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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공연




저녁 운동을 하려 공원에 나갔을 때, 구석진 곳에 있는 가로등 밑에서 실장석들이 독라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독라 녀석이 뭔가를 잘못한건가, 혹은 잘못해서 독라가 된건가. 하지만 어느쪽도 아닌 듯 하다. 실장석들은 그저 독라를 둘러싸고 앉아 데스데스 테치테치 떠들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있는 독라는.....기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진짜 기타는 아니다. 나무조각을 끈이나 테이프로 엮어 모양새를 내고, 거기에 어디서 구했는지 현을 두 줄 매달아 놓았을 뿐인 조잡한 물건이다. 실장석 치고는 굉장한 손재주이지만, 저래서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날 리 없다. 하지만 독라는 그런 '기타'를 세심히 만지며 현을 몇 번 튕겨보더니, 이윽고 만족했다는 듯이 '데슷!' 하는 소리를 내고는 쌓아놓은 신문지 더미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독라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시작했다. 기타에서는 당연히 제대로 된 멜로디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단조롭게 현이 튕기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노래 자체는....나쁘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실장석의 노래라 하면 인간에게는 그저 소음공해, 돼지 멱따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독라는 그럭저럭 음정과 박자를 맞춰가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물론 인간에 의해 체계적으로 훈육된 소위 '예능석'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기교도 부족하고, 성체실장인 독라의 낮고 굵은 목소리는 수술과 약물에 의해 강제적으로 자실장의 목소리로 고정된 예능석의 목소리보다 아름답지도 않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정형화된 프로그램에 의해 훈육되어, 의미도 모른 채 인간이 즐기기 위한 아이돌풍의 단조로운 후크송만을 부르는 예능석에 비하자면, 이 독라는 실장석으로서 실장석을 위한 음악을 하고 있다. 우습게도, 그런 독라의 모습에서 나는 거친 예술혼과 진실하고 호소력있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았다. 겨우 실장석에게서 말이다.독라 주위에 둘러앉은 실장석들도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욕의 화신인 마라실장조차 마라가 쪼그라들은 채 노래에 집중하고 있을 정도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 건 음악으로 감동을 느낀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더기밖에는 없다. 독라의 노래는 극히 이기적이고 일그러진 정신구조를 가진 들실장들을 감동시킬만큼 압도적인 것이다.

공연이 계속되자 어디선가 이색적인 모습을 한 실장석들이 나타났다. 독라, 화상을 입어 피부가 추하게 일그러지고 몸이 재생하지 않는 녀석, 버려진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원사육실장 같은 녀석들이다. 이런 놈들은 동족의 눈에 띄면 노예나 먹이가 되어 비참하게 죽기 때문에 다른 실장석들이 몰려있는 곳에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철저히 동족을 피해 살아가는 녀석들이지만, 노랫소리에 이끌려 데데 하는 멍청한 소리를 내며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표정에는 동족들 앞에 나선다는 불안감이 비쳤지만, 이내 독라의 노래에 감동해 이 녀석들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다른 실장석도 평소라면 이 결함있는 실장석들을 습격했겠지만, 지금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에 맞춰 몸을 움식이거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뎃뎃거리며 울고 있다.

어느 정도 계속된 이 기묘한 공연도 후반부에 이르른 듯 하다. 독라가 데스데스 거리며 팔을 두번 흔든다. 아마도 두 곡만 더 부르겠다는 뜻인 듯 하다. 그러자 실장석들이 데승 데승 울면서 독라 옆에 놓인 비닐봉지에 음식물을 집어넣는다. 이 음식물이 공연료이고, 독라의 생계유지 수단일 것이다.

실장석들이 넣은 음식물은 (실장석에게는)상당히 고급스런 물건이다. 고기가 제법 붙은 닭다리, 깨끗한 우동면, 신선한 야채와 과일 조각, 색색의 페이스트가 박힌 고급 실장푸드.....들실장들 자신으로서도 한달에 한번이나 먹을까 말까 한 귀한 음식을 독라를 위해 내놓고 있다. 들실장들로서는 최고의 경의를 독라에게 바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이상한 독라 아티스트와 대화가 하고 싶어졌다. 대체 어떤 녀석이기에 이렇게 인간조차 감동시킬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린갈이 없다. 운동에는 거치적거리기에 린갈어플이 깔린 핸드폰을 집에 놓고 나온것이다, 이녀석의 공연이 끝나기 전에 집에 다녀올 수 있을까. 약간 불안하다. 학대파라면 문답무용으로 그 자리에서 독라를 집어가거나, 다리만 부러뜨려 놓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말하고 다녀올수도 있겠지만, 도망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고, 무엇보다 실장석들의 즐거운 라이브 콘서트를 망치기 싫다. 결국 방법은 이 공연이 끝나기 전에 내가 집에 가서 핸드폰을 가져오는 것 밖에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큰 소리가 나지 않게 자리를 살짝 떠나, 실장석들에게서 충분히 멀어졌을 때 비로소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가로등 밑 공연장으로 돌아왔을때....이미 공연은 끝나고 독라는 사라지고 없었다.

허탈했고, 무력감이 피로로 바뀌어 몸으로 퍼져나갔지만 혹시 그 독라의 집이라도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직 감동의 여운에 휩싸여 멍하니 앉아있는 살장석 몇 마리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실장석들의 말에 의하면 그 독라는 이 공원에 사는 실장석이 아니며, 가끔 한번씩 이 공원에 노래를 부르러 온다고 한다. '구더기가 고치를 만들어 엄지가 될만큼의 시간''에 한번 꼴이라고 하니, 약 한달에 한번이란 이야기이다.

과연 험난한 들실장의 실생에서 한달 후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지금 나로서는 그녀석이 살아남아, 한달 후 다시 이곳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릴수밖에는 없다. 평소에는 무시하고, 피해를 끼친 녀석은 죽이기도 했던 실장석이지만, 그 녀석만은 오래 살아 한달 후에 다시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아이러니함에 조금 웃음이 난다. 그 웃음을 살짝 입에 머금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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