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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의 일상 (45) 편의점 봉투



편의점봉투만큼 들실장에게 빠트릴 수 없는 것은 없을 것이다.
어느 공터에 사는 이 들실장에게도 당연히 생명이 걸린 필수품이었다.

"슬슬 비가 올 것 같은데스"


즉시 친실장은 골판지 하우스에서 나와 편의점봉투를 골판지 위에 펼치고, 작은 돌로 날아가지 않게 눌렀다.
비오는 날에는 돌아다니지 않는다.
비오는 날에는 변변한 수확이 없다.
이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저축해둔 먹이를 3마리의 자실장과 나눠 먹고는 조금 일찍 잠들었다.


다음 날은 비가 그치고 푸른 하늘이 높았다.
편의점봉투를 끌어내려, 낮은 나뭇가지에 걸어 마르도록 한다.
그리고 다른 편의점봉투를 손에 들고 자실장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간다.


별로 멀지 않은 쓰레기장에 도착하면, 친실장은 쓰레기봉지를 뒤진다.
하나하나 신중하게 맛을 보고 먹을 수 있는 것을 골라 자신의 편의점봉투에 집어넣는다.
먹이를 모았으면 쓰레기봉지를 서투른 손으로 온갖 고생을 하면서, 어떻게든 다시 묶어 놓는다.
쓰레기장에 중년의 주부가 오자 재빠르게 공중전화 박스의 그늘에 숨었다.
주부는 실장석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고 쓰레기봉지를 버리고 돌아간다.
제법 깨끗하게 뒷정리를 하고 있는 탓인지, 근처의 거주자가 이 들실장을 쫓으려 하진 않는다.


야채쓰레기와 계란껍질, 약간 쉰듯한 편의점 주먹밥 등을 편의점봉투가 가득하자, 친실장은 쓰레기장을 떠났다.
물론 쓰레기장을 가능한 깨끗이 한 다음.


"마마!"

"마맛!"


친실장이 귀가하면 3마리의 자실장들은 기뻐하며 마중나온다.
자실장들도 편의점봉투에는 맛있는 밥이 든 것을 안다.

점심을 다 먹으면 한 가지 일이 남았다.
자실장의 똥을 닦은 낙엽,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썩은 먹이 등을 편의점봉투에 채운다.
이 친살장은 사용하다가 너덜너덜해진 편의점봉투에 쓰레기를 넣어 쓰레기장에 버리고 있다.
그러니까 거주지인 공터도 더럽히지 않았다.


"집과 집 주위와 자신을 깨끗이 하는 게 중요한데스"


여러 번 친실장은 자실장에게 타이른다.
실제로 청결하게 하고 있으면 대부분의 인간은 실장석에게 신경도 쓰지 않는다.
반대로 악취를 나게 하거나 거리를 더럽히면 용서 없이 구제된다.
쓰레기장에서 집으로 오는 도중, 무심코 차를 더럽힌 다른 들실장이 산 채로 조각나는 광경을 친실장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전에 살던 공원의 쓰레기장에 나갔을 때의 일이다.

이 일가는 얼마 전까지 한 공원에 살고 있었지만, 생활고로 이주를 했던 것이다.
이주라고 해봐야 수백 미터에 불과하지만.


"공원을 나왔을 때는 이렇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테치"

"모두가 노력했기 때문인데스"


자실장에 이야기를 들려주며 친실장은 눈물짓는다.
살기 힘들어진 공원을 벗어났을 때, 자는 7마리 있었다.
차에 1마리가 깔리고, 1마리가 인간에게 밟아 죽여지고, 고양이에 1마리가 찢기고, 1마리는 굶어 죽었다.


그런데도 이주를 성공하자 더 쾌적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공원으로부터 멀어져 쓰레기장에 동족의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고를 여유까지 있다.
게다가 인간은 들실장 일가의 존재를 묵인하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지금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자실장에게 '룰'을 엄격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무엇이든 더럽혀서는 안되는 것.
인간에 가까워지지 않는 것.
이것만 지킨다면 이 공터는 일가에 있어서 약속된 낙원이었다.

다만 유일하게 곤란한 일이 있다.
물이 없는 것이었다.





"바깥은 넓은테치!"

"흔들흔들테치! 흔들흔들테치!"

"마마! 좀 더 흔들어주는테치~"


편의점봉투 안에서 3마리의 자실장이 까불며 떠드는 목소리가 들린다.
친실장이 팔에 걸고 있는 편의점봉투에 가까스로 눈만 내민 3마리의 자실장이 떠들고 있다.


몸을 씻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친실장은 자실장을 편의점봉투에 넣은 후, 가까이의 작은 농업용수로까지 나간다.
공터로부터는 100미터도 안 되는 거리지만, 자실장 스스로 걷게 하는 건 역시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용수로에는 콘크리트로 된 작은 계단이 있어 그곳으로 내려간다.


옷을 벗게 한 자실장에게 차례로 플라스틱의 컵에 물을 담아 머리부터 부어준다.
시간을 들여 때를 씻고, 가끔 옷도 빤다.
돌아올 때는 씻어 말린 편의점봉투에 자실장을 넣어 옮기므로 자실장은 깨끗한 그대로 골판지에 돌아올 수 있다.

오늘도 몸을 씻고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봉투안에서 4녀는 문득 물었다.


"마마도 이렇게해서 마마의 마마가 옮겨준테치?"

"마마는 공원의 분수까지 걸어갔던데스. 그 무렵은 공원도 풍족했던데스. 닌겐상이 밥을 많이 주었기때문인데스"


하지만 그 공원에 사람의 모습은 드물고, 실장석끼리 서로 빼앗고 죽이는 광경만 있었다.


"마마, 우리들이 어른이 되면 공원에 살 수 있는테치?"

"...마마는 모르는데스. 그때라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스"


실장석이 새삼스럽게 공원에 살고 싶어하는 것은 왜일까?
이 일가도 가능하다면 공원으로 돌아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원에 돌아갈 수 없어도 괜찮도록 마마가 너희들을 돌보는데스"

"노력하는테치"

"나도테치"

"모두가 함께라면 어디서라도 살 수 있는테치"


잡초가 무성하고 나무들이 몇 그루 서있는 공터에서 친실장은 자실장을 데리고 걸어다닌다.
손에 든 편의점봉투는 자실장이 직접 모은 풀과 열매로 부풀어 올랐다.


"이것은 먹을 수 있는데스. 이것도 잎은 먹을 수 있는데스...."

골판지하우스로 돌아간 후, 친실장은 하나하나 자실장에게 확실히 가르친다.
먹을 수 있는 풀이나 잎, 싹 등등.


"먹어보는데스"

내밀어진 풀을 4녀가 입에 넣는다.
순간적으로 울 것 같은 얼굴을 하지만 친실장이 보고 있자 억지로 삼켰다.


"4녀는 좋은 아이데스"

친실장은 기쁜듯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5녀는 한 잎사귀를 친실장에 들어보인다.


"이건 전에도 먹었지만 맛있지 않은테치. 마마가 가져오는 밥이 더 좋은테치"

"그런데스. 너는 영리한데스"


친실장은 5녀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말했다.


"그렇지만 마마가 언제라도 밥을 가져다 줄 수는 없는데스.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도 항상 밥이 손에 들어온다고는 할 수 없는데스.
그러니까 배가 고파져도 괜찮도록 알아두는데스"


지그시 친실장의 얼굴을 응시하던 자실장들은 빨리 먹을 수 있는 식물을 기억하려 노력한다.


"나무열매가 많이 여물면 먹지말고 편의점봉투에 모으는데스. 나무열매는 썩지 않고 오래가는데스. 최후의 순간에 먹는데스.
마마의 마마는 이것으로 살아남은데스"


친실장은 자실장이 익숙해지도록 쓰레기장에서 주운 것과 섞어 조금씩 먹인다.


어느 날, 자실장들은 평소처럼 친실장이 오른팔에 건 편의점봉투 안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힘이 없다.
자실장들은 묵묵히 편의점봉투로부터 보이는 광경을 기억하려는듯 주위를 바라보고 있다.

조금 전 친실장이 자실장들에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너희들이 스스로 걸어가는데스. 벌써 몸은 다 자란데스. 마마가 보고 있으니 이제 안전데스"


편의점봉투로의 이동은 이제 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자실장들은 역시 반발했지만, '어른이 되기 위해서'라고 말해지면 납득할 수밖에 없다.
그녀들도 이제 그 정도의 분별은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기때문에 애수를 담은 시선으로 자실장들은 모든 풍경을 보고 있었다.
이제 두 번 다시 이 높고 흔들거리는 풍경을 볼 수 없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희들도 조금씩 크게 되어 가는데스.
언젠가 마마와 같이 어른이 되는데스.
밖을 걷는 것은 위험하지만 주의하면 괜찮은데스
마마도, 마마의 마마도 이렇게 걸어 밥을 모은데스.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만약 그 공터에 살 수 없게 되면 먼 공원까지 걸어 갈 수밖에 없는데스.
우리들은 걸어서 밥을 찾고, 골판지를 찾고, 살 수 있는 장소를 찾는 데스.

걷고, 걷고, 걷는데스.
그 때, 이 편의점봉투가 매우 중요한데스.
편의점봉투는 중요한 것을 옮기는데스. 밥이나 살아가기 위한 도그, 타올이나 패트병이나 중요한 아이를"

숙연하게 3마리의 아이들은 듣는다.

"도착한데스"





용수로에서는 조용히 몸을 씻는 일가의 모습이 있었다.
오늘은 시간을 들여 특별히 더 열심히 씻는다.
늘 까불거리며 떠들던 자실장들도 오늘은 조용하다.
시간이 지나면 주의를 주는 친실장도 오늘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돌아가는 길, 일가에겐 마지막 편의점봉투에 들어간 이동.
풀이 죽은 자실장들을 보고, 친실장이 말한다.


"......언젠가, 너희들도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아이를 옮길지도 모르는데스.
그 때, 오늘의 일을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은데스......................."

그러자 금새 밝은 소리로 자실장들이 대답한다.


"마마에 대해 이야기하는테치" 라는 4녀.

"나는 여동생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테치" 라는 차녀.

"나는... 우리들은 많이 걷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하는테치." 라는 5녀.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미소를 띠는 친실장.
여운에 잠기듯이 일가는 조용했다.







그런 일가와 저쪽에서 걷고 있던 젊은 여자가 엇갈린다.
엇갈렸지만, 몇 걸음 가다가 갑작스럽게 되돌아와
친실장에게서 자실장이 들어간 편의점봉투를 빼앗는다.
여자가 이런 일을 하려는 것엔 특별한 이유도 사정도 아무 것도 없었다.





"데?"

"마마?"


여자는 오른손에 잡은 편의점봉투를 높이 들어 올리고는, 오른쪽 다리를 내딛으며 전력을 다해 봉투를 도로에 내리친다.


"얍!"

"테비지아치아아아악!!!"


편의점봉투는 아스팔트의 위에 내동댕이 쳐진 채, 잠시동안 꿈틀거리고 있었고,
친실장이 입을 다물고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문득 올려다보니 젊은 여자는 벌써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

.............................................................................................................................

............................................................................................................."


친실장이 떨리는 손으로 살그머니 편의점봉투를 열자, 안에선 형태를 알 수 없는 초록과 빨강의 고깃덩이와 육즙이 넘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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