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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공원에 가니 어디선가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소리 쪽으로 걸음을 옮겨 수풀을 헤치며 가봤더니,
망가져서 걸레짝이 된 골판지 하우스 앞에 두들겨 맞고 고깃덩이가 된, 아마도 친실장이었던 물체에 자실장 한 마리가 매달려서 울고 있었다.
주위는 상태가 심하다. 곳곳에 실장석의 피와 살점이 흩뿌려져 있고, 골판지 하우스 안에 있었을 것 같은 헌 수건이나 신문지, 나무 열매, 음식물 쓰레기 등이 흩어져있었다.
학대파에게 당했구나. 장소와 살점이 많은 것으로 보아 친실장은 자가 많고 제법 영리한 실장석이었을 것이다. 흩어져 있는 식량이나 방한 재료도 양이 꽤 되어서 월동 준비도 만전이었던 모양이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자실장 한 마리만 살아남아버린 것 같다. 어라, 살아남은 것은 한 마리뿐이 아니다. 잘 보니 울고 있는 자실장 옆에 독라가 된 자실장 한 마리가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있다. 울고 있는 자실장에 비해 절반은 더 큰 것을 볼 때 아마 장녀였을 것이다.
그 장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봤더니, 흩어져버린 식량을 편의점 봉지 안에
정중하게 모아 담고 있다. 때때로 울고 있는 자실장에게 말을 거는 것 같지만 자실장은 안 들리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그것을 도울 생각도 않고 친실장이었던 살점에 매달려 하염없이 울고만 있다.
잠깐 보고 있으니 독라는 식량을 거의 다 모은 듯 헌 수건을 실장복 대신에 몸에 두르고는 울고 있는 자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테... 테치테치 테!"
"테에 테챠아아아아아!!!"
자실장은 시끄럽다는 듯이 독라를 위협하고 다시 울기 시작한다.
독라는 잠시 그대로 서 있었지만, 뜻을 정한 듯 편의점 봉지를 메고 자실장을 그대로 두고 조용히 색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독라는 영리한 자실장이었을 것이다. 학대파에게 유린당했건 들실장에게 습격당했건 그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 피 냄새를 감지하고 배고픈 들실장이 모여들 것이고, 마치 표지처럼 자실장이 우는 소리까지 나고 있다.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시라도 빨리 이 장소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자실장은 아직도 계속 울고 있다. 분충 같다. 상상이지만 이 실장일가가 전멸한 것도 아마 이 녀석이 원인이 아닐까.
자실장의 울음은 그것이 비명으로 바뀌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공원에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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