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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을 키우는 남자


단순한 변덕이었다.
비닐봉지에 담겨 있는, 쬐그마한 1마리의 녹색 소인같은 녀석은.
애완동물에 샵에 들어간 것도, 아무것도 모른채 참피라고만 알고 있던 실장석이란 동물에 관심을 가진 것도.
단순한 변덕일 뿐이다.


자매들이 모두 팔리고 남았다는, 한 마리.
애교도, 붙임성도 없는데다 인간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을 들은 탓일까.
괜히 관심이 간 그 한 마리를 사와버렸다.
사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디다 키울지가 굉장히 고민 될 뿐.


똥을 많이 싸지른다는 가게직원의 설명 때문에,
금붕어 3마리를 키웠던 수조에 물건과 함께 집어넣었다.
이거라면, 똥을 싸지른다고 해도 금방 치울 수 있겠지.
굳이 가격을 회상해 보자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녀석이었다.
자기 가격은 5천원이 될까말까 한데, 밥값은 한달에 3만원.
딱히 취미도 없는 내게는 그다지 부담이 되는 가격이 아니라서,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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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녀석의 울음소리로 시작했다.
몸집에 비해 시끄러워, 경고의 의미로 딱밤을 놓았다.
세게친 것도 아닌데 어디 맞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만큼 피격부위가 깊게 패인채 튕겨나가 굴러서 벽에 부딪힌다.
기절한 걸까. 사지를 덜덜떨면서 거품을 문채로 눈을 뒤집었다.
확실히 기절한 것 같다.
혹시 몰라서 한 대 더 놓았다.

===

녀석이 깨어난 건 내가 퇴근하고 돌아온 후였다.
내가 딱밤을 놓은 것을 기억한 것인지 이번엔 내게서 고개를 돌리고 구석에 앉아 쭈그려 앉고 훌쩍거렸다.
큰 소리 때문에 내가 때린걸 아는 것이겠지.
다행이다.
괜히 기특해서, 밥 위에 별사탕을 하나 놓아주었다.

===

녀석이 온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녀석은 자기 수조에 적응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외인 것은 녀석이 어린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날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도 잘 논다는 것.
별다른 훈련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용변이나 예의 같은 것을 지키고 있는 것.
이틀 째 아침에는 밥을 챙겨줄 때에 인사를 보고 꽤나 놀라버렸다.
저 머리로 어떻게 90도 인사가 가능한지?
알 수 없는 일이다.

===

녀석은 내가 올 때마다 뭐라고 울며 이야기를 건네는 듯 한데,
알아 들을 수는 없다.
번역기가, 솔직히 조금 비싸서 사기 꺼려져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밥이 없다고 우는 건지, 그냥 답답해서 우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정 급해보이지 않는 이상 그냥 놔두면 알아서 시무룩해져서 조용해지니 나로선 그쪽이 편하다.
오늘도 날 보면서 연신 울어대는 녀석을 무시하고 출근했다.
배웅인사를 받은 것 같아, 조금 들뜬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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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을 데리고 온지 2주정도 됐을까.
원래 어린시절을 전부 가게에서 보낸듯, 생각보다 녀석의 성장속도가 빨라 수조가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본 것을 참고해 새 집을 마련해주었다.
신문지 깐 골판지일 뿐이지만.
동시에 집을 돌아다니게 되었으니, 용변을 볼 곳과 가지는 말아야할 곳, 지켜야 할 수칙 등을 말해주었다.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조금은 지켜봐야겠지.
어찌되었든 오늘은 잘 지키는 것 같다.

===

요즘들어 울음소리가 굵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커져가는 만큼 자기주장도 강해질 법도 한 녀석인데,
밥을 달라고 조용하게 내 다리를 건드리거나, 깐 신문지가 너무 더러워졌거나 하지 않는 이상 날 귀찮게 굴지 않는 녀석인 만큼 녀석을 키우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언젠가는 내가 일을 나가있는 동안 택배를 받는 위업을 달성해서, 괜히 기특해져 머리를 쓰다듬으며 별사탕을 하나 쥐어주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먹어치울 법도 한데 한달이 지날 때 까지 그 별사탕을 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내가 물어보면 바로 가보라도 들고 오는 것 마냥 조심스레 꺼내오는 것이, 이걸 죽을 때까지 먹긴 할까하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받을 당시엔 인사가 아니라 절까지 하며 나에게 감사를 했다.
저런건 어디서 배워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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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잡지를 보고 있자니, 녀석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기 장난감인 공을 굴리다 말고 내게 다가왔다.
잡지를 보고 싶은 건가? 해서 녀석에게 읽던 것을 쥐어주었더니 페이지를 그 뭉툭한 손으로 재주좋게 넘기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러다 똥을 팬티에 지리면서까지 놀라면서 넘어지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비명까지 지르면서 뒤로 빠지는 것을 두고 뭔지 확인하니, 
그저 드넓은 산과 대지가 펼쳐진 사진이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싶었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개체에 따라 너무 넓은 공간을 두려워하거나 후천적으로 두려워하게
되는 개체가 있다고 인터넷에 나와있었다.
그러고보면 녀석은 처음엔 나도, 다른 인간도 무서워했었지.
이래저래 살기 어려운 녀석이다.
그러다 그 사진이 생각보다 벌주는데 효과가 있겠다 싶어 잡지를 뜯었는데, 
그것을 본 녀석이 눈을 빛내면서 내게 와서 절을 했다.
대체 이 행위에서 뭐가 감사한걸까.
이유는 잘은 모르겠지만 이 날 이후로 녀석이 풍경사진을 두려워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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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드디어 성체 수준으로 커졌다.
하지만 성체보단 조금 못미친다. 이걸 중실장이라고 하는 모양.
그리고 녀석은 그때가 되서야 집을 돌아다니는 것에 자신감을 붙인듯, 노는 곳, 화장실 가는 길 이외의 다른 곳을 돌아다니고 여러 가정물품을 살짝씩 만져보고 날 향해 뭔가 궁금한 듯 운다.
웬만하면 무엇은 무엇이다라고 설명을 해주지만 너무 귀찮게 굴면 벌을 주고 있다.
발로 차버리는 걸로. 너무 세게는 말고, 
맷집이 어느정도 붙은 녀석이라 살짝 공을 민다는 식으로 차면 다치는 일도 없고 확실하게 '싫다' 라는 표현이 되는 모양이다.
그렇기에 녀석은 내가 귀찮은 타이밍과 그렇지 않은 타이밍을 잘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전자에 비해 후자가 압도적으로 적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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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실장 때도 날 무서워해서 잘 조르지는 못했지만, 
성체실장이 되가니 이젠 쪼르르 달려와서 같이 놀아달라는 듯한 행동을 하는 일이 많이 적어졌다.
놀아준 적은 별로 없고 웬만하면 딱밤을 먹이던지 발로차버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장난감이라고 준 것은 처음 사온 자실장에겐 조금 커다란 스펀지 공 하나 뿐이지만
푹신한 감촉과 잘 닳지않는 내구도가 맘에 든건지 처음 준 때 이후로 계속 가지고 있다.
다른 걸 놓아줄 생각도 없지만, 그 공 하나로도 충분한 모양이다. 그건 참 다행이다.


언젠가는 한번 녀석이 혼자 있을 땐 무엇을 하고 노는지 궁금해서, 간단하게 예전에 쓰던 폰을 cctv 대용으로 놓고 방풍경을 찍어보았다.
약 3시간을 공을 던지고 쫓다가 지쳐 잠들고 친구라도 되는 양 밥을 놓고 토론을 벌이다 다시 잠들고..
정신이 이상한 녀석이었던걸까. 
친구라도 같이 놔줘야 하나하고 생각했지만 이게 미친 거라면 미친 것 나름대로 키우기 쉬워서 그냥 두기로 했다.


단, 나중에 찍은 것을 보여주자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고 굉장히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었구나하고 깨달았다.
이젠 풍경사진 보단 이 쪽이 더 훈육에 좋다.
확실히 1인 2역은 자기가 한 것을 볼때엔 손발이 뒤틀리지.
... 안좋은 기억이 떠올라 녀석에게 딱밤을 놓았다.
그 이후론 밥상 앞 토론을 안하게 되었다.
조금 아쉬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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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난생 처음 눈을 보는 듯, 신기해서 하루종일 창문 앞에서 방방 뛰어다녔다.
그래도 한시간이나 발광을 하니 짜증이 나서 발로 차버렸다.
그 이후론 조용하지만 눈을 빛내며 눈을 바라보았다. 두둥 탁.
얼마나 지났을까,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을 무렵에 녀석이 갑자기 내 바짓단을 잡아당기면서 나를 끌기 시작했다.
밥을 달라는 건가, 해서 밥그릇에 밥을 담아주었지만 고개를 가로젓고 창을 가르켰다.


거기엔 창에 붙은 채로 다 죽어가는 친실장과 그 녀석의 새끼가 녀석 품에 안겨있었다.
아마 몇분만 있으면 죽겠지.
하지만 우리집 녀석은 저 녀석들을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창을 열고 밖에 있던 놈이 내미는 새끼를 받아들어서 내게 뭐라고 울려던 새끼의 목을 꺾어 밖으로 던져버리고 창을 다시 닫았다.
자기 새끼가 꺾여져 던져지자 그걸 잡으려고 눈밭을 아장아장 뛰어가는 모습이 조금 웃겼지만, TV프로보단 재미없다. 다시 소파에 앉아 금방 그 일을 잊어버렸다.
그 모습을 우리 집 녀석이 충격받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입이 심심해, 더러운 놈을 만진 손을 씻고, 하는 김에 우리 집 녀석의 손도 씻긴 다음 옥수수맛 과자를 뜯어 녀석을 옆에 앉혔다.
녀석은 넋이 나가 옥수수맛 과자만 연신 자기 입에 넣었다. 이것도 좀 웃긴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제 던진 새끼의 어미가 시체를 끌어안은 채로 마당에 얼어 죽어있었다.
더러워서 집게로 집은 다음 봉투에 담아 버렸다.
얼마나 더러운 생명이면 실장용 봉투란게 따로 있는 걸까.
우리집 녀석은 아직도 넋이 나가있다.
옆에다 밥을 놔주면 어제 옥수수맛 과자처럼 집어 먹는 것을 보고 죽을 것 같진 않으니 신경끄기로 했다.
죽으면 이 녀석도 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하나? 보건소에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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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온 어느 날 저녁에 문득 생각이 났다. 정확히는 동료의 수다를 듣고서.
녀석에게 이름을 정해주지 않았다. 그걸 1년이 거의 다되가는 와중에 기억하다니.
여친도 깨진지 오래라, 아무것도 할 것 없는 크리스마스에 녀석과 함께 보내면서 크리스마스 당일 날 말해주자 결정했다.
여러가지로 특별한 이름을 정해주고 싶었지만,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스팸으로 했다.
예정대로 크리스마스 당일 날 말해주고 이름표를 목에 걸어주자 녀석은 환한 얼굴로 웃는 표정에서 그대로 선 채로 기절해버렸다.
여전히 웃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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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고 완전히 성체가 되자 울음소리도 굉장히 굵어졌다.
자기도 그걸 아는지 그다지 울음소리를 내진 않는다.
그러던 중 녀석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실장석이란 놈들은 전부 자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런 걸까?
린갈이 없으니 예, 아니오 정도로 밖에 알 수 없으니 그냥 닥치는 데로 물어보기로 했다.

첫번째 질문은, 넌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가.
첫번째 질문부터 부정당했다.
녀석은 자존감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모양이다.
아니, 그냥 재미가 없다.
뭔가 짜증나서 딱밤을 놓아주었다.

===

어느 날, 3월 초입의 봄이 된 날.
그 날 따라 일이 밀려 피곤한 상태로 퇴근한 나에게, 뭐라고 울음소리를 내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귀찮다, 저리 꺼져라 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평소엔 그 제스쳐를 취하면 알아서 나중에 얘기하는데, 녀석은 오늘따라 끈질겼다.
그래서 조금 힘을 담아 차버렸는데,
발에 무언가 거품이 투두둑 터지는 듯한 느낌이 나서 녀석을 내려다 보고나서야, 
녀석의 눈이 두짝다 녹색인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발길질을 맞고서 천천히 붉어졌다.
스팸 녀석은 지금까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처절한 목소리로 절규했다.
임신 할 수 있는 몸이 된건가.

축하 할 일이지만 사산한 것은 좀 안된 일이다. 내 허락도 없이 한 임신이라 미안하진 않지만.
모두 터져버리고 뭉개진 자기 새끼를 강제로 똥으로 배출한 녀석은,
다음 날 아침에 내게 다가와 뭐라고 울더니, 절을 하면서 뭔가를 호소했다.
밥을 달라거나 신문지를 갈아달라거나 골판지가 낡아서 교체해야 될 것 같다.. 같은 것과는
다른 좀 더 조심스럽고 단호한 결단이 느껴지길래, 그냥 고개를 끄덕였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일주일 뒤, 녀석은 약간은 겁에 질린 얼굴로 조심스레 내게 다가와 무언가를 검사 원하는 듯
했다.
배가 부풀고, 두눈이 녹색. 역시 애를 가지고 싶었던 거구나.
애초에 녀석 같은 성체가 5마리가 되어도 충당할 수 있는 먹이를 운좋게 싸게 구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아냈기에, 흔쾌히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스팸 녀석은 이번엔 전에 들은 적 없는 기쁜 목소리로 노래했다.
좀 시끄러워서 발로 찰까 하다가, 또 사산해서 울부짖으면 시끄러우니 그만두기로 했다.
게다가 그 고기똥은.. 높은 확률로 배수구를 막았다.
냄새도 굉장히 역하다. 뚫는데 꽤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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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주일이 지나자, 녀석이 자기 집안에서 배를 부여잡고 황급히 뛰쳐나왔다.
배운데로 대야에 따듯한 물을 받고 녀석에게 건네주자 녀석은 알아서 안에 들어가 출산했다.
큰놈이 세놈, 작은 놈이 두놈인가. 게다가 작은놈 중 하나는 저실장이다.
이 작은녀석은 엄지, 하나는 구더기 저 자를 쓰는 저실장.
높은 확률로 성체가 되지 못하고 앓다가 죽는다고 한다.
그냥 둘다 목을 부러뜨려버렸다.
그 광경을 본 것인지, 녀석은 첫째를 열심히 핥고 다른 녀석을 핥아주려다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지간히 충격을 먹은 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준비한 붓을 들고 물을 묻혀 아직 점액이 벗겨지지 않은 둘을 닦아주었다.
혀가 아니더라도 점액을 치우기만 하면 확실한 모양이다. 녀석들은 점액이 치워지자마자
자기 어미부터 찾기에, 둘 다 점액을 닦아내고 스팸의 품에 안겨주었다.
녀석은 덜덜 떨다가 자기에게 애교를 부리는 자식들을 안아주고 옆에 세워둔 다음, 나에게 절을 했다.
이건 감사인가. 왜?
왜 자식을 죽인 나에게 감사를 하는 걸까.
화를 내거나 불평을 했다면 확실히 버릴 생각이긴 했지만. 알 수 없는 녀석이다.

====

교육이란 바로 위의 상사, 부모, 형제등이 해야 효과가 좋은 법이다.
나는 그것을 배우고 또 알고 있기에 딱히 녀석의 자식들에게 손을 대진 않았다.
하지만 녀석은 자신들이 풀어지면 얼마나 심하게 되는 지 알고 있는 것인지, 
내가 봐도 조금 심하지 않나 싶을정도로 녀석들을 교육시켰다.
예를 들면, 산후 3일째에 녀석의 자식들 중 가장 커다란 녀석이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똥을 싸재끼자 내가 손을 댈 세도 없이 달려들어 엉덩이를 마구 팼다.
시뻘겋다 못해 파랗게 물들고 피가 보이기 시작하고서야 크게 우는 자기 자식을 꼭 안아주고 뭐라고 속삭인다.
그 이후론 제일 커다란 놈은 가장 똥을 잘 가릴 수 있게 되었다.
밑에 두놈은 또 교육시키는데 3일 걸렸지만.

===

교육을 시켜도 반드시 헛점은 있는 법이다.
예를 들어 분충..? 똥벌레라고 하는 개체는 실장석의 본능이 튀어나온 녀석들이며,
이런 놈들은 솎아내야 할 정도로 심한 녀석들이라 한다.
특히 제일 작은 놈.. 막내가 그랬다.
자기 언니들을 아무 이유도 없이 걷어차고 소리를 지르고 하는가 하면,
자기 어미에게도 똥을 던지거나 하는 일도 일상다반사였다.
그것을 막내라는 이유로 그냥 놔두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어려서 그냥 두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대로 두고 볼 수 만은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 둘을 모아놓고 단 한마디 했다.
녀석이 계속 분충짓을 하면, 이 자리에서 솎아내 버릴거라고.
막내 자실장은 '뭐래?' 하는 건방진 표정이지만, 스팸녀석은 내가 진심이란 것을 아는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패려고 막내 자실장의 엉덩이를 깠으나, 
막내녀석은 자기를 칠거란 것을 알자마자 그 자리에서 똥을 말그대로 짜내어 자기 어미에게 뿌리고, 이리저리 도망다녔다. 
그덕에 바닥이 똥투성이.


녀석은 그래도 가만히 있는 나와 충격받아 굳어버린 스팸을 보면서 비웃기까지 했다.
결국 못참고, 장갑을 껴 똥투성이인 녀석을 낚아챈 다음
빈 약병에 넣고 구멍을 뚫은 상태로 쓰지않는 서랍에 넣어버렸다.
스팸은 들어갈 수 없는 방이기에 어느새 굳은게 풀린채로 발을 동동구르고, 자실장 녀석들은
울면서 자기 막내를 찾기에, 짜증나서 스팸녀석을 발로 차버렸다. 
그제야 조용해졌다. 이제 내일 일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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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약병을 열어보니, 역한 냄새와 함께 똥투성이의 병안에 녀석이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빛이 들어오니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울었다.
똥을 먹으면서 버틴건가. 참 질긴 놈이다.
하지만 스팸은 이 녀석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친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넌 안녕이다. 그대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버렸다.
마지막에 단말마로 '마마'라고 소리쳤지만, 스팸의 귀가 한순간 쫑긋 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역시 죽었다고 하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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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론 약병이 녀석들의 트라우마 대상이 된 것인지, 자실장 녀석들은 이 약병을 들이대기만 해도 빵콘하면서 집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녀석들이 나에게선 이 집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일부러 녀석들이 보는 앞에서 집을 치워버리는 퍼포먼스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약병은 정말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대로 약병을 스팸에게 넘겨주었다.
녀석은 이제 자실장들에겐 절대 권력을 가진 것이겠지.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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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고, 여름이 찾아온다.
이제 신발도 굳어가고 이빨도 굳어가는 녀석들은 밖을 무서워하던 자기 어미와는 달리 밖에서 뛰어놀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가끔은 밖에서 놀게 해주지만, 녀석들에겐 밖엔 무서운 것들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귓등으로도 안듣는다.
할 수 없이 스팸에게 말해주자, 그제서야 겁먹은 얼굴로 아까보단 조심스레 다닌다.

그렇게 몇 평 되지도 않는 조그마한 우리 집 뒷마당을 뛰노는 녀석들을 확인하고 점심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이 목소리라면 스팸의 자실장 녀석들인데, 무슨 일일까.
개미한테라도 물린 걸까 하면서 나가봤더니, 정말로 물리고 있었다.
개미가 아니라 밖의 들실장한테.
철망너머에 뭐하러 손을 넘긴건지 모르겠지만 장녀 녀석이 밖의 자신만한 들실장에게 팔을 물리고 있고, 그것을 스팸이 있는 힘껏 잡아당기고 있다.

건너편 들자실장의 친으로 보이는 녀석이 엄청 찡그린 얼굴로 녀석을 응원하는 건지, 재촉하는 건지 모를 희안한 움직임을 하고 있다.
차녀와 스팸은 나에게 도와달라며 소리를 지르고, 장녀는 아파죽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건너편 들실장 놈들은 팔을 끊어버리라고 소리지르는 거 같고..


짜증나서 거기에 열중한 들실장 일가를 전부 꼬챙이에 꿰어버렸다.
뭐, 이 녀석들은 이런다고 죽진않는다. 다만 목을 노려 비명은 못지르게 하고, 타는 듯한 더위.. 해가 제일 비치는 곳에 실장일가꼬치를 박아놓았다.
단, 장녀를 물었던 자실장은 제외하고.
깨끗이 씻긴 다음, 위석강화제가 녹아있는 콘페이토를 먹인 뒤 내가 보는 앞에서 장녀와 붙게 했다.


장녀가 꽤나 성질이 있는 모양이다.
5분도 안돼서 먼저 선빵친 들 쪽이 넝마가 돼고 쓰러진 상태에서 스팸과 차녀의 접근을 내가 허가하자 독라로 변해버려 녀석들에게 린치당했다.
꽤나 즐거운 광경이다. 스팸의 화난 얼굴도 처음 본데다가, 제일 재밌다는 싸움구경도 했으니. 
아, 물론 독라가 되버린 녀석은 꼬치가 되어버린 자기 가족들 위에 묶어놓았다. 성대를 제거하고.
스팸 일가는 워낙 조심해서 다칠 일이 없어 안쓰던 치료용 콘페이토의 효과는 확실했다.
독라 녀석은 자기 밑의 일가가 다 죽고나서 실장처리용봉투에 담겨서도 살아남았다.
그대로 처리장에 가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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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장녀가 조금 공격적으로 바뀐 것 같다.
솎아내진 막내와 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심심풀이로 차녀를 패고, 먹이가 맛이 없다고 던진다.
급기야 자기 어미에게도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막내와는 달라서, 어미가 진심으로 화를 내면 잠시 움츠러 들지만, 이내 마음약한 스팸이 돌아서고 나면 그런 어미를 비웃기까지 한다.

그게 내 맘엔 들지 않았다.
녀석은 이젠 약병에 들어가기엔 너무 큰 크기고, 그렇다고 패기엔 조금 작은 크기다.
가끔은 날 비웃기까지 한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기 마련이다.

====

하지만 내가 무언가 조치를 하기전에,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내가 일을 하러 나가고, 스팸이 잠시 자기 자식들의 (주로 장녀의) 똥을 치우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던 때, 였을 것이다.
언제나 처럼 심심풀이로 차녀를 때리다가, 뭔가에 의해 자극을 받은 듯 차녀가 죽을 때까지
패고만 것이다.
그리고 그 짓의 흔적을 먹어서 치우려했다.
스팸이 화장실의 청소를 반쯤 끝냈을 즈음의 일이다.

나에게 인사를 하고 안나오는 자식들을 자기 손으로 데리러 가서는 오히려 빵콘하면서 뒤로 넘어지길래 집안을 봤더니, 
차녀를 반쯤 먹어치우는 상태에서 굳은 장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녀석도, 결국은 실장석이었던 것이다.

이런 녀석이 스팸의 자식이란게 짜증나, 예의 위석강화제를 먹이고 다리끝부터 사포로 갈아버렸다.
그리고 그 흔적을 차녀의 시체와 함께 변기로 흘려보내버렸다.
차녀의 시체는 이미 반쯤 없어졌고, 장녀는 죽기직전 머리만 남을때까지 갈아버렸으니 잘 내려갔다.
거실로 돌아와보니, 스팸은 망연자실하게 빈집에 앉아 울고있었다.
난 링갈을 사기로 결심했다.

===

[그동안 감사했던 데스우]
[자들이 저렇게 된 것은 제 탓인 데스]
[와타시는 아무도 안데려가던 이유가 있었던 데스]

링갈을 켜자 나오는 것은 이런 말들이었다.
녀석은 제 정신을 차리자마자, 이 집을 나가겠다고 얘기했다.

[주인님에겐 너무나 많은 신세를 진 데스]
[지금까지 키워주신 것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는 데스]
[그러니, 와타시는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라도 갚는데스]

막을 이유는 없다. 그동안 들어간 밥값이 있긴하지만, 
딱히 지금에 들어선 아깝지도 않고.그냥 보내주기로 했다.

집으로 쓰던 골판지 상자와 수건등을 챙겨주려했으나,

[괜찮은데스]

란 말을 들어 그냥 집앞에다 접어서 버렸다.

저런 놈이 바깥에 늘어나는 것은 석연치 않아 보건소에 보낼까 생각했지만,
자기 자식들을 잃고 외로워진 등을 보니 그리 오래 살지는 못할거라 생각해 그냥 놔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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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뒤, 어느 날과 똑같이 퇴근하는 길이었다.
도로위에 실장석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터져있고, 그 주위로 자그마한 자실장들이 까마귀나 고양이들에게 저항하다가 잡아먹히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내가 다가가자 녀석들은 저마다 하나씩 입에 물고 사라지거나, 먹던걸 버리고 도망가고, 두 놈만이 남아 자기 어미로 보이는 녀석을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관심이 생겨 링갈을 키던 중, 녀석의 이름표가 보였다. 익숙한 상표 이름.

[(자실장 울음소리) 마마가 아야아야한테치 살려주는테치 (슬픈 울음소리)]
[닌겐상 마마를 살려주는테치 마마 죽으면 이야테치 (자실장 울음소리)]

링갈이 성능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시끄럽게 우는 자실장들 사이의 목소리를 잡아내는 것을 보면.

[주인님.. 데스우..]
[와타시.. 혼자사는 것.. 조차.. 못한.. 데스..우..]
[정말.. 죄송.. 하지만.. 자들.. 만이라도...]
[살려... 주시는... 데스우..]

별 상관은 없다. 어차피 변덕이었다.
녀석을 사 비닐봉투에 넣고 집으로 가 키운 것도.
녀석이 꽤나 똑똑한 녀석이기에 성체가 되어도 키운 것도.
녀석이 자식 교육하는 것이 꽤 맘에 들어 계속 키우게 한 것도.
단순한 변덕이었다.

[테짓]
[찌벳]

그리고 지금 녀석의 자식들을 밟아 죽인 것도.

"싫어"

어차피 저 녀석은 이젠 내 사육실장이 아니니까.
녀석은 자들을 죽였을 때처럼, 구해주려던 들실장들을 죽였을 때처럼 굳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확인한 뒤 그대로 돌아 집으로 왔다.
오늘은 맥주나 한 잔 해야겠다.








댓글 1개:

  1. 폐를 안 끼치겠다더니 마지막엔 결국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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