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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실장의 사계



「데데엣…데엣스ーーーー웁!!」
우구욱
「테후ー♪」「테후ー!♪」「텟츄ーーー우!♪」

산 속 계곡에 흐르는 개울에, 지금 한 마리의 산실장이 출산의 때를 맞고있다.
한쪽 귀가 먹힌 모습이니, 이 개체를 짝귀ミミカケ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미 몇 마리의 자실장이 태어나, 테후테츄 하면서 태어나는 소리를 내면서 물 속에서 꿈틀거리고있다.

풍덩풍덩풍덩
「텟후ー웃♪」
풍덩「텟후ー웅♪」「텟츄ー웅!♪」「데엣…뎃스우ー…」

전부 6마리를 무사히 낳은 짝귀는 안도의 표정으로 새끼를 물에서 집어들어 핥기 시작한다.
4마리, 5마리를 핥고 나서, 마지막 6마리째를 손에 들더니…짝귀의 표정이 갑자기 흐려진다.

「테후ー테후ー, 텟치ーー♪」

녹색의 점액을 없앤 새끼의 하반신, 거기에는… 추한 고기막대가 붙어있다.
6마리 째의 새끼는 마라실장이었다.
잠시동안, 고뇌하는 표정으로 그 새끼를 바라보던 짝귀였지만…

「데엣스ーーー웃!」 휘익
「텟푸ーーーー웃」 첨벙

갑자기, 새끼마라를 개울을 향해 던져버렸다.

「텟후ー! 텟후ーー! 테후테후테치ーーーー!!」

물줄기에 따라 흘러가는 마라자실장…
잠시 첨벙첨벙 허우적거리지만, 이윽고 물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풍덩풍덩
꼬르륵「테푸우………」

수면 아래에 물고기 비늘의 반사광이 반짝임과 동시에 가라앉아 보이지않게 되었다.

「데스…」
복잡한 표정으로 수면을 바라보던 짝귀였지만, 마음을 다잡은듯이 남은 새끼들을 돌아보았다.
「테츄테츄테치ー」「텟츄ー우♪」「테후테후테치이ー」
태어난지 몇분 만에, 자실장은 이미 일어서 걸어다니고있다.
「데엣스ーーー!」「「「「「텟츄ー우♪」」」」」
짝귀는 아이들에게 호령을 붙이며 개울을 떠났다.
막 태어난 자실장을 노리는 것은 굶주린 동족만이 아니다.
야생동물, 특히 개과의 짐승과 까마귀 등은 새끼의 맛을 들이면 몇번이고 공격해오는 천적이다.
막 태어난 새끼는 즉시 둥지에 숨기지않으면, 순식간에 전멸하지 않을수 없는 허약한 존재이다.
짝귀는 그 사실을 잘 알고있었기에, 발이 엉키는 자실장들을 서둘러 둥지로 데려갔다.
계절은 아직 쌀쌀한 봄.
산실장의 1년, 그 가혹한 사계는 아직… 시작했을 뿐이다.



실장석은 태어나서 짧으면 2개월 정도로 성체까지 성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쓰레기 등의 인간의 남긴것을 먹는 들실장의 이야기이고, 산나물과 과일 등을 주식으로 삼는 산실장은 그 정도는 아니다.
거의 필요최저한의 영양밖에 얻지 못하는 산실장의 새끼는, 성체가 되기까지 반년 넘게 필요하다.
그 긴 성장기간에 있어, 실제는 7할 가까운 자실장이 덧없이 목숨을 떨군다.
탄생에서 1개월 정도 지난 초여름, 짝귀의 새끼도 역시 수가 줄어들어있다.

우선 1주째에, 호기심이 왕성했던 나머지 둥지에서 몰래 밖으로 나간 새끼가 잡혀먹혀 죽었다.
산실장의 콜로니에는 공동생활이라 할만한 수준의 협업이 보이는 케이스가 많다.
그렇다해도 어미의 보호가 없는 새끼가 그 자리에서 다른 동족의 먹이가 되어버린다는 점에는 도시의 실장과 차이가 없지만…
하지만 짝귀의 새끼는 동족이 아닌 여러 마리의 까마귀에 공격당해 죽은 것이다.

잔뜩 쪼여서 구멍투성이인 새끼의 사체를 앞에 두고, 짝귀는 『분부를 지키지 않는 자는 이렇게 되는데수우!』하면서 다른 새끼들을 겁주었다.
「테…테츄우ー」「테츄ー웃!」「텟츄ー우!」「테…테치이이」 덜덜 부들부들
어미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또는 무시하는 자실장은 결과적으로 오래 살지 못한다. 키우면 키우는 만큼 먹이의 낭비이다.
본능적으로 그 점을 알고있는 짝귀는, 슬픔을 참으면서 다른 새끼들에게 교훈을 전하려고 했다.
4마리의 새끼 가운데에서도, 두번째로 태어난 자실장은 특히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있었다.
몸은 다른 자실장과 비해도 크고, 가르친 것을 이해하는 능력도 높다. 자매들을 돕는 상냥함도 있다.
이 자실장을 2번이라고 부르기로하자. 마찬가지로 다른 자실장을 1번・3번・4번이라고 부르자.
2번은 어째서 자매가 죽었는지, 계속 생각했다.

…저 자는 밖을 보고싶어했다…
…그래도 마마는, 밖에는 『위험』한게 잔뜩 있으니까 나가면 안된다고 했다…
…『위험』이 무엇인지, 와타시는 왠지모르게 짐작했지만…
…저 자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까만것에 쪼여서 먹혔다…
…『위험』을 알지못하면 안돼…

자매의 무참한 주검 앞에서, 2번은 그 교훈을 확실히 기억했다.



35일째에는 3번이 사라졌다. 동료에서 떨어져 혼자 있던것을 솔개가 채어간 것이다.
어느정도 자실장이 성장하여 둥지에서 나가도 괜찮게되면 무리의 친실장들은 집단으로 식량채집에 나선다.
성장한 자실장이라해도 15cm 정도이기에 아직 단독으로는 연약하다.
그렇기에 무리에서 동시기에 태어난 자실장들은 어른이 없는 동안에는 새끼들끼리 모여 군생지rookery를 형성한다.
새끼의 집단 안에 위험에 민감한 개체가 있으면, 다소 둔한 다른 개체도 위험으로부터 도망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해도 너무 둔하면 필연적으로 적의 먹이가 되어 도태되어버린다.
3번은 기운차긴 했지만 위험에 대해 너무 둔감했다. 동료끼리 모여 둥지가 있는 산중턱 부근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 다른 자실장들을 「테프프프〜」하고 비웃고 모험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테츄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엣!!」
동료가 들은 3번의 목소리는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하늘에 휘익 하고 그림자가 지나친 순간, 자실장은 날카로운 발톱에 잡혀서 하늘 높이 끌려가버렸고… 두번 다시 둥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데ー… 데엣스…」
돌아온 짝귀는 또다시 한 마리의 새끼를 잃었다는 것을 알았다.

…동료와 함께 있으면 위험에서 도망치기 쉽다…
…동료가 공격당해도 와타시는 그 동안 도망칠수 있으니까…
…그걸 알지못했던 그 자는, 하늘을 나는 것의 먹이가 되었다. 동료와 함께있는것은 중요…

2번은 공포로 떨면서, 그 점을 확실히 깨달았다.



자실장의 탄생에서 3개월이 경과한 6월. 짝귀의 새끼들은 신장 30cm 정도로 성장해있다.

「테츄테츄〜」「텟츄ーーーー우!테츄, 테ーー엣츄」「데엣스우ー」「테치이이이ー」

친자가 사이좋게 식사를 하고있는 저녁무렵, 산실장의 콜로니에 사건이 벌어졌다.

「뎃갸아아아아아아ーーーーー 앗스!!」「데, 데스!?」「텟츄우우ーー!! 테제에에에ー엣」

한 둥지에서 갑자기 들려온 비명. 외적의 침입인가 하여 무리 전체가 긴장했다…하지만.
2번이 본 것은 기묘한 광경이었다.
움직이지 않게 된 새끼들 앞에서 주저앉아 우는 친실장.
점액투성이로 지면에 구르는 자실장들… 그 몸은 기괴하게 뒤틀려있었다.
그리고 무리의 어른들에 붙잡혀있는 한 마리의 자실장.

「텟츄우ーーーー웃! 테ーーーー엣츄!」

어째서 이런 처사를 받는지 모르겠다, 라고 외치는 그 사타구니에는 기묘한 물체가 나있었다.
마라인데스, 하고 짝귀가 중얼거리는 것을 2번은 들었다.
마라는 키우면 안된다, 그것은 이 무리의 규칙이다.
흘러들어온 마라실장이 무리를 지배하는 일은 있어도, 무리에서 태어나 자란 마라실장이라는것은 없다.
산실장의 새끼에 마라가 나있을 경우, 대부분은 짝귀가 한 것 처럼 금방 어미에 의해 죽임당한다.
성욕을 최우선으로 행동하는 마라실장은, 무리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일 뿐이기 때문이다.

「텟츄아ーーーー앗! 테츄테츄테지이이이이이ーーーー!!」
「데엣스! 데스데스ーーー」「데쟈아아아아!!」

마라자실장은 2번도 잘 아는 놀이동무였다.
어제까지도 수상한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하지만… 지금 눈 앞에서 외치고있는 새끼는, 마치 다른 인격같았다.
흉폭한 무언가에게 씌인것처럼.

와타시는 나쁘지 않은데스우, 저녀석들은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게된데스우 하고 외치고있다.

아마도 갑작스럽게 마라실장의 본능이 눈을 뜬것이리라… 본능이 시키는대로 자매를 범하여 죽게한 자실장.
어른들은 무리의 장로실장 앞에 마라자실장을 끌어냈다.
슬픈 표정으로 새끼마라를 한번 쳐다본 장로실장은…

「데스…데스데에에ー…」 어쩔수 없으니… 슬픈 일로 하는데스 하고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무리의 어른들은 손에 돌을 쥐고는 마라자실장을 향해 일제히 던졌다.

「데스ー! 데스!」「데ー엣스! 데스ー!」「데스! 데스!데에엣!!」
「테지이이이이이이ーーー잇!?테엣지야아아아아ーーーー앗!!테에에에ーーーーーーーッ」
퍼퍼퍼퍽

돌에 맞아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는 마라자실장… 필사적으로 외치지만, 멈추는 자는 아무도 없다.
2번 옆의 짝귀도 돌을 던지고있다. 그 옆얼굴은 딱딱한 무표정으로 보였다.

「테에…지이이…」
지면에 쓰러져 움찔움찔 경직하는 마라자실장에 장로실장이 다가가더니, 가슴팍에 뾰족한 돌을 대고…
「데에!」「테츄욱」 콰직
위석을 부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마라자실장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데에아아아아ーーーーー앗! 데엣즈우우우우우우우ーーーーー!!」

새끼마라를 포함하여, 모든 새끼를 잃은 친실장은 완전히 발광하여 울음을 터트렸다.
그것을 위로하는 자도 없이, 동족들은 자신의 둥지로 돌아간다.
둥지에 돌아온 2번은 지금 벌어진 일을 생각했다.

…저 자는, 자신의 자매에게 해선 안되는 일을 했다. 그러니까 슬픈 일을 당했다.
…『마라』는 위험한 것. 무리에 있어서는 안되는 것.
…자신의 아이라 하더라도.

동족이라해도 위험한 존재라 할 수 있는것에 대해, 2번은 실감했다.
죽은 마라자실장은 누구 하나 먹는 자도 없이, 그 밤 동안 개울로 옮겨져 버려졌다.
발광한 친실장은 다음날 아침, 위석이 부서져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쪽은 누군가의 위장으로 들어갔다.



약 반년이 경과한, 어느 날의 산실장 콜로니.
「데엣스ー!」「데스ー읏」「데슷」
짝귀는 두 마리의 아이들을 이끌고 식량수집에 나섰다.
살아남은 자실장, 2번과 4번은 이미 성체와 마찬가지의 사이즈까지 성장하여 짝귀의 뒤를 따라 산길을 오르고있다.
결국, 1번은 어른이 되지 못했다.
여우, 너구리, 야생동물에 잡혀먹힌 것이다.
남은 아이들은 무럭무럭 성장하였고, 짖는 소리도 새된 자실장의 그것에서 데스우 하고 확실히 울리는 소리로 되어있다.

「데ー엣…데스뎃스」「데슷」「데ー엣스」 갑자기, 짝귀가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주위에 있던 산실장들도 각자 그늘에 숨어 숨을 죽이고있다.
그 시선 끝에는…「데에ー…」 멧돼지가 있다.
코끝으로 땅을 까뒤집으며, 버섯인지 무언지를 먹고있다.

저녀석이 날뛰면 손을 댈수가 없다, 그러니까 그냥 지나치게해라.

짝귀는 작은 소리로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멧돼지는 산실장을 포식하지는 않지만, 어쩌다가 화나게라도 하면 박살나는것은 산실장 쪽이다.
다행히 멧돼지는 산실장을 눈치채지 않고 잡목림으로 달려갔다.
「데ーー엣…」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량채집을 재개하는 산실장들.
짝귀는 멧돼지가 먹다 남긴것이 없는지, 까뒤집힌 흔적을 조사하고있다.

그리고 1시간 후…
「데엣스! 데스데스!」「데엣스우ー!」
동료들이 슬슬 이 자리를 떠나려고 하고있지만, 짝귀는 집요하게 탐색을 계속하고있다.
2번은 모친에게, 여기를 떠나자고 알리지만 그녀가 움직일 기색은 없다.
4번도 그 옆에서 모친이 하는 것을 흉내내어 버섯을 두 팔로 안고있다.
「데엣스ー, 데프프☆」

위험해, 하고 2번은 생각했다.
동료들은 닝겐의 낌새가 난다고 하고있는데, 마마는 움직이려하지 않는다.
바람에 실려 들큼한 향기가 나는 연기가 떠돈다.
그것은 닝겐이 쓰는 자동차라는 물건이 내는 연기로 닝겐이 온다는 것을 알리는 증거이다.
그것을 알려준것은 마마였으면서…
2번은 안절부절 하면서 모친과 여동생을 바라보있다.

이젠 슬슬 돌아가지않으면 위험하다.
『위험』한데!

짝귀는 몇 번이나 겨울을 넘긴, 산실장으로서는 경험을 쌓은 현명한 개체였지만…
하지만 세상에는 그녀가 모르는 위험이 아직도 많이 있었다.

갑자기…「뎃갸아ーーーー악!!」 철커덕ーーーー 

마른 잎 위에 발을 들인 짝귀는, 거기에서 튀어나온 덫에 몸이 끼어 절규한다.
대나무로 된 짐승덫이 그 몸과 발을 깊숙히 파고들고, 그녀는 거기에서 도망치려고 발버둥친다.

「데에ーーーー엣! 데스우우우우ーー!?」
「뎃갸아ーーーー! 데스데스데갸아아아ーーーー앗스!!」

갑작스런 일에 놀란 4번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모친에 달려가 도우려고 하지만…

「데ー엣… 데데에에ー!?」

산실장의 힘으로는 용수철 장치의 덫을 밀어열어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
잡힌것이 몸통이어서야 잡아뜯어내고 도망칠수도 없다.
산실장 포획을 위해 만들어진, 정교한 장치이다.
지금까지 짝귀가 인간이 쓰는 덫에 대해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아는 위험한 존재는 대부분이 금속제였고, 그 존재를 감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짝귀의 자유를 빼앗고있는 것은 대나무로 만들어졌고, 거기에 주위의 흙을 발라 냄새 등의 조짐을 보이지않도록 공들인 물건이었다.

「데데ー엣스! 데스데스데엣스우ー!!」 오네쨩은 뭐하고있는데스, 빨리 마마를 돕는데스우!

필사적으로 덫을 떼어내려고 용을 쓰면서, 4번은 2번을 불렀다. 하지만 2번은 도우려고 하지않는다.

뭐하는거야, 저 아이는… 마마는 이젠 틀렸다는걸 어째서 모르는거야?
『위험』한데. 지금도 또한 『위험』하다. 닝겐은 벌써, 저기까지 와있는데도!

그녀는 계속 생각했다.

와타시는 이미 어른, 마마가 없어도 동료들에게 먹힌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옆 둥지의 아이는 자신의 어미에게 쫓겨났다. 그 어미에게 새로운 아이가 생겼기때문이다.
와타시도 장차, 자신의 아이를 가진다면 그렇게하겠지.
그래도 그 전에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건 싫어! 『위험』에서 어서 도망치지않으면!!

「데엣!」「데엣스으!?」 2번은 모친과 여동생을 남기고, 쏜살같이 도망쳐갔다.

닝겐의 낌새는 이미 그녀도 확실히 알수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다.
발걸음, 냄새, 그리고 대화소리.

그리고…「오오, 걸렸네 걸렸어. 이 시기의 산실장은 통통해서 최고라니까」

「어라, 아이도 있잖은가. 이거 일석이조구먼」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2번의 귀에, 「데에에에에ーーーーーー엣!!」 여동생의 비명이 작게 와 닿았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땅도 숲도 눈에 덮여 하얗게 얼어붙고, 차갑게 잠을 잔다.
그런 얼어붙은 산에서, 「데엣스, 데엣스ー」 한 마리의 산실장이 아직도 활동을 계속하고있다…
바로 그 2번이다.
지금은 완전히 성체가 되어, 산실장의 평균보다도 큰 몸집을 자랑하고있다.
이미 무리의 동족은 겨울의 도래에 불가피하게 동면하지 않을수 없었다.
애초에 곰같이 생리적으로 동면하는 기능을 갖춘 생물과는 다르기에, 실장석은 동면이라는 관습이 없다.
재생기능은 높지만 생명유지에 소비하는 칼로리도 무척 높은 실장은, 원래는 연중 활동하는 생물이다.
실제로 도시에서 서식하는 들실장은 인간이 버리는 쓰레기를 연중 먹을수 있기에 동면하지 않는다.
산실장이 동면의 흉내를 내는것은, 순수하게 식량사정이 연중 활동을 허락치 않는것 뿐이다.
그리고 장기간 식량을 섭취하지않고, 잠자는 채로 신체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실장석에 있어 고행이다.
만약 봄의 도래가 늦으면 재생기능의 한계를 넘겨 눈뜨지 못한 채 죽음을 맞기도 한다.
무사히 겨울을 넘겨 눈을 뜰수 있을지 여부는 상당부분 운에 따른다.
눈을 떴을때 식량을 찾으러 갈 체력이 있을지 없을지도 문제가 된다.

게다가 눈을 뜨는것이 다른 개체보다 늦으면 배고픈 동족에 의해 최초의 식사가 되어버린다.

2번 역시 그 사실을 인식하고있다.
모친인 짝귀로부터 물려받은 지식과, 그것을 이해하는 능력 덕분에 그녀는 무리의 동료보다도 위험에 잘 대처할수 있었다.

이미 충분히 몸 안에 영양을 축적했지만, 아직도 불충분하다고 그녀는 느끼고있다.
눈을 떴을때에 금방 먹을수 있는 것이 있다면, 춥지 않은 시기가 왔을 때에 도움이 된다.
동료들은 눈 아래에 묻힌 먹을것을 찾지못해 포기해버렸지만 와타시는 다르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기억해두기만 하면 된다.
눈을 팔 나뭇가지도 제대로 준비하고있다.

데프프프 웃으면서 2번은 눈덮인 산의 능선을 오르고있다.
그녀는 분명히 똑똑했다.
아마도 실장석으로서는, 기대할수 있는 최고의 지능을 가지고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경험이 부족했다.
아니, 지식에 대한 겸허한 자세가 결여되어있다.

단독행동이 위험하다는 지식은, 자실장 시절에 이미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체가 되자 그 지식을 가볍게 여기고있는 것이다.

이전에 그녀가 외적으로부터 도망칠수 있었던 이유는 대신 당해주는 동족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성체가 되어 자실장과 비교해 격이 다른 체력과 행동력을 얻은 2번은 그 사실을 경시하고 단독행동을 하게되어버렸다.

결국 그것이… 그녀의 목숨을 재촉하였다.

「데엣스!뎃스스우ー♪」 산의 능선에 새의 사체를 발견하고, 2번은 무심코 발을 멈추었다.

스코프 안에서 조준이 서서히 2번의 모습에 겹쳐지고, 그리고…

「…데깃!?」 갑자기… 2번은 몸을 꿰뚫는 충격과 격통에 신음했다. 살그머니, 그 자리에 손을 대보자…
「데에엣!?」 몸통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 체액이 멈추지않고 흘러나오고, 의식이 멀어진다.

왜, 어째서?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아파, 아파 아파! 어째서 이런 일이, 어째서!!
멀리서 타앙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미 2번은 그 소리와 격통의 관련을 생각할 힘이 없었다.

「데엣…갸아아아아아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악 !!」

절규와 함께… 2번은 눈이 쌓인 경사를 굴러떨어졌다…

「오오, 맞았구먼. 역시 영감은 명인이랑께」
「산탄총 35년, 라이플 20년, 산실장 쏘기는 40년이나 했응께, 경력이 다른기라」

2번을 쏘아 쓰러뜨린 사냥꾼은, 만족스러운듯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겨울은 점점 지독함을 더하고 있다. 유례없이 쏟아져내리는 눈은 산도 들도 하얀 묵직함으로 덮어간다.
대체 몇 마리의 산실장이 얼어붙은 계절을 살아남을수 있을것인가… 그것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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