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아래 그 공원은 오늘도 실장석들이 데스 데스 거리는 소란으로 넘친다.
과거에는 진달래의 명소로 알려진 넓은 공원이었지만,
10년 전부터 실장석의 대번식에 삼켜져 인근 주민이 별로 가까이하지 않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이미 진달래 꽃은 한물가서, 약간 남은 꽃의 꿀을 노리고 공원내의 실장석들이 모여 있다.
그 중에 한쌍의 친자 실장석이 있다.
친실장은 아까부터 같은 꽃을 입으로 츄우츄우 빨면서
성체 실장 밖에 따지 못하는 높이의 꽃을 찾아내서는 확 뜯어 발밑의 자실장들에게 뿌리고 있다.
『이제 거의 꽃이 남아 있지 않은 데스. 2,3일 전까지도 많았던 데스우. 』
『더 빨리 이런 달콤한 것이 있는 걸 알았으면 나와 자들만 와서 전부 먹을 수 있었는데, 다른 놈들은 식탐을 부린 놈들 데스우.』
사육실장 중에서는 몇년씩 사는 놈도 있지만 들실장은 웬만한 행운과 지혜가 없으면 1년 이상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 공원에서는 최근 몇 년동안 그런 운좋은 실장석을 배출하지 않았다.
따라서, 진달래 꿀맛은 친실장로부터 자실장에게 전승되는 일 없이 매년 실장석들에게 "우연히" 발견될 뿐이다.
대개의 경우 배가 고파 무엇이든지 입에 넣는 자실장이
꽃마다 돌아다니며 우적 우적 먹다가 달콤하다며 법석을 떨면 공원의 실장석들에게 소문이 퍼진다.
그러면, 실장석들이 일제히 진달래가 심어진 곳에 몰려가고,
무수히 핀 진달래 꽃은 자실장의 손이 닿는까지 없어져 간다.
결국은 성체 실장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이의 꽃만 남고 진달래의 계절이 끝난다.
이 사이는 약 2,3일.
이것이 매년의 패턴이다.
친실장의 발밑에서는 9마리의 자실장이
『 텟츄ー웅 ♪ 』
『 마마 빨리 따는 테치!!』
『 배고픈 테츄!』
『 마마!! 오네에짱이 와타치의 진달래 가로챈 테츄!!』
하고 떠들고 있다.
진달래 꽃은 좀처럼 자실장이 있는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 친실장의 손이 닿는 곳에도 이제 없다.
친실장이 한번 빤 꽃은 맛이 없지만, 미련을 갖고 입에 물고 있을 뿐이다.
찾기도 귀찮아 진다.
옆에 있는 다른 가족을 보면 친실장이 자신의 자를 꽃에 던져 꽃을 꺾으려 하고 있다.
보고 있으니, 내팽개쳐진 자실장이 가지에 박히고,
친실장은 울면서 자를 회수하려고 뛰고 있다.
아, 자실장의 몸이 찢어졌다. 저건 안 된다.
낮이 육박한다. 햇빛이 강해지고. 오늘도 덥겠다.
발밑의 자들을 보니 땀을 흘리며 떠들고 있다.
큰 머리를 계속 쳐들고 있어서 혈류가 나빠졌는지
『머리 아픈 테치 』
하고 떨면서 엎어져 있는 자도 있다.
아쉽지만, 딸 수 있는 꽃은 다 땄다.
이쯤에서 나무 그늘의 집에 가지 않으면 몸에 나쁠 것 같다.
『자, 오늘은 끝 뎃스ー. 집에 돌아가는 뎃스ー!!』
친실장은 자실장에게 선언한다.
『마마! 와타치에게는 진달래 오지 않은 데치!!』
『배 꼬르륵 하는 테츄!』
『아직 위에 더 있는 테츄-!』
자실장들은 일제히 항의하지만,
『이제 집에 가는 뎃스ー. 따라오지 않는 자는 두는 뎃스ー. 』
벌써 꽃은 없기에 내일 와도 안되는 걸 설명해도 이야기가 길어질 뿐이고,
9마리나 상대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진저리가 나서
친실장은 항의에 귀을 기울이지 않고 열심히 먼저 걷는다.
『마마! 기다리는 테치!!』
『두고 가지 마는 테치 −!!』
친실장로부터 떨어진 자실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안 배워도 본능으로 알고 있다.
자실장들은 황급히 친실장의 뒤를 따라간다.
아득히 진달래 꽃에 끝까지 미련을 두고 보던 자실장은
자기 주위에 자매가 남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반쯤 울면서 뒤쫓기 시작한다.
『마마! 마마 −!!』
그리고 보도 옆의 배수구 덮개를 비스듬히 달려 지나가려 한다.
그 배수구 덮개는 좁고 기다란 금속판을 40개 정도를 세워서 격자꼴로 용접한 것으로 판사이에는 3㎝ 간격이 있다.
울먹이는 자실장은 여기에서 먼저 오른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고,
왼발도 발을 헛디뎌 금속판에 사타구니를 부딪친다.
금속판에 걸려 배수구에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아프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소리내서 울어버리지만,
울음을 받아 줄 친실장은 꽤 먼곳에서 열심히 걷고 있다.
버려지면 막막하다고 생각해 오른발, 왼발을 격자으로부터 뽑아 냈지만
오른쪽 신발이 그 순간에 벗겨져 배수구로 떨어져 간다.
『 마마 −! 기다리는 테치 − 사타구니 아픈 테치 −! 구두 잃은 테치 −! 마마! 마마 −!!』
한쪽 맨발의 자실장은 울면서 친실장을 뒤쫓아 달려간다.
실장석 친자의 골판지 하우스는 나무 밑에 있다.
형상으로서는 골판지 상자의 열린 쪽을 위로 둔 가장 간단한 집이지만,
약간의 비라면 나뭇잎이 지붕 대신이 된다.
큰비가 내리면 물바다가 되고, 저녁때 저녁 햇볕이 작렬해 덥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실장이 멋대로 밖에 나가지 못한다는 이점도 있다.
9마리의 자를 데리고 힘든 친실장에게는 이 점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집에 도착하면 친실장은 먼저 자신이 집에 들어가 상반신을 내밀고 자를 1마리씩 안아 넣는다.
『마마! 와타치를 집에 넣는 테치!!』
『다음은 와타치!! 와타치!!』
9마리의 자를 집에 들이려면 상당한 일이지만, 친실장은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뎃?』
자를 안아 올린 친실장의 손이 멈췄다.
지금 안고 있는 자, 뭔가 다른 점이 있다.
훑듯이 자를 바라본다.
신발이 한쪽 없는...
겨우 친실장의 주의가 자신에게 향한 것에 자실장은 조금 만족하고
『마마, 구두가 없는 테치』
하며 마치 자랑 같은 말투로 자신의 상황을 말한다.
『신발 어떻게 한 데스?』
친실장이 묻는다.
자실장은 서툰 어조로 배수구에 구두를 떨어뜨린 전말을 말한다.
『마마, 구두 꺼내주는 테치!!』
『데,...』
낮은 목소리를 내며 친실장은 자실장을 가만히 바라본 채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친실장은 탁 그 자실장을 집 밖에 두고 다음 자를 안고 집에 넣는다.
구두 없는 자실장은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그 자실장은 친실장에 응석을 너무 부리는 편이었다.
마마는 나머지 자매를 집에 넣으면 꼭 함께 신발을 찾아다 주리라.
기다리는 동안 자실장은
『마마 구두 꺼낸 테치, ♪ 구두 꺼내는 테치, 사타구니 아직 조금 아픈 테치, ♪』
하고 즐겁게 작은 목소리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머지 자를 집에 들인 뒤 친실장은 신발 없는 아이 실장을 보며 약간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마마는 가르친 데스. 너희들의 신체, 옷은 마마가 준 것 데스. 두번 다시 같은 것은 못주는 데스.
그래서 너희들은 신체나 옷을 소중히 하라고 한데스. 』
『구두를 잃는 자는 나의 자는 아닌데스!! 어디론가 가 버리는 데스!!』
하고 차갑게 말한다.
갑작스런 의절 선언에 아연하는 구두 없는 자실장.
한동안 입을 오물오물 하고 있다가 눈물을 흘리며
『마마 −!! 마마 −! 싫은테치 −! 구두 찾아주는 테치 −! 마마! 집에 넣어 주는 테치, 마마 −!!』
『티에에에에 − 엥! 마마 −!!』
뒤집혀서 발장구를 치며 큰소리로 운다.
이 시점에서, 자실장은 아직 친실장을 마음 속으로 믿었다.
이렇게 날뛰면 꼭 마마는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언제나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이라고.
퍽-
자실장의 머리에 뭔가 맞았다.
마마의 손이 틀림없다고 기대해썬 자실장은 자기를 때린 것을 집어 확인해 보고 생각이 멈춰 버렸다.
똥이다.
친실장 쪽을 보니 골판지 하우스에서 친실장이 상반신을 내밀고,
골판지 하우스의 구석에 쌓여 있는 자매의 똥을 던지고 있다.
『집 근처에서 큰소리 치지 마는 데슷! 썩 꺼지는데스!! 이 쓰레기!!』
귀신의 형상이었다.
친절한 마마에게 미움 받았다.
외적으로부터 지켜 주고, 식사를 주고 자장가를 불러준 성모 같은 마마에 존재가 전부 사라졌다.
부릿- 부릿-
자실장은 크게 빵콘 한다.
감정의 억제가 되지 않고, 기분이 나빠져 그 자리에서 토한다.
퍽! 퍽! 똥은 가차 없이 날아온다.
자실장은
『마마 −!!』
하고 친실장에게 애원하려 했으나 얼굴에 똥이 명중되어 쓰러진다.
『테에에에에-엥!』
자실장은 달리기 시작한다.
여기에 있을 수 없다, 여기에는 있고 싶지 않다.
자실장은 집을 등지고 질주한다.
친실장은 자실장의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보고 긴 한숨을 내쉬면서 골판지 하우스 안으로 허리를 숙인다.
사실 옷이나 머리가 없는 것에 비하면 신발이 없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
공원에 있는 다른 실장석중에도 신발 없는 경우를 가끔 본다.
저 자는 자들 중에서 가장 성장이 늦고 나빴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가르쳤는데도 기억을 못 해.
뭔가 시켜도 언제든지 늦어.
골판지 하우스 안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끝까지 똥을 뿌리던 것도 저 자였다.
그 배수구에 구두를 잃어버리면 성체 실장이라도 꺼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평생 저 자는 신발 없이 살게 될 것이다.
그래, 이 친실장은 아까 "솎아내기"라는 이름의 벌을 준 것이다.
9마리나 자를 데리고 있어서는 식량 조달도 힘들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달이 나쁜 자의 경솔한 행동은 가족 모두를 위험에 노출할 수 있다.
슬슬 선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신발을 잃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마침 좋은 기회였다.
다른 자에 대한 교육도 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선별한 자는 그 친실장이 죽이는데
이 친실장은 선별 대상을 고르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제 자식에게 직접 손을 댈 배짱은 없었다.
자실장을 내보내서 다른 실장석이 죽이게 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선별은 간단한 데스. 』
친실장는 혼잣말을 하면 또 한숨을 내쉰다.
골판지 하우스 안에서는 8마리의 자실장이
골판지의 벽 너머로 구두를 잃어버린 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 했지만
친실장의 눈치를 보며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실장들의 근심 어린 얼굴을 본 친실장은
『너희들, 옷을 아끼지 않으면, 그 자처럼 혼자 멀리 보내는 데스. 안 데스?
오늘도 더운 데스. 저녁때 시원해 질 때까지 낮잠 자는 데스!』
라고 말한다.
먼 곳은 어디인가, 자실장들은 듣고 싶었지만, 지금의 친실장에게는 그것을 묻지 못할 위압감이 있다.
떠들다가 마마의 비위를 건드리기 보다는 얌전하게 따르는 것이 좋아 보여서
자실장들은 잠자코 친실장과 마찬가지로 누워서 눈을 감는다.
『테에에에에-엥!』
자실장은 달리고 있다.
달리면서 혼란한 머리로 생각한다.
마마에게 미움 받았어.
신발을 잃어버려서.
그 구두가 없는 때문이다.
그 구두가 나빠서이다.
못된 신발을 되찾으면 마마는 용서해 준다.
구두가 있으면 집에 돌아가.
구두가 있은들 버려진 자가 집에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자실장의 머릿속에서는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
목표는 정해졌다.
구두를 떨어뜨린 배수구 뚜껑.
친실장로부터 떨어진 자실장은 다른 실장석에 발견되는 대로 먹이가 되는데, 이 경우는 사정이 달르다.
자실장의 머리에는 친실장에서 내던진 똥이 덕지덕지 발려 있고, 앞은 토사물 투성이.
공원의 실장석은 달리고 있는 자실장에 눈이 멈추지만 달리는 오물을 먹을 생각은 들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두고 비웃는다.
공교롭게도 친실장이 자실장을 다른 실장석 손을 빌려 처리하기 위해 던진 똥이 지금 자실장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구두를 떨어뜨린 배수구 뚜껑에 도착한 자실장은 엎드려 배수구 속을 응시한다.
어둡다.
배수구의 어딘에나 물이 고여 있다.
눈을 돌리다 보니 낯익은 비취색이 눈에 들어온다.
있다! 물에 떠 있는 둥글게 된 휴지 위에 구두가 떨어져 있다.
배수구 뚜껑에서 휴지까지 20센치.
키 10cm안팎 자실장에게는 어떻게도 안 되는 높이지만 혼란한 자실장의 머릿속에서는 곧 손이 닿을 높이 같다.
배수구 뚜겅의 금속판 사이에서 팔을 뻗어 본다.
어깨까지 넣고 손을 핀다.
그것도 모자라서 머리도 쑤셔 넣고 팔을 뻗는다.
그 때였다. 똥묻은 머리가 3cm 남짓한 판자와 판자의 틈새에 스르륵 빠져 버렸다.
자실장의 머리 직경은 3cm이상 이지만,
자실장의 뼈가 부드러운 것과 똥이 윤활제 역할을 해서 체중이 걸리자 빠져 버린 것이다.
아무리 뼈가 부드럽다고 해도 역시 뼈가 납작해지니 너무 아프다.
『테치! 아픈 테치 − 마마 −! 도와주는 테치!! 테에에에에엥! 마마 −!!』
거꾸로 된 상태에서 자실장은 발버둥을 치면서 괴로워한다.
발을 버둥거리던 자실장의 뒤에서 위기가 닥쳐온다.
광장에서 오던 성체 실장이 자실장을 봤다.
『뎃스ー!♪ 오늘 간식 발견 뎃스ー. 친실장이 옆에 없는 데스. 오늘은 재수 좋은 데스! 당장 먹는 뎃스ー♪』
성체 실장 위치에서는 자실장이 똥투성이, 토사물 투성이지 알수 없다.
기묘한 자실장이 곤두서서 놀고 있는 것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성체 실장은 뜻밖의 행운을 너무 떠들어대고 있다.
하지도 못한 스킵으로 다가와 자실장을 잡으려고 몸을 구부리는 바람에
과중한 머리가 방해가 되어 자실장의 위에 나가떨어졌다.
『떼!? 테치 −! 테에에에에엥!』
위에서 찍힌 자실장은 격자 판에 왼손의 살덩어리가 몽땅 찍혔지만
격자를 뚫고 아래의 휴지에 떨어졌다가, 바운스 해서 물에 빠진다.
『테에에에에-앵! 빠진 텟치ー!!』
물 속에서 날뛰던 자실장은 발이 바닥에 닿은 걸 눈치 채자 조금 진정한다.
물은 가슴 정도 높이까지 밖에 없다.
떠 있는 휴지 끝을 잡고 몸을 쉬면서 위를 올려다 본다.
격자 뚜껑 위에서는 얼굴에 몇 갈래 줄을 만든 실장석이 분한 듯이 자실장을 노려보고 있다.
성체 실장 크기에서 격자 사이로는 손 끝조차 통하지 않는다.
홧김에 자갈을 몇개 차 넣은 성체 실장은
『푸푸 어차피 거기에서 나올 수 없는 데스!』
하고 조소하고 떠나 간다.
무슨 일인지 자실장은 모른다.
어쨌거나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알게 된다.
구두, 신발은 어디?라고 휴지 위를 보면 아직 그곳에 신발이 있다.
손을 뻗어 잡으려다 때 왼손의 뼈가 보이자 자실장은 겨우 깨닫는다.
『테- 테에에에에에에엥! 아픈 테치!! 팔이 아픈 테치!!』
오늘 몇번째의 통곡인가? 자실장은 또 울음을 터뜨린다.
몇시간이 지났다.
눈물도 말라 버렸다.
팔은 아프지만 얇은 피부가 재생되어 상처를 막고 있다.
옷을 입은 채 몸에 묻은 똥, 토사물을 물로 헹구고,
휴지에 기어올라 구두를 신고, 자실장은 출구를 찾기 시작한다.
20cm 위에는 배수구의 격자 뚜껑.
거기는 밝다.
올라가는 발판 따위는 없다.
좌우는 어두운 터널.
모두 10미터 정도 앞에는 윗쪽이 밝아지고 있으므로,
가슴까지 물에 담그면서 가 봤지만 거기도 격자 뚜껑이 있을 뿐 상황은 마찬가지.
갇힌 게 명백하다.
원래 격자 뚜껑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휴지에 기어오른다.
『마마 −!! 마마 −! 도와 주는 테치 −! 구두 찾은 테치 −! 마마! 마마 −!! 대답 하는 테치-!! 돌아가고 싶은 테-치!』
하고 목청껏 울먹이는 소리로 외쳐도 격자 뚜껑 위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광장에는 자실장의 외침이 간신히 도착했는데 어디서 들릴지 모르는 배수구 속을 들여다보는 유별난 실장석은 없다.
목소리가 그친 것은 밤도 깊고 나서였다.
그리고 2일 지났다.
자실장은 휴지 위에 있다.
『배고픈 테치ー 마마 빨리 오는 테치...』
오늘도 또 마마가 마중 나온 환상을 보았다.
『마마 −! 구두 찾은 테치 −! 데려가는 테치 −! 마마 −!!』
꿈속의 마마는 상냥히 자실장을 안고
『잘한 데스. 너는 나의 자랑데스! 같이 집에 돌아가 밥을 먹는데 스. 』
라고 속삭인다. 그 뒤에서는 자매들이 상냥하게 자실장에게 오고 있었다.
더 어리광 부리려고 발을 내딛다가 자실장은 몇번이나 물로 떨어졌다.
정신을 차려 보면 언제나 혼자다.
격자 뚜껑의 근처에서 뭔가 움직이는 기색이 들면 기력을 다해
『도와주는 테치 −! 테치 −! 마마 −!!』
하고 울었지만 어제도 오늘도 허사다.
석양이 배수구로 길게 꽂힌 시점, 격자 뚜껑 근처에서 뭔가 큰 소리가 났다.
자실장은
『테치 −! 테치 −!!!』
하고 떠든다.
갑자기, 격자 뚜껑 위에 뚜껑의 절반 정도 있는 큰 얼굴이 나타나 안을 들여다본다.
자실장은 기겁을 하고 주저앉는다.
내려다 보는 남자는 시의 의뢰를 받고 공원의 수풀관리를 하러 온 조경업자 가운데 한명이었다.
그 초로의 남자는 오늘 작업을 앞으로 1시간 정도에 마칠까 생각하고 있을 때,
자실장의 울음 소리를 들은 것이다.
남자는 실장 링갈을 갖지는 않았지만 자실장의 목소리에 애원하는 울림을 느낀다.
조경업자는 화초의 손질이 주업무로 실장석의 상대가 아니다.
올해도 진달래 꽃을 서리 당한 것은 아쉬웠지만 일단 만개 후였고,
이런 작은 자실장에 그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
『어떻게 들어갔어, 이 꼬마. 정말 어린애 같은 것은 어디든지 들어가 버리는 구나.』
배수 뚜껑을 들어 올리고, 쓰레기 가위로 자실장의 뒷머리를 잡고 다치지 않도록 다정하게 보도에 둔다.
『이봐, 어디든지 가라고. 』
며칠 전 첫 손자를 본 이 남자는 작은 목숨을 구한 것에 좋은 기분이 든다.
『테칫?』
보도에 놓인 자실장은 또 영문을 모르고 주저앉았지만,
어쨌든 어두운 배수구에서 살아난 것만큼은 확신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배수구와 다른 넓은 경치.
현기증을 느껴서 쓰러질 지경이 된다.
인간을 보면 허리를 굽혀 배수 뚜껑을 끼우고 있다.
도망 치려면 지금이다.
자신의 십 몇배나 되는 큰 생물과는 엮이고 싶지 않다.
노을 속으로 아장 아장, 테치테치 뛴다.
목표는 우리 집.
그리운 골판지 하우스에 도착해서 집 앞에서 목청껏 소리 지른다.
『마마 −!! 마마 −! 돌아온 테치 −! 구두도 찾은 테치 −! 마마 −!! 집에 넣어주는 테치!!』
하고 고함쳤다.
이 시간이면 마마는 낮잠에서 깨어날 때,
큰 소리로 불러 일으키지 않으면 안된다.
마마는 당장 깨어날 거야.
많이 어리광 부리고 싶어.
배도 고프니까 잔뜩 밥도 받고 싶다.
『마마 −!! 일어나는 테치 −! 배 고픈 테치 −! 아직 화난 테치?! 구두라면 찾아온 테치 −!』
자실장은 참지 못하고 벽을 향해 주저앉아, 발로 팍!팍! 차며 외친다.
굶고, 팔에 큰 부상을 입었는데 잘도 여기까지 체력이 솟아나는 것이다.
사각-
운동화가 땅을 밟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린다.
소리를 내는 자실장의 뒤에 젊은 남자가 다가온다.
자실장은 항상 친실장으로부터 집 근처에서 소리를 내지 말라고 배우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잊고 야단을 하다 최대의 적 "인간"을 불러들여 버린 것이다.
자실장의 바로 뒤에 사나이가 서도, 떠드는 자실장은 모른다.
남자는 이 광경을 잠시 쳐다본 뒤 주머니에서 실장 링갈을 꺼내 바라본다.
『마마 −!!』
『와타시 넣어주는 테치!!』
『돌아온 테치 −!』
하고 무수한 외침이 표시되고 있다.
남자는
『그 소망 이루어 줄게. 』
라고 중얼거리며 자실장을 잡아 골판지 하우스의 구석에 넣고 떠난다.
자실장은 멍하니 있었다.
아마 집 앞에 있었을 텐데 갑자기 골판지의 바닥 위에 앉아 집안에서 골판지의 벽을 바라보고 있다.
틀림없이 이번은 집안이다.
자실장은 정말 남자가 넣어준 것을 모른다.
이건 꼭 마마가 얼싸안고 넣어 준 것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마마! 너무 어리광 부리고 싶어.
배도 고팠다.
마마의 가슴에 뛰어들어서, 자실장은 집안을 돌아본다.
가족은 거기에 있다.
모두 조용히 죽어 있다.
마마의 눈은 하얗게 안와에서 떨어져 있다.
혀를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입에는 파리가 몇마리씩 드나들고 있다.
괴로워하고 몸부림치다 죽은 것일까?
자매 몇마리는 마마의 몸 아래 짓눌려 있다.
언니는 마지막 순간에 시달리다 탈분했는지, 하반신을 똥에 파묻고 죽어 있다.
물접시에는 2마리의 자실장이 물에 얼굴을 쳐박은 채 숨져 있다.
자실장이 쫓겨난 다음날,
시의 의뢰를 받은 구제 업자가 공원 내에 지효성의 실장 코로리를 많이 뿌린 것이다.
다른 실장석이 떨어져 있던 별사탕을 태연히 먹고도 별 탈이 없는 기색이어서,
친실장은 안심하고 가져가 8마리의 자들과 나눠 먹었다.
비극은 밤중에 일어났다.
자실장이 시달리던 중, 달빛 아래에서 친실장이 오로-오로-하고 간호하다가 자기도 독이 돌아 죽었다.
공원의 다른 골판지 하우스에서도,
수풀 속에서도,
공중 화장실에서도
그런 비극이 일어나고 있었다.
구두를 잃어버린 자실장의 귀에는 그 밤 공원 내에서 일어난 비명과 오열이 들리지 않았다.
배수구의 휴지 위에서 지쳐서 자고 있었기 때문.
만약 이 자실장이 주의 깊은 성격이라면,
배수구에서 나와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다른 실장석을 보지 못한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공원 여기저기에서 들리던 데스- 데스- 하는 동족의 소리가 안 들리는 걸 수상쩍게 생각했을 것이다.
자실장은 갑작스러운 풍경에 우는 것도 잊고 떨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배수구 안에서 자실장의 소망은 집에 가서 가족과 다시 만나는 것이었다.
그 희망은 지금 이루어 졌다.
이 자실장은 남겨진 짧은 생을 그리운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보낼 것이다.
정적에 찬 밤의 어둠이 공원을 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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