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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라 자실장 다섯 자매
“데쟈아아아아아....”
“데! 서두르는데스!”
흔히 있는, 실장석이 여기저기 골판지 집을 만들어 사는 인간의 공원.
여름이 한창이라 녹음이 울창한 풍족한 자연의 공원엔 흔히 있는, 인간의 심심풀이에 걸린 실장석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로 흔하다는 표현을 할 수 없는 존재.
와타시의 소중한 다섯 마리의 자들을 양팔로 품에 껴안고 골판지를 뛰쳐나온 친실장은 점점 가까워지는 들실장의 비명소리에 서둘러 골판지 가까이의 잡목 아래로 어정어정 걸어갔다.
“테... 테치...”
“걱정 할 거 없는데스. 너희들에겐 절대 인간이 손가락 하나 대지 못 하게 해 주는데스!”
잡목 아래에 모여 있는 시든 갈색 풀 무더기를 옆으로 치우자 드러난, 미리 파둔 작은 구덩이에 한 마리씩 자실장을 내려준 친실장은 다시 마른 풀을 그러안으며 서둘러 말했다.
“마마가 말한 걸 기억하는데스? 절대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면 안 되는데스! 마마가 돌아올 때 까지 여기에 있으면 인간도 절대 너희를 찾지 못 하는데스!”
“테챠아! 무서운테챠아아-!!!”
항상 어리광을 부리던 응석받이의 막내 자실장이 곧바로 울음을 터트리자 장녀가 재빨리 입을 막고 달래며 친실장을 올려다 봤다.
“테... 마마...”
“괜찮은데스! 마마는 인간을 따돌리고 오는데스...!”
마른 풀을 덮기 전에 친실장은 안의 자들을 한 번 더 응시했다.
가장 영리하고 착한 장녀.
역시 영리하지만 장녀에 대한 질투가 있는 차녀.
그다지 영리하지 못 해도 착한 삼녀와 사녀.
그리고 아직도 칭얼대는 아직 작은 막내.
소중하게 길러지고 안전해야 할 자들에게 이런 무서운 경험을 하게 하는 인간에게 치솟는 분노를 삼키면서 친실장은 구덩이의 위로 마른 풀을 덮고 서둘러 일어섰다.
-부스럭
“데...!”
그때 등 뒤의 수풀이 짓밟히며.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데... 데...”
딱히 즐거워 보이지도 않는 심드렁한 표정이지만 그 표정이 나타내는 대로,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공원의 실장석들을 죽일 수 있는 두려우면서도 원망스러운 존재.
“............”
뭔지 알 고 싶지 않은 적록색의 질척한 액체들이 달라 붙은 파이프를 한손에 늘어트린 그 ‘인간 ’의 눈이 얼어붙어 서 있는 친실장과 커다란 골판지 집을 스윽 훑어봤다.
‘자들을 들킬 수는 없는데스....!’
잠시 두려움에 몸이 굳기는 했었지만 친실장은 계획했던 대로, 자들을 지키기 위해 인간을 따돌리기로 했다.
“데스! 데스우! 잡아보는데스! 덩치만 커다랗고 멍청한 인간데스! 데퍄퍄퍄퍄! 데퍄퍄퍄!”
“..........”
와타시에게 인간의 주의를 돌리려 도발을 하며 친실장은 반대편 수풀을 헤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인간을 유인해 도망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되는데스...!’
물론.
“와타시를 절대로 잡지 못하는데...데케에에엑-!!!”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할 각오조차 없는, 인간을 여유 있게 따돌려 자들을 숨기고 와타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 계획이 애초부터 너무 낙관적인 망상이었다는 건 다음 순간 인간의 발에 밟혀 머리가 흙바닥과 신발 밑창 사이에 끼어 짓눌리면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데에에에엑....!!!”
그러나 짓눌려가며 금이 가기 시작한 두개골의 소리와 고통에 버둥대던 친실장의 머리를 누르던 압력은, 곧 사라졌다.
“............”
애초에 린갈도 쓰고 있지 않았던 남자는 일부러 자신을 향해 데스데스 데퍄퍄퍄 거리며 도망가던 들실장을 잡은 뒤에야 이어폰형 린갈을 꺼내 귀에다 꼈다.
“...재미있는 녀석이군.”
“데....?”
“구태여 주의를 끌었다는 건... 뭐, 새끼가 있단 말이겠지. 어디에 있나?”
“데!”
인간이 와타시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에 더해 완벽한 와타시의 계획까지 들통 나자 경악한 친실장은 얼굴에 놀란 표정을 다 드러낸 뒤에야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했다.
“무슨 말 데스...? 와타시에게 자는 없는데스!”
“...........”
-우지직!
“데엑!! .....데? 데에에에에?”
그 말을 한 순간 남자는 바로 왼손으로 친실장의 머리통을 움켜쥐고 오른손으론 한쪽 뒷머리를 다발째 뜯어내버렸다.
아무런 손대중이 없는 그 행동에 목이 확 꺾여 비명을 질렀던 친실장은 남자의 손에 들린 갈색의 머리칼 다발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가 뜯겨나간 뒷머리가 있던 자리를 더듬으며 절규하기 시작했다.
“데! 데에에!!! 와타시의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없는데스아아아아-!!!”
인간에겐 기름과 때에 절은 냄새나는 짐승의 털 다발 일 뿐 이지만 실장석들에겐 자랑이자 소중한 재산인 머리칼이 사라진 것에 눈을 뒤집으며 울부짖는 친실장을 내려다 보던 인간의 표정은, 아직도 심드렁했다.
“다시 한 번 묻지. 새끼들은 어디에 있어?”
“데... 데스우.....!”
잠시 뒤.
“데... 데스.....”
남은 머리카락도 모두 뜯기고 망연자실해 바닥에 손을 짚고 쓰러져 있는 친실장의 앞에서 남자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자... 이래도 말 할 생각이 들지 않나?”
“데에...”
살색의 피둥피둥한 독라의 모습이 된 친실장의 눈은 이미 탁하게 빛을 잃어 절망만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던 남자가 시선을 돌렸다.
“뭐 결국 이정도인가.”
“데에?!”
그리고는 주저없이-소중한 자들을 숨긴 곳으로 손을 뻗는 남자를 본 친실장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테...?! 테...테챠아아아-!!!”
“테! 마마! 마마! 마....”
갈색 풀들이 치워지고 드러난 구멍 안에서 얼싸안고 떨던 자실장들은 머리 위로 빛이 비쳐들며 자신들의 모습이 드러나고 그 위로 커다란 인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비명을 질러대다 친실장의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마마가... 독라가 된 테치?!”
“테! 그럴리가 없는테치! 마마는 아주 센 테치! 인간에게 지지 않는테치!!!”
“...........”
친실장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하거나 고개를 흔들며 현실을 부정하려 드는 자실장들 사이에서.
차녀만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데... 어째서... 어째서 들킨데스?!”
“너희 실장석들의 하는 짓이야 다 거기서 거기지. 초록색의 풀숲에 이곳만 갈색으로 시든 풀들이 쌓여 있는데 모를 리가 없잖아?”
“데...!”
소중한 자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지혜를 짜내어 준비해 두었던 회심의 방법.
인간이 알아차리지 못 할 것이라 자신하던 그 준비가 아무렇지도 않게 들통 난 것에 독라가 되어 훤히 드러난 몸에 땀이 줄줄 흐르는 걸 느끼면서 친실장은 남자를 올려다봤다.
‘어떻게 해야 되는 데스... 어떻게 해야...’
땀을 줄줄 흘려가며 필사적으로 방법을 생각하는 친실장을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은 역시나 심드렁 했다.
“결국 그게 한계인거냐. 재미없게...”
남자가 적록색으로 물든 파이프를 들어 올린 순간.
“데스우-!!!”
감자기 큰 소리로 절규하듯 외치는 친실장의 모습에 남자의 팔이 멈추었다.
“인간상. 재미있는걸 보여주는데스!!!”
“..........?”
의아해 하는 남자의 앞에서.
친실장은 자신을 올려다 보는 다섯마리의 자실장의.
머리카락을 뜯어버리고 옷을 찢어버렸다.
-찌이익!
“테.....?”
최초로 옷을 뜯긴 자실장, 막내가 찢긴 옷 조각이 바닥에 흩날리는걸 멍하니 보는 사이에 친실장의 손은 머리채를 쥐고 힘껏 잡아 뜯었다.
“테아아아악-!!!”
“마마! 무슨 짓 테치이이-!!!”
머리카락이 뜯기는 고통에선가 아니면 독라라는, 실장석의 자랑인 갈색 머리카락도 없고 옷마저 없는 비참한 처지로 밀려 떨어졌다는 절망에선지 눈을 뒤집으며 비명을 지르는 막내를 보면서 장녀 자실장이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그 장녀의 머리끄덩이도 친실장의 손에 우악스럽게 당겨졌다.
“테챠아아아-!!!”
“치!”
“...............”
말없이 지켜보는 남자의 눈 앞에서 우왕자왕 거리던 자실장들이 하나씩 친실장의 손에, 와타치를 지켜주고 밥을 가져오고 길러야 할 ‘보호자’의 손에 독라라는 절망에 밀어넣어진 자실장들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도망다니던 차녀에게 친실장이 손을 뻗은 순간.
“손대지 마라 테챠아아아-!!! 테샤아아아악-!!!”
“데엣!”
친실장을 노려보던 차녀는, 힘껏 친실장의 손을 물어 뜯었다.
“너 따위 마마가 아닌테샤아! 항상 오네짱만 칭찬하고 차별하고 와타시를 무시하다 인간 하나 못 이기고 독라가 된 주제에 이젠 와타시의 소중한 머리카락과 옷에까지 손 대는 테샤! 죽여주는테샤아아-!!”
“...........”
그 말을 들은 순간의 친실장의 표정은.
등을 돌리고 있어서 남자에겐 보이지 않았다.
단지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차녀의 얼굴을 후려치는 것 만은 등을 돌린 채로도 알 수 있었다.
“테치익!”
얼굴을 맞은 차녀가 얼굴을 감싸고 바닥에 나동그라져 고통에 뒹굴다가, 머리카락이 잡아 당겨지는걸 느끼고 급히 얼굴을 들었다.
“테....! 놓는테치! 놓는테치! 놓는테....!”
-찌지직!!!
“테아아아아-!!! 이 빌어먹을 분충테챠아아악-!!! 캬아아아악-!!!”
등을 밟힌 채 머리카락이 뜯겨진 차녀가 발악하면서 팔다리를 버둥댔지만 친실장은 묵묵히 차녀의 옷으로 손을 옮겼다.
“....저주해 주는테치! 너같은거 저주해 죽여주는테치! 너 같은거의 자로 태어난게 잘못테... 테챠아아아-!!!”
-찌지지직...
“.................”
마침내 차녀까지 모두 독라가 되었다.
“테! 테! 테에에엥!!!”
“마마... 어째서테치...”
“테챠아아!!! 독라는 싫은테챠아!!!”
“와타치의 머리카락... 아직 붙을지도 모르는테치! 붙는테치! 붙는테치이이!!!”
그저 바닥에서 버둥대며 울부짖거나 옷이나 머리카락을 다시 붙이려 쓸데 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자실장들의 한 가운데서 친실장이 천천히 남자를 올려다 봤다.
“..................”
“데.......”
그리고.
친실장의 예상대로.
남자의 입가가, 실쭉 미소를 짓고 있는걸 보고 숨을 들이켰다.
“와타시가 와타시의 자들을... 독라로 만드는 모습데스. 자들을 낳은 마마가 자들을 지옥에 빠트리는 처참한 모습데스. ...재밌었던데스?”
“...아아. 나름대로.”
“그러면 그 상으로 부탁을 하나 들어주는데스...”
“...그래. 재밌는 모습이었으니 내용에 따라선 들어주지. 말 해봐라.”
“테....!”
친실장과 남자의 대화를 들은 차녀가 눈을 치켜뜨며 친실장을 노려봤다.
“인간에게 아첨을 떨어 자신만 살아남으려는 수작테치! 와타치를 이런 꼴로 만들고 자신만 살겠다닌 테치이이이-!!!”
“............”
친실장은 차녀를 돌아보지 않은채.
조용히 부탁을 말했다.
“상으로... 자들의 생명만은 살려주는데스....”
친실장은 필사적으로 생각했었다.
인간에게서 도망 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도망간다 해도 몇 걸음 못가서 자신과 자들 모두 인간이 든 긴 무언가에 산채로 박살나 공중에 흩날릴 것은 방금 전에 깨달았다.
지금 자신과 자들의 생사여탈권은 인간의 손에 있다.
그 어떤 아양도 간청도 요구도 인간이 구태여 들어줄 필요도 없이, 인간의 마음대로 죽이고 살릴 수 있는데다가...
살리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장석들이 보통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이 소용없다는 것이, 오히려 친실장에게 실장석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을 정도의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인간의 입장.
인간은 어째서 자신들을 죽이려 하는지.
그 답은 인간이 말했던 내용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녀석이군.’
‘결국 그게 한계인거냐. 재미없게...’
인간은, 와타시들을 괴롭히고 죽이면서 재미를 찾고 있었다.
재미.
친실장에겐 별로 상관이 없는 단어였다.
험난한 들실장으로서의 삶엔 재미 있는 일은 커녕 당장 먹을 음식 쓰레기와 목숨의 걱정을 하기에도 지치는 나날이었다.
그런 자신들의 목숨을, 인간은 재미로 죽이려 든다...
그 깨달음으로 치솟는 분노와 억울함과 서글픔을, 친실장은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당장이라도 인간에게 따지고 소리지르고 싶지만 그런 짓을 하면 이미 예정된 죽음이, 그것도 자신 뿐 만 아니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자들의 죽음까지 더 빨리 올 뿐이니까.
지금 해야 할 것은 그 부조리한 처지에 대한 터질것 같은 분노를 터트리는게 아니라.
자들을 살릴 방법을 떠올리는것 었다.
그래서.
친실장은 자들을 독라로 만들었다.
울부짖는 소중한 자들의 머리카락을 스스로의 손을 잡아 뜯고 옷을 찢어 독라로 만들었다.
옷도 머리칼도 없는 독라가 실컷 병신 취급을 당하며 린치를 당하고 천대받다가 죽는건 많이 봐 왔다. 자신 스스로도 그 린치에 참여하고 실컷 비웃으며 와타시는 독라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우월감을 맛봐 왔으니까.
그것이 인간들이 와타시를 죽이는 것과 비슷한 재미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친실장은 또 다른 기억도 떠올렸다.
‘제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는데스....’
예전 어느날 한 인간의 눈에 띄어 독라가 되었던 한 이웃.
인간은 단지 머리칼과 옷을 뺏었을 뿐 더 이상 아무런 손을 대지 않고 그 이웃을 두고 사라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독라가 된 그 이웃은, 자신들에게 괴롭혀지다가 죽어갈게 뻔 했으니까 일부러 그랬던 것이다...
그러나 그 독라는, 딱히 주변에서 시기를 사지도 미움을 받지도 않고 어제만 해도 평법하게 지내오다 머리카락과 옷이 없다는 것 만으로 린치의 대상이 되었던 그 ‘이웃’은 직접적인 폭력은 당하지 않았다.
그 독라는, 목숨구걸을 하면서 흘린 대변을 스스로 퍼 먹고 그곳에 얼굴을 처박으며 빌은 것이다.
‘이렇게! 이렇게 하는데스! 와타시는 천하고 더러운 독라데스! 그래도 목숨만은 살려주는데스우우-!!!’
‘데? 데프프프! 데퍄퍄퍄퍄!!!’
‘머리도 옷도 없는 독라가 대변까지 먹는데스! 최저데스우! 데퍄퍄퍄퍄!!!’
그 비참한 모습을 비웃으며 웃고 떠들던 들실장들은, 독라를 때려 죽이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우월감과.....
‘재미’를 느꼈으니까.
결국 그 독라는 밥을 구하는 장소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풀이나 뜯어먹다 그것마저도 금지 당해 떠돌다가 공원의 구석에서 입가를 녹색으로 물들인 앙상한 사체로 발견 되었지만 어쨌든 린치는 당하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와타시가 인간이 원하는 ‘재미’를 준다면...
목숨만은 살려 달라던 독라에게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부탁 하나 정도는 들어 주지 않을까.
그것이, 친실장의 결론이었다.
“새끼들만...? 너는 죽어도 좋다는건가.”
“죽는건 싫은데스... 당연히 싫은데스....!!!! 하지만... 자들과 와타시까지 전부 살려달라고 하면 인간상은 아마 들어주지 않을 것 데스...”
“마마....!”
친실장에게 쥐어짜는 듯 한 목소리로 우는 장녀의 뒤에서.
차녀는 망연자실해서 서 있었다.
독라가 된 그 자실장들을 응시하던 남자의 입가에.
다시 실쭉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그 부탁마저도 제법이군. 좋아... 꽤 재미있어.”
“데스....”
남자는, 파이프를 머리 위로 크게 들어 올렸다.
“너의 부탁... 들어주지!”
“데.....”
파이프가 커다란 호를 그리며 내리쳐 지는 순간, 친실장은 뒤를 돌아보려 했다.
그러나, 뒤.
자들이, 찢어지는 듯 한 마음으로 스스로의 손으로 독라로 만든 자들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자들이.
어떻게 해서든 살리고 싶었던 자들이 있는 곳을 미처 돌아보기도 전에.
-철퍽!!!
물기가 있는 날고기를 무언가로 세게 후려치는 듯 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마마아아아아-!!!”
단지.
머리가 박살나고 뇌가 흩날리는 순간 마지막으로 들은 목소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준 후로 내내 들어왔고, 절대로 못 알아 들을 리가 없는.
차녀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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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치! 붙는테치! 붙는테치이이-!!! 머리카락도 옷도 분명 다시 돌아오는테치! 이전 그대로 독라가 아닌테치아아-!”
“보는테치! 돌아 온테치! 살색이 아닌테cl!”
“.........테.”
불에 탄 뒤에 물이 부어져 질척질척한 검댕 덩어리가 된,
원래 머리카락과 옷이었던 진흙 같은걸 머리칼도 옷도 없는 살색 몸뚱이에 문질러 바르며 절규하고 있는 삼녀와 사녀.
그렇게 현실도피를 하려는 동생들의 허무한 몸부림을 쳐다보고 있는 장녀.
죽었는지 살아있는지도 모르게 바닥에 엎드려 미동도 안 하는 막내.
...그런 자매들을 등진 채.
차녀는 부글부글 거품이 일어나며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는 물체 앞에 손을 짚고 쓰러져 그 물체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마마.........”
독라 자실장 다섯 자매 - 2
“약속대로 너희들을 죽이진 않으마.”
잠시 전.
일격에 친실장의 머리를 흩날리게 한 남자는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며 적록색 액체가 묻은 파이프를 닦고는 자신이 바닥에 흩뿌렸던 쓰레기들을 발로 모았다.
그리고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인 후, 몸을 굽혀 그 라이터를 바닥의 쓰레기 뭉치에 가져다 댔다.
-화르륵
“테....! 테챠아아아-?!”
“와타치의 옷이 불타는 테아아아-!!!”
쓰레기-자실장들의 옷과 머리카락 더미가 불타오르며 작은 모닥불이 되는 그 모습에 삼녀와 사녀가 비명을 지르면서 아장아장 모닥불을 향해 달려갔지만 장녀가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위험한테치! 뜨거운거에 가까이 가면 안되는테치!”
“하지만 와타치의 옷이! 머리카락이 타버리는테치이....!”
“....어쩔 수 없는테치! 어쩔 수 없는테치......”
마찬가지로 눈물과 콧물 범벅인 장녀가 삼녀와 사녀를 막아서고 있는 동안에 막내 자실장은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막내짱....?”
소리치고 울고 불고 하는것 보다 오히려 그 조용함에 불안함을 느낀 장녀가 부른 순간.
-털썩
막내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막내짱?! 막내짱...!”
“와타치의 옷 돌려주는테.... 테햐아!”
“테에에에!”
장녀가 쓰러진 막내에게 달려가고 그 틈에 불로 달려간 삼녀와 사녀가 뜨거운 열기에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선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주위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동안.
차녀는 머리가 사라진 친실장의 사체 앞에 내내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정리 해야겠지...”
“........”
문득 남자가 친실장의 사체를 내려다보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내 안에 든 액체를 사체에 부어도 차녀는 멍하니 있었다.
-부글부글
“.....테?”
그러나 그 액체에 젖은 순간, 친실장의 몸에서 작은 거품이 일어나는 듯 하다가.
살색의 고기가 흐물흐물 해지며 녹기 시작했다.
“마마... 마마아아아-!!!”
이미 죽은 친실장이 다시 죽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광경에 차녀의 눈에 빛이 돌아오며 친실장에게 달려갔지만 남자가 발로 차녀를 막았다.
“비키는테샤아아아-!!! 마마!! 마아아아악-!!!”
“그만둬라. 저건 도로리다. 손을 대면 너도 손부터 산채로 녹기 시작할 거다.”
“테... 테에에에에.....”
“들실장치고는 꽤 재밌었던 네 어미에게 약속한 대로, 나는 직접 너희를 죽이진 않겠다. 그러니까 막아 준거야. 하지만 그것도 한번뿐이야.죽고 싶으면 저 사체를 끌어안던가.”
“테.... 테햐아아아아-!!! 테아아아아아-!!!”
그대로 바닥에 손을 짚고 쓰러져, 머리칼이 없는 대머리를 감싸 안고 바닥에 이마를 부딪혀가며 울부짖는 차녀를 내려다보던 남자는 슬슬 불이 사그라져 작아진 모닥불의 위에 도로리가 든 병을 기울였지만 병이 빈 걸 깨닫고는 혀를 차며 공원의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서 위에 뿌렸다.
그리고는, 불이 꺼진것과 친실장의 사체가 녹아가는 걸 확인하곤 남겨진 독라 자실장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대로 떠나갔던 것이다.
“테아아아아아아-!!! 마마..... 마마아아아...!”
마음속에 담아뒀던 장녀에 대한 열등감과 그 장녀만 칭찬하고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한 친실장에 대한 원망이 폭발한 차녀는 마음껏 친실장을 욕하고 매도했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죽어버린 모친의 몸을 끌어안지도 못하고 오열 할 뿐인 지금의 모습.
‘너 따위 마마가 아닌테샤아! 항상 오네짱만 칭찬하고 차별하고 와타시를 무시하다 인간 하나 못 이기고 독라가 된 주제에 이젠 와타시의 소중한 머리카락과 옷에까지 손대는 테샤! 죽여주는테샤아아-!!’
‘...........’
스스로의 목숨을 버릴 결심을 하고 오직 와타시들을 살리기 위해 찢어질 듯 한 마음으로 가혹한 일을 해야 했던 마마에게 자신이 외친, 그 독기 어린 발악을 들었던 순간의.
마마의 울 것만 같았던 슬픈 얼굴.
그것이 이제 와서야 후회되고 후회돼서 미칠 것 같아도.
“테아아아아아.....................”
마마의 몸에 손을 대는 것조차, 할 수 없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탈진해 차가운 흙바닥에 엎어져 있던 차녀가 눈을 뜨자 주저앉아 있는 삼녀와 사녀,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막내가 보였다.
“차녀짱 눈을 뜬 테치! 다행인 테치... 막내는 눈을 떴지만 이번엔 차녀짱이 쓰러져서 걱정했던테치...”
이미 어두워진 하늘을 배경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장녀를 멍하니 바라보던 차녀는 장녀가 내민 손을 잡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
차녀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질척거리며 녹아가던 무언가가 있던 자리엔 이미 희미한 자국만이 남아 있는채 모두 녹아 땅에 스며들어가 있었다.
“...................”
“...................”
“...................”
“...................”
“...................”
독라 자실장 다섯 자매가 어두운 수풀 속을 조금 걸어 보금자리로 돌아가자 골판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안에 든 이불 용도의 신문지도, 저장해둔 음식 쓰레기도, 페트병에 반 정도 남은 물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마마만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자실장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눈 앞에서 인간에게 소중한 마마의 머리가 날아가고 사체마저 녹아버렸을 뿐만 아니라.
실장석으로서의 자랑과 긍지인 머리카락과 옷도 모두 뜯겨 그렇게나 비웃고 천대하던 독라가 되었다는 것에 자실장들의 마음은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막내 자실장의 경우엔 아까 쓰러졌을때 이미 위석에 작게 금이 가 언제 위석이 부서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설령 살아간다고 해도 이미 남은 수명도 크게 줄었을 것이다.
말 없이 골판지 안에 웅크리고 있던 자실장들의 사이에 침묵만이 흐르던 때.
“.....차리리 죽는게 편한 테치.”
툭하고 사녀가 중얼거렸다.
“테....?”
고개를 든 자매들의 앞에서 사녀는 입가에 실쭉 미소를 띤 채, 비아냥 거리듯 계속 중얼거렸다.
“뭐가 목숨만은 살려주는테치. 벌써 끝테치. 마마도 없는테치. 게다가 와타치들은 독라인테치! 살아있더라도 무시당하는테치! 나가면 모두들 때리고 놀리며 가지고 놀다가 죽일 것 테치. 이럴바엔 아까 죽었던게 편한테치!”
한번 중얼거리기 시작한 사녀는 봇물이 터지듯 참고 있던 감정을 터트리며 끝없이 말을 이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행위가 의도하는건.
누군가가 ‘그렇지 않아’ 라고 말 해주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그렇지만 똑같이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한 자매들에게, 실장석에게 그런걸 바라는건 무리하고 제멋대로인 요구.
사녀를 위로할 만한 유일한 존재는 이미 걸쭉한 무언가가 되어 땅에 스며들었다.
그러기에 계속 주절대던 차녀가,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마마는 바보테치이-!”
“........!”
그 순간, 차녀가 벌떡 일어섰다.
“테....?”
그리곤 위로를 기대하며 올려다보는 사녀의 주둥이를 뭉툭한 손으로 힘껏 후려 갈겼다.
-퍽
“테체아!”
“마마는 바보가 아닌테챠아-!”
“테... 테헤...”
“마마는 바보가 아닌테치! 나쁘지 않은테치! 와타치를 살리려 마마가... 마마가 죽은테체아아-!! 그런 마마를 욕하면 죽여주는테체아!”
본심을 모르고 친실장을 매도했다는 억누르지 못 할 죄책감에 괴로워 하던 차녀는 친실장을 욕한 사녀를 때림으로서.
자신은 친실장의 편이라는, 자신은 나쁘지 않다는 합리화를 하며 죄책감과 잘못을 모두 사녀에게 떠 넘기려 발악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잘못이 사라지지도, 죄책감이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걸 애써 깨닫지 못한 척을 하면서.
“차녀! 그만하는테치!”
“테... 테...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
말리려는 장녀와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울기 시작한 삼녀의 소리에 막내가 웅크린채 가만히 있어도 골판지 안이 난장판이 되어가던 순간.
-덜컥
“데스우....?”
골판지에 기대 세워 문으로 쓰던 작은 나무판자가 움직이더니, 성체실장의 얼굴이 나타났다.
중앙을 흐르는 작은 강으로 동서로 나뉜 이 공원의 서쪽엔 전체를 통일한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의 실장석 집단이 이루어져 있었다.
다른 공원에서 건너 왔다는 한 영리한 들실장이 가능한 인간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마음에 들어 애호파로부터 먹이를 받기 위해서의 행동들을 가르친 것이다.
가능한 몸을 청결하게 할 것, 인간에게 요구를 하지 말 것, 인간이 보는 앞에선 싸우거나 꽃으로 아이를 만들지 말 것 등을 가르쳐온 그 리더 실장의 덕분에 공원의 서쪽은 가끔 천재지변처럼 닥쳐오는 몇몇 학대파의 심심풀이를 제외하면 커다란 문제없이 들실장이 살아가고 있었고 먹이를 주는 애호파의 수도 조금씩 늘고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일을 가능하게 한, 리더 실장의 얼굴을 보자 공포에 질려 있던 자실장들의 얼굴이 안도로 풀어졌다.
“테! 큰아줌마테치!”
가끔 먹을 것을 구하지 못 한 일가에게 모두가 받은 먹이의 일부를 나눠 주게 할 정도로 집단의 유지를 잘 해오던 리더 실장은 공원의 자실장들에게서도 큰 아줌마라 불리며 의지가 되고 있었다.
절망의 끝에서 의지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는 안도감에 몰려들어 안기는 독라의 자실장들을 리더실장은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일단 진정 시켰다.
“너희들 무사했던데스! 마마는 어떻게 된 데스?”
“테...”
마마라는 그말에 자실장들의 눈물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마마는... 마마는...”
“마마는 와타치들을 구하기 위해 죽은테치... 인간은 와타치들을 내버려두고 간 테치.”
“그런데스...”
독라가 되어 있는 자실장들의 가여운 모습을 응시하던 리더실장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씩 오는 나쁜 인간이 온 걸 비명소리로 알아차린 리더실장은 숨을 죽인 채 골판지에 틀어 박혀 있다가 조용해지고 해가 진 이후에야 상황을 살펴보러 나왔었다.
아마 인간이 있던 주위에 있던 골판지엔 살아 있는 동족이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 골판지 안에서 들려오는 자실장들의 울음소리에 안을 들여다 본 것이다.
살아있는 동족이 없었으면, 오히려 마음이 무겁진 않았을 것이다.
“...너희들 모두 죽이는데스.”
“.........테?”
“큰아줌마... 지금 뭐라고 말 한테치?”
갑작스런 리더실장의 말에 자실장들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되물었다.
“미안한데스...”
“테.... 테! 어째서테치! 무슨말테치이이-!!!”
“와타치들을 죽인다고 한 테치....?”
옷이 없어 등과 몸을 타고 줄줄 흐르기 시작한 식은 땀의 끈적한 느낌에 기분 나빠 할 여우도 없이 장녀가 더듬거리면서 물었다.
“어째서테치...! 와타치들 독라라서 그런테치....?!”
“그런건 아닌데스... 어른의 독라는 죽일 필요까지는 없는데스...”
“그럼 어째서 테체아-!!!”
“그럼 묻는데스. 너희들,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갈 것 인데스?”
“테....”
리더실장의 경험에서 나온 규칙 중에 하나는.
‘친실장을 잃은 자실장들은 모두 죽인다’ 였다.
독라인지 아닌지 이전의 문제다.
아직까지는 학대파가 왔을 때 자실장만이 살아있는 경우는 없이 친자 모두 죽었고 인간들의 태도가 중립과 애호의 사이인 이 공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를 건너거나 까마귀와 고양이등이 있는 마을로 나갈 필요가 없어 사고로 죽는 친실장도 없었기에 그런 규칙이 있다는 걸 지금까지 자실장이 몰랐던 것뿐이다.
“너희를 보호하고 돌볼 마마는 이제없는데스...”
“테... 그럼 큰아줌마가 우리를 길러테치! 테츄우웅~”
철부지인 사녀의 말에 리더실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 공원은 조금 여유가 있긴 해도 남의 자까지 기를 수는 없는데스. 와타시의 자들도 굶어죽을 걱정은 없지만 충분히 먹지는 못하는 데스.”
“....인간! 인간상에게 와타치들을 길러달라하는테치! 나쁜 인간은 가버린 테치! 밥을 주는 착한 인간상들에게 부탁해 길러지는테치!”
“.............”
나올거라 예상 했던 그 대답을 들은 리더실장은, 다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너희들을 죽여야 하는데스.”
중립에서 애호 사이로 저울 바늘이 기울어 있어도.
작고 사소한 행동 하나에 그 바늘이 학대로, 파멸로 순식간에 기울어 버리는 것을 리더 실장은 몇 번이고 봐왔다.
먹이를 달라고 요구하며 지나가던 고급 양복을 입은 사람의 옷을 더러운 손으로 잡은 한 동족의 행동 때문에 다음 날 하얀 옷을 입은 인간들이 가득 왔었다.
그 인간들이 메고 있는 가방에 연결 된 대롱에서 뿜어진 안개 같은 것에 닿은 동족들이 눈과 코와 입과 귀에서 적록색 체액을 줄줄 흘리며 목을 쥐어뜯고 바닥을 뒹굴다가 하나 둘 씩 움직이지 못했던 일.
그 일이 있고 조용해진 공원에서 다시 조금씩 살아가며 어떻게든 인간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려 신경 쓰느라 미처 막지 못 한 한 자실장이 공원에 온 사육자실장의 옷을 뺏어 입고 자신이 사육실장이 되려고 사육실장을 물은 일.
머리나 몸도 아니라 그저 손을 한번 물렸을 뿐인데도 바닥을 뒹굴며 악을 쓰는 사육실장을 황급히 안아들고 인간이 사라진 후 이번에는 하얀 옷이 오지 않았지만 먹이를 주는 인간들이 전혀 오지 않게 되었다.
그런 일을 몇 번이나 겪다가 결국 황폐해진 공원에 당시에 기르던 자들을 모두 남겨두고 떠나 가까스로 이 공원에 도착했던 리더실장에게,이 자실장들은 간신히 다시 찾은 보금자리를 모두 불 태워 버릴 수도 있는 불씨일 뿐 이었다.
“와,와타치들 괜찮은테치! 인간상에게 부탁하지 않는테치! 절대로테치! 와타치들끼리 힘을 모아서 사는테치!”
“그 결심도 배가 고프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데스. 아니, 분명히 결국 인간상에게 요구를 하게 되는데스!”
“테! 그렇지 않은테치이!”
“너희들 때문에 위험에 처할 수는 없는데스! 포기하고 죽는데스우우우-!!!”
“테... 테치잇-!!!”
-퍽
“데!!!”
리더실장이 소리치면서 입을 크게 벌려 자실장들을 물어 뜯으려 고개를 숙인 순간, 차녀가 튀어나와 리더 실장의 눈을 때렸다.
자실장의 공격이라도, 눈을 맞아 고통을 느낀 리더 실장이 비틀거리자 그 틈으로 차녀가 쏜살같이 문을 빠져나갔다.
“안 되는테치! 죽으면 안 되는테치이! 마마가 살려준 생명테치! 살아야하는테치! 살아야하는테샤아아-!!!”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미친듯이 외치면서 달려가는 차녀를 보던 장녀도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나머지 지실장들을 끌고 나왔다.
“모두! 어서 도망치는테치! 차녀를 따라가는테치!”
“테히이!”
“테...”
장녀가 막내의 손을 끌고 삼녀와 사녀를 따라 달리기 시작 한 때, 집에서 한쪽 눈을 감싼 리더 실장이 나와서 소리쳤다.
“잡는데스! 저 자실장들을 모두 잡아야하는데스!”
“데...?”
“데스?”
-부스럭 브스럭
“테....!”
리더 실장의 외침에 골판지 주위에 나타난 성체 들실장들을 보고 장녀가 놀랐다.
인간이 갔는지, 더 이상 위험한 건 없는지 보러 오는데 혼자 올 리가 없던 리더 실장과 같이 왔던 공원의 들실장들은 리더의 외침에 모두 독라 자실장 자매들을 쫓기 시작했다.
“테체아아-!!”
꽤나 앞을 달리던 차녀는 어쨌든, 다른 자실장들은 성큼성큼 따라오는 성체들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수풀을 향해 뛰었다.
-사사사삭
네 자매가 수풀의 잡목 아래를 헤치고 들어가는 순간, 따라잡은 한 들실장이 장녀의 목덜미를 잡으려던 순간.
-푸욱
“데-?!”
갑자기 들실장의 몸이 옆으로 휘청거리더니 키가 확 줄어들었다.
-으직!
“데! 데쟈아아아-!!! 데아아아-!!!”
들실장이 발을 디딘 곳은.
낮에 친실장이 자실장들을 숨겼던 작은 구멍이었다.
그 구멍에 한쪽 발이 빠지며 다른 다리가 들려 올라가 꺾인 들실장의 다리뼈가 부러져 살을 찢고 나온 그 처참한 모습과 비명에 따라오던 들실장들이 모두 멈췄다.
인간을 피하려 밤이나 새벽에 움직이는 일이 많은 실장석이지만 그렇다고 밤눈이 밝은 동물인건 아니다.
오히려 30c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몸으로 둘러 볼 수 있는 범위는 좁은 편이라 뭔가 위험한 ‘함정’이 가득 한 거 같은 어두운 수풀에 들어가기를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자실장들의 모습은 수풀 너머로 사라져 갔다.
“데스우! 놓치면 안 되는 데스우우-!!!”
리더 실장의 고함소리가 당장이라도 자신들을 잡아 챌 것 같이 느껴지는 공포에 자실장들은 가능한 멀리 도망가는 것만 생각하며 달리고 또 달릴 뿐 이었다.
“테챠아아아아......”
어두운 공원 안에 자실장들의 비명소리가 작게 울리다가,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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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있는 애호파의 방문과 가끔 있는 학대파의 방문이 있는 공원 동쪽의 한 들실장 일가.
평온하다고 할 수 있는 그 주변에서 운이 없게도 학대파의 심심풀이에 걸린 그 일가의 친실장은 자신의 목숨과 함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독라로 만드는 잔혹한 쇼를 대가로 아이들의 목숨만은 지켜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죽지만 않았을 뿐.
독라가 된 고아 자실장이라는, 인간에게 빌붙을게 뻔 한 위험의 씨앗을 제거하려는 공원의 리더가 자실장들을 죽이려 드는 것에서 드러나듯.
독라 자실장 자매들에게 이미 미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 독라 자실장 다섯 자매 3 -
“테치이...”
어둠이 내려앉은 강가.
미친 듯이 달리던 차녀를 선두로 공원을 동쪽과 서쪽으로 가르는 작은 강에서 멈춘 다섯 마리의 독라 자실장들은 달리길 멈추는 순간 엎어져 몸을 들썩이며 헐떡였다.
다행히 뒤에서 성체들이 따라오는 기색은 없었다. 물가에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진 자실장들이 잠시 뒤에 하나 둘 씩 일어나 불안을 잊으려는 듯 서로 모였다.
“테... 이제부터 어떻게 하는 테치... 집으로는 갈 수 없는테치.”
“테! 테에! 집에 못 가는테치! 와타치의 이불도 밥도 안에 있는테치! 테에에!”
“조용히 하는테치... 울어도 소용없는 테치...”
울기 시작하는 사녀를 장녀가 달랬다. 아무리 성체들이 쫓아오지 않았다고 해도 자실장끼리만 나와서 소리는 내는 건 자살행위일 뿐 이었다.
그때 불어온 차가운 밤바람에 얼싸안고 있던 자실장들이 몸을 떨며 테치테치 신음소리를 냈다.
머리카락도 옷도 없는 알몸으로 맞는 바람의 차가움에 자신들이 독라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장녀가 어둑한 주위를 다시 둘러봤다.
인간뿐만 아니더라도 개와 고양이, 까마귀 등 실장석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는 많다. 그 많은 대상들 중 실장석이 제대로 맞설 수 있는 상대는 없기에 실장석들은 깊은 밤이나 어슴푸레한 새벽을 틈타 움직이는 게 안전하다고 알지만 그렇다고 밤눈이 좋은 건 아니라 어둠이 불안한건 마찬가지이다.
“....일단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테치. 모두 함께 자면 춥지 않은테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차가운 밤공기가 춥지 않을 리가 없다.
집도 옷도 친실장의 체온도 잃은 다섯 마리의 자실장은, 가끔씩 바람이 불어 닥칠 때 마다 테치테치 울어대며 큰 돌 아래서 떨며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어느 공원에서 한 실장석이 해충 취급받거나 장난감으로 굴려지다 살해당하더라도, 아니면 한 생명으로서의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길가에서 죽어가도 무관심한 시선이 지나쳐 간다 해도 자신에겐 소중하고 소중한 존재인 아이들을 위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비정한 결단을 내리고 결국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 일.
그리고 그 아이인 자실장들이 실장석에게 생명처럼 소중한 옷과 자랑스러운 머리카락을 뜯기고 비참한 독라가 된 일.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아무런 상관없이 세상은 평범하게 돌아가 해가 뜨자 웅크리고 있던 자실장들이 차례로 눈을 떴다.
“...테치....?”
눈을 뜬 장녀는 아직 어슴푸레하게 새벽안개가 내려앉은 주위를 둘러봤다.
친실장이 살아있을 때도 이 시간에 일어나긴 했지만 그건 새벽 쓰레기 줍기를 나가는 친실장의 기척에 깨어 배웅을 하던 나날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자실장들을 깨운 건 알몸에 스며드는 냉기였다.
“테... 테치...”
차가워진 몸을 움직여 온기를 되돌리려 꿈틀대던 자실장들이 모두 일어나서.
그저 장녀처럼 주위를 멍하니 둘러봤다.
“...이제 어떻게 하는 테치.”
“........”
그 질문에 대답 할 수 있는 자실장은 없었다.
“...배고파진 테치.”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다시 돌 아래에서 웅크리고 있던 중에 사녀가 중얼거렸다.
“..........”
장녀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항상 칭얼대는 사녀를 달래던 말은, ‘마마가 밥을 가지고 올 때까지 참는테치.’ 였으니까.
이제 아무리 기다려도, 마마는 오지 않는다.
자실장들은 추위와 허기에 지쳐 돌 아래서 웅크린 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가끔씩 퍼뜩 고개를 들고 차가워진 몸을 문지르지만 곧 다시 꾸벅거리기 시작하는 그 간격은 점점 길어져 갔다.
그대로 있으면 독라 자실장들은 모두 천천히 더 이상 움직이지 못 하게 될게 명백했지만.
그때 멀리서 들려온 목소리에, 자실장들의 귀가 쫑긋 섰다.
“.....짱들.... 모이렴.... ....왔어.”
“테!”
인간의 목소리.
그것도 자실장들도 기억하는 목소리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 인간상테치! 좋은 인간상테치!”
“그런 테치!”
예전부터 공원에 매일 와서 밥을 주는 좋은 인간상의 목소리는, 친실장과 함께 공원을 다니던 때에 매일 들어서 기억하는 익숙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자실장들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가는테치! 밥 받는테치!”
“밥 테치! 밥 테치!”
그 순간만큼은 영리한 장녀도 신경질적으로 변한 차녀도 조용한 삼녀도 철부지 사녀도 막내도 모두 정신없이 돌 아래서 기어 나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바깥은 안개가 걷히고 해가 떠 있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을 반쯤은 졸고 반쯤은 기절한 채 보낸 듯 했다.
아직 이슬의 습기를 머금은 풀들이 알몸에 스쳐 생채기가 나는 것도 모를 정도로 허겁지겁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달려간 자실장들은 공원의 광장 가장자리의 수풀 속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테....!”
“큰 아줌마가 있는테치....”
광장에선 자주 오던 젊은 여성이, 들고 있는 봉투 안에서 먹을 걸 꺼내 모여든 들실장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내용물은 야채가게에서 나오는 야채 자투리나 빵가게의 식빵 가장자리였지만 들실장에게 있어선 썩어 국물이 흐르지 않는 야채와 곰팡이가 피고 돌처럼 딱딱해진 빵조각이 아닌 신선하고 맛있는 밥.
그 밥이 눈앞에 있지만, 자실장들은 수풀에서 나갈 수 없었다.
모여든 들실장 무리의 한 가운데엔, 리더 실장의 모습이 있었던 것이다.
“데스... 데스데스...”
“어머... 다친거니? 불쌍하게도...”
리더실장은, 어제 밤 자실장을 쫓다가 구멍에 빠져 다리가 부러진 들실장을 부축하고 있었다.
다친 모습을 본 여성이 안쓰럽게 여기며 봉투를 뒤져 살점이 조금 붙은 비계를 꺼내주자 비계를 받은 리더 실장은 데스데스 거리면서 고개를 숙이곤 비계를 다친 들실장에게 건네주었다.
“비계일 뿐 이지만 영양은 있을 거야. 먹고 빨리 나아.”
“데스!”
“데스데스!”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는 들실장들을 보던 여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착하네요. 이렇게 영리하면 한 마리 길러도 좋지 않을까...”
“...데?”
믿기 힘든 말이 인간의 입에서 나오자 그 순간 주위의 모든 들실장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기른다는 말.
아무리 이 공원이 살기 좋아도 결국엔 들실장.
가끔씩 나타나는 학대파의 손에 언젠가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
비가 오거나 날씨가 나쁘면 애호파가 오지 않아 음식쓰레기를 찾으러 가 고생해도 결국 손에 들어오는 건 음식 쓰레기라는 생활.
그걸 벗어나 먹을 거 걱정 없이, 아이들을 잃을 걱정 없이, 추위나 더위를 걱정 할 필요 없이, 인간의 돌봄을 받으면서 편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사육실장.
마음속으론 천하다는 자각이 있는 들실장과는 다르게, 고귀하고 화려하게 살아간다고 생각 되는 사육실장.
그 사육실장의 권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인간이 길러준다는 말.
그 말에 모든 들실장들이 흥분하려던 순간.
“데스! 데스데스! 데스우!”
자신조차도 순간적으로 행복회로를 발동해, 예전의 공원에 남겨두고 떠나온 아이들도 기적 같이 살아 있어 사육실장이 된 와타시를 찾아와, 아이들과 손을 잡고 행복하게 주인님과 산책을 나가는 상상을 떠올리던 리더실장이 이를 악물고 그 행복회로를 뿌리치고는 주위를 향해 크게 소리를 쳤다.
“.....데...”
“데스우....”
그 리더 실장의 외침에, 당장이라도 와타시를 기르라며 폭발적으로 난리를 치며 여성에게 달려들 듯 하던 들실장들도 움찔 고개를 돌렸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원에서 존경 받는 리더 실장이 몇 번이고 매일 강조하던, 들실장이 사육실장의 자리를 탐내는 게 헛된 일이란 가르침과, 사육실장이 된 다면서 의기양양하게 인간을 따라 갔던 이웃이 옷과 머리카락을 뜯기고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채 이미 말라 비틀어져 가는 자실장들의 사체를 부둥켜안고 울부짖으며 공원으로 힘겹게 돌아와 결국 죽던 모습들을 떠올리며 멈춘 들실장들이지만,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반 수 정도는 포기하지 않고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여성에게 주춤주춤 다가갔지만 리더 실장의 눈길을 받고는 얼어붙은 듯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데스....”
이웃들의 그 모습을 보면서 리더 실장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리더 실장도 사육실장이 되고 싶어 미칠 거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걸 지금까지 살아남은 경험이, 지겹도록 봐온 냉정한 현실이 알려줘 아슬아슬하게 이성을 유지 하게 하고 있었다.
실제로, 길러볼까 라고 말 한 여성의 눈길은 들실장들에게 향해있지 않았다.
들실장들에게 먹이를 뿌리거나하며 익숙해진 사람들 중엔 길러볼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지만.
그건 ‘사육실장을 사 볼까.’ 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 결말이 애호파 한명과 실장석 한 마리의 감소, 즉 파멸 할 때까지 끝도 없이 콧대가 높아질 분충 한 마리와 학대파 한명의 탄생이라는 것도 대부분.
그것까지는 알 지 못하지만 어쨌든 헛된 꿈인 사육실장보다 인간이 나누어 주는 밥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돌린 들실장들이 다시 식빵 가장자리를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평온이 돌아온 때.
“테챠아아아아아아-!!!”
“데....?”
수풀에서 튀어나온 살색의 독라 자실장 한 마리가, 찢어지듯이 울음소리를 지르면서 여성에게 달려들었다.
방금 전.
“테! 밥이 없어지는 테치! 뺏기는테치!”
나가려 발버둥치는 사녀를 장녀와 차녀가 붙들고 말리고 있었다.
“안되는테치....! 큰 아줌마에게 들키면 죽는테치.....!”
“조용히 하는테치! 들켜서 죽고 싶은테치? 살아야하는테치.....!”
“테....! 테!”
사녀가 울먹이기 시작하자 삼녀도 막내도 울려는 걸 달래면서 장녀도 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앞에서 벌어지는 식사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 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만 해도, 마마와 같이 저 안에 끼어 행복하게 밥을 먹었던 테치....”
“테.....”
또 다시 자실장들에게 절망의 기색이 어렸다.
몇 번이고 계속 떠오르는, 마마를 잃고 독라가 되었다는 절망을 벗어날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그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길러도 좋지 않을까......”
“테....?”
“테치!”
자실장들의 귀가, 여성의 목소리를 처음 알아들었을 때 보다 크게 쫑긋거렸다.
들실장의 염원인 사육실장의 자리.
그것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나 다름없다는 걸, 자실장 자매도 물론 리더 실장에게 배웠지만.
지금 자실장들에게 길러 준다는 것은, 행복한 사육실장의 삶뿐만 아니라 보호자를 잃고 독라가 된 와타치를 지켜주고 돌봐주고 길러줄 새로운 보호자가 생긴다는 의미가 더더욱 컸다.
“테! 착한 인간상이 와타치를 길러준다고 한 테치! 어서 가는테치-!!!”
입에 거품을 물며 달려 나가려던 사녀를 다시 장녀가 잡았다.
“안 되는테치....! 지금 나가면 큰 아줌마에게 들키는테치. 게다가 잊은테치? 인간에게 길러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큰 아줌마가 가르쳐준 테치...”
“그렇지 않은테치! 지금 분명히 와타치를 길러준다고 한 테치-!”
딱히 여성은 사녀를 지목해서 길러준 다고 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들실장을 데려다 사육 할 생각도 없었지만 이미 새로운 보호자를 마음대로 정한 사녀는 무의식중에 자매들을 제외한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큰 아줌마가 뭔데 참견테치! ....그런테치! 큰 아줌마는 와타치를 죽이려 한 나쁜 분충테치! 그런 분충의 말이 사실일리가 없는테챠! 와타치가 사육실장이 되는 것에 질투 해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한테치!”
“그만두는테치. 사녀짱....!”
“....들실장 따위가 함부로 손 대지 마라 테샤아아악-!!!”
-퍽!
“테!!!”
장녀의 얼굴을 때린 사녀는 난동을 부리며 차녀에게서도 빠져 나와서, 수풀을 벗어나 광장으로 뛰어나가며 목청껏 외쳤다.
“인간! 너의 사육실장 와타치는 여기있는 테치아아아아아-!!!!”
그리고, 다시 해가 저물어 갔다.
“이쪽인 테치...?”
“그런테치... 사녀짱의 냄새가 나는테치....”
저녁노을이 져가는 강가의 수풀을, 네마리의 독라 자실장이 헤치며 걷고 있었다.
“사녀짱....”
“....확실한 테치! 사녀짱의 냄새테치!”
자매의 냄새를 찾아 기뻐한 네 마리가 수풀을 헤치고 나서자.
강가에 세워져 있는 긴 나뭇가지에 꽂혀있는 적록색의 고기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낮에 달려 나간 사녀였다.
“인간! 너의 사육실장 와타치는 여기 있는 테치아아아아아-!!!!”
그때.
달려 나온 독라의 자실장을 본 리더 실장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걸 막기 위해 그 독라를 막으려 달려갔지만, 불행히도 자실장이 튀어 나온 수풀과 인간상은 가까웠고 자신은 아직도 사육실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 한 동족들을 제지하려 떨어져 있어서,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리더 실장이 항상 우려하던 일 이었다.
꼬질꼬질한 더러운 독라가 적색과 녹색의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테치테챠아 외쳐대자 여성은 바지가 더러워 진 것과 혐오감에 얼굴을 찌푸리며 사녀를 털어버리곤 그 자리를 떠났다.
그래도 대규모 구제가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아직 반 이상 먹을거리가 남은 봉투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여성이 올 일도 당분간은, 어쩌면 영영 사라졌다는 걸 깨달은 들실장들의 눈이 이번엔 일제히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살색의 작은 자실장에게 향했다.
사육실장인 와타치가 인간에게 밀쳐졌다는,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에 발을 구르며 멀어지는 여성을 향해 떼를 쓰고 있던 사녀는 뒤에서 쏟아진 들실장들의 폭력에 순식간에 여기저기가 부러져 만신창이가 되어 바닥에 뒹굴었다.
조금 진정이 된 후에야 인간에게 동족상잔의 린치 광경을 보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 리더 실장의 말에 사녀가 질질 끌려가는 것이, 도망치던 장녀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독라 자실장 자매들은 사녀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었다.
“테....”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사녀의 모습은, 나뭇가지에 꽂혀 있는 적록색 덩어리의 모습.
“테... 테치....”
“테! 사녀짱! 살아있는테치!”
“어서 구하는테칫!”
옷과 머리는 원래 없었다지만, 팔과 다리도 비틀려 뜯겨지고 거친 자갈밭에 몇 번이고 내던져지고 굴려진 피부는 모두 찢겨 이미 살색이 아니라 적록색의 피와 체액 범벅이 되어 사녀의 모습은 실장석이라는 것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사녀짱! 정신차리는테치!”
“테.....”
“테힛....!”
나뭇가지 아래로 달려간 장녀가 손을 뻗으며 외친 소리에, 적록색 덩어리의 머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천천히 아래로 움직여 눈이 마주치자 장녀가 숨을 들이켰다.
정확히는, 이미 안구는 터져나가 눈이 있던 자리에 뻥 뚫려 있는 구멍을 쳐다본 것 이다.
그 상태로도 살아있던 사녀의 입이 힘겹게 움직였다.
“테... 오네... 짱....?”
“그런테치! 구해 줄테니 힘 내는테치. 사녀짱.”
사녀가 꽂혀있는 가지는 자실장들의 키 보다 길어서 손을 뻗어도 닿을락 말락 하는 정도였다.
괴롭게 꿈틀대는 사녀를 보던 장녀가 바닥에 엎드렸다.
“와타시를 타고 올라 사녀를 구하는테치!”
그렇지만 장녀의 등에 올라선 차녀의 손이 마침내 사녀에게 닿았어도,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테.... 테아아아....!! 테챠아아아-!!!”
일단 급한 마음에 차녀가 사녀를 당기자 나뭇가지가 더욱 깊이 박혀들면서 사녀가 비명을 지를 뿐 이었다.
더 이상 다치지 않게 구하려면 위로 들어 올려야겠지만 장녀의 등에 탔어도 낮은 위치에 있는 차녀가 자실장의 짧은 팔과 약한 힘으로 사녀를 들어 올릴 수는 없었다.
“와타치도 돕는테치!”
“테....? 그만 두는테치! 막내짱!”
막내가 자신도 돕기 위해 장녀의 등으로 올라가는 걸 삼녀가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
-뚜둑
“테치아아-!!!”
차녀의 무게를 간신히 견디던 장녀의 다리가 막내 자실장의 체중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버티지 못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꺾이면서 바닥에 엎어지고 올라가려던 막내 자실장도 뒤로 나뒹굴었다.
그리고.
“테텟?!”
갑자기 발판이 사라진 차녀는 몸이 떨어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눈앞의 물건을 꽉 잡았다.
-푸우욱!
“테게봐아아악-!!!!”
그 물건.
나뭇가지에 꽂혀있던 사녀의 몸이 차녀와 함께 아래로 밀려 내려가며,
고통에 고개를 쳐들고 비명을 지르던 입에서 적록색으로 젖은 길쭉한 나뭇가지가 수직으로 뚫고 나왔다.
“게.... 게웨에에....”
바닥에 떨어진 차녀의 눈앞에서, 완전히 꼬치가 된 그 적록색 고깃덩이는, 잠시 꿈틀거리다 완전히 조용해졌다.
“테... 테! 사녀짱! 사녀짜아아앙-!!!”
“사녀짱 죽어버린테치이이-!!!”
사녀를 끌어안고 내려온 팔에 적록색 체액이 가득 묻은걸 보며 절규하던 차녀와 부러진 다리를 끌고 기어온 장녀가 울면서 그 물체를 흔들었지만, 그 덩어리는 그저 흔들릴 뿐 이었다.
“테에.... 사녀짱...”
“테... 테...”
막내 자실장도 망연자실하게 서 있던 그 때.
“데스...! 역시 걸린데스우-!”
“테치?!”
강변의 수풀에서, 리더 실장과 수십여 마리의 들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독라를 미끼로 두면 올 거라고 생각한데스!”
“테치!!!”
주위를 둘러싼 들실장들을 본 자실장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리번거렸지만 들실장들은 이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너희들 때문에 인간상이 화를 낸 데스! 역시 죽여 둬야 했던데스우!”
“테칫! 그렇지 않은테치! 와타치들도 살 권리는 있는테치!”
“시끄러운데스!”
-퍽
“텟!”
조용한 성격이던 삼녀가 사녀의 사체를 보며 이를 악물다 외쳤지만 돌아온 건 뭉툭한 주먹 뿐 이었다.
“이제 용서하지 않는데스! 바로 죽여주는 데스우!”
“테....!”
포위를 좁혀오는 들실장들의 적록색 눈과 벌어진 입을 보며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며 뒷걸음질 치던 장녀의 발에 차가운 물이 느껴졌다.
“테치....!”
작은 강의 폭은 십여 미터 정도.
자실장에겐 바다나 다름없는데다 깊고 물살이 빠른 그 강에 빠져 휩쓸려 내려가던 친구나 이웃들을 봐온 장녀가 주춤거리다가,
삼녀를 끌어안았다.
“테?”
“뛰어드는 테치!”
“테치?! 위험한테치! 죽는테칫!”
“여기 있으면 확실히 죽는테치! 하지만 뛰어들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테치!”
“사는테치... 살아야하는테챠아!”
“그런테치. 차녀 막내를 안는 테치! 절대로 손을 놓으면 안 되는테치!”
“............”
뻔히 들리는 자실장들의 필사의 계획을, 리더 실장은 의외로 제지하지 않고 있었다.
“테.... 테치이잇!”
“테텍?!”
-첨벙
“살아야하는테치이이이이이이-!!!”
-첨벙
결국 두 마리씩 서로 껴안은 독라 자실장 네 마리는, 거세게 흐르는 강물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데! 도망가는 데스!”
“....내버려 두는데스....”
리더 실장은 작게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물에 휩쓸려 사라져가는 살색 독라들 쳐다보며 착잡하게 말 했다.
“어차피 이제 이쪽으론 오지 못 하는 데스. 다리를 건넌다 해도 금방 발견되는데스.”
“데스우...”
“운이 좋다면 저 쪽에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스. 거기까지 상관할건 없는데스. 것보다 저 시체를 치우는데스. 먹으면 안 되는데스!”
“알겠는데스!”
-첨벙
“..........데스.”
강에 던져져 바로 가라앉아가는 사녀의 모습을 리더 실장이 조용하게 응시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쿠르르르르르르
“테...! 테...테퍄! 테푸아!”
그때, 강에 뛰어 든 독라 자실장들은 거센 강물에 잠겼다 떠오르기를 반복하며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자매끼리 떨어지지 않기 위해 두 마리씩 끌어안고 있었지만 입과 코에 들어오는 물과 계속 물에 잠기길 반복하며 눈조차 제대로 뜨기 힘들어 서로의 위치도 모른 채 팔 안에 느껴지는 자매의 감촉만을 의지해 떠내려갔다.
체형도 근력도 폐활량도 수영을 하기 힘든 구조의 실장석이지만 물에 빠진다고 무조건 죽는건 아니다.
완만한 죽음에 속하는 익사의 경우 실장석은 가사 상태에 빠지는 게 대부분.
그 상태로 물을 벗어나지 못 하거나 가라앉을 경우 결국엔 죽게 되지만 기슭에 밀려간다면 가사에서 깨어나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자실장들은 완만하게 휘어지는 작은 강의 반대편 기슭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각종 부유물들이 모여 쌓이는 그 곳으로 자실장들도 흘러갈 것이었다.
각종 부유물.
부러진 나뭇가지와 쓰레기들이 섞여 있는 그 곳으로 빠르게.
“테.... 살아야 하는테치! 살아야 하는테치!”
“테복! 테켁! 테켁! 차녀 오네짱.....!”
막내 자실장을 안고 정신없이 물에 휩쓸려가던 차녀는 친실장의 죽음과 그때 마마를 매도했다는 죄책감에서 생겨난 일그러진 의지를 마치 주문처럼 미친 듯이 중얼거리며 정신을 차리러 애쓰고 있었다.
“살아야 하는테.... 테헤?”
그러다가 쓰레기가 자연스럽게 쌓여 걸리는 곳을 본 차녀는 와타치들도 그곳으로 떠내려가는걸 깨닫고는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테... 테칫?!”
점점 가까워지는 쓰레기 더미에서, 삐죽 튀어 나와 있는 유리조각들을 보고 경악했다.
버려진 유리병들도 모여 깨진, 유리조각의 더미들.
그곳에 밀려가면 베이는 정도가 아니라 팔다리와 머리가 조각날게 뻔했다.
“테.... 테......!”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 온 유리조각들을 본 차녀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막내 자실장을 꽉 끌어안았다.
“와타치는 살아야 하는 테치이이이이이이이-!!!!!!!!!!!!”
-푸욱
그리고 다음 순간.
깨진 유리조각이 옷조차 없는 독라 자실장의 살을 쉽게 뚫으며,
차녀의 가슴에 말 그대로 칼에 찔린 듯 한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 후편에 계속
“케... 케아아아...”
가슴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덜덜 경련을 일으키며 차녀는 떨리는 팔을 간신히 움직여,
뾰족한 유리에 꽂혀있는 막내 자실장을 유리에서 뽑아냈다.
“테.... 테에....”
아직 정신은 있는 차녀와 달리 등에서 가슴으로 유리가 튀어나와 차녀까지 찔렀을 정도로 관통당한 막내는 이미 입에서 적록색 체액을 줄줄 흘리면서 눈을 뒤집고 있었다.
그래도 차녀가 유리에서 빼내자 희미하게 꿈틀거리면서 아직 살아 있었다.
매우 날카롭고 길쭉했던 유리는 역으로 깔끔하게 살을 뚫고 나가 오히려 짓밟히거나 떨어져 박살나는 것보단 상처가 간단해 실장석이라면 가사에 빠지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날 가능성이 있었다.
“테.. 테치.....”
자실장의 가슴까지 오는 강변의 얕은 물속에 선 채 막내를 끌어안은 차녀의 눈이 주위를 둘러봤다.
같은 때.
막내와 차녀가 흘러간 곳 보다 더 위쪽의 강변에도, 물 흐름을 따라 살색의 덩어리가 밀려 올라왔다.
물가에 흔히 보이는 쓰레기로 착각 될 만한, 아니면 실제로 실장석의 익사체라는 쓰레기로 보이던 그 살색의 물체는 얕은 물속에 반쯤 잠겨 있다가 갑자기 움직였다.
“.....테학! 테켁! 테게웨에에에엑-!!!”
“테웨에엑!!”
코와 입으로 들이치는 물에 가사에 빠졌던 장녀와 삼녀가, 깨어나자 폐와 배에 가득 찬 물을 토해내며 괴로워했다.
“켁! 켁!”
“테.....”
한참동안이나 몸부림치던 장녀와 삼녀는 간신히 진정이 되자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건너온... 테치?”
“살은테치! 와타치들 살은테치!”
친실장과 함께 공원의 무리에 속해 있을 때 절대로 오면 안 된다고 배운, 다리 건너편의 공원.
난생 처음 와 보는 그 곳의 광경은, 익숙한 반대쪽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런테치! 살은테치!”
“어서 빨리 차녀 오네짱과 막내를 찾는테치!”
살아났다는 안도감에 갑자기 없던 희망이 솟아오르는 걸 느끼면서 장녀와 삼녀가 일어섰다.
장녀와 삼녀는 리더 실장의 손을 벗어난 이곳이라면 독라인 자신들도 살아갈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확신에 차서 일단 걷기 시작했다.
젖은 알몸에 해가 져 가는 저녁의 차가운 바람이 사무쳐도 자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텟치! 텟치! 텟치! 텟치! 텟치!”
마치 구령을 붙이듯, 자실장들이 달릴 때 항상 내는 소리를 내며 달려가던, 애초에 차녀와 막내가 자신들보다 상류에 있는지 하류에 있는지 생각조차 안 해보고 그냥 달려가던 장녀와 삼녀의 눈에 어두워져 가는 강변의 저쪽에 살색의 무언가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테! 차녀테치!”
“차녀 오네짱!”
“...........”
그것이 애타게 찾던 자매중 하나인 차녀라는 걸 알아차린 독라 자실장들이 뛸 듯이 기뻐하면서 달려가다가.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
차녀는, 축 늘어진 독라 자실장을 하나 안고 흔들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차녀짱! 어떻게 된 테치!”
“테... 오네짱. 와타치가 떠내려 온 곳에... 뾰족한 게 있던테치... 와타치도 막내도 찔린테치.... 테...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자매를 만난 안도감에 울기 시작하는 차녀를 다독이다가 장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막내의 시체를 안아들었다.
“막내짱... 이제 여기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 테치... 어째서 이런 일이 되어버린 테치....”
온몸에.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상처가 가득해 너덜너덜한 막내 자실장의 시체는 말없이 고개를 늘어트리고 있었다.
방금 전.
막내를 안은 차녀는 일단 물에서 벗어나려 강가로 올라가려 했다.
옷이 없는 독라이기에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에 잠겨 있는 건 급격히 체온을 뺏기는 일 이었고 작은 자실장으로선 금세 저체온증을 일으킬 수 있었다.
저체온증이란 개념을 모르는 차녀라도 물에 잠겨 추운 건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가뜩이나 가슴에 난 상처도 물에 닿아 적록색 체액이 물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차녀는 앞의 강가에 있는 깨진 유리조각들을 피해 옆으로 돌아 강가로 올라가려 했지만.
“테칙-!!!”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발에 날카로운 아픔을 느끼고 뒷걸음질 쳤다.
“테....”
물 아래의 발에서도, 적록색 피가 조금 퍼지고 있었다.
아래의 모래와 흙들 위에서 반짝이는 유리조각들을 본 차녀는 유리조각을 피해 발을 내디뎠지만 보이지 않게 묻혀있는 조각들을 밟고 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물러날 뿐 이었다.
“테치... 어떻하는테치...”
옆은 산 같이 쌓인 깨진 병들, 뒤는 자실장의 힘으론 올라갈 수 없는 부유물 쓰레기의 더미.
그리고 앞은 깨진 유리조각이 있는 바닥.
유리조각이 그다지 멀리 퍼져있지는 않는 것 같다는 걸 안 차녀는 참고 건너려 했지만 맨발로 유리를 밟는 그 고통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 또다시 상처만을 입었을 뿐 이다.
“테... 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차가워지는 몸을 덜덜 떨면서 조금이라도 온기를 취하기 위해 막내 자실장을 꼭 끌어안던 차녀의 눈이, 막내를 향했다.
‘와타치는 살아야 하는 테치이이이이이이이-!!!!!!!!!!!!’
방금 전 자신이 외쳤던 대로.
와타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한다.
그것이 와타치를 살리기 위해 죽은 마마의 뜻.
어느새 살아야한다는 의지가 와타치만은 살아야한다는 걸로 바뀐 걸 깨닫지 못 한 채, 차녀는 눈에 핏발을 세우고 중얼거렸다.
“그런테치...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만 하는 테치!”
“마마를 위해서 테치-!!!”
“그러니까, 와타시만은 살아야만 하는 테치이이이이-!!!”
-첨벙!
그리고 미친듯이 주절대던 차녀는, 품안에 안고 있던 막내를 물속에 던졌다.
“테챠?!”
차가운 물에 던져지는 순간 그 충격에 정신이 들었는지 막내 자실장이 울음소리를 냈지만 차녀는 막내의 등을 짓밟으며 올라섰다.
“!! ........!!!”
정신을 잃었다가 갑자기 물에 던져진 막내의 몸 여기저기를 유리조각들이 파고들면서 물 아래서 막내가 질식과 고통에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첨벙첨벙
“!!!!!!!!!!”
“..........”
-푹!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차녀가 막내를 밟으며 유리 조각들이 있는 곳을 통과하면서 마지막으로 머리를 내리밟자 모래에 처박힌 막내의 얼굴에 깊숙하게 유리가 박히면서.
“............”
막내는 더 이상 버둥거리지 않고 물 아래에서 축 늘어졌다.
“테치....”
막내를 밟고 건넌 곳에 유리가 없는걸 알자 차녀는 그제서야 막내를 돌아봤다.
아까 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색과 녹색이 물 아래에서 가득 퍼져나가고 있었다.
“와타시만은 살아야하는 테치.........!”
그러고 나서 실장석의 머리로도 딱 보면 살해당한 게 뻔 한 모습의 막내의 사체를 뽑아내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발걸음을 옮겼던 차녀는, 울면서도 곁눈질로 장녀가 안고 있는 막내를 흘끔흘끔 살피고 있었다.
그렇지만 막내는, 완전히 죽어 탁해진 눈동자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걸로, 와타시가 막내를 죽인 게 알려질 위험은, 없다.
“테에에에엥! 막내가 죽은테치!”
“테치.....”
막내의 사체를 강가에 둔 독라 자실장들은 잠시 뒤 공원 안쪽으로 향했다.
이제 친실장뿐만 아니라 사녀와 막내도 잃어 반수 가까이 줄은 자실장들이 갈 곳이 없기는 강의 동쪽이고 서쪽이고 마찬가지였다.
“...일단 마을을 찾는테치. 마을엔 아줌마들이 있을테니 같이 사는테치.”
울음을 그친 뒤엔 왠지 말이 없는 차녀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친 삼녀를 이끌고 터덜터덜 걸어가던 장녀의 눈에, 골판지가 하나 들어왔다.
“집 테치! 저기에서 도움을 받는테치!”
“테? 집 테치?”
삼녀가 의아해 한 것은, 그것이 익숙한 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풀 속이라도 햇빛이 잘 드는 양달을 골라 가능한 빛을 잘 받게 내놓아진 건너편의 집들과는 달리, 눈앞의 골판지는 크기도 작았고 납작한 모양에 위에는 나뭇가지나 풀을 얹고 있었다.
“테치... 볼품없는 집 테치. 분명 무능한 아줌마가 사는 테치....”
“별 수 없는 테치. 빨리 와타치들을 돌보게 하는 게 우선테치.”
삼녀와 차녀가 투덜대는 동안 장녀는 골판지로 다가가 구멍이 난 부분을 막아 문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조각을 두들겼다.
-탁 탁 탁 탁
“텟치! 여는테치! 도와주는 테치!”
“..........”
분명히 안에선 기척이 느껴 졌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탁 탁 탁 탁 탁
“여는테치! 도와테치!”
“............”
-퍽
“텟칙!!!”
조용한 주위에 텟치텟치텟치 울려 퍼지던 장녀의 울음소리는, 갑자기 플라스틱 조각이 치워지면서 날아든 손에 맞으면서 멈췄다.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해진 실장옷을 입은 들실장 한 마리였다.
어두컴컴한 안에서 혼자 나온 들실장이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곤 독라의 볼품없는 자실장들 세 마리만 있는걸 보자 낮게 으르렁대며 이빨을 드러냈다.
“조용히 하는 데스...! 미친데스?”
“테... 테에에! 테에에에엥!! 테에에!!!”
멍하니 들실장을 올려다보다가 맞았다는 걸 그제서야 실감한 장녀가 울기 시작하자 들실장의 표정이 더욱 험악해 졌다.
“조용히 하는 데스....! 조용히 하라고 한 데스우!”
“테에에에-!!!”
“데! 어떤 바보 같은 녀석이 아이 하나 제대로 못 가르친데스!”
“...마마는 바보가 아닌 테샤아아아-!!!”
친실장을 욕하는 말에 차녀까지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주위는 자실장들의 울음소리로 시끄러워졌다.
“데....!!! 데.......!!!”
얼굴이 창백해 진 들실장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주먹을 치켜 든 순간.
-푸욱!
“케엑........!!!”
들실장의 가슴에서, 적록색으로 물든 길쭉한 뭔가가 튀어 나왔다.
“데... 데케에에엑!!!”
등에서 가슴으로 뚫고 나온 그 물건-장대 끝에 달린 뾰족한 철침을 양 손으로 부여잡고 뽑아내려 헛된 애를 쓰고 있는 들실장의 뒤에서 그 장대를 찌른 인간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어이. 역시 한 놈 있다.”
“갓 성체가 된 녀석일까요? 무슨 배짱으로 새끼들을 꺼내놓고 시끄럽게 개기는건지....”
“글쎄...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꽤 커다랗고 실장옷이 낡은 성체와, 왠지 모르게 독라가 되어있는 작은 자실장 세 마리를 보던 남자가 장대를 들자 들실장이 꿰인 채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데......! 데케에......!!!”
공중에서 발버둥 치던 들실장의 눈이, 아래에서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독라 자실장들과 마주쳤다.
“....너희들 때문 데스!!!! 네놈들이 와서 와타시가 들킨 데...데케엑...!!”
다른 남자가 들고 있던 적록색으로 물든 마대 자루를 펼치는 걸 본 들실장의 눈이 남자들과 독라 자실장들의 사이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와타시가 아닌데스! 저 놈들 데스! 와타시는 조용히 산 데스! 시끄럽게 하지 않은 데스우!!! 와타시 대신 저 놈들을 죽이는데스! 저놈들을 죽이는 데....”
들실장의 울음소리는, 안에 이미 죽은 들실장이 가득한 마대자루에 던져 넣어지며 들리지 않게 되었다.
“테... 테치이이이이?!”
그 모습을 보고서야, 독라 자매는 상황을 파악 했다.
푸른색 옷을 입은 인간.
가끔 오는 나쁜 인간과 달리 무서워 할 필요가 없는 인간이.
강 너머의 이곳에선, 무서운 걸 들고 와타치들을 죽인다는 걸.
“테쟈아-!!”
“텟치이이-!!!”
그걸 뼈저리게 깨달은 순간, 자매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
그렇지만 남자들의 입장에선 발밑을 아장아장 걸어가는 작은 벌레일 뿐.
-푹
“텟치잇!!!”
가장 뒤쳐져 있던 삼녀가, 비명을 지르면서 뒹굴었다.
남자가 들실장이 필사적으로 들키지 않으려 위장을 했던 골판지를 짓밟아 납작하게 만들며 한 손으로 대충 찌른 것이기에 방금 전의 들실장처럼 몸통이 관통 되진 않았지만 자실장 한 마리의 다리를 부수기엔 충분한 위력이었다.
“테! 테아아아!!! 와타치의 다리가! 다리 아픈테아아아!!!”
무릎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서 꺾이듯이 떨어져 나간 왼쪽 다리를 부여잡고 뒹굴며 비명을 질러대는 삼녀를 본 장녀가 발을 멈췄다.
“테! 삼녀짱...!!!”
“..............”
하지만, 차녀는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장녀를 제치고 계속 도망갔다.
“테.....”
그 차녀의 뒷모습과 바닥에 쓰러진 삼녀.
그리고 작고 누추하긴 했어도, 실장석들에겐 말 그대로 집인 골판지를 순식간에 짓밟아 쓰레기로 만들고 있는 크고 무서운 인간들의 모습을 보던 장녀도 눈을 질끈 감더니, 도망가기 시작했다.
“....저거 냅둬요?”
“내버려둬. 어차피 오래 못가. 봉투나 잘 벌려봐.”
“네.”
“테... 테치....”
남겨진 삼녀는 다리에서 올라오는 끔찍한 고통에 쇼크 상태에 빠져 드러 누은채 가쁘게 호흡만 하고 있었다.
“테......”
삼녀의 눈에서 흐르는 적록색 액체가 더욱 많아졌다.
친실장을 잃고 삼일 째.
단 두 번의 밤으로 보낼 동안 자매들이 반이나 사라지고 그 동안 상상도 못 하던 독라의 자괴감과 굴욕, 다른 비참한 꼴을 겪고 또 겪은 후에 결국은 이런 꼴.
아니, 그 전부터 와타치의 삶은, 생각해 보면 무의미하고 비참했다.
저쪽 공원은 인간상 들을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됐지만, 결국 행복해 보이는 인간들과 달리 선심 쓰듯이 땅에 던져진 자투리 먹을 것 아니면 썩어 역겨운 쓰레기를 올라오는 구토를 참으며 배에 우겨넣어야 하는 신세.
인간들은 저리도 행복해 보이는데, 와타치는 이렇게나 괴롭고 비참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생명.
생명....
사실 다리 한쪽정도의 상처는 돌봄을 제대로 받고 영양 상태도 좋은 자실장에겐 시간만 있으면 회복 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 했지만 계속되는 비극과 당장 다리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삼녀는 자포자기해 스스로의 생명의 마지막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치 죽기 전에 필사적으로 생각하다 실장석에게 기적과도 같은 선택을 이끌어 낸 친실장처럼, 오히려 맑아진 머리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테... 테치...”
무릎부터 없어진 한 쪽 다리를 질질 끌며 몸을 일으키는 살색의 작은 독라 실장석.
“응?”
마침 골판지를 정리한 참이던 젊은 관리인이 좀 있다 처리하려던 자실장이 일어서는걸 보곤 몸을 돌렸다.
“테치!”
자신의 열배도 넘는 그 거대한 인간의 앞에서.
삼녀는 한쪽밖에 남지 않은 다리로도, 당당하게 버티고 서서 인간에게 손을 들이댔다.
마마의 마지막에 보고 배운 것.
인간에게 구걸도 애원도 통하지 않는 다는 것.
그렇다면 와타치... 와타시도. 그때의 마마처럼.
설령 죽더라도,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걸.
와타시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설령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도.
인간이 알아듣지 못 해도.
실장석인 와타시가.
한 생명으로서 세상을 향해서 외칠 말.
그 말을 외치기 위해서 와타시는 태어난 것 이라고.
와타시가 이 세상에 맞섰다는 사실.
와타시가 이 세상에 존재 했다는 증거.
“와타시도 살아있는 생명인 테체에에에에에에-!!!!”
“....................”
그 마음은 설령 통하지 않더라도, 삼녀의 그 모습에 젊은 관리인의 발이 멈췄다.
그 앞에서 삼녀는 봇물이 터진 듯이, 친실장의 죽음과 그 이후의 불행에서 깨달은 한 가지, 단 한 가지를 필사적으로 외쳤다.
“죽이면 좋은테치? 괴롭히면 좋은테치? 와타시들도 생명테치! 설령 죽을 이유가 있다 해도 생명인 테치! 살아있는테치! 거지 보듯이 먹을 걸 땅에다 던져주는 테치?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를 먹는다고 더럽게 여기는테치? 그렇지만 와타시도 인간들과 같은 살아있는 생명테치!”
“...............”
“어째서 괴롭히고 죽이냐고 묻지 않는 테치.... 물어본다고 와타시들이 행복하게 될 리 없는테치! 인간들은 결국 와타시들을 깔보고 무시하는테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테치.... 그건 알고 있는테치. 그렇지만.... 그렇지만....”
마지막이라는 듯이, 숨을 크게 들이쉰 삼녀는 눈앞의 인간에게 손을 들이대며, 아니 그 너머의 세상의 모든 것을 향해 크게 외쳤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와타시들도 생명인 테치이이이이이이이-!!!!!! 너희 인간들이 아무리 죽이고 괴롭히고 비웃어도... 와타시들이 생명이 있는 존재라는 건, 변하지 않는 테치이이이이이이이-----!!!!!”
그 외침을 마지막으로, 삼녀는 입을 다물었다.
그저 거친 숨을 몰아 쉬어 어깨를 들썩이면서, 땀투성이가 된 얼굴로 눈앞의 인간을 노려보았다.
아마 이제 이 인간은 들고 있는 길고 무서운 무언가로, 아까 아줌마처럼 와타시를 죽일 것 이다.
그렇지만.
와타시는 만족한다.
인간들이 무시하는 다른 실장석 처럼, 아무런 의미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의미 없이 죽는게 아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모든 걸 걸어 와타시들을 구해 주었던 마마처럼.
와타시도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
설령 인간이 알아듣지 못했어도, 바로 다음 순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아무도 알 지 못하게 되더라도.
와타시가 세상을 향해 외쳤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 가슴 벅차게 차오르는 충만감을 느끼면서 삼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뭐야. 아직도 정리 안 했어?”
“아. 네......”
그때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눈을 감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려던 삼녀의 귀가 움찔거리더니 눈을 떴다.
“테치이이이....”
어느새 다른 자실장, 도망간 장녀나 차녀가 아니라 옷을 입고 있는 들자실장 한 마리를 봉에 꿰어 돌아오던 나이 든 관리인이었다.
“이 녀석 갑자기 다른 녀석들 하고는 달리 뭔가 끝도 없이 울어대서 무심코... 마치 연설이라도 하는 듯 하던데요.”
“테...”
역시 인간은 알아 듣지 못 했다는걸 알았지만 삼녀의 충만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알아듣고, 뭔가가 달라질 거라 기대한건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도 와타시는 다른 실장석들과는 달리 당당하게 생명이란 걸 주장했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이 벌레들 하는 말이야 항상 똑같지. 목숨구걸 아니면 길러라, 스테이크, 초밥, 콘페이토, 사육실장....”
“......테프프.”
관리인의 말을 들은 삼녀가 작게 웃었다.
모든것에 낙관한 듯한, 만족한 듯한 조소였다.
“결국 인간들은 와타시들을 그렇게 보는테치? 아닌테치. 와타시는 인간들이 깔보는 그런 존재가 아닌테치. 살아있다고 마지막으로 외친 테치. 생명인 테치...”
하지만.
“.......아니면 좀 길게 울어대는 녀석들도, 개나 소나 똑같아.”
“테?”
“자기들도 생명이라느니 살아있다느니 그러지.”
“................!!!!!!!!!!!!!!!!!”
차녀의 마음에 가득했던 마지막 충만감과 만족이.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차갑고 소름끼치게 박살났다.
“테......? 무슨 말테치.....? 와타시는 와타시의.....”
“테...테햐아아악!”
그때, 관리인의 봉에 꿰여있던 자실장이 깨어나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테햐아아아!! 아픈테치! 아픈테챠아아아!!!!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테치...! 와타치들도....”
“테....!”
“...와타치들도 생명인테치이이이!!!! 살아있다 테치!!! 살 권리가 있는테샤아아아아아-!!!!”
“테에에에에에에에에-!!!!!!”
와타시의 주장.
다른 들실장과는 달리, 와타시만이 당당하게 외친.
와타시만의 특별한 주장이.
다른 실장석들도 개나 소나 외치는 ‘평범한’ 말 취급 받고.
실제로 다른 실장석이 그 말을 외치는 광경을 눈 앞에 들이대진 삼녀의 등에 차가운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아... 아닌테치! 아닌테치! 와타시는... 와타시가 외치는 말 테치! 와타시는 이것을 위해 태어났던 것 테치! 와타시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 테치-!!!!! 인간들에게 와타시들도 생명이라고 당당하게 외치.... 테.... 테에에에에에!!!!”
그토록 마음에 가득 찼던 만족도, 충만감도 모두 결국엔 비참한 자기만족이었다는 사실이, 현실이 눈 앞에 들이대지자.
삼녀는 아까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미친듯이 흔들다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텟치! 텟치! 텟치! 텟치! 텟치! 텟.....”
와타시는 특별하지 않았다는 증거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돌아서서 도망친 방향은, 젊은 관리인이 있던 쪽 이었다.
관리인이 천천히 봉을 들이대는걸 본 삼녀가 미친듯이 울어댔다.
“테... 안 되는테치! 이렇게 죽을 수는 없는테치! 와타시는 특별한테치! 다른 실장석들과는 다른테치! 와타시의 주장이 흔한 말 이라니 그런 리가 없는테치! 와타시는 특별... 특별테치!!! 이렇게 죽을 리가 없는테치! 와타시는... 와타시는.....!”
-푸욱
“...와타치들도 생명인테치이이이!!!! 살아있다 테치!!! 살 권리가 있는테샤아아아아아-!!!!”
철침이 배를 꿰뚫는 순간 삼녀가 최후로 외친 말은.
삼녀가 바란, 특별한 와타시만의 이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한 생명으로서의 마지막 항의였지만.
방금 전의 자실장이 외친 말과도.
완전히 같았다.
“테치이이이이..... 테치이이이이이......”
“.....................”
멀리서 희미하게.
삼녀의 마지막 절규가 들려왔다.
장녀와 차녀 자실장은 꽤 멀어진 수풀 속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곳도 지옥인 테치....”
장녀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중얼거린 말에, 차녀가 말했다.
“....그래도 와타시만은 절대로 살아남는 테치.....”
“............”
장녀는 차녀의 말이 와타치에서 와타시로, 그리고 와타시만으로 바뀌었다는걸 눈치 챘지만, 마음을 파고든 절망감에 아무래도 좋았기에 내버려 두었다.
‘오히려 와타시보다 차녀짱이 살아남는게 좋을지도 모르는테치.... 와타시 이제 지친테치....’
몸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장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장녀의 앞에서, 차녀가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와타시는 살아야하는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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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반으로 나뉜 한쪽, 자실장 다섯 마리와 친실장이 살던 그곳의 룰은,
너무 크게 학대행위를 벌이지 말 것.
관리인이 직접 구제나 실장석 살해를 하지 말 것.
애호파가 먹이를 뿌리러 오는 걸 묵인 할 것.
어디까지나 강제력은 없이 그저 분위기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실장석들에겐 그야말로 환상의 천국까진 아니더라도 이상적인 안주의 땅임엔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강의 반대쪽, 독라 자매들이 목숨을 걸고 건너간 곳은 말 그대로, 정반대.
너무 크게 학대행위를 벌이지 말지 말 것.
관리인이 직접 구제나 실장석 살해를 하지 말지 말 것.
애호파가 먹이를 뿌리러 오는 걸 묵인 하지 말 것.
“데쟈아아아아아-!!!”
관리인들이 들고 다니는 철침 박힌 봉에 배를 찍힌 들실장 한 마리가 절규하고 발버둥 치며 공중으로 찍혀 올라가, 마대자루에 털어 넣어진다.
-피우우우웅
“테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
-펑
총배설구에 로켓 폭죽이 쑤셔 넣어져 꼬치가 된 자실장의 비명이 점점 위로 멀어져 가다가 작은 폭발 소리와 함께 끊어진다.
“테.... 테.....”
“...............”
그런 활기 넘치는 지옥의 광경을, 독라 자실장 두 마리가 돌 아래에 기어들어간 채 떨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강을 건넌지 일주일 째.
단 두 마리만 남은 장녀와 차녀는 이곳의 룰을 싫어도 뼈저리게 배운 후였다.
파란 옷을 입은 인간은 건너편처럼 도망칠 필요가 없는 인간이 아니라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마주치면 안 될 무서운 대상.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비참하게 주워와 집이라 부르던 골판지조차 여기선 큰 걸 가져오지도 못 하고 웅크리고 들어가기도 비좁은 작은걸 필사적으로 풀과 나뭇가지로 위장하거나 아예 돌이나 수풀에서 노숙을 하는 생활.
“테.... 테....”
“.............”
같이 인간이 주는 밥을 먹거나 돌아다니던 ‘이웃 아줌마’ 들이 여기선 와타시들과 같은 자실장을 구석에 웅크려 인간의 눈을 피하며 게걸스럽게 뜯어먹고 있다.
그나마 장녀와 차녀가 살아 있는 건 이곳의 들실장들이 자실장이라는 먹을거리를 얻는 득보단 소란을 피워 인간의 눈에 띄는 위험이라는 실이 많다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과 불리한 상황의 가능성이 둘 다 있다면 당연히 세상 모든 것이 와타시에게 좋게만 돌아갈 거라 믿는 것이 사육실장 같은 여유 있는 실장석에게서 드러나는 본성이지만 이곳의 현실은 그 본성조차 누르고 위험을 느낄 정도.
그렇지 않다면 자매는 이곳에 건너와 처음 만났던 그 들실장에게 네 마리 전부 잡혀 먹혔어도 이상하지 않은 게 이곳의 상황인 것이다.
당연히, 애호파의 먹이 뿌리기도 있을 리가 없어 자매는 들실장들이 새벽에 몰래 뒤져낸 쓰레기의 떨어진 조각을 주워 먹거나 잡초와 벌레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생활과 친실장과 자매들을 차례로 잃은 충격에 피폐해진 장녀는 힘없이 테... 하는 소리만을 흘리며 돌 아래에 웅크리고 있을 뿐, 날이 갈수록 생기도 의지도 사라지고 있었다.
“............”
차녀는 정 반대로, 깨어 있는 동안엔 눈을 희번덕거리며 끝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뭔가 먹을 수 있는 걸 발견 하면 미친 듯이 달려가 입에 우겨넣고,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위험을 느끼면 바로 쏜살같이 도망가 다시 주위를 살피는 등 광기까지 느껴질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런 두 마리가 같이 지내는 것은 가족의 정 때문이라기 보단 그저 버릇처럼, 여러 마리가 있던 시절에 익숙해서라고 보일 정도였다.
먹이를 발견해도 서로 나누지 않는다. 차녀는 뭔가를 보면 즉시 혼자 먹어 치웠고, 장녀는 계속 웅크리고 있다가 가끔씩 잡초를 우물거릴 뿐 이었다.
아직 추운 밤의 냉기만이 두 마리의 자실장을 서로 다가붙게 하던 날들이 그저 무의미하게 지나가던 어느 날.
“레후?”
“테치?”
그날도 여기저기를 들쑤시면서, 그러면서도 인간과 성체 들실장의 눈이 닿지 않는 으슥한 곳을 골라 돌아다니던 차녀와 그 뒤를 터벅터벅 따라가던 장녀의 앞에, 구더기 실장 한 마리가 나타났다.
“테! 구더기짱 테치!”
“.............”
이쪽의 공원엔 구더기 따위를 보육하는 정신 나간 들실장은 없다.
구더기 실장이 보인다는 것은 비상식량 겸 변소충으로 보관되던 것이 우연히 대변구덩이에서 기어 나온 것이거나 인간에게 잡혀 강제출산을 하다 말라 죽은 사체 옆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구더기는 그래도 몸이 통통하고 옷이 낡아 해진 것을 보면 변소충이었을 것이다.
깨끗한 옷 이란 건, 목욕은커녕 필요 최저한의 수분을 섭취 하는 것조차 버거운 이곳에선 갓 태어난 실장석들에게만 있는 시한부의 행복일 뿐 이니까.
하지만 그런 가혹한 현실도, 마음을 좀먹어 가던 절망감도 잊은 채 장녀는 구더기에게 다가갔다.
“레후? 레후?”
“테치....”
구더기 중에서도 저능한 편인지, 아니면 태어나 점막이 사라진 후에도 손발이 나지 않는 아이... 아이였던 물건을 변소 구덩이에 던져 넣고 제대로 가르치거나 돌보지 않은 친실장의 탓인지 의미가 있는 소리를 구사하지 못 하고 그저 레후레후 거릴 뿐 인 구더기.
하지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금씩 꾸물꾸물 기어가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드러누워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푸니푸니를 조르는 그 모습에 장녀의 눈에 조금 눈물이 고였다.
“테치....”
지옥 같은 이곳의 현실과 동떨어진, 마치 저 건너편의 구더기 짱들과 같은 모습.
그 모습에 친실장과 자매들과 지내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장녀는 구더기를 안아들었다.
“구더기짱. 이제 와타시가 길러 주는 테치. 가족 테치. 행복하게 사는 테....”
-와작
순식간에 옆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든 차녀의 입이 구더기 실장의 얼굴을 물어뜯었다.
얼굴이 사라진 구더기는 갑자기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과 쇼크에 장녀의 품 안에서 몸을 이리저리 꿈틀대며 적록색 체액을 뿌리다가, 멈췄다.
“테......?”
살색 알몸에 적록색 체액이 가득 튄 장녀 자실장은 멍하니 서 있을 뿐 이었다.
그 앞에서 가득 물어뜯었던 고기를 쩝쩝대며 추접하게 씹어대던 차녀가 손을 내밀었다.
“장녀 오네짱. 먹지 않을 거면 와타시한테 주는 테치.”
“테.... 테..... 테치아아아아아아아아-!!!!!!!!!!!”
이미 그저 고기일 뿐인 구더기 실장의 몸통을 꽉 끌어안고 무릎을 꿇은 장녀의 비명이 주위에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차녀를 향해, 장녀가 울부짖었다.
“무슨 짓 테치! 구더기짱 테치! 아직 어린 테치! 아무 잘못도 없는 테치!”
“와타시는 살아야 하는 테치. 구더기 따위 기를 여유는 없는테치. 그저 고기테치!”
“테.... 테치이....”
구더기의 몸통을 끌어안고 적록색 눈물을 줄줄 흘릴 뿐인 장녀의 모습에 차녀의 눈에 경멸의 기색이 어린 순간.
-부스럭
“!!!!!!!!!!!”
“테.......?”
두 독라 자실장의 뒤쪽에서 뭔가 소리가 나면서.
두 마리를 전부 덮고도 남을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인간테치..............!’
돌아보지 않고도 인간이 다가 온 걸, 부주의 하게 소리를 질러대어 찾아온 위험을 직감한 두 마리의 마음에 공포와 절망이 치솟았다.
그렇지만 장녀는 그 절망의 속에서,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 지는 걸 느꼈다.
방금 전 까지 말싸움을 하던 것도 상관없이, 마음속엔 차녀를 살려야 한다는 단 한가지의 생각 뿐.
이미 절망에 맞서기를 포기한 지친 자신이 희생이 되어 차녀를 살릴 수 있다면 헛된 죽음은 아닐 것이다.
각오를 굳힌 장녀가 차녀를 돌아봤다.
“차녀짱. 와타시가...”
-퍽!
“테치익?!”
돌아본 장녀의 얼굴을.
무언가가 세게 후려쳤다.
그때까지도 안고 있던 구더기의 몸통과 함께 나뒹굴다가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든 장녀의 눈에.
이미 저 멀리 달려가는 차녀의 등이 보였다.
“차녀짱.........”
와타시의 목숨을 대가로 동생이 도망 칠 시간을 벌 생각, 희생의 각오는 있었지만.
최후의 최후가, 지키고 싶었던 자매의 배신이라는 형태로 찾아온 절망에 장녀는 멍하니 그 등을 눈으로 쫓았다.
“테...........”
모든 행복도 희망도 의지도.
그리고 절망과 원망마저 사라진 채 그저 적록색 눈물만을 끝없이 흘리는 탁한 눈동자에, 이쪽을 바라보곤 몸을 숙이는 거대한 그림자가 비췄다.
“테....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차녀 짜아아아아아아앙-!!!!!”
등 뒤에서 들려오는 장녀의, 혈육의 비통한 절규를 들으면서도.
차녀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달려 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텟테로케... 텟케로체에에에.....”
여름이어도 밤은 추운 시기를 지나, 찌는 듯이 뜨거운 날씨도 지나간 이후의 나날.
들실장에게도 나름 풍요의 계절인 가을이 오자 차녀는 자실장이면서도 임신을 해 강가의 수풀 속에 숨긴 작고 썩어가는 과자상자 안에 비좁은 듯이 웅크려 들어가서도 어설프게 태교의 노래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먹이가 풍족한 상황의 경우엔 성체가 되지 않았어도 새끼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것이 실장석.
특히 의식주가 보장되는, 영원히 보장 될 거라 생각하는 사육실장들에게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이 욕망은 결국 사육실장의 자리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결과가 되듯이, 실장석이 새끼를 낳는다는 건 욕망은 충족 되지만 행복은 따라오지 않는 행위.
그렇지만 자실장이면서도 성체가 나간 사이에 골판지에 들어가 남아있던 자실장들을 모두 때려 죽여 잡아먹어가며 악에 받혀 살아온 차녀가 미친 듯이 집착하는 한 가지.
마마가 와타시를 위해 죽었으니 와타시는 살아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그 집착은, 자연스럽게 변하여 학대를 받는 실장석들이 흔히 주장하는.
“와타시는 마마의 몫까지 살아 행복해지고 아이를 많이 낳아 가족을 만들 의무가 있는 테치...”
라는 생각으로 변해 이제 차녀는 새끼를 낳아 수를 늘리는데 집착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족을 다시 만드는 테치. 마마 대신 아이를 많이 낳아 이 공원을 지배해 주는 테치...”
셀 수 없이 늘어난 와타시의 아이들이 공원을 가득 메우고 그 한 가운데서 당당하게 마마처럼 서 있는 와타시의 모습을 상상하던 차녀는 문득 어떤 생각을 떠올렸다.
고아가 되어 인간에게 빌붙으려 시도해 공원의 무리 전체가 미움을 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쫓겨났던 반대편의, 낙원.
하지만.
“테... 이젠 와타시 고아가 아닌 테치. 훌륭한 마마테치!”
고아는 인간에게 기생하려들어 제거해야 된다는 주장이라면, 이제 고아가 아닌 와타시는 건너편으로 돌아갈수 있는게 아닐까.
곧 태어날 와타시의 소유물들에게 태교의 노래조차 마음껏 불러주지 못 하고 작게 중얼거려야만 하는 이곳보다는 건너편의 낙원이 와타시가 지배하기에 합당 할 것이다.
“테치...”
그렇게 생각이 들자 와타시에게 유리할 상황을 한시라도 빨리 손에 넣기 위해, 차녀의 결단은 빨랐다.
공원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작은 강.
옛날에 목숨을 걸고 떠내려 왔던 그 강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앞을 배가 부푼 살색의 독라가 우왕좌왕 돌아다니는 그 모습은 관리인의 눈에 띄었으면 바로 살처분 이었지만 운 좋게도 차녀는 관리인의 눈에 띄지 않고 다리를 건너는데 성공했다.
“테... 돌아온 테치...”
계절이 바뀔 동안, 실장석에겐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다시 온 건너편의 공원.
마마와 함께 모든 게 풍족했다고 미화되어 있는 기억 속의 그 고향을 감개무량하게 바라보던 차녀는 다리를 완전히 건너 반대편의 공원에 발을 내디뎠다.
큰 아줌마가 온다 해도 이제 와타시는 이곳에서 살 권리가 있다.
차녀의 마음이 희망으로 부푼 순간.
“데, 데쟈아아아악-!!!”
-철퍽!
“테!!!!”
하늘에서 비명소리 같은 게 점점 가까워지더니, 차녀의 앞에 성체 들실장 한 마리가 떨어지며 습기 찬 소리와 함께 산산 조각나 사방으로 튀었다.
“테.....?!”
분명히 낙원으로 돌아 왔을 텐데, 반대편의 지옥이나 다름없는 광경에 차녀가 얼어붙은 순간.
“데스! 데스데스!”
“데스우우우우-!!!”
화단의 수풀을 헤치고 여러 마리의 들실장들이 몰려 나왔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서로 밀치며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그 들실장들의 뒤에서, 산책을 하는 듯 한 걸음걸이로 남자 한명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테...............치...............?”
차녀는.
이미 적록색 액체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파이프를 든 그 인간의 반대편 손 위.
들실장은 절대 올라갈 수 없는, 사육실장들의 자리에 앉아있는.
장녀의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꿈에서나 입어 봤던 분홍색의 예쁜 프릴이 달린 실장옷을 입고, 옷과 같은 색의 커다란 리본까지 달린 두건의 아래로 바람에 찰랑찰랑 흔들리는 갈색 머리카락이 있었지만,
그건 틀림없이 장녀였다.
같이 친실장에게 소중한 머리카락과 옷을 빼앗기고 독라가 되었던 오네짱.
와타시가 살기 위해 인간의 앞에 내던지고 갔던 자매가.
지금은 무서운 인간의 손 위에서 사육실장이 되어 인간을 부리고 있다.
-퍽!
“데쟈아아아아아아악-!!!”
그 이해 할 수 없는, 증오스러운, 부러운, 혼란스러운 광경에 멍하니 서 있는 차녀의 앞에서 남자가 파이프를 휘둘러 들실장의 등을 후려쳤다.
비명을 지르며 공중에서 적록색 액체를 사방으로 흩뿌리는 들실장의 모습에 다른 들실장들이 더욱 필사적으로 달려갔지만 하나하나 파이프에 맞아 나뒹굴다가 남자의 워커에 짓밟혀 적록색 체액을 튀기며 바들바들 경련하다가 죽어갈 뿐 이었다.
“테... 테치...”
차녀의 눈이 그 화려하고 절대적인 강자가 된 장녀의 모습과, 독라인 자신의 모습을 교대로 왔다 갔다 하던 그 때.
“테....!”
사방에 이미 죽어있거나 쓰러져 신음하면서도 기어가던 들실장들 사이에서 리더 실장을 발견한 장녀가 놀랐다가 표정을 일그러트리자 남자가 파이프로 도망치던 리더 실장을 내리쳤다.
-퍽!
“데갸아아아아-!!!”
하지만 오른손에 장녀를 들고 있어 왼손으로 내리쳐서인지, 파이프는 이번엔 리더 실장의 등을 긁어 파내듯이 빗나갔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녹색의 너덜너덜하던 옷이 찢어지고 등뼈가 드러날 정도로 파인 상처에서 적록색 체액을 분수처럼 뿜으며 몸을 뒤틀던 리더 실장의 눈이,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몇 번이나 밥을 주었던 좋은 인간상들.
그 인간들을 본 리더 실장의 눈에 희망이 돌아오며 온 힘을 다해 외쳤다.
“데스우우우-!!! 도와주는 데스우우우-!!!!! 나쁜 인간이 온 데스-!!!! 구해주는 데스!!!!”
“............”
“...........”
그렇지만, 온건한 이쪽의 공원에 대낮부터 나타난 학살파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던 주위의 사람들은 들실장이 자신을 부르는걸 보곤, 왠지 휘말릴 지도 모르는 귀찮은 상황이 되자 하나 둘 씩 떠나갔다.
심지어 사육실장을 데리고 있거나, 마침 들실장에게 먹이를 뿌리러 오던 참인지 실장푸드가 든 봉투를 들고 있던 사람들도 눈을 돌리며 멀어져 갔다.
“데.....”
손을 내민 채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리더 실장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째서 데스! 어째서 구해 주지 않는 데샤아아아아-!!!! 와타시는 인간상들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은 데스! 동족을 내쫓고 아이를 죽여서라도 인간상들의 마음에 들게 행동한 데스!!! 어째서 와타시를 버리는 데샤아아아악-!!!!”
“.......뭐, 네가 한 일은 실장석치고는 대단히 훌륭했다. 들실장.”
“데스.....?”
북받치는 배신감과 의문에 대한 ‘나쁜 인간’ 의 대답에 리더 실장은 천천히 뒤를 올려다봤다.
남자는 어느새 왼손에 바꿔 태운 장녀와 함께 리더 실장을 내려다보면서, 오른손으로 파이프를 치켜들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해온 일의 성과는, ‘구태여 구제 할 필요는 없다’ 라고 생각 되어진게 고작...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데....”
“인간이 ‘구태여 실장석을 지켜주는 일’ 을 기대한 건 헛된 망상이야.”
-철퍽.
이미 크게 상처를 입었던 등에 정확히 내리 꽂힌 파이프는, 비명을 지를 틈도 주지 않고 리더 실장의 몸을 좌우로 잡아 뜯듯이 갈라버렸다.
“.............”
장녀는 조용히, 자신과 자매들을 모두 죽이려 했었던 리더 실장의 고기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 이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치아아아아아-!!!!!”
그때, 주변엔 이미 살아 있는 들실장이 없다고 생각되던 조용함을, 자실장의 절규 소리가 시끄럽게 깨트렸다.
“뭐야, 남은 녀석이 있었나. 시끄럽게.... 응?”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서던 남자는 손 위의 자실장이 눈을 크게 뜨고 놀라고 있는걸 알아차렸다.
공원에서 난데없이 다른 독라에게 자신의 앞에 밀쳐져 쓰러진 걸 주웠을 때 이미 심하게 마음에 상처를 입어 뭘 해주든 별 다른 반응이 없던 이 자실장이 방금 전, 복수를 해 주던 중에 들실장 중에 가장 원망스러울 리더를 찾아냈을 때보다도 심하게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복수를 해 주는 것이 마음의 상처를 달래 감정이 살아나는데 도움이 될까 싶었던 남자의 눈이, 이쪽을 보면서 적색과 녹색의 피눈물을 흘리며 울어대는 독라의 작은 실장석을 향했다.
‘.....응? 이 녀석은....’
그 작고 더러운 독라가, 배가 부풀어 있긴 하지만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한 남자의 손 위에서 장녀가 중얼거렸다.
“차녀짱.....”
그 작은 독라 자실장, 차녀는 눈을 뒤집고 입에 거품을 물며 장녀와 인간에게 뭉툭한 손으로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테치! 어째서 너는 독라가 아닌 테챠아아아아-!!!! 와타시는 독라고 비참하게 살아온 테치! 아줌마들을 피해 숨어 다니고 아이를 죽여서 뜯어먹으면서라도 살아간 테치!!! 어째서 와타시와 달리 너는 행복하게 있는 테챠아아아악-!!!!”
“차녀짱...”
슬픈 듯이, 측은한 듯이, 원망스러운 듯이 와타시를 내려다 보는, 분홍색 옷을 입고 갈색 머리칼을 찰랑이는 장녀의 모습에 차녀의 가슴에서 위석이 삐걱이기 시작 한 순간 장녀가 조용히 남자를 올려다 봤다.
“...인간상. 차녀짱을 죽여주는 테치.”
“테...!”
주워진 이후 처음으로 뭔가 부탁을, 의지를 드러낸 장녀의 말에 남자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테! 안 되는 테치! 절대로 안 되는 테치! 와타시는... 살아야만 하는 테치이이이이이이이이-!!!!”
“..............”
배가 부풀어 무거운 몸을 돌려 어기적어기적 도망가는 차녀를 산책하듯이 따라가는 남자의 손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장녀의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잘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껏 건너왔던 다리를 다시 오랜 시간을 들여 건넌 차녀가 강가를 달려 수풀속을 헤집으며 도망칠 동안에도 남자는 천천히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미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되어 공포에 질린 차녀는 필사적이었지만 남자는 너무나도 느린 그 도주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 했을 때야, 차녀가 목적지에 겨우 도착했다.
“테체아!”
공포에 질린 비명인지 이제 살았다는 환성일지 모를 소리와 함께 그 썩어가는 과자상자에 기어들어가는 독라 자실장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장녀가 말했다.
“그게 차녀짱의 집인 테치....?”
안에서 작은 손이 나와 뚜껑을 끌어당겨 닫은 상자 안에서 흐려진 테치테치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런테치! 와타시의 성 테치! 그러니 꺼지는 테치이이이!!! 와타시를 내려다보지 마라 테챠아아아-!!!”
“............”
손 위의 장녀를 힐끗 쳐다본 남자가, 발을 들어올렸다.
-툭
“테치?!”
기껏해야 신발 보다 조금 커다란 크기의 과자 상자를 가볍게 걷어차자 안의 차녀는 와타시의 성이 통째로 흔들리며 느껴진 충격에 놀랐다.
그리고 곧 인간이 와타시에게 무슨 짓을 할 지도.
“테... 테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방금 전에 필사적으로 기어들어 와 웅크리고 있던 것과는 달리 혼비백산하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상자의 입구를 열려 하던 차녀의 몸에 또다시 충격이 밀어 닥쳤다.
-쿵!
“테아아아아아악------!!!!”
기어나가던 차녀의 다리에 순간적으로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곧 그 고통은 다리가 아니라 골반 근처에서 타고 올라오듯이 느껴졌다.
“테... 테... 테아아아아.....!!!”
뒤를 돌아보자 납작하게 눌린 종이 상자의 천장이 무너진 벽처럼 납작하게 내려온 아래에서 번져가는 적록색 액체와 그 아래 깔려 납작해지다 못해 떨어져 나간 다리가 잘려나간 격통에 몸부림 치던 차녀의 위로 다시 충격이 느껴진다.
-쿵!
“테챠아아아아아-!!!”
이번엔 왼쪽이 내려 않으며 공간이 더욱 좁아지는 동시에 왼 손이 뭉개졌다.
남자는 일부러 조금씩, 모서리부터 차녀의 작은 ‘성’ 을 짓밟고 있었다.
“테치이이이이이-!!!! 테치이이이이-!!! 와타시는.... 와타시는 살아야 하는 테치이이이-!!!”
“....헛수고테치. 차녀짱은 살 수 없는 테치.”
“테....!”
팔 다리가 뭉개지고, 이미 몸통과 머리가 간신히 들어갈, 다르게 말 하자면 몸통과 머리만을 남기고 짓눌린 과자상자에 갖혀 있던 차녀가 위에서 들려온 장녀의 목소리에 눈을 뒤집었다.
“너는 뭔데 와타시보다 잘난듯이 그러고 있는 테챠아아아아-!!! 네가 죽어라 테치!!! 너 같은것 보단 와타시가 길러져 살아가는 테치!!! 마마를 위해서 테치이이!!!! 와타시는 곧 마마가 되는 테치! 가족을 다시 만드는 테...”
-쿵
“테웨에에에에에에에엑-------!!!!!!!!!!!!”
그 순간 다시 충격과 함께, 악을 쓰던 차녀의 입에서 녹색의 점막에 쌓인 구더기실장이 밀려 나왔다.
“테... 게베에에에...”
코앞에서 꿈틀거리는, 점막에 쌓여 눈조차 뜨지 못 한 와타시의 아이를 응시하던 차녀는,
그 아이들이 담겨 있을 배가 이미 납작해져 있다는 걸 뒤 늦게 깨달았다.
이미 통각을 전달 할 기능조차 상실한 고기덩이가 된 머리와 가슴부위만이 남아도 실장석의 질긴 생명력으로 숨만은 붙어 있던 차녀가, 마지막으로 절규 했다.
“와타시는 살아야만 하는 테치이이이이이이이-------------!!!!!!!!!!!!!!!!!!!!!!!!!!”
-쿵!
-쿵!
-쿵!
-쿵!
“테치....”
절규를 마지막으로 몇 번이고 남자의 발에 짓밟혀 완전히 납작해진, 차녀가 집으로 삼았던 추레한 종이 쓰레기에서 적록색 액체와 흐물흐물해진 고기들이 비어져나와 천천히 퍼지는걸 보면서 장녀가 작게 울었다.
“만족 했나.”
“테......”
주워진 이후로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자실장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지어져 있는 걸 본 남자도 미소를 지었다.
따듯한 인간의 손 위에서.
옷도 머리카락도 돌아온, 독라였었던 장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세상엔... 이렇게나... 행복이 가득한 테치.”
“..............”
“그러니까.......... 죽기 싫은 테치.”
“...............”
“죽기 싫은 테치아아아아아아아-!!!!!!!!!!”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던 때.
공원을 걷던 남자는 자신의 앞에 밀쳐진 독라의 자실장을 주웠었다.
어차피.
그 날도 너덜너덜 해 질 때까지 학대하다 죽일 장난감을 찾으러 온 것이기에 마침 잘 됐다는 듯, 그 독라를 주워서 집으로 가져왔다.
“테치이이이이익-!!! 테아아아아아-!!!”
하지만 팔다리에 박은 전극에서 불꽃이 튈 정도로 전기를 흘려도,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몇 번이고 스펀지를 얇게 깐 벽에 패대기쳐도 재미가 없었다.
학대당할 동안엔 비명을 질러대긴 하지만, 학대가 멈추고 방치 되면 그 독라 자실장은 그저 좁은 수조에서 텅 빈 눈으로 멍하니 웅크리고 있을 뿐.
학대를 당할 때 인간에게 지지 않겠단 마음으로 비명을 참으며 버티는 실장석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재미있다.
이미 살 희망이 없다는 걸 이해해도, 마지막으로 자존심만은 지키겠다는 의지.
그 알량한 의지를 차츰차츰 꺾어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독라는 비명을 지르긴 해도 그건 고통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 인간에게 지지 않으려 비명을 참으려는 의지는커녕 살려는 의지도 없이 완전히 모든 걸 포기한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학대를 즐기는 인간들이 실장석에게 바라는 건 학대당하는 동안의 감정들.
공포 고통 절망 증오 원망 비탄 탄식 분노.
그리고 그 와중에도 속으로 내심 바라고 있는, 희망.
이 모든 것이 없는 텅 빈 존재를 학대해 봐야, 혼자 벽에 대고 떠들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기 싫다는 마음이 들게 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 날로 학대는 멈추었다.
대변으로 가득한 수조에 내던져져 멍하니 있다가 졸리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잠들던 장녀는 분홍색 마법의 성 세트가 들어가 있는 넓은 수조로 옮겨졌다.
실장 후사리를 먹여 머리칼도 다시 났고, 고급 분홍색 옷이 입혀졌다.
그렇지만 이제 독라가 아니게 된 그 자실장은 텅 빈 채였다.
한번 잃었던 머리칼이 돌아온다는, 실장석들에겐 꿈만 같은 기적이 일어나도, 들실장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질투하고 탐내는 분홍색 옷이 주어져도, 매끼 주어지는 사육실장용 미니 스테이크와 콘페이토의 산에도 흥분하지 않고 되는대로 입에 넣다가 남겨놓았다.
시험 삼아 썩어가는 음식물 쓰레기를 주어도, 어차피 상관없다는 듯 우겨넣었다.
음식을 먹기는 하는 건, 굶어 죽는 다는 어려운 행동을 할 의지도 없다는 것.
그렇다고 뭔가를 하며 제대로 살아갈 의지도 없기에 그저 먹고 멍하니 있다가 잠들었다 일어나면 다시 멍하니 있을 뿐.
화장실을 가려 청결하려는 의지도 없어, 기껏 입혀놓은 분홍색 옷과 새햐얀 사육실장용품 팬티를 입은 채 누워 있다가 그대로 대변을 싸 옷과 수조를 더럽혔다.
그래도 남자는 마치 공들여서 탑을 쌓아 올리듯, 자실장을 돌봤다.
매번 자실장을 따듯한 물로 목욕을 시켜 옷과 팬티를 갈아입히곤 수조를 청소 한 후에 접시에 스테이크와 콘페이토를 가득 담아 놨다.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은, 자실장의 임신 이었다.
남자가 청소 후에 흩뿌려 놓은 꽃가루에 임신을 해 두 눈이 녹색으로 변한걸 알아차린 자실장은, 누워 있는 대신 앉아 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남자의 말에 대답을 하며 자실장이 겪어온 일을 알은 남자는, 거의 완성 된 탑의 끝마무리로,
자실장의 복수를 해 준 것이다.
설마 자실장을 밀쳤던 그 독라 자실장, 자매가 나타날지는 예상하지 못 했지만 어차피 자실장을 박해했던 리더 실장과 공원의 무리를 쓸어버려도 의지와 감정이 별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음 방법으로 찾아서 죽일 예정이었기에 수고를 던 것이다.
그래서 이걸로.
완전히 탑은 쌓아 올려졌다.
“죽기 싫은 테치! 세상에는 이렇게나 행복이 가득 했던 테치! 맛있는 스테이크도 콘페이토도 분홍색 옷도 있었던 테치! 와타시는 그런 행복 하나 못 누리고 살아왔던 테치!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 있는 테치! 예쁜 옷이 팔랑팔랑 테치! 이렇게 행복이 가득한 세상에서 왜 와타시가 사라져야 하는 테치이이이이이이이----------!!!”
삶에 대한 집착이 생긴 자실장이라는 공들인 탑.
기다리고 기다리며 마침내 다 쌓은 탑을.
드디어 와장창 무너트릴 그 순간이 온 것이다.
그것은, 탑이라기 보단 하나하나 세워온 도미노를 완성해 내려다보는 충족감에 가까울 것이다.
무너트리는 순간을 위해 만든 작품.
복수를 해 주겠다는 남자의 말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복수가 끝나면 죽여주겠다는 말에 부풀어가는 배를 한번 내려다보곤 잠시 뒤 고개를 끄덕였던 자실장은, 지금은 남자의 손에 적록색 눈물과 함께 녹색의 대변까지 줄줄 흘려가며 외치고 있었다.
“뭐든지 하는 테치! 죽이지마는 테치! 와타시는 살면서 행복을 더 즐기고 싶은 테치이이!!! 죽기 싫은 테치!!! 와타시의 아이들에게도 가득 행복을 맛보여 줘야 하는 테치!!!”
남자가 반대편의 손으로 장녀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안 되는 테치! 소중한 머리칼 테치! 기껏 다시 돌아 온 테... 테챠아아아-!!!”
-우지직
머리카락에 이어 분홍색 옷 까지 찢겨,
다시 독라가 된 자실장이 날뛰며 옷 조각과 털을 그러모았다.
“테챠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
텅 비었던 자실장에게서 넘쳐흐르는 절망과 원망, 살고 싶고 계속 행복하고 싶다는 처절한 의지.
어차피 이 자실장은 절망을 스스로 벗어날 생각이 없기에 그런 죽지도 살지도 않는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모든 걸 정리하고 깨끗하게 죽음을 맞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행복을 계속 맛 보여주고, 인간에게 길러져 편하게 살아간다는 좋은 미래가 손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헛된 미끼에 바로 미친 듯이 삶에 대한 집착을 보여 버렸다.
힘들고 절망적인 삶을 노력해 살아가긴 싫지만, 남에게서 행복이 주어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건 와타시의 삶이 되어야 한다는.
어차피 실장석의 생각인 것이다.
촤르르륵 소리를 내며, 쌓아 왔던 즐거움을 터트리며 무너져 가던 도미노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테지이이이이이.......?!”
몸을 움켜쥔 남자의 손에 몸이 눌려가자 장녀는 필사적으로 손을 밀어내려 했다.
손바닥에서 꿈틀꿈틀 느껴지는 그 삶에 대한 의지에, 남자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와타시는....”
-꽈아악
“와타시는 행복하고 싶은 테치이이이이이이-----------!!!!!!!”
-콰직!
“테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손에 힘을 힘껏 주자 순간적으로 위 아래로 길쭉해진 듯이 보였던 장녀의 몸이 터져나오며 적색과 녹색의 동그란 안구가 허공으로 튀었다.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비어져 나온 더러운 체액 국물과 살덩이의 질척한 감촉이,
분대에 들어있던 점막에 쌓인 미숙한 구더기 실장이 집착과 욕망과 함께 뚝뚝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잠시 응시하던 남자는 손을 털어 그것들을 바닥에 팽개쳤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꺼낸 물티슈로 몇 번이고 손을 닦은 후, 적록색으로 더러워진 물티슈를 자실장이었던 오물 위로 던졌다.
-툭
장녀의 조각 위에 부딪힌 물티슈 뭉치는,
조금 구르다가 납작해진 과자 상자 위에서 멈췄다.
어느 공원에서 어느 들실장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한 심정으로 잔혹한 대가를 바쳐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벌어준 시간이,
끝나는 광경이었다.
그 시간 동안, 독라가 되어서라도 살아주길 바랬던 아이들은.
동족에게 박해되어 궁지에 몰려 인간에게 들이대다 결국 동족들의 손에 산 채로 꼬치가 되거나.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주길 바랬던 자매에게 밀쳐져 익사해가는 동시에 얼굴에 유리가 가득 꽂히는 처참한 죽음으로 소비 되거나.
그런 삶이라도 와타시가 태어난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 믿었지만 그 믿음이 깨져 절망하며 청소되거나.
살아간다는 단 하나만을 바라다 가족을 재건해 함께 살아간다는 조금의 희망을 가진 순간, 독라라는 추악한 모습을 자매의 화려한 모습과 처절하게 대조당하며 몇 번이고 짓밟히며 죽었고.
가장 분충의 본성을 드러내지 않았던 장녀조차.
욕망이 없는 게 아니라 욕망을 달성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없이 달콤한 대가만을 바랬다는, 결국 실장석다운 본성을 드러내며 최후를 맞이했다.
그때 친실장과 함께 죽는 게 행복했을지.
아니면 이렇게라도 조금 더 생명이 붙어 있던 것이 행복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라 해도.
어차피 이젠 그 의문을 가질 존재조차, 남아있지 않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끝-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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