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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집
한 실장샵의 판매 코너.
많은 실장석이 훈육 여부와 정도, 사용 목적으로 분류되어 진열장과 케이지에 들어있다.
그중에 팔리지 않고 남은 엄지실장 한 마리가 있었다.
못생겨서, 버릇이 없어서, 아니면 복장이 지저분하다든가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오히려 얌전한 개체였다.
하지만 같이 들어온 엄지들이 팔려가는 가운데 이상하게도 그녀만이 남았다.
엄지실장이라도 영양 상태가 좋으면 어느 정도 성장한다.
며칠 후 그녀는 나중에 추가로 들어온 엄지들보다 눈에 띄게 커지고 말았다.
큰 오네챠 레치?
우리하고 같은 엄지챠가 아닌 레치?
어린 동족들의 소리는 때때로 그녀를 상처입혔다.
휙.
혼자만 들어 올려져 다른 진열장에 옮겨진다.
'파격 세일! 기본 훈육 마친 엄지실장석(약간 하자 있음)\500-'
그녀의 케이지에 그런 선전이 붙었다.
...이제 와타치는 팔리지 않는 레치.
분명 슬픈 일을 당할 거인 레치.
닝겐상은 아무도 와타치를 봐주지 않는 레치...
자실장보다는 작고 엄지보다 큰 반푼이.
아무것도 없는 넓은 진열장 안, 투명한 아크릴 창에 기댄 그녀는 작게 웅크린 채 잠이 들었다.
"저기요, 이 애..."
"아, 그건요ㅡㅡ"
닝겐상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럼 딱히 훈육이..."
"ㅡㅡ해서...면 어떠신가요?"
그렇지만 이제 와타치한테는 관계없는 레치.
여기서 '슬픈 일 당하는 날'을 기다리면 되는 레치.
치익-
?
??
졸린 레치...
"감사합니다."
뭔가 따뜻하고 둥실둥실한 레치ㅡㅡ
"!?"
갑자기 비친 빛에 그녀는 눈을 떴다.
벽과 바닥이 같은 색인 낯선 곳.
빛은 위에서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올려다보니 처음 보는 닝겐상이 있다.
"어ㅡ 링갈 통상 모드로... 됐다!"
어라,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거였지?
렛츙? 아니야, 그건 하면 안 되는 거라고 선생님한테 혼났어.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해야 해.
"처, 처음 뵙는 레치. 주인님."
머리를 꾸벅 숙인 엄지실장에게 미소를 지은 인간의 손이 다가온다.
"안녕. 인사 잘 하네."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내가 너의 주인이니까 기억해줘."
따뜻하다.
좋은 냄새.
이 사람이 와타치의 주인님ㅡㅡ
"레...레에에."
힘이 빠져서 털썩 주저앉은 엄지실장을 따뜻한 손이 들어 올렸다.
"점원이 네무리로 재웠다고 하던데, 갑자기 다른 곳에 와서 놀랐지?"
"괘, 괜찮은 레츄."
주인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레치! 어째서 레치까?
"링갈이라는 기계인데, 네 소중한 돌에 직접 들리게 하는 거야.
그리고 네가 말하는 것은 이 기계에서 나한테 들린대."
"주인님?"
"응?"
"와타치 열심히 하는 레치. 착한 아이 되도록 노력하는 레치. 나쁜 짓 하면 혼내주시기 바라는 레치."
"응. 알았어. 착한 아이가 아닐 때는 혼낼게."
휙 하고 넣어진 방처럼 생긴 장소.
"치? 레치-?"
조금 전까지 있던 애완동물 가게의 아무것도 없는 진열장과는 전혀 다르다.
잠자리 같은 수건이나 장난감 스펀지 공이 있고, 물이 든 그릇과 선생님한테 공부한 '변기'도 있었다.
"여기가 새로운 집이야."
"새로운... 집 레치?"
"그래. 일단 이 집에 적응하렴."
한 알, 건네받은 것은 하얀 각설탕.
달콤한 냄새와 함께 주인님의 냄새도 난다.
"앞으로 잘 부탁해."
"자, 잘 부탁드립니다 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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