과한 녀석은 둘이었다. 

“흐음… 생각보다 많이 남았는걸.”
<데프프프프… 와타시가 잘 교육시켜서 그런 거 아닌데스까.>
“어련하시겠어.”

옆에서 자기만족에 빠져있는 밀키에게 비꼬듯 한마디를 날렸지만 이대로 끝나면 뭔가 재미없을 거 같다. 흐으음… 

“저 독라들은 계속 저리 냅둘거야?”
<데에… 하나만 남기면 되는데스. 나머지들은 슬픈 일을 당하건 말건 상관없는데스.>

밀키는 무심히 넘겼지만 독라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음없는 말이다. 독라들은 나에게 달려와 제각기 애교라고 날리기 시작했지만 내 눈에는 아첨일뿐이다. 밀키도 고개를 좌우로 가로젓는다.

<저러니 다 탈락하는데스.>
<테츄융~ 닌겐상. 와타시에게 메로메로되는테쮸?>
<귀여운 와타시를 보는테쮸!>
<테에에에에에!! 왜 와타시를 안보는테쨔아!!>

나는 대충 손에 잡히는 박스에 독라자실장들을 쑤셔넣었다. 박스에 들어간 자실장들은 비명을 질러댔지만 뚜껑을 닫으니 비명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건 귀찮으니 내일 가져다가 버려야지. 


#day25

1차 시험에서 남은 둘은 자매였다. 전문 브리더였다면 쾌재를 부를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팔 수도 없고 귀찮은 일이었다. 일단 밀키에게 맡겨서 키우게 했다. 일주일을 더 교육시켰지만 이제 밀키도 자신이 배웠던 것들을 다 가르쳤는지 반복만 거듭했다. 결국 이주일이 지나서 밑천이 드러난 밀키는 교육보다는 부려먹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오마에!! 왜 여기는 더러운데스까!>
<테엣?! 와타시는 치운테찌!>
<눈깔이 우지챠 눈깔인데스까?! 이것보는데스!>
<테에에에엥->

영상에서 밀키는 자실장을 갈구고 있었다. 청소가 덜 되었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영상을 돌려보니 그곳을 일부로 더럽히는 밀키가 있었다. 흐음, 진짜 못되쳐먹은 건 빨리 배운다니까. 

생각보다 잘 배운 자실장들을 써먹기 위해 먹이 배급량을 늘렸다. 성장 촉진제도 먹였다. 덕분에 쑥쑥 자라서 이제는 중실장에 근접하게 되었다. 아마 일주일만 있으면 중실장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할 건…

<데뎃? 왠 꽃씨인데스까?>
“왜 모르는 척 하실까. 그럼 그냥 버린다?”
<데뎃! 아닌데스!>

밀키는 내가 내민 꽃을 낚아채듯 받아갔다. 재빨리 몸을 돌려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밀키. 문을 닫기 전에 주변을 무섭게 휘휘 둘러본다. 자실장들이 찔끔한다.

<오마에들! 똑바로 하는데샤!!>
<텟!>
<테에…>
<뎃스->

밀키는 문을 닫고서 곧 교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진짜 실장석의 저 교성은 성대를 뜯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지만 계획을 위해서는 참아야한다. 참아야한다. 그렇게 참을 인을 새기고 있으니 밀키가 문을 열고 나온다. 자기 손에 있는 끈적해진 꽃을 자실장에게 집어던진다. 

<뎃! 버리는데스!>
<테에…>

자실장은 끈적거리는 꽃을 최대한 안만지려는듯했지만 실장석은 손가락이 없으니 울상이 되어 휴지통으로 가져간다. 거들먹거리며 집에서 나온 녀석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인사마! 이제 와타시는 마마가 될 몸인데스! 그러니 잘 먹어야 하는데스! 어서 콘페이토와 스시! 스테이크를 주시는데스!>
“...미쳤냐?”
<데샤!! 말이 말 같지 않은데스까앍?!>

나는 밀키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렸다. 쉽게 들어올려진 밀키의 초록색 두 눈에 반항심이 가득했다. 나는 녀석의 오른손을 잡고 쥐어짜듯 비틀었다. 

-우드드드득
<데갸아아아아아아아!!!>
“미쳤냐? 돌았냐? 아니면 제정신인데 죽고 싶은거냐?”
<아닌데샤!!! 와타시는 미치지 않은데갸아아아아아!!!>
“그러면 죽고 싶다는거네.”
-우드드득

나는 손을 바꿔 왼손도 비틀듯이 짜버렸다. 짜내어진 양손은 이리저리 뒤틀려서 덜렁거렸다. 나는 잡은 머리채를 놓지 않고 뺨을 톡톡 쳤다. 힘이 빠진듯한 녀석은 나를 바라보았다. 초록색으로 물든 두 눈에는 겁이 가득했다. 만족스러워진 나는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적당히 까불어. 진짜로 뒤지고 싶지 않으면. 내가 평소에 웃으면서 대해주니까 호구로 보이냐?”
<데에에에…>
“그리고 태교 잘해라. 잘하는 게 좋을거야.”

나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날려준 뒤 녀석을 대충 울타리 안으로 집어던졌다. 데각?! 소리와 함께 엎어진 녀석이다. 나는 자실장들에게 말했다.

“저녀석 팔이 다 나을때까지는 니네가 먹여줘.”
<테에… 알겠는테찌.>
<수고가 늘은테찌…>

한숨을 쉬는 녀석과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이건 너희의 재미를 위해서기도 하단다. 나는 씩 웃으며 녀석들의 수고를 빌었다. 

밀키 녀석은 내가 예상한대로였다. 팔이 부서져 낑낑대면서도 자실장에 대한 태교는 분충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아니, 왜 힘의 격차를 계속 깨우쳐줘도 자꾸 인간을 노예라고 교육시키는걸까. 

-텟데로게 데로게
-와타시의 자들은 건강하게 태어나는데스
-오마에들을 기다리고 있는데스
-오마에들이 나오면 콘페이토, 스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데스
-오마에들의 시중을 들 자실장들도 있는데스
-닌겐노예도 있는데스
-오마에들은 어서어서 건강하게 나오는데스

하, 두고보자고.


#day31 and day1 

<데갸아아아아!! 나오는데스!!>
<테스! 여기인테스!>
<조심하는테스!>
<갸아아아아!! 자들은 어서 나오는데스!! 뎃데로게~ 보에~보에~>

아주 요란이라는 요란은 혼자 다 떠네. 밀키는 배를 움켜쥐고 비명을 질러댔다. 오히려 중실장이 된 녀석들이 더 침착하게 물을 떠오고 준비를 시킨다. 밀키는 그것에 대한 감사함도 없이 녀석들을 마구 쥐어짜내며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나...나오는데스웅!!>
<텟데로게~ 마마~>
<텟데로게~ 세레브한 아타시는 스테이크를 바라는테찌~>
<텟데로게~ 안녕하신테찌~>
<텟데로게~><텟데로게~><텟데로게~><레츄웅~><레후?>

어이구 많이도 나온다. 자실장만 6마리, 하나는 엄지, 하나는 저실장이군. 중실장들이 열심히 핥아주어서 다행스럽게도 굳은 놈들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중실장들에게 콘페이토 하나씩을 주었다.

“니네가 고생이 많았네.”
<아닌테스~>
<감사한테스~>
<텟?! 콘페이토!! 아타시에게 어서 콘페이토를 바치는테찌!>

지금 막 나온 밀키의 자실장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나에게 콘페이토를 보챈다. 그 뒤로 밀키가 어기적어기적 걸어온다.

<콘페이토인데스까. 수고한 와타시에게 얼른 하나 주시는데스웅->
“...뭐 시간 끌 필요도 없이 바로 시작할까.”

나는 밀키를 번쩍들어 미리 설치해놨던 성체실장용 수조에 넣어놓았다. 단단히 고정된 수조는 성체실장의 힘으로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밀키는 자신만 옮겨진 것에 당황해 나에게 소리친다. 

<뭐인데샤!! 어서 와타시를 다시 하우스에…>
-쾅!
“닥쳐봐. 재미있는 건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내가 얼마나 지금 순간을 기다렸다고.”
<데...데에…>

밀키를 닥치게 한 나는 울타리 안을 바라보았다. 여섯 마리의 자실장들과 중실장 둘. 중실장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너희가 사육실장 교육받은 거 기억하니?”
<테… 그런테스.>
<와타시도 기억하는테스!>
“오, 잘 되었네. 그럼 이제 한번 가르쳐볼 때도 되지 않았어?”
<테스?> <테스?>
“저기 마침 괜찮은 사육실장 ‘후보생’들이 있잖아.”

나는 손가락으로 막 낳은 밀키의 자실장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중실장들의 시선이 내 손가락을 따라가다 밀키의 자실장들에게서 멈추었다가 다시 나에게로 향한다.

<테… 와타시타치가 가르치는테스?>
“잘 배웠잖아?” 
<테스… 알겠는테스! 와타시타치가 해보는테스!>

중실장들은 곧 마음을 먹고 밀키의 자실장들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허리를 폈다. 밀키는 수조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한테 뭐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눈물색이 투명하다? 

<뭐하는짓인데스! 와타시의 자들에게는 와타시가 필요한데스! 오로롱… 오로롱…>
“오, 아니야. 사육실장이 될 아이들에게 엄마는 필요가 없지. 필요한 건 선생님이야.”
<데...데에?>

밀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울타리 안을 가리켰다. 마침 중실장 하나가 밀키의 자실장 팔을 꺾어버린 참이었다. 뒤틀린 팔을 움켜쥐고 마마를 찾으며 울부짖는다. 다른 자실장들이 자기도 모르게 빵콘을 한다. 빵콘한 자실장들은 중실장들이 그들의 팔을 마구 꺾어버린다. 자신의 자실장들이 당하는 모습을 본 밀키는 더듬거리다가 수조의 벽을 치며 소리를 지른다.

<데...데...데샤아아아아아아!!! 오마에!!! 와타시의 자들에게 무슨 짓인데샤!!!!!>
“교육.”
<무슨 똥같은 소리인데샤!!! 와타시의 자들을 괴롭히는 저 오마에들을 당장 쳐죽이는데샤!! 이건 사육실장으로서의 명령인데샭아아아아?!>
“건방지게 사육실장이 명령이니 이딴 소리를 지껄이면 죽여버리는 수 밖에 없다고.”

나는 밀키의 머리를 꾹꾹 눌러대며 헛소리를 차단했다. 나야 살살 누른다고 누르는거지만 밀키 입장에서는 골이 빠개질 거 같은 압박이겠지. 삐그덕하는 느낌이 손을 타고 울리는군.

<똥닌겐!! 와타시에게 거짓말을 한데스까!! 와타시의 자들을 사육실장 시켜준다는 말은 거짓말인데스까!!!>
“훈련에 통과한 자실장들만 사육실장 시켜준다고 했지.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웃기지 마는데샤!! 사육실장인 와타시의 자들은 전부 사육실장인데샤!!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진리인데샤!!!!>
“하하. 나는 세습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란다.”

나는 뚜껑을 덮어버렸다. 이내 밀키가 하는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게 되었다. 밀키가 수조 벽을 쾅쾅 치면서 울부짖지만 나에게는 판토마임정도로만 보인다. 아, 그래도 이제 눈물이 적록으로 바뀌었구만.

#day34 and day4

-콰직
<테에… 다 못써먹을 자였는데스.>
<데갸아아아아아!!! 죽여버리는데스!! 오마에를 죽여버리는데샤아아아!!!>

밀키의 남은 자실장 하나의 머리카락이 방금 뽑혔다. 이렇게 해서 사육실장 교육에 통과한 밀키의 자실장은 0마리였다. 나는 밀키를 향해 이죽거렸다.

“아니, 들실장도 둘이나 통과한 교육을 사.육.실.장의 자실장이 하나도 통과를 못하네.”
<데...데기…데갸아아…>

적록의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나를 노려보는 밀키. 하지만 나는 어쩌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자신의 자실장이 교육받는 삼일간 밀키는 나에게서 ‘재교육’을 받았으니 이제 더 이상 소리지르는 일은 없었다. 그저 나를 노려만볼뿐. 나에 대한 분노가 담긴 눈깔이 좀 마음에 들어서 그건 냅두고 있다.

“그나저나 다 죽어버렸으니 이를 어쩐다.”
<데기… 데그르르르…>
“아, 또 낳아볼래?”

나는 꽃 하나를 들어서 밀키의 눈 앞에서 흔들다가 수조 안으로 던져넣었다. 나를 노려보던 눈이 꽃으로 향하더니 꽃을 냉큼 집고 팬티를 벗는다. 으 눈썩어. 그쪽에서 시선을 떼고 울타리 안을 정리하기로 한다. 이미 머리가 뽑히고 넋이 나간 자실장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중실장들은 그런 자실장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푸드를 먹고 있었다,

“고생했네.”
<아닌테스. 이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테스.>
<테에… 정말 수준 이하의 자실장들인테스.>
“그러게 말이지. 너희하고는 수준 차이가 꽤 크구나.”
<테프프프프…>
<그런테스!>

자실장들을 비웃으며 푸드를 씹는 중실장들이다. 나는 자실장들을 하나하나 봉투에 담는다. 테에엥거리는 자실장들. 중실장 중 하나가 궁금한지 물어본다.

<어디로 데려가는테스까?>
“버릴려고.”
<테에…>
“괜찮아. 다음 자실장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어. 심심하진 않을걸.”

나는 손가락으로 위에 있는 수조를 가리켰다. 흉물스럽게 누워서 숨을 고르는 밀키가 보였다. 중실장들을 테프프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다음 자실장들 중에서 사육실장 급의 자실장이 나올까. 나는 봉투를 묶으며 작은 기대감으로 흥분된 자신을 느꼈다. 고마워 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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