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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충의 양이란

 


오녀는 울었다. 마마는 세상의 전부였다.
마마는 쉴새없이 일했다. 해씨가 뜨면 보존식을 모으고 달씨가 뜨면 자매들을 지켰다.
먹을 게 부족할 때면, 영양가 있는 보존식은 자들에게 양보했다. 정작 마마는 운치를 진흙에 갠 것을 먹었다.
운치 바른 몸으로 입구를 막아 모기를 쫓았고, 목숨을 걸고 말벌과 싸워 집을 사수했다. 그렇게 애 쓸 때마다 만신창이가 되었던 마마는, 그래도 항상 자들에게 웃어보였다. 마마는 무적이라고 말하며.

그리고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자, 마마는 망설임없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았다.
차녀와 삼녀가 독라라며 대놓고 비웃었지만 마마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으로 자들을 감쌌다.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보온재. 오녀는 그 머리카락을 한참동안 안고 있었다.
그랬던 마마가, 상상해본 적 없는 이별을 선언하고 있었다.
이제 보존식이 별로 없으니, 이제 자신을 먹으라고 하며.

오녀가 보기에 그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과 장녀 뿐인 듯 했다.
혼자 여름에 태어났다던 장녀는, 더 적극적으로 마마를 말렸다.
“마마, 안되는 테스! 분명 다른 방법이…”
”장녀챠, 당연한 것인데스. 이대로면 보존식은 곧 다 떨어지는데스. 오마에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아는데스.
하지만 오마에들은 훌륭하게 자란 데스. 겨울이 끝나면, 마마가 없어도 될 만큼 커진데스.
마마도… 마마도 이렇게 살아남았던데스. 다른 공원으로 떠난 마마의 오네챠도, 사육실장이 된 마마의 이모토챠도…
그러니, 먹는데스. 마마는 괜찮은데스.
오마에들의 일부가 되어… 함께 살아갈 것인 데스.“

그 날 이후, 마마는 가사상태에 빠졌다. 마치 다 된 밥상이라는 듯이.
마마가 누운 채 움직이지 않자 겁쟁이 사녀는 안절부절했다.
보존식을 훔쳐먹으려다 얻어맞곤 했던 차녀는 이것이 속임수라고 생각하고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같이 쥐어 터지기 일쑤였던 멍청한 삼녀는 겁대가리 없이 마마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꼬박 반나절이 지나자 차녀와 삼녀는 마마가 걷어차고 때려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미를 뜯어먹기 시작한 것은 장녀였다. 좁은 하우스 안에 고기냄새가 가득 퍼졌다.
어미가 누운지 불과 하루만이었다.

오녀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녀는 피눈물과 함께 마마의 고기를 씹었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마마를 추억하며...


어질 양(량)

어질다, 좋다, 훌륭하다.
길하다, 바르다, 참되다.




살이 물어뜯겨도 마마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평온한 얼굴로.
더없이 평온한 그 얼굴은 영원히 잠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마마는 깨어났다. 불과 삼일만에.
이른 아침 허기 때문에 깨어난 차녀가, 마치 젖을 찾듯이 마마의 등가죽에 얼굴을 묻고 골수를 빨기 시작했을 때였다.
마마의 감겨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차녀는 사색이 된 채 뒤로 넘어졌다. 마치 오랜 꿈에서 깨어난 듯 눈을 껌벅이던 마마는, 이내 격렬히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차녀는 똥을 거하게 지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내 공포는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어미에겐 이미 저항할 팔다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군데군데 상한 몸으로 몸부림을 쳐보았자 차녀에게 해를 입힐 재간이 없었다.
“씨익… 쌔애액! 쌔애애액!”
마마는 뜯겨나간 성대로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테프픗! 꼴 좋은테치! 인과응보 테치!
와타시를 함부로 대한 벌을 받은테치! 벌을…”
마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흐르는 물에 담긴 설움, 그 무게는 차녀의 다음 말을 씻어내려 없애버렸다.
할 말을 앗아가는 방식엔 여러 가지가 있다. 차녀는 가슴의 통증을 느꼈다.
어느새 깨어난 자들도 어미의 눈물을 보았다.

마침내 먼저 따라 울기 시작한 것은 다름아닌 차녀였다.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가을에 태어났으면서, 솎아내지 않은 은혜도 모르고 떼를 쓴 자신이 잘못했노라고.
운치도 잘 가리고 동생도 괴롭히지 않을테니, 제발 돌아와달라고.

마침내 모든 자들이 어미를 안고 울기 시작했다.
온 세상이 조용한 가운데 오열하는 소리만이 적막한 겨울 새벽을 적셨다.

굶어죽지 않으려면, 자실장들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다만, 그날만은 아무도 밥을 먹지 않았다.



다른 공원에서 주운 실장을 여기 버리셨다구요? 왜요?
아니, 애초에 등록은 하셨어요?
벌금이요?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린가, 허 참…
키운다는 사람이 말이야, 5분만 검색하면 나오는 걸 대체 왜 그러셨어요?



마마의 살점이 동날 무렵 겨울이 끝났다.
성체가 된 실장들은, 다 같이 힘을 주어 얼어있던 골판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주린 배를 부여잡고 막 봄이 된 세상을 둘러보았다. 한결 따뜻해진 바람이 하우스로 밀려들어왔다.
“데… 보는데스. 꽃이 핀 데스.”
“따뜻… 데스우…”

오녀는 기억했다. 마마는 이 시기가 ‘운칫고개’라고 했다.
막 겨울이 지나 먹을 것이 없는 세상. 운치라도 먹어가며 연명해야 하는 독한 시기,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봄꽃이 만연하고 아마아마가 가득할 것이라 했다.
오녀는 의지를 품고 이를 앙다물었다. 자매들과 자신은 마마의 희생을 딛고 살아남았다.
세상 그 어느 마마보다도 훌륭한 마마.
오녀는 다짐했다. 세상 어딘가엔 그런 마마를 기억해주는 실장이 있어야만 했다.
그러니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온 세상을, 마마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자란 자들로 가득 채울것이다…

“…이모토챠들, 작별인데스. 상냥했던 오네챠들을 잊지 않을것인데스.
다들, 반드시 살아남는데스. 마마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것인데스.”
입구에 선 채 작별인사를 한 오녀는, 골판지 밖으로 힘차게 발을 디뎠다.

그러나 발이 땋에 닿는 일은 없었다.
머리채를 잡힌 오녀는 뒤로 엎어졌다. 자신의 의지때문은 아니었다.
지끈거리는 뒤통수를 부여잡은 오녀의 눈에, 자신을 내려다보는 자매들의 얼굴이 들어왔다.
영문도 모른 채 오녀가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장녀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조금 지나칠 만큼.





없다 
괜찮다 
동족이 아니다 

힘들다 괴롭다
힘이 없다 배고프다 필요하다 

가족
 ?  
가족? 
이 아니다 

없다
동족이 아니다.
먹을 것. 먹을 것. 먹을 것. 






“데흐... 히드러…떤… 데흐…
사유씨짜… 이어떠… 이.. 모미…
어째허… 그러케… 비차마게 사라떤…”

그것은 한밤중이었다. 정체 모를 속삭임에 자실장의 귀가 쫑긋거렸다.
깨어난 오녀는 한참동안 그 소리에 귀기울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것은, 며칠 전 깨어났던 마마의 목소리였다.

마마는 본래 사육실장이라고 했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공원에서 살던 때, 굶주리는 자매들과 함께 거두어주셨던 주인상이 계셨다고 했다.
마마가 자를 가졌을 때, 주인은 선택권을 주었다고도 했다. 
자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나갈 것인지. 
마마는, 죽는 한이 있어도 자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해줬었다.

걱정하는 자들에게 아니라곤 했어도, 역시 주인님이 그리웠던 걸까. 
어미의 한맺힌 말소리에 오녀 또한 목이 메는것을 느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재생이 힘든지 여전히 망가진 목으로 쌕쌕거리면서, 마마는 필사적으로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어떠케... 마마르... 머그...쑤...
분…추…들… 요서…모…하으…데흐우…
…하여하느…데흐…
오…아에…드도… 지…오게…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위석이 쿡쿡 쑤셔왔다.
오녀는 깨달았다. 눈을 데룩데룩 굴리며 저주를 내뱉는 마마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이 아는 상냥했던 마마는 없었다. 자들에게 먹혀 없어진지 오래였다.
슬픔을 억누르며 오녀는 잠에 들었다.

오녀는 다시는 마마를 입에 대지 않았다. 굳거나 썩어 자매들이 존재를 잊은 나무열매를 씹으며 배고픔을 참아냈다. 
머리털 보온재를, 추억과 함께 꼭 껴안고 지키면서.




병, 근심 양

근심하다, 속병을 앓다.
질병, 독충, 진드기의 유충.


자매들에게 무참히 뜯어먹히는 지금, 오녀는 왜 그날의 기억이 뇌리를 때리는지 알 수 없었다.
죄책감 때문일까? 어쩌면 마마가 남긴 저주가 현실이 되어서일까?
발버둥쳤지만 머릿수는 이길 수 없었다. 차녀와 삼녀가 양 팔을 붙잡고 뜯어먹는 사이, 장녀가 내장을 헤집고 있었다. 상상도 못한 격통에 몸이 뒤틀렸다.
사녀가 두개골에 이를 박는 순간, 오녀는 마지막 피눈물을 흘렸다.

춥고 괴로운 겨울을 견뎠다. 
봄이 눈 앞에 있었다. 독립까지 단 한걸음이었다...

왜 이렇게 된걸까?
어쩌면 지켜주었던 마마를 배신해서일까? 혹은 충분히 사과하지 않아서일까?
마마가 고통에 비명지를 때 손을 내밀지 않은 대가일까?
오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마마가 말한 지옥이 이곳이라는 것 뿐.


-      2011년, 실장궐기대회. 동물학자 도시아 박사 강연 中 발췌 –

본래 실장석들은 체내에 짓소산, 소위 ‘운치독’이라고 불리는 다기능 물질을 가지고 있어요.
운치 내의 고유 박테리아가 내뿜는 물질 ‘짓소산’은 실장의 빈약한 소화를 돕고, 겨울에는 부동액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부 박테리아나 기생충을 박멸하는 훌륭한 감염 방지 수단이에요. 대단하죠?
그래서 실장들은, 어떻게 보면 매우 깨끗한 동물 중 하나입니다.
몸 표면엔 병균이 좀 달라붙어 있을지 모르지만, 몸 안에는 자체 살균제가 흐르거든요.
짓소산에 적응한 동물은 온 세상에 실장석 하나라서, 다른 동물들한테 달라붙는 온갖 질병들이 실장석엔 기를 못 펴요. 
병균이 접근도 못하는 난공불락의 요새인 셈입니다.

[청중, 박수.]

그러나 생물학에선 ‘절대’라는 말이 통하지 않아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우린 답을 찾아낼 것이다, 반드시.’
이거, 모든 생물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생물들은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게 되어있어요.
어떤 기생충은, 실장석을 통해서만 번식합니다. 방법을 찾았거든요.
짓소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피막으로 무장하는 전략을 취한거죠.

[누군가 기겁하는 소리. 청중 소소한 웃음. 강연자의 웃음소리.]

네. 징그럽게 생겼죠? 이놈은 ‘실장선충 Jissou aquaticus’.입니다.
실장선충은 숙주, 그러니까 실장석의 장기에 알을 낳아요. 알은 변을 볼 때 같이 배출됩니다. 
그렇게 변을 먹은 운치굴 구더기가, 그 구더기를 먹은 들짐승이나 또다른 실장이 운반체가 됩니다. 
운반체 안에서 영양을 흡수한 기생충은, 성체의 분대에 도착했을때만 부화해요. 그리고 또다시 숙주를 만들죠.

오염된 먹이를 통해 잠입한 실장선충은, 실장의 위장에서부터 뇌간을 뚫고 뇌에 침입합니다. 
그리고 손상된 신경계의 역할을 일부 대신해요. 자기가 직접 뇌의 일부가 되는거죠.
그렇게 장기기관으로 거듭난 실장선충은 본격적 작업을 시작합니다. 호르몬을 주입해 강제로 실장의 사고체계를 뒤틀어 놓아요.
이를테면, 생존 욕구나 가족애에 대한 관념.

이게 정말 무서운거거든요.
죽는게 더 무서워져요. 가족이 좀더 애틋하게 보입니다.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감염되면, 일단 숙주 실장석들은 악독해집니다.
보통 실장석은 덜 움직여서 영양 손실을 막아요. 나무늘보처럼, 게으른 것이 전략인 셈입니다.
근데 감염된 실장은 숙주와 기생충 양자에게 영양을 공급해야 해서 게으를 여유가 없어요. 
배고픈 기생충이 끊임없이 명령을 내립니다. 야, 움직여! 더욱 필사적으로 활동해! 하고.

그래서 감염된 놈들은, 환상에 안주하는 대신 현실을 파악해요. 
밤낮으로 부지런히 쓸모 있는 물건 주워 모으고요. 음식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들짐승이나 인간에게 덤비지도 않아요.
아첨하는 대신 한 걸음이라도 더 도망칩니다. 살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 하거든요.
그랬던 놈들이 새끼를 낳고나면, 새끼를 목숨보다 아껴요. 환경이 좋지 않으면, 자신을 희생해 자들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먹을게 없어도 차마 제 새끼를 잡아먹지 못하고, 새끼를 해치려고 들면 차라리 자길 죽이라고 아우성을 치죠.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요?


[청중, 불편한 웅성거림]


물론 기생충이 사람들 보기 좋으라고 그러는 건 아닙니다. 기생충은 도덕같은거 몰라요.
숙주와 모체를 희생해서, 다음 세대의 숙주와 기생체를 살리는 자연스러운 전략일 뿐입니다.
그러나, 부수적인 효과가 있긴 하죠. 감염된 실장들은 사람한테 해꼬지당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드물거든요.

지저분한 걸 제외하면, 이것들이 일반인의 눈에 껄끄럽게 보일만한 구석은 얼마 없어요. 
굳이 꼽는다면 먹을 게 부족할 때 가장 흡수율이 좋은 먹이, 즉 다른 실장들을 먹이로 판단하고 공격한다는 점인데.
사실 동족 포식은 실장석의 종적 특징이나 마찬가지라서 큰 흠이 되지는 않아요.
다만, 주로 감염되지 않은 실장들을 노린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청중, 작은 소란]

무슨 말이 하고싶냐고요? 제 말은, 실장석 줍거나 버릴 때 조심하자 이 말입니다.
착해보이는 녀석 애지중지 키워놨더니, 멋대로 번식해버리는 -

[청중, 큰 소란]

네, 그리고 이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의심해 본적 있으신가요. 약하고 둔해서 도와줘야 사는 실장들이, 어떻게 아무 도움 없이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당신이 공원에서 보았던, 혹은 거실에서 키우고 있는 그 ‘양충’의 행동이,
진정 놈의 의지로 한 일인지.

저는 –
          
도시아 박사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야유와 계란 세례 때문이었다.
강연 영상은 크게 화제가 되었다. 실장 예방접종에 관한 수요가 늘었고, 시중에 사육실장 백신과 회충제가 보급되었다.
강연 이후, 애호파 단체의 압력에 의해 도시아 박사의 대외 강연활동이 제한되었다는 소문이 있으나, 그러한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는 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막내의 시체를 맛있게 뜯어먹은 자매들은, 이내 집의 물건을 서로 적당히 나누어 가졌다. 
아무 다툼 없이. 그리고 아무 이상함도 느끼지 못한 듯이. 
자매들은 작별인사 후 덤덤히 각자 갈 길을 걸었다. 
각자 ‘집’, ‘자들’, ‘운치굴’따위를 연신 중얼거리며, 어쩐지 어색한 걸음으로.

갓 독립해서일까, 사녀는 왠지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를 잊어버린 것 같기도 했다. 4개월 남짓한 추자의 평생동안 알고 지냈던 것은, 장녀부터 사녀까지 네 자매와 마마 뿐일텐데.
사녀는 고개를 저었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바깥 세상은 막내의 응석이 통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희생해주었던 마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아남는…

"어이 오마에! 오마에도 신참이 분명한데스. 
혹시 살 집이 없어서 고민인데스? 와타시, 복지실장이 해결해주겠는데스!"

사녀는 고개를 들었다. 친절해 보이는 작달막한 실장이, 어께에 맨 대못 끄트머리에 봉투를 매단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등 뒤에는 무슨 영문인지 어리숙해보이는 실장 몇이 줄줄이 따르고 있었다.

바깥에서 처음으로 보는 다른 실장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겁이 나지는 않았다.
사녀는 어쩐지 그 실장이 옮겨지지 않았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를 따르는 실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허나 무엇을 해야할지는 명확했다.
사녀는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창립 4년차, 두루마리 실장생태 공원.
현재 숙주 넷.

감염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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